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4화(424/497)
259. 다음 목적지
“알카르.”
카릴이 신수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어린 신록은 아무런 망설임 없이 얼음 발톱의 얼음으로 덮인 금령못에 뒷발로 구멍을 내고는 그 안으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부글……. 부글…….
얼음판 위에 수증기가 급격하게 솟구치더니 순식간에 카릴이 만든 얼음이 녹기 시작했다.
[재밌군. 마력으로 만든 얼음이라 마력의 공급을 끊지 않으면 열기로는 절대 녹을 리가 없을 텐데……. 이건 마치 자연계의 얼음처럼 녹고 있으니.]알른은 알카르의 이마에 지금까지는 없었던 뿔이 아주 작게나마 자라나 있음을 발견했다.
[대밀림은 선령들의 땅인 만큼 자연계의 힘이 강한 지역이지. 그 말은 곧 정령의 힘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말이겠지.] [선령은 비록 미물이지만 오랜 세월을 거쳐 영체화(靈體化)가 된 것이니 일종의 정령이라 할 수 있다. 저 아이의 몸 안에 있는 다섯 선령이 알카르의 기운을 더 북돋아 주고 있는 모양이로군.]에테랄의 말에 같은 빛의 속성을 가진 라시스는 알카르의 모습을 보며 어쩐지 조금 기분이 좋은 듯 보였다.
우우우우웅…….
진득한 독기로 가득했던 못이 알카르의 힘이 닿자 빛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허…….”
할카타는 자신도 모르게 그 광경에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마물조차 맥을 못 추게 만드는 강력한 독기를 가진 늪이 한순간에 정화되고 있으니 말이다.
“이건 사제도 마법사도 할 수 없는 일이지. 자연계의 순리를 바꾸는 것이니 오직 정령만이 가능한 힘이야.”
카릴은 맑게 변한 못의 물을 손으로 떠서 한 모금 꿀꺽 삼켰다.
“…….”
그의 모습에 할카타는 여전히 긴장한 얼굴이었다.
정화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이곳은 닿기만 해도 그대로 중독되어 목숨을 잃는 끔찍한 곳이었으니까.
“흠.”
정화된 늪의 물을 삼킨 카릴은 잠시 생각하는 듯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라시스. 당신이 이 못에 가호를 걸어 줄 수 있나?”
[알카르 때문이라면 굳이 필요하지 않을 듯싶은데. 비록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이 정도 독기를 몰아낼 수 있는 힘은 가졌으니까.]“그보다는 선령들을 다스리기 위해서다.”
[아하……. 알겠군.]라시스는 카릴의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못의 주위를 한 바퀴 가볍게 날며 돌기 시작했다.
츠아아아앙……!!
그러자 알카르 때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강렬한 빛이 늪 안에서 뿜어져 나왔다. 이미 정화가 되어 투명한 물이 되었기에 그 빛은 눈이 부실 정도로 빛나 보였다.
[하나 너도 알겠지. 정령의 가호를 내리게 되면 당분간 내 힘을 쓸 수 없다는 걸. 두 번째 타락이 내려질 때 나는 아마 도움이 되지 못할 거다.]“물론. 타락에게 가장 타격을 줄 수 있는 네 힘을 쓸 수 없는 건 모험이긴 하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야. 네 가호가 있다면 알카르가 터전을 만드는 것도 훨씬 수월할 테니까.”
카릴은 정화된 늪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곳의 지형도 변하겠지. 습했던 밀림에서 산맥이 높게 차오르는 울창하고 건강한 숲으로 말이야. 앞으로 이곳은 남은 전투 동안 우리에게 힘이 되어 줄 땅이 될 거야.”
[게다가 저 선령의 아이를 네가 다루기도 편해지겠지. 음험한 네 머릿속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카릴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정령의 가호를 내리겠다.]그 말을 끝으로 라시스에게서 알 수 없는 단어들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ᨁᚠᨃᛤ-ᨆᛞᨅᨄ……ᨔᨕᨇ……ᨈᨉ.]룬어도 아닌 그것은 이제는 문헌에서조차 찾을 수 없는 정령어였다.
룬어가 마법의 본직을 끄집어 내어주는 것처럼 정령어는 정령의 진짜 힘을 쓸 수 있게 만들어주는 매개체였다.
