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5화(425/497)
260. 하와트 타슌 (1)
“어…… 어떻게 할까요?”
유린 휴가르는 한 통의 서신을 확인하고 난 뒤부터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었다.
그는 책상에 놓인 편지를 마치 괴물처럼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그의 앞에 있는 조이 요한셀 역시 피곤한 기색이 역력한 모습이었다.
“정말 그가 온다는 건가.”
“서신의 내용이 맞는다면 이제 곧 당도할 것입니다.”
“하아…….”
조이 요한셀은 자신의 스승이 이토록 고뇌에 빠져 있는 모습을 처음 봤다. 하지만 그의 상태를 누구보다 조이는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카릴이라는 자가 어떤 인물인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까.
“그런데 어째서 이동 마법진을 놔두고 번거롭게 서신을 보낸 것일까요?”
“뻔하지. 경고를 하는 거다.”
“경고…… 라니요?”
“자신이 오기 전까지 서신에 적혀 있는 자를 찾아서 기다리라는 뜻이겠지.”
라엘 스탈렌이 죽고 난 다음에 교단은 거의 풍비박산이 난 상태였다.
그녀가 백금룡과 모종의 관계가 있었다는 것도 모자라 그의 불법적인 실험을 도운 게 우든 클라우드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교단은 대대적인 숙청 작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 작업을 주도한 것이 바로 유린 휴가르, 그였다.
‘사제가 되고 나서 오히려 더 많은 피를 손에 묻히다니……. 제길, 제국이 멸망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한 일이야. 원래대로라면 지금쯤 영지 하나 수여 받아 편히 여생을 보냈어야 하는 것을…….’
황제의 목숨을 구할 화염초를 얻었을 때까지만 하더라도 그는 앞으로 자신의 인생이 탄탄대로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자신의 곁에 있던 소년이 황제뿐만 아니라 드래곤조차 막을 수 없는 거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후 그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교단을 존속시키기 위해서는 카릴, 그자의 눈 밖에 나지 않는 게 좋겠지. 그래서 돌아오자마자 라엘을 성녀로 추대했던 주교부터 그 아래 제국과 관련된 자들을 모조리 처리했는데…….’
유린 휴가르는 만반의 준비를 끝냈다고 생각했지만 카릴이 헤임으로 향하겠다는 소식을 들은 순간부터 오금이 저리는 것을 참을 수 없었다.
그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누구보다 제국과 관련이 깊은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서 카릴 님께서는 그를 찾는 걸까요. 교단 내에서도 이렇다 할 존재감이 없던 자인데…….”
서신이 도착하고 난 뒤, 조이 요한셀은 가장 먼저 그 안에 적혀 있던 한 남자를 찾았다.
교단 내에 유능한 사제들의 이름은 모두 꿰고 있는 그였음에도 불구하고 서신에 적혀 있던 이름은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사제란 사제를 모두 찾아본 뒤에도 서신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던 조이는 놀랍게도 그 이름의 주인을 전혀 생각지도 못한 장소에서 발견했다.
다름 아닌 교단 내에 있는 의료실에서 일을 하고 있는 노년의 하급 사제였다.
“그야 모르지. 분명한 건 우리도 알지 못하는 그의 존재를 그자는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는 점이지.”
“그렇군요…….”
조이 요한셀은 카릴의 서신을 확인하고 그를 직접 만나러 가기 전까지 솔직히 말해서 이런 사람이 교단 내에 있는지도 몰랐다.
치유력이 뛰어나 전생에 황제의 주치의까지 올랐던 그는 현재 의료실을 총괄하는 사제였다.
서신에 적혀 있던 자 역시 비록 허드렛일을 하는 하급 사제라지만 눈썰미가 좋은 조이가 기억하지 못할 정도였으니 그가 얼마나 교단에서 존재감이 없이 생활했는지 알 수 있었다.
“칼락 타슌에게는 곧장 이곳으로 오라 명했겠지.”
“물론입니다.”
유린 휴가르는 조이의 대답에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 카릴, 그자가 아무리 괴물이라 할지라도 설마 신을 받드는 교단까지 뒤엎진 않겠지.”
“물론입니다.”
유린 휴가르는 마지막의 보험으로 신을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그가 믿어 의심치 않는 신을 죽이기 위해서 온다는 것을 그는 알지 못했다.
쿠웅…….
그때였다.
“주교시여……. 부름을 받고 왔습니다.”
중앙 건물의 문을 두들기는 소리와 함께 아래층에서 낮고 힘없는 목소리가 들렸다.
“들라 하라.”
유린 휴가르는 살짝 긴장된 얼굴로 열리는 문을 바라봤다. 그곳에는 허리가 굽고 지팡이에 겨우 의지하는 노인이 서 있었다.
‘……꼽추?’
칼란 타슌을 본 순간 유린의 얼굴은 굳어졌다.
이 시대는 의학의 연구가 연금술사에 의해서 진행되고는 있긴 하지만 현재까지도 대부분의 치료는 여전히 사제에 의존하고 있었다.
