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2화(422/497)
258. 대밀림(大密林) 아두르 (3)
“안…… 안챠르?”
할카타는 카릴의 말에 부러진 손목의 고통 따위는 느끼지 못할 정도로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네가 어떻게 그 이름을 알고 있지?”
“흐음.”
하지만 카릴은 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에 바닥에 닿아 있는 그의 배를 있는 힘껏 올려 찼다.
퍼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공중에 붕 떠오른 할카타의 허리가 접히듯 꺾였다.
카릴은 거구의 몸뚱이가 바닥으로 떨어지기 전에 주먹을 그에게 쏟아내듯 두들겼다.
조금 전 붙었던 갈비뼈들이 다시 한번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컥!!”
조금 전에는 신음 한 번 내지 않던 할카타가 처음으로 고통에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할카타의 비명에도 불구하고 카릴의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허공에 떠오른 할카타의 두 다리를 칼등으로 내려치자 그는 그대로 바닥에 처박혔다.
콰득……!!!
바닥에 쓰러진 할카타의 양다리가 마치 끈이 끊어진 인형처럼 너덜거리며 튕겼다.
“야인들은 잘려 나가지만 않으면 회복이 된다니 좋은걸. 마음껏 두들겨 줄 수 있으니 말이야.”
할카타의 부러진 다리를 지그시 밟은 카릴이 그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커…… 커억…….”
할카타는 뭐라 소리치려고 했지만, 그보다 계속해서 밀려오는 고통에 벌레처럼 허리를 굽히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 이익……!!”
경이로운 재생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통을 알지 못하는 것은 절대 아니었다.
검에 찔리는 느낌부터 팔, 다리가 부러지는 느낌까지 그들은 모두 똑같이 체감한다.
그걸 보면 야인의 정말 무서운 점은 독이 통하지 않는 것도, 무한에 가까운 재생능력도 아니라 그런 고통을 모두 감내하는 그들의 인내력일지 모른다.
그런 야인족의 최강자라 할 수 있는 할카타가 비명을 토해낼 정도였으니 카릴의 공격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급소만을 정확히 노린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앓는 소리 하지 마. 마력을 쓰지도 않았어. 야인이란 이름이 아깝군.”
카릴이 실망스럽다는 표정으로 할카타에게 말하자 그걸 들은 야인족 사람들은 질렸다는 듯 창백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네가 아니라 카릴 님.”
“……뭐?”
“뭐가 아니라 네. 알겠어? 지금까지는 밀림에 틀어박혀 살아왔을지라도 이제는 다른 삶을 살아야지. 언제까지 이런 척박한 땅에서 마물의 살점이나 뜯어 먹고살 거야? 안 그래? 환경이 변하면 사람도 변해야 하는 법.”
카릴은 할카타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이왕이면 예절이라는 것을 배우는 게 좋겠지. 날 알고 있다고 했으니 두 번의 용서는 없다.”
“…….”
할카타는 자신의 가슴께 정도밖에 오지 않는 소년의 말이 오싹하게 전신을 훑고 지나감을 느꼈다.
대밀림 속에서 만난 그 어떤 마물보다도 자신을 밟고 서 있는 카릴이 두렵다는 것을 깨달은 건 결코 그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알른은 할카타의 얼굴을 바라보며 웃었다.
[하긴, 야수라면 모름지기 인간보다 더욱 본능에 충실해야겠지. 지상 최강의 야수인 드래곤의 심장을 하나도 아닌 두 개나 가지고 있는 널 앞에 두고 오금이 저리는 것은 당연한 일 일게야.]솨아아악—!!
그 순간 카릴의 팔을 타고 마엘이 튀어나왔다.
“허, 허억?!”
푸른 뱀은 당장에라도 할카타의 목을 물어뜯을 듯 날카로운 이빨을 부딪치다 사라졌다.
[흥, 드래곤 따위.]마엘은 알른의 말에 자존심이 상한 듯 말했다. 카릴은 그런 그를 보며 피식 웃었다.
“결국 너…… 아니, 당신도 야인을 밀림에서 쫓아내기 위해 온 것 아닌가? 우리는 절대로 이곳에서 나가지 않는다. 우리보고 이민족처럼 자신의 땅을 버리고 도망치듯 숨어 살라고? 그런 짓은 절대 안 해.”
“누가 가래? 너희는 이 땅에서 살아.”
“……뭐?”
“할카타. 넌 날 만난 걸 고맙게 생각해야 할 거야.”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
정작 당사자인 할카타는 그의 말에 뭐라고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입술을 씰룩일 뿐이었다.
“내가 바꾸려는 것은 이 땅, 그 자체니까.”
“그게 무슨…….”
그 순간 카릴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알카르의 이마를 가볍게 쓸어 넘겼다.
“그러니 그녀에게 안내해.”
“그녀라니…….”
