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1화(421/497)
258. 대밀림(大密林) 아두르 (2)
“몰아!! 벽 쪽으로 몰아라!!!”
요란한 외침이 들렸다.
밀림의 경계 안쪽으로 들어오자 붉은 비늘이 더 이상 들어오려 하지 않았다. 카릴은 그런 녀석을 두고 밀림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한참을 들어 왔을 때 들리는 외침에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앞을 바라봤다.
[카륵! 카아아악!!]날카로운 포효가 들렸다.
벽에 내몰린 샤벨리거 한 마리가 더 이상 뒤로 물러설 곳이 없어 번뜩이는 송곳니를 보이며 사람들을 경계하고 있었다.
마굴에서나 볼 수 있는 A급 몬스터로 분류되는 녀석이었지만 이곳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필드에 돌아다니는 사냥감 중 하나에 불과했다.
A급 몬스터를 이런 식으로 볼 수 있는 곳은 약속의 땅을 제외하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곳은 사람조차 살지 않는 곳이니 논외로 대밀림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변종.’
사막이나 초원에 생성된 마굴에서 주로 볼 수 있는 샤벨리거였던 만큼 아두르의 샤벨리거는 모습부터 달랐다.
비늘처럼 굳센 털은 유난히 반짝거렸고 포유류라고 구분하기에는 녀석의 귀가 마치 아가미처럼 파르르 움직이고 있었다.
“늪에 독을 풀어라! 녀석이 빠져나가지 못하게 가둬!!”
일대의 무리 중 선두에 서 있는 남자가 소리쳤다. 그는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도 월등하게 다부진 체격으로 눈에 띄었다.
야인족의 수장, 할카타.
카릴은 그의 존재를 잘 알고 있었지만 아마 그는 카릴을 알지 못할 것이었다.
[쿠르르르르…….]변종 샤벨리거가 서 있는 늪에 야인족들이 커다란 나무통에 들어 있는 독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통 안의 독이 늪에 닿아 치지직거리는 타는 소리와 함께 연기가 솟구칠 때마다 샤벨리거는 움찔거리며 뒤로 물러났지만 야인족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대밀림에 자라는 대부분의 식물은 모두 독성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걸 태어날 때부터 먹고 자란 야인족은 실로 만독불침에 가까운 육체를 가지게 된다.
전생에 잔나비 부족은 이들을 보고 태어나서 처음으로 자신들의 독이 통하지 않는 사람을 봤다고 할 정도였다.
“움직임이 멈췄다!!”
변종 샤벨리거는 코가 아닌 머리에 달린 아가미로 숨을 쉬는데 늪에 뿌려진 독가스 때문에 아가미 사이로 진득한 액체들이 주르륵 흘러나오며 고통스러운 듯 커다란 몸을 비틀거렸다.
“다들 움직이지 마라.”
선두에 서 있던 할카타는 녀석을 바라보며 입맛을 다시고는 두꺼운 주먹을 구부리며 우드득거리는 소리를 내고서 달려들었다.
퍼어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케켕! 거리는 마물의 비명이 들렸다. 샤벨리거는 그가 내지른 주먹에 정통으로 머리를 맞고 저만치 밀려나며 처박혔다.
쿠그그……. 쿠궁!!
뒤에 있던 절벽이 그 충격에 무너져 내리며 잔해들이 샤벨리거를 덮쳤다. 하지만 녀석은 바위에 연거푸 깔려도 ‘푸르르!’거리며 머리를 좌우로 흔들고서는 아무렇지 않은 듯 벌떡 일어나더니 곧바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스릉-
그걸 기다렸다는 듯, 할카타는 가슴에 엑스자로 묶어 두었던 쇠사슬로 감긴 철퇴를 꺼내 머리 위로 돌렸다.
부우웅-!!! 쾅!!
공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굉음과 함께 철퇴가 샤벨리거의 배에 정확히 꽂혔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녀석의 배에서 새하얀 뼈가 부러져 가죽을 뚫고 튀어나왔다.
[케륵!! 케게겍……!!!]마물이 고통에 숨을 토해내자 아가미에서 붉은 피가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실로 어마어마한 신체 능력이었다. 저 정도의 순수한 근력을 가진 자는 아마 고든 파비안과 화린을 제외하면 그가 유일할 것이었다.
“지금이다. 간과 심장은 이 자리에서 먹어 치우고 살점들만 발라서 가지고 간다. 독이 있는 쓸개는 아직 성년이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내려줘라. 독의 내성은 지금부터 단련시켜야 하니까.”
“예!!”
“알겠습니다.”
할카타의 명령에 야인들은 일사불란하게 쓰러진 변종 샤벨리거를 도축하기 위해 서로 달라붙었다.
“…….”
카릴은 야인의 사냥을 지켜봤다.
사냥감을 도망치지 못하게 몰아세우고 무리 중에 가장 강한 자가 녀석을 잡는다.