결국, 의료에 있어서는 과학이 아닌 신앙으로의 치료 위주의 세계라는 뜻이었다.
그렇기에 병을 그 자체로 보려 하기 전에 병의 시작을 신에 대한 인과관계로 먼저 해석한다. 그중에서도 사제들은 사람의 외형적 변화를 신에 대한 믿음의 부족으로 인해 발생한다고 여겼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곱사등이였다.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자신의 모습을 닮게 하였는데 그 외형을 가지고 태어나지 못한 자들은 곧 신의 저주를 받은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었다.
“조이?”
유린 휴가르는 어째서 등뼈가 굽은 자가 교단에 있을 수 있는지에 관하여 묻는 것처럼 조이의 이름을 불렀다.
“그게……. 칼란 타슌 님께서는 의료실의 허드렛일을 맡아 처리하고 계십니다. 대부분 새벽에 업무를 보시다 보니 교단에서도 딱히 얼굴을 보일 일은 없으시답니다.”
“내가 묻는 건 그게 아닐 텐데.”
시간이 언제든 중요한 것은 교단의 사제 중에 꼽추가 있다는 것이 유린으로서는 용납할 수 없는 모양이었다.
“아…….”
조이는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했다.
“송구하옵니다……. 하나뿐인 아들의 건강이 좋지 않아 믿음으로 치유를 하고자 제가 교단을 찾아왔습니다. 허드렛일이라도 하여 아들의 목숨이나마 연명할 수 있길 바란 아비의 마음입니다……. 주교께서 허락지 않으시다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칼란 타슌은 분위기를 감지한 듯 난처해하는 조이 대신에 유린에게 대답했다.
“아들? 무슨 병에 걸렸기에 그렇지?
“거인…… 병이라고 합니다.”
조이는 그의 물음에 난색을 표하며 말했다.
“돌겠군.”
그리고 유린은 같잖다는 얼굴로 두 사람을 노려보았다.
“아비는 꼽추에 아들은 거인병이라……. 저런 자들을 들여? 교단을 망하게 하려고 작정을 했군.”
“송구하옵니다.”
“사제란 이름을 달고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광인보다는 차라리 낫지.”
“……!!”
그때였다.
문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유린 휴가르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카, 카릴 님…….”
그는 사색이 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마치 사신이라도 본 듯한 그의 표정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하, 하하. 오셨습니까. 어쩐 일로 여기까지…….”
“왜? 내가 못 올 곳이던가.”
“아닙니다.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이쪽으로 오시지요.”
“그 자리.”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카릴은 유린 휴가르가 앉아 있던 의자를 가리켰다.
“네?”
“거저 올라온 자리는 아닐 거잖아. 주교의 자리에 앉으니 어때? 그 아래 흘린 피 덕분에 의자는 푹신한가?”
“그럴 리가요……. 갑작스러운 사태로 인해서 교단이 흔들리는 것을 방비하기 위해 카릴 님께서 제게 직접 명하지 않으셨습니까. 저는 모두 이를 위해서…….”
“맞아. 그랬지. 그런데 원래 있던 주교를 숙청하라고까지는 안 했는데?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던데? 제국에서 내 쪽으로 갈아타면서 그사이에 자신의 실리까지 챙길 명분을 만들다니 말이야.”
유린은 그의 말에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뭐, 나쁘지 않아.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교단을 맡고 있는 게 내 쪽에서도 편하니까. 날 화나게 하면 어떻게 되는지도 잘 알고 있고 말이야.”
카릴은 유린 휴가르를 지나서 그의 앞에 무릎 꿇고 있는 칼란을 바라봤다.
“당신이 하와트 타슌의 아비 되는 사람인가.”
“그, 그렇사옵니다.”
“지금 그는 어디에 있지?”
칼란은 고개를 숙이고서 제대로 카릴을 바라보지 못한 채 대답 대신 입술만을 들썩일 뿐이었다.
“너희를 책망하려 하는 것이 아니다. 뭐, 방법은 잘못되었지만 이해는 한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테니까. 아들을 살리려는 아비의 마음을 어찌 비난할 수 있겠어.”
“송구하옵니다……. 저 같은 자가 감히 신성한 교단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아니었는데.”
“내가 말하는 잘못된 방법이란 그걸 얘기하는 게 아니다. 그건 당신도 알 텐데.”
그 순간 칼란의 눈빛이 흔들렸다.
“신이 당신들에게 해준 게 뭔데?”
그리고는 의미심장한 얼굴로 묘한 미소를 지었다.
“일단 그를 만나지.”
* * *
[정말 놀랄 노자로군……. 거인족은 신화시대에 사라지지 않았던가?] [거인족이 아니라 거인처럼 커지는 병이라고 하잖았는가.] [그럴 리가. 라미느, 현실을 외면하려고 하지 말게. 자네도 저 몸에서 흐르는 피가 익숙하다는 것을 알지 않은가.]라시스는 그에게 핀잔을 주듯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완전히 사라졌다. 심지어 봉인이 아니라 멸족이 되었는데…….]“너희들이 생각하는 그것 맞아.”