“본론은 그녀와 얘기하겠다. 시간을 질질 끌지 마라. 두 번의 용서는 없다고 했을 텐데. 지금 당장 움직여. 너희들의 진짜 지도자, 다섯 야수의 영혼이 깃든 드루이드(Druid), 안챠르에게로 말이야.”
그 순간 할카타는 이 만남이 단순한 우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외부와 단절된 대밀림에서의 삶을 살고 있는 자신의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게다가 부족 안에서도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는 그녀의 이름을 정확히 꺼내자 그는 카릴이 분명한 목적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적어도 제국과 같이 대밀림을 빼앗으려는 의도는 아니다. 하지만……. 어째서 그녀를?’
할카타는 거친 겉모습과 달리 불안함을 감추지 못했다.
“오두막으로 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나 당신을 만나는 것은 그녀가 결정할 일이오. 아니, 그전에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지부터가 의문이지만.”
카릴은 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야. 걱정 마. 금령못까지만 안내하면 된다. 내가 직접 찾아가도 되지만 야인족의 족장인 네가 안내해야 그녀를 볼 수 있을 테니까.”
“……거기까지도 알고 있소?”
할카타는 기가 막혔다. 바깥과 소통이 없는 대밀림이었기에 이곳에 대한 지도가 있을 리 만무했다.
“도대체 당신의 정체가 뭡니까.”
카릴은 그의 물음 대답 대신 다시 한번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건 가보면 알게 될 거야. 참고로 샤벨리거의 간은 생으로 먹는 것 보다 쪄서 먹는 게 맛있다. 쪄서 조금 내게 나눠 줄 수 있을까?”
그는 묘한 웃음을 보이고서는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 * *
늪 한가운데에 작은 오두막.
마치 부글부글 끓는 것처럼 시커먼 늪 위로 기포가 끓어오르며 터지길 반복했다.
이런 와중에 가운데 세워진 오두막이 무너지지 않은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흐음. 냄새가 제법 그럴싸한데.”
늪에서 나는 썩은 악취가 아니라 카릴이 할카타가 건넨 쪄낸 간을 보며 한 말이었다.
“샤벨리거의 간을 쪄서 먹는다는 소리는 평생 처음 듣는군. 간은 모름지기 붉을 때 먹어야 하는 법인 것을.”
할카타는 검게 변한 간을 보며 정색을 했다. 하지만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간을 한 움큼 뜯어내 입에 넣고서 우물거렸다.
그리고는 아무렇지 않게 늪 안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 잠깐! 조심……!!”
파드득……! 파드드득……!!
그때였다.
갑자기 늪 안이 요란하게 떨리더니 그 안에 살고 있는 물고기들이 미친 듯이 날뛰기 시작했다.
“이게 무슨…….”
“금령못에서 나는 풀잎으로 너희가 마물을 잡는 독을 쓰고 있지? 그만큼 이 늪에 흐르는 독기가 엄청나다는 뜻이겠지. 하지만 늪의 독 정도는 야인인 너희들에게도 큰 위협이 되진 않아.”
카릴은 쥐고 있던 간을 조금씩 떼어 내면서 늪에 뿌리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식인어들이지. 이런 독기 안에서 살고 있는 녀석들이야말로 더 대단한 놈들이거든. 포나인 강에 사는 식인어들처럼 생겼지만, 그보다 더 작고 날렵하지. 게다가 이빨에 한 번이라도 물린다면 만독불침이라 불리는 너희 야인들도 버티지 못할걸.”
[카락! 카라락!!]놀랍게도 카릴이 간을 뿌릴 때마다 날뛰던 물고기들이 도망치듯 그 주위를 피하며 흩어졌다.
“하지만 녀석들은 재밌게도 샤벨리거의 간을 싫어하는데 생간으로는 향이 부족해서 안 돼. 쪄내면 그 특유의 향이 강해져 녀석들이 접근하지 못한다. 입에 머금고 있으면 더더욱 달라붙지 못하지.”
카릴은 남은 간을 뒤에 서 있는 할카타에게 던졌다.
“그리고 맛도 나쁘지 않아. 퉷-”
하지만 입에 머금고 있던 간을 뱉어내면서 그는 묘한 웃음을 지었다.
“내 입맛엔 맞지 않지만 말이야. 네겐 맛있을걸.”
할카타는 손에 들고 있는 남은 간을 바라보며 이걸 먹으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금령못으로 들어 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니까 말이야. 스스로 이 안으로 도망친 그녀를 만나고 싶을 것 아냐. 안 그래?”
“……이걸 알려주는 이유가 뭡니까?”
“당신 딸이잖아.”
카릴은 그에게 보였던 묘한 미소의 의미를 이제야 솔직하게 말했다.
“……우읍.”
카릴의 말에 할카타는 망설임 없이 샤벨리거의 남은 간을 입안에 쑤셔 넣었다.