정령이 정령어를 쓰는 것은 당연한 일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정령계가 소실되어 가는 이 상황에서 정령계의 힘을 쓴다는 것은 정령 본인의 생명을 갉아먹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라미느. 너도 가호를 쓸 수 있나?”
[불가능하다. 정령의 가호는 오직 2대 광야만이 할 수 있는 능력이니까. 우리 원소의 정령왕들은 그들과 달리 물리적인 힘을 직접 발현하니까.]“흐음. 그건 아쉽군.”
에테랄이 말했다
“그게 누구지?”
[번개의 정령왕. 우레 군주 쿤겐.]그녀의 말에 라미느는 조금 난감하다는 표정으로 카릴에게 말했다.
[확실히 그는 빛과 어둠의 속성을 모두 가지고 있기에 가호를 내릴 수는 있지만……. 어디로 날뛸지 모르는 번개처럼 가호의 효과 역시 들쑥날쑥해서 꼭 도움이 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재밌는걸. 네 말대로라면 예상보다 훨씬 더 큰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는 말이잖아.”
[반대로 가호가 아니라 저주가 될 수도 있고.]카릴은 그의 말에 쿤겐에 대하여 좀 더 흥미를 느끼게 되었다.
[만약 네가 쿤겐을 찾고자 한다면 그전에 거암 군주의 힘을 얻는 것이 좋겠지. 정령왕들 중에 유일하게 쿤겐을 저지할 수 있는 자는 그뿐이니까.]“그렇군.”
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은 이제 정령계의 문을 열 때가 되었다는 말이로군.]알른은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마도 시대에도 정령술사는 있었지만 정령왕과 계약을 한 자는 없었다. 그 말인즉슨 정령계에 대한 연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었다는 것과 같았다.
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흥미에 즐거워하는 듯 보였다.
“할 일은 정해져 있다. 고민할 필요 없이 나아갈 뿐.”
카릴은 마치 스스로에게 말하듯 얘기했다.
쌔액- 쌔액-
날뛰던 선령의 힘을 주체하지 못해 계속해서 변신을 하다 끝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안챠르를 품에 안고서 정화된 못 안에 천천히 밀어 넣었다.
“……!!”
그녀의 얼굴까지 완전히 물 속으로 잠기자 할카타는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못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걱정 마. 라시스의 가호가 있는 이 늪의 물은 평범한 물이 아니니까. 이 안에 있으면 오히려 선령의 기운도 회복될 거다. 하지만 당분간은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할카타. 그러니 너는 앞으로 매일 이곳에 와서 그녀를 보살피고 알카르를 돌봐주도록 해.”
“……가, 감사합니다.”
“그리고 사람을 보낼 테니 회복이 되면 자유국으로 그녀를 보내도록.”
카릴은 수면 아래에 잠들어 있는 안챠르를 확인하고서는 할카타에게 말했다. 더 이상 그녀는 금령못에서 홀로 외롭게 지낼 필요가 없었다.
‘안챠르. 정화 의식을 하는 동안까지만 조금 참아라. 하지만 전과 달리 이제 할카타가 이곳을 봐줄 테니 낫겠지.’
그는 천천히 일어섰다.
‘내가 네게 줄 수 있는 안녕(安寧)의 시간이니까. 네가 눈을 뜬 순간부터 너는 끊임없는 싸움으로 밤낮을 보내게 될 거야.’
그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그녀는 앞으로 지독한 싸움 안에 갇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전장으로 밀어 넣은 것은 카릴 자신이었다.
‘하지만 네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진 않을 것이다. 전생에 나는 네가 약하디약한 자기 스스로를 원망했던 것을 아니까.’
카릴은 고개를 돌렸다.
‘안챠르, 넌 그런 사람이다. 싸움을 싫어하지만, 전장에 설 수밖에 없는 존재. 비록 지금의 너는 나를 원망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게 힘을 줄 것이다.’
그러고는 뒤에 서 있는 할카타를 향해 말했다.
“안챠르가 회복되는 동안 너는 신수의 터전을 만들도록. 장소는 이곳 금령못으로 두면 될 거다. 이 안에 있는 독기는 시간이 흐를수록 완전히 빠지고 더 나아가 빛의 힘으로 충만하게 될 테니까. 너희는 앞으로 알카르를 선령처럼 모시고 돌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대밀림에 살고 있는 야인의 수가 몇 명이지?”
“어린아이와 여자를 제외하고 전사들만 따진다면 약 1천 명은 족히 될 겁니다.”
