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6화(426/497)
260. 하와트 타슌 (2)
“마, 마족?!”
유린 휴가르는 차원문이 열리며 걸어 나오는 하가네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인간, 건방지구나. 감히 나를 보고 한낱 마족이라고 하다니. 목숨이 아깝지 않은가 보지.”
하가네는 그를 향해 무감각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죽여도 될까요?”
그러고는 카릴에게 말했다.
“뭐, 뭐라고?!”
유린 휴가르는 으르렁거리듯 소리쳤다. 하지만 어느새 하가네는 아무렇지도 않게 그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
치이이이익—!!!
그 순간 불에 지진 듯 유린 휴가르의 이마에서 타들어 가듯 연기가 솟구쳤다.
“아아아악!!!!”
그의 비명과 함께 하가네는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거칠게 밀었다.
“하명하시옵소서.”
고통에 찬 비명과 함께 쓰러진 유린 휴가르를 두고 그는 보란 듯이 카릴을 향해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네, 네놈……!!!!”
유린 휴가르는 시뻘겋게 화상을 입은 이마에 핏대를 세우며 소리쳤다. 비록 지금은 몸을 사리는 위인이지만 전생에는 광인(狂人)이라 불리던 그였다.
그는 당장에라도 하가네에게 달려들 듯 주위에 무기가 될 만한 것을 찾아 두리번거렸다.
“설마…….”
그때였다.
분노에 찬 유린 휴가르를 마치 어린아이가 재롱을 피우는 것처럼 우습게 보는 하가네를 바라보며 조이 요한셀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지, 진정하십시오! 스승님.”
그러고는 황급히 유린을 막아 세웠다.
“뭐하는 것이냐.”
화를 삭이지 못하는 그와 달리 교단의 성지인 헤임에서도 위풍당당하게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하가네는 조이를 향해 말했다.
“그래, 너는 조금 나에 대해서 아는 듯싶군.”
조이 요한셀은 고개를 끄덕였다.
“과거 문헌에서 보았습니다.”
“그래. 내가 누구지?”
“……마왕(魔王).”
그의 말에 유린 휴가르는 사색이 되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어떻게? 헤임에는 신성 사제들의 1급 결계가 쳐져 있을 텐데?”
“아니, 말이 충분히 되지. 고작 너희들이 만든 결계로? 신이 만든 봉인이 아니고서야 그 정도 결계를 뚫는 것은 내게 우스운 일이지.”
하가네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인간이여, 더 이상 우리의 대화를 방해한다면 그때는 이마가 아닌 입을 지져 주겠다. 너의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과연 누구라고 생각하지? 이분은 대륙의 주인이시다.”
하가네가 몸을 돌리고서 이번엔 카릴을 향해 한쪽 무릎을 꿇으며 신하의 예를 표했다.
“그리고 마계의 주인인 내가 그의 충직한 수하라는 뜻은 마계 역시 그분의 아래에 있다 할 수 있겠지.”
그러자 그곳에 있는 사람들은 지금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 혼란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왕이 헤임에 나타난 것도 놀라운 일인데 그 마왕이 인간에게 무릎을 꿇고 있으니 말이다.
“……!!!”
하가네는 유린 휴가르를 바라보며 마력을 발산했다.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마력은 그 어떠한 광인이라 할지라도 버틸 수 있을 리가 만무했다.
“쿨럭.”
짓눌리는 압박감에 유린은 자신도 모르게 헛기침을 하며 물러섰다.
“하가네. 네게 물을 것이 있다. 과거 저자와 계약을 한 마족이 있을 것이다. 그가 대가로 원한 것이 뭐지?”
하지만 그런 그와 달리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평온한 표정이었다.
“흐음…….”
카릴의 명령에 하가네는 칼란을 바라봤다.
“이 특유의 냄새는 제32계의 마족 중 한 명인 마툰의 냄새군요. 그는 마족 4기사 중 한 명인 아가레스의 아래에 있는 자입니다.”
“그래?”
“아뢰옵기 송구하오나 마족의 저주가 맞습니다.”
“말도 안 됩니다!! 마족 때문에 꼽추가 되었다니? 그들의 등이 굽는 이유는 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죄지은 자들이기 때문입니다!! 오직 신만이 죄를 벌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잠자코 있던 조이 요한셀이 하가네의 말을 부정했다.
“그렇다는데?”
“저 젊은 사제가 그래도 저 덩치보다는 용기가 있군요. 확실히 등이 굽는 형벌은 신이 인간에게 내린 벌이 맞습니다만……. 믿음에 의한 것은 아니지요.”