역겨운 냄새가 확 풍겨 헛구역질이 절로 났지만, 그는 보란 듯이 꾸역꾸역 씹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뒤를 돌아 낡은 오두막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안챠르. 너는 모르겠지만 네가 전생에서 가장 후회했던 일을 내가 먼저 막아주었다. 이제 더 마음껏 날뛸 수 있겠지.’
“야인의 선조는 과거 신화시대부터 살아 있던 수많은 야수의 영혼이다. 우리는 저마다 각자만의 야수가 깃들어 있다고 믿지.”
카릴은 입을 닦으며 걸어오는 할카타에게 고개를 돌려 바라봤다.
“하지만 그녀는 선조의 영혼이 깃든 것이 아니라 저주를 받았다. 야수의 영혼이 단 한 마리만 깃들어 있는 것이 아닌 선조의 영혼들이 모두 있어 정작 자신의 모습을 유지하지 못하고 괴물이 되어 가는 중이지.”
“언제부터 그랬지?”
“……약 한 달 전부터.”
카릴은 할카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정확하군.’
신탁이 내려지고 타락이 세상 밖으로 나온 이후 그녀의 몸 안에 있는 영혼들이 날뛰기 시작한 것이다.
자신의 기억대로 그녀는 타락이 나타난 뒤에 능력을 개안한 것이었다.
‘하지만 전생에 내가 신탁을 받고 처음 그녀를 만나러 왔을 때는 이미 대밀림은 쑥대밭이 되어 있었고 야인족은 전멸한 지 오래였다.’
10인 중 나머지 두 명.
타락이 나타난 이후 뒤늦게 능력을 얻은 그들은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으나 다른 사람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바로, 타락에 영향을 받는다는 것.
타락이 세상을 오염시키면 시킬수록 그들은 강한 힘을 얻지만, 자칫 이성을 잃고 그 힘에 오히려 잠식당하게 된다.
이성을 잃는다는 것은 비슷하지만 화린의 경우와는 완전히 달랐다. 왜냐하면 그녀가 가지고 있는 라이칸스로프의 의지는 그 힘을 다하면 다시 돌아온다.
하지만 안챠르의 경우엔 대륙에 퍼진 타락의 힘이 약해지지 않으면 계속해서 이성을 잃게 되니, 타락과 더불어 괴물 한 마리를 더 풀어놓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이제 처음 각성을 한 상태라 힘을 얻어 어떻게 다루는지도 모르는 상태일 것이다. 전생에도 결국 힘에 취해 자신의 동족을 살해하고 말았으니까.’
안챠르가 평생에 걸쳐 후회했던 일이 바로 그것이었다. 특히 자신의 아버지인 할카타를 죽인 것을 말이다.
‘최초의 타락인 혈이 사라진 지금 유일하게 진정된 상태겠지. 하지만 언제 또 발작이 일어날지 몰라 나오지 못하고 있을 터.’
이후 다시 두 사람이 재회했을 때, 얀차르가 할카타의 심장을 파헤치는 끔찍한 일을 했다고 한다.
카릴이 혈을 사냥하고 난 뒤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다음 타락이 나타나기 전에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듦과 동시에 타락에서 정신을 유지하는 방법을 깨우치게 하기 위함이었다.
[멈춰!!!!!]그때였다.
늪 안에 있는 오두막에서 남자의 목소리도 아니고 여자의 것도 아닌 이중으로 섞인 기묘한 외침이 들렸다.
“안챠르…….”
그 소리를 듣자 할카타는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그녀의 이름을 읊조렸다.
“할카타.”
카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만독불침의 육체는 야인의 가장 큰 능력이다. 너는 딸을 위해 그걸 포기할 수 있나?”
“……네?”
“너희들의 그 능력은 여기서 자라는 독풀이 있어야 가능할 텐데. 내가 이 땅을 바꾸겠다고 했지? 지금부터 난 금령못을 완전히 뒤엎을 거다. 다시는 독풀이 자라나지 못하겠지.”
“……그럼 안챠르는?”
“살 수 있다.”
그의 한마디에 할카타는 망설임 없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그럼 물러나. 지금부터 그녀도 이 땅도 모두 정화시킬 거니까.”
쩌적……. 쩌저적…….
그 순간 카릴의 발밑부터 차가운 얼음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허리에 꽂혀 있던 얼음 발톱을 뽑아 늪에 박아 넣자 조금 순식간에 늪은 커다란 빙판이 되었다.
카릴은 옆에 기대어 있는 신록의 이마를 다시 한번 쓸어 넘기면서 말했다.
“알카르. 지금부턴 네가 잘해줘야겠다.”
어린 신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아는지 모르는지 그저 손길에 기분 좋은 듯 혀를 내밀었다.
“좋아. 가서 인사하도록 하자. 앞으로 네게 조공을 할 야인들의 주인에게 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