그들의 사냥은 단순하지만 효율적이었다.
언제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는 대밀림에서 무리 사냥은 자칫 대량으로 부족민들을 잃을지도 모르는 일이기에 그들은 전투는 오직 단 한 명만이 치른다.
혹자는 야인의 사냥법이 더 비효율적이라 말할 수도 있지만 그만큼 그들에겐 그 단 한 명의 사냥꾼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이 있었다.
“서둘러라!!”
할카타의 옆에 서 있는 날렵한 인상의 남자가 부족민들을 향해 소리쳤다.
[카아아아악!!]샤벨리거의 해체 작업이 한창인 그때, 갑자기 숲 안쪽에서 날카로운 포효가 들렸다.
“……또 한 마리가?!”
야인들이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순간, 무너진 절벽 뒤쪽으로 그들을 덮치는 샤벨리거의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
카릴은 조용히 그들의 모습을 지켜봤다.
한참 도축 중이던 야인들은 자신들을 덮치는 마물의 등장에 놀란 표정이었지만 절대 도망치지 않았다. 그건 겁에 질려 다리가 떨어지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우왕좌왕하게 되면 오히려 혼란만을 가중하는 일이었기에 그들은 스스로 목표가 되어 마물의 움직임을 가두고 할카타가 공격하기 쉽게 만들었다.
“배짱은 두둑하군.”
그때였다.
빠각……!!
물끄러미 그들을 지켜보던 카릴이 날뛰는 샤벨리거의 머리 위로 나타나 그대로 녀석을 찍어 누르자 포효 소리 대신에 뭔가 부서지는 소리가 울렸다.
퍼억!! 콰지직—!!!!
충격에 샤벨리거의 무릎이 굽혀지자 카릴은 녀석의 얼굴 앞으로 뛰어내렸다.
그러고는 검날의 넓은 면으로 다시 한번 마물의 뺨을 후려치자 녀석의 머리가 검을 따라 휙! 하고 젖혀졌다.
“우악!!”
“피, 피해!!”
부족민에게 달려들던 샤벨리거는 그대로 날아가 잔해에 깔려 있는 다른 샤벨리거의 시체 위에 처박혔다.
“…….”
“…….”
야인들은 갑작스러운 카릴의 등장에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일격에……?”
“아니, 그보다 외부인이 어째서……!!”
“누구냐!”
그들은 경계하며 소리쳤다.
“누구냐고? 외부와 단절된 곳이라더니 세상 돌아가는 상황이 어떤지도 모르고 있나 보군.”
카릴은 발아래에 있는 잘려 나간 거대한 샤벨리거의 머리를 마치 의자처럼 깔고 앉으며 말했다. 그 광경에 야인들은 할 말을 잃고 말았다.
단순히 샤벨리거를 날려 버린 것이 아니었다.
마물이 카릴의 일격을 버티지 못하고 머리와 몸통이 분리되어 찢어지고 말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칼등으로 내려치는 것을 봤으니 날로 벤 것도 아니었다.
웅성- 웅성-
자신들의 족장인 할카타도 일격에 마물의 사지를 찢어발길 수는 없었다.
“뭐냐. 넌.”
할카타는 카릴이 일부러 자신에게 보란 듯이 샤벨리거를 칼등으로 쳤음을 알고 있었다.
[재밌는 곳이군. 아직도 이런 곳이 남아 있다니…….]팽팽한 긴장감과 달리 라시스는 오히려 눈앞에 할카타보다 주위에 더 관심을 보였다.
[이토록 울창한 밀림인데 정령의 기운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다니. 어쩐 일이지.] [기억나지 않아? 신화시대에도 이와 같은 곳이 하나 있었다.] [정령의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곳이라……. 그렇군, 에테랄. 그곳을 얘기하는 것이군.]라시스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녀석이 여기에 있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신령 대전 이후 그는 봉인되어 정령계로 돌아갔다. 여기에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그 녀석이 있는 주위는 섭리가 서로 엉켜 엉망이 되어버리잖아. 꼭 지금처럼 말이야. 게다가 여긴 인간계야. 만약 녀석이 여기 있다면 생태계가 망가지는 것은 한순간이지.] [글쎄……. 에테랄, 네 말도 일리는 있지만 율라가 라시스와 함께 극히 싫어했던 그를 인간계에 뒀으리라 생각되지는 않는군.]‘누굴 말하는 거야?’
카릴은 뜻밖에 머릿속에서 울리는 대화에 할카타에게 시선을 떼지 않으면서 그들에게 물었다.
[우레 군주. 번개의 정령왕인 쿤겐말이다.]“흐음.”
라시스의 대답에 카릴은 살짝 입술을 씰룩였다. 확실히 에이단에게 물려준 쿤겐이 봉인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는 쌍검, 뇌격과 뇌전은 마도 시대 이후에 새로이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 말은 즉, 우레 군주의 행방은 지금으로서는 묘연하다는 의미였다.