하가네는 유린을 보며 코웃음을 쳤다.
“만약 그랬다면 마족들은 모두 굽은 허리로 바닥만을 보며 살았을 테니까요. 하지만 멀쩡하지 않습니까. 그건 인간도 마찬가지. 이 세계의 모든 인간이 율라를 숭배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화르르륵……!!
그의 발아래 붉은 핏물이 가득 고이기 시작했다.
“너희들이 세운 교단을 내가 엉망으로 만든다 한들 과연 신이 나를 벌할까? 아닐걸. 그렇다고 인간이 과연 나를 벌할 수 있을까? 과연 누가? 네가?”
끈적끈적한 핏물이 오두막을 가득 채워 바닥에 스며들자 유린은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쓸데없는 짓 하지 마.”
카릴의 한 마디가 떨어지자마자 하가네의 발아래 흥건했던 핏물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묻는 말에나 정확히 대답해. 그가 마족과 계약을 한 것이 맞는가?”
“그렇습니다.”
“미, 믿지 말거라!!”
카릴은 쏟아지는 잔해들 사이에서 칼란에게 시선을 옮겼다. 싸늘한 시선만큼이나 차가운 얼음 발톱의 냉기만이 공간을 짓눌렀다.
“마족? 제가 아무리 배운 것 없이 남에게 빌어먹으며 살아왔어도 알 것은 압니다. 신께서 무지한 저를 가엽게 여기어 아들의 목숨을 이어주셨습니다. 대신 그 대가로 평생을 교단에 몸 바치라 하였습니다.”
[네가 대밀림을 떠나기 전에 말했던 사람은 하와트가 아니라 저 노인네였군. 정말로 그는 이 말도 안 되는 행위가 신의 숙제라 생각하고 있으니…….]알른 자비우스는 고개를 저었다.
그러고는 나지막한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신이 아니라 마족이 신의 행세를 한 것이겠지. 꼽추의 모습으로 교단에서 살아라? 웃기지도 않은 일이야.”
카릴은 하가네를 바라봤다.
“마족이란 족속들은 다 이런가? 놈은 그와의 거래를 성사한 후 웃음을 참지 못했겠지. 저 꼴을 구경할 생각에 말이야.”
“마족은 결코 선량하지 않습니다. 저희와의 거래는 언제나 불공평합니다만,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거래를 하는 것은 그만큼 원하기 때문이지 않겠습니까.”
“하나, 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하면?”
“목을 베겠습니다.”
하가네는 가차 없이 말했다.
“내 앞에서 머리 굴리지 마. 마족은 목을 벤다고 죽지 않는 걸 알고 있는데 어디서 수작이야?”
카릴이 차갑게 되묻자 하가네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오해하지 마시길. 소멸에 대하여 인간의 입장에서 말씀을 드린 것뿐입니다.”
“짚고 넘어가지 않았더라면 빠져나갈 구멍으로 썼겠지. 너야말로 조심해라. 하가네.”
그의 말에 하가네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원문을 넘어 사라졌다. 그가 떠나자 카릴은 칼란을 바라봤다.
“봤지? 녀석은 내 수하라 자처하면서도 여전히 머리를 굴린다. 마족은 절대로 믿어서는 안 되는 놈들이다. 녀석들은 야금야금 천천히 인간을 갉아먹지.”
“……절 협박해서 아들을 이용하려는 것이라면 포기하시는 편이 좋을 겁니다. 아무리 당신이 대륙의 주인이라 한들……. 저 아이를 전장에 데려 가봐야 소용없습니다. 절대 남을 해치거나 하는데 어울리는 성격이 아니니…….”
칼란 타슌은 그의 눈빛이 두렵지 않은 듯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알지?”
하지만 그런 그를 향해 카릴은 도리어 차갑게 대답했다.
“그를 봐라.”
“저 눈빛을 보라고. 새장 속에 가두는 것이 정말 당신의 아들을 위함이라 생각하나? 세상 밖으로 나오길 간절히 바라는 그를 두고?”
“하지만…….”
“세상이 험난하다는 것은 누구보다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과거, 이민족의 후예로서 세상을 대면했을 때 나를 막아 세우던 수많은 벽에 좌절하기도 했으니까.”
카릴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내가 온 것이다. 대륙의 주인이 바뀌었으니 세상 역시 바뀌어야지. 더 이상 그 누구도 등이 굽었거나 남들보다 크다 하여 그를 배척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 모든 평등이 존재할 수 없듯 나의 명령만으로 음지까지 변하진 않겠지.”