[허…….] [정말이냐? 정말 그의 몸 안에 거인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고? 어떻게 이런 일이…….]카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정령왕들에게 짧게 대답했다. 그의 앞에는 방구석에 웅크리고 고개를 숙인 채 얼굴을 보이지 않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앉아 있는 그가 서 있는 카릴보다 더 커 보이는 것을 봐서 실로 거인이라 불려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커다란 사람이었다.
“……아버지?”
그는 덩치와 어울리지 않게 잔뜩 겁에 질린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헤임에 이런 곳이 있었군요.”
유린 휴가르는 눈앞의 거인보다 헤임 뒤쪽에 마련되어 있는 작은 오두막집이 신기하다는 듯 둘러보며 말했다.
하지만 결코 좋은 의미로 보는 것이 아니었다. 그는 당장에라도 이곳을 처분하고 싶어 하는 눈빛이었다.
“일어나보겠나?”
카릴은 웅크린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그는 카릴의 말에 어찌할 바를 몰라 들썩일 뿐이었다. 그러나 그가 조금 움직였을 뿐인데 그의 머리가 천장에 닿으려 했다.
“흐음, 이 자리에서 일어서려면 지붕이 무너지겠군. 이 안에 들어와서 생활한 지 얼마나 되었지?”
“…….”
남자는 대답하지 않았다.
유린은 행여나 카릴의 심기를 건드릴까 봐 조마조마한 기색으로 소리쳤다.
“어서 솔직하게 얘기하지 못하겠는가! 우리 모르게 교단에 몰래 숨어들어 온 지가 얼마나 되었냐는 말일세!”
그들이 이곳에 있는 것을 자신의 탓으로 돌리지 않으려고 어지간히 애를 쓰는 유린을 보며 카릴은 피식 웃었다.
“너를 해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 몸 역시 이단이란 오명을 받았던 이민족의 피가 흐르고 있다. 하지만 이렇게 당당히 교단의 영토에 있지 않으냐. 안 그래?”
남자는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카릴을 바라봤다.
“넌 병에 걸린 게 아니다.”
칼란 타슌의 아들, 하와트 타슌은 카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자신의 아버지를 제외하고 그 누구도 그렇게 이야기해 준 자는 없었으니까.
“오히려 어깨를 펴고 당당해져야 한다. 너는 신과 맞서 싸웠던 최초의 블레이더 중의 한 명인 타이탄의 후예니까. 지금까지는 그 힘의 정체를 알지 못했겠지만, 그 거대한 키와 체구 주체할 수 없는 힘은 타락이 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자 그에 맞서기 위해 반응한 것이다.”
“무, 무슨…….”
하와트 타슌은 카릴의 말에 입술을 씰룩이면서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고 있었다.
“저는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람입니다. 저 때문에 아버지께서 평생 죄업을 짊어지고 살아가고 계십니다.”
“응.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어.”
하지만 그런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카릴은 웅크리고 있는 커다란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세상 밖으로 나갈 수 없다?”
카릴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하게 만들어 줄게.”
철컥-
그 순간, 카릴은 검을 뽑아 칼란 타슌의 목에 겨누었다.
“아, 아버지!!!”
콰직!!
그가 다급함에 소리치며 자신도 모르게 일어서려 바닥을 짚자 그 힘을 주체하지 못하고 오두막의 기둥이 와르르 무너졌다. 동시에 오두막의 지붕이 부서지자 차가운 공기가 하와트의 얼굴을 때렸다.
“…….”
겨울의 햇빛은 생각보다 뜨거웠다.
그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멍하니 자신도 모르게 내리쬐는 태양을 바라봤다.
“하와트. 나는 네 아비를 협박해서 널 어찌할 생각이 아니야. 오히려 너희 부자는 내게 감사해야 할걸? 내가 병을 낫게 해주려는 것이니까.”
“……네?”
카릴의 목소리가 들리자 그는 그제야 정신을 차린 듯 황급히 그를 바라봤다.
“어때. 네 아비의 병을 고쳐 주면 너는 내게 힘을 빌려줄 수 있겠나? 이건 정당한 거래라 생각되는데.”
“그게 가능합니까?”
하와트의 물음에 모두가 카릴을 바라봤다.
‘도대체 저자가 또 무슨 꿍꿍이를 벌이려고 하는 거지?’
사제인 유린과 조이는 신이 인간에게 내린 불치병인 칼란의 굽은 등을 자신 있게 치료할 수 있다고 하는 카릴을 의아하게 생각했다.
그중에서도 특히 유린은 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네 아비의 병은 너와 달리 태어날 때부터 생긴 게 아니거든. 널 살리기 위해서 꼽추가 된 거다.”
“그게 무슨 말입니까?”
“별거 아냐. 그의 등이 굽은 이유는 마족과 거래를 해서거든.”
“……!!!”
“……!!!”
카릴의 말에 사람들은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왜? 믿기 어렵나? 그럼, 확인해 볼까.”
교단의 성지인 헤임에서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금단의 이름을 불렀다.
“하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