‘확실히 대밀림은 습한 기후만큼 천둥과 번개도 많이 내리긴 하지만……. 그게 꼭 번개의 정령왕 때문에 일어나는 일이라고 보긴 어렵지.’
하지만 카릴은 정령왕들이 남긴 의심을 버리진 않았다. 만에 하나 대밀림이 쿤겐과 관계가 있는 것이라면 찾아야 할 남은 두 정령왕 중 한 명을 얻게 되는 일이었으니까.
“이 새끼가……!! 감히 누구 말을 씹…….”
우득-
조금 전 할카타의 옆에 서 있던 날렵하게 생긴 야인은 카릴을 향해 소리치다 말고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컥……. 커컥.”
바닥에 엎어진 그는 늪에 얼굴을 파묻고는 허우적거렸다. 갑작스러운 그의 이상행동에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
놀랍게도 그가 허우적거리던 이유는 두 다리가 완전히 부러져 설 수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조금 전 내 검을 보지 못한 놈들은 끼어들 생각하지 마라.”
카릴은 엎어져 있는 남자의 머리를 밟으며 앞으로 걸어 나왔다.
단 한 마디에 불과했지만 카릴의 말은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으르렁거리듯 소리치던 야인들을 꿀 먹은 벙어리로 만들었다.
“말은 바로 해야지. 검이 아니라 발로 부순 것이잖느냐.”
“그래도 족장답게 쓸 만하군. 그러면 알겠지. 너희들이 날 이길 수 없다는 것도.”
할카타는 갈수록 어이가 없었다.
“뭐 하는 놈인데 이곳까지 와서 소란을 피우는 것이지?”
“대륙의 주인. 그리고 너희들의 주인이 될 사람.”
“…….”
카릴의 말에 습한 밀림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는 듯했다.
“야수를 길들이러 왔다.”
“야수? 미친놈이군. 과거에 제국의 황제도 이 땅을 넘봤지만, 결국 제풀에 나가떨어졌지.”
할카타는 코웃음을 쳤다.
“나는 네놈이 누군지 알고 있다. 카릴 맥거번. 대륙에서 난리를 피우고 있다지만 야인은 네게 휘둘리지 않는다. 썩 꺼져.”
“아……. 그래?”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할카타를 향해 씨익 웃었다.
“난 또 정말로 네가 날 모르는 줄 알았지. 그런데 알면 지금 왜 이러고 있는 거지?”
그의 말에 할카타는 무슨 뜻이냐는 듯 고개를 꺾으며 바라봤다.
“날 알면 본 순간 바로 고개를 내리깔아야지.”
퍼억-!!!
카릴의 주먹이 할카타의 옆구리에 정확히 꽂혔다. 탄탄한 근육 속으로 주먹이 움푹 파고들었다.
“크하!!!”
놀랍게도 할카타는 고통을 느끼지 못하는 듯 오히려 자신의 옆구리를 찌른 카릴의 팔을 움켜쥐고는 등 뒤로 돌아 그를 안고서 허리에 차고 있던 철퇴의 쇠사슬로 카릴을 묶었다.
우득……. 우드득…….
움푹 들어갔던 옆구리의 근육이 마치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꿈틀거렸다.
[부러진 갈비뼈가 붙는데 고작 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뭐 저런 괴물 같은 놈이 다 있지.]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의 일격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달려드는 할카타는 보며 어이가 없는 듯 말했다.
‘야인족의 특성이지. 독은 통하지 않고 재생력은 마물을 뛰어넘지.’
[데릴인가 하는 녀석이 한 말이 맞았군. 이놈들은 인간이 아니라 야수야. 마도 시대에도 이런 별종은 없었다.]‘야수라…….’
카릴은 알른의 말에 옅은 미소를 지었다.
“저놈은 야수 축에도 끼지 못해. 기껏해야 덩치 큰 강아지에 불과하지.”
[……뭐?]카릴은 자신의 목을 조여 오는 사슬을 있는 힘껏 양쪽으로 잡아당겼다.
캉!!
쇠사슬이 경쾌한 소리를 내면서 끊겼다. 동시에 카릴이 그의 품 안으로 몸을 돌리며 그대로 할카타를 엎어치기 하듯 들어 올렸다.
“……?!”
콰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늪의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할카타가 카릴을 바라본 순간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그의 손목을 꺾었다.
“크악!!!”
우드득거리는 소리와 함께 그의 팔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할카타.”
카릴은 거구의 그를 바닥에 처박고서 속삭이듯 말했다.
“오해하나 본데 네겐 관심 없다. 네 우리에 가둬 둔 진짜 야수를 만나러 온 거니까.”
“……뭐?”
“안챠르. 안챠르 할룬. 설명은 필요 없겠지. 누군지는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까.”
“…….”
그 이름이 카릴의 입에서 나오는 그 순간, 야인들은 웅성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