“확실히 대부족이기는 하군. 너희가 야인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가?”
할카타는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대밀림의 부족 중에선 저희가 가장 큽니다. 다른 부족들도 있지만, 그들은 성령의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합니다. 기껏해야 약간의 가호 정도만 받을 뿐이죠. 게다가 안챠르가 태어난 뒤로는 선령의 힘이 더욱 충만해졌습니다.”
“그런 도움을 받았으면서 금령못에 홀로 두었지.”
“그녀가 원했던 일이라…….”
신랄한 카릴의 말에 할카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를 탓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딸을 가둬 놓는 일을 과연 어느 부모가 원하겠는가.
그는 아버지이기 이전에 부족의 수장이기도 했기에 힘든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가호의 차이가 있다라……. 재밌군. 여기서도 혈통이 나뉘나?]‘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클클…….]카릴은 할카타가 들리지 않게 알른의 입을 다물게 했다.
[뭐, 어때서. 제국을 비롯해서 북부, 남부뿐만 아니라 이제는 대밀림까지. 대륙의 모든 순혈의 핏줄들이 네 앞에 무릎 꿇고 있는 것인데. 즐거운 일 아니더냐?]‘난 그들을 혈통으로 나눌 생각 없다. 내가 제국의 황제와 같은 생각을 했다면 애초에 자유국을 만들지도 않았을 테지.’
[까칠하기는……. 그저 널 칭찬하려는 의미였을 뿐이다. 녀석, 올리번인가 하는 그 애송이를 만난 뒤로 부쩍 제국에 관한 이야기만 하면 심각해지는구나.]알른은 살짝 입맛을 다시며 머쓱한 듯 말했다.
[그 녀석이 사라지기 전에 했던 말 때문에 그러는 게냐. 솔직히 말해서 그저 그런 허풍일지도 모르지. 결국은 너는 그를 죽인 사람이지 않으냐. 자신을 죽인 자를 편히 지내게 하고 싶지 않은 욕심일 수도 있다.]‘나 역시 부디 그러길 바라지.’
카릴은 알른의 말을 부정할 수 없었다.
황가의 무덤에서 올리번이 자신에게 하고자 할 말이 있다는 말을 남겼을 때부터 그의 머릿속 한편에는 올리번의 유언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어차피 죽은 녀석이다. 지금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끝내는 것이 더 중요해.’
카릴은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뮤우…….”
알카르가 안챠르를 지키려는 듯 물속에 잠겨 있는 그녀의 곁에서 잠들자, 날뛰던 성령들이 평온을 되찾고 그녀의 숨소리도 더욱 안정되었다.
[확실히 3대 위상과 선령들은 비슷하지만 다르군. 정령의 힘을 직접 받은 위상과 달리 성령은 원래는 평범한 동물에 불과했던 것이 오랜 세월 숭배받으면서 정령화 한 것이니까. 그 힘의 우월함도 차이가 있겠지.]우습지만 이 역시 굳이 따지자면 혈통의 차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었다.
정령왕들에게 직접 힘을 받은 3대 위상이 성령들보다 더 고위의 순도 높은 정령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지금 이 결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미물조차 가치가 나누어져 있으니 네가 하고자 하는 피의 의지가 아닌 자율 의지의 실현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알겠느냐.]‘하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
그 순간 영혼 계약을 맺은 알른은 카릴의 기분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 평등도 자유도 신살도……. 네가 걸어가려는 길은 참으로 가시밭길이지만 길이 없는 것은 아니니까.]알른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다음 여정은 어디지?]“멀지 않아. 두 번째 타락이 나타나기 전에 우리는 아마 마지막 동료를 찾을 수 있을 거야. 다만……. 문제는 그가 나와 함께 할지는 미지수라는 거지.”
[어째서? 타락이 창궐한 이후 고통받는 자들이라 하지 않았느냐. 저 아이처럼 남은 한 사람도 네 덕에 목숨을 구하는 것일 텐데.]“그 녀석은 자신이 겪는 고통마저 신이 내린 시험이라 생각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고 있을 거거든.”
[설마…….]카릴의 말에 알른은 인상을 찌푸렸다.
“맞아. 다음 목적지는 교단이다.”
[신의 사도에게 지금 신살을 도우라 하겠다고? 그거야말로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야.]알른의 말에 카릴은 언제는 안 그랬냐는 듯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또 한 번 난리가 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