하와트는 긴장 가득한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그건 네가 바꿔야 한다. 네 앞은 결코 꽃길이 아니다. 하지만 하와트, 그렇다고 해서 네가 살아갈 인생을 아비에게 맡기지 마라.”
카릴의 말에 하와트는 자신도 모르게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기분이었다.
태어나서 다른 사람과 다른 외모에 질시 받던 인생이었다. 제대로 인생을 경험을 해보기도 전에 쫓기듯 이 헤임으로 온 것이었다.
하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막연한 불안감만 가득했던 세상이었지만 분명 마음 한편에는 호기심도 있었다.
“하지만 강요하지는 않겠다. 그러나 명심해라. 백성은 무지하고 그들의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렵지만 그래도 그들의 생각을 바꾸려 한다면 더 이상 무지한 백성 안에 머물지 마라.”
“……어떻게 해야 합니까?”
“영웅이 돼라. 모두가 찬양할 수 있도록. 그럼 세상의 평가는 달라진다.”
“……!!!”
그의 말에 당사자인 하와트 타슌 뿐만 아니라 유린 휴가르를 비롯해서 그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집 안에 갇혀 평생을 음침하게 살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그에게 영웅이란 말이 가당키나 한 것이었는가.
“그 앞에 내가 있을 것이고 너는 내 등을 바라보며 따라오기만 하면 된다.”
“아버지…….”
하와트는 카릴의 말에 파르르 입술을 떨며 칼란을 바라봤다. 칼란 역시 그 눈빛을 외면하지 못했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 듯 보였다.
“율라의 입장에서 본다면 당신은 죄를 지은 것은 맞지. 자신을 섬기지 않고 마족을 섬겼으니까.”
“그, 그건…….”
“믿기 힘들겠지. 하지만 이제 내 말을 믿을 수 있을 것이다.”
툭-
그때였다.
칼란의 앞에 뭔가가 떨어졌다.
“……?!”
놀랍게도 그것이 마족의 잘린 머리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그는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인간. 너와 계약한 마족이다.”
어느새 다시 나타난 하가네가 바닥에 떨어진 마툰의 주검을 가리키며 말했다.
“계약은 풀렸다.”
우우우우웅……!!
그 순간 칼란의 몸 주위에 마치 독기가 빠져나가는 것처럼 검은 연기가 흩어졌다.
칼란은 그 광경에 깜짝 놀라며 손을 들어 몸을 훑었다. 그 순간 그는 자신의 허리가 꼿꼿하게 펴져 있음을 깨달았다.
“이, 이게 어떻게…….”
“나는 마족과 계약을 한 자를 두둔하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럼 네게 묻겠다. 당신이 계약을 한 자가 마족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너는 마족을 원망할 것인가? 신이 해준 것이 뭐지?”
“그, 그런…….”
“적어도 마족은 당신의 아들의 생명을 연장시켜 주기라도 했지. 타이탄의 피는 너무나도 강해 인간의 몸이 버티지 못하니, 확실히 하와트의 수명은 절대 길지는 않았을 터.”
칼란은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아들을 바라봤다.
“그렇다고 도와주지 않고 내버려 둔 신을 원망할 필요도 없다. 비록 속았다고는 하지만 너의 속죄는 분명 진심이었을 테니까.”
“제가……. 어찌하길 바라십니까.”
“아무것도 하지 마라.”
망설임 없는 카릴의 대답에 칼란은 뭐라 할 말을 잃은 듯 그를 바라봤다.
“자식이 결정할 수 있도록 지켜보는 것이 아비가 된 자가 할 일이니까.”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하와트의 곁으로 걸어갔다.
“마족과의 계약이 파기된 것에 불안해할 필요 없다. 어떤 마족이든 상관없이 모두 내 아래에 있으니 너의 목숨은 내가 지켜주겠다.”
워낙 큰 키의 거구라 그가 올려다봐야 했지만 하야트는 자신보다 훨씬 작은 그를 마주하는 것만으로도 마치 태산을 앞에 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오랜만에 보는 태양이 어때?”
그때였다.
그의 물음을 듣는 순간 하와트의 눈가에 눈물이 글썽였다.
“……처음입니다.”
그러고는 목이 메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듯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울먹이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음?”
카릴이 그런 그를 바라봤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태양을 직접 바라봅니다.”
그의 말에 대답 대신 카릴은 그저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가자. 네가 있어야 할 곳으로.”
툭-
그러고는 그의 허리를 아무렇지 않게 가볍게 치며 말했다.
“하나, 걱정 마라. 네가 허리를 펴고 당당히 걸어 들어갈 수 있도록 자유국의 성문을 크게 만들어 두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