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7화(427/497)
261. 태양의 힘 (1)
[전생의 기억을 교묘하게 잘도 이용하는군.]칼란의 오두막에서 돌아오는 마차 안에서 알른 자비우스가 말했다.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카릴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하와트 부자의 생각을 바꾸게 만드는 것과 동시에 마왕이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덜미를 잡아 뒀으니 말이야. 마왕은 앞으로 더 신중해지겠지.]알른은 카릴이 대답을 하지 않아도 연신 주절거리기 시작했다.
‘아직 끝난 게 아냐.’
[그렇지. 마족은 언제나 경계해야 한다. 하지만 반대로 녀석이 우리를 조심스러워 할수록 놈이 꿍꿍이를 펼칠 범위도 좁아질 것이야.]‘하가네를 말하는 게 아냐. 딱히 그를 잡아 두기 위해서 그런 게 아니까. 마족인 녀석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궁금하지도 않아. 어차피 내게 도움이 되는 것을 생각하지는 않았을 테니까.’
[……그러면?]‘안챠르와 마찬가지다. 하와트의 마음에 짐을 남겨 두지 않기 위해서다.’
[마음의 짐?]‘그래. 전생에선 안챠르와 마찬가지로 하와트 역시 이번 사건으로 인해 아버지가 죽었거든.’
같은 과거.
하지만 두 사람이 받아들이는 아버지의 죽음은 명백하게 달랐다.
‘두 사람은 타락이 나타나고 난 이후 자신의 능력을 깨달았다. 그 녀석의 몸 안에 타이탄의 피가 흐르는 것은 그저 그의 문제지 타락과 관련된 능력이 아냐.’
[흐음…….]‘뭐, 타이탄의 피가 블레이더로서 타락과의 전쟁에서 영향을 끼치는 것은 맞지만, 그의 힘이 각성하는 데에는 다른 이유가 있었다.’
안챠르는 자신의 힘이 약해 타락의 습격으로 대륙이 파괴되던 당시에 가족을 잃게 되었지만, 하와트는 자신의 손으로 아비를 죽이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믿을 수가 없군. 덩치만 컸지 아무짝에도 쓸모없어 보일 정도로 순박한 그놈이? 자신의 아비를 스스로 죽였다고?]그 순간 알른은 카릴을 바라봤다.
[설마……. 그게 마족과 관련되어 있다는 뜻인 거냐.]알른은 그의 아버지인 칼란이 마족과의 계약했던 것을 떠올리며 물었다. 카릴은 그런 그의 말에 옅게 웃었다. 그의 비상한 머리는 확실히 마도 시대에 천재라 불릴 만했다.
‘맞아. 덕분에 대륙을 습격한 마족들의 침공을 막을 수 있었던 것이기도 하지만…….’
전생에 신탁 전쟁이 일어났을 때,
타락과 함께 대륙을 습격했던 종족 중에는 마족도 있었다. 그들은 언제까지나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만 철저하게 움직인다.
녀석들은 때론 신으로 변장하고 어떨 때는 사랑하는 이로 둔갑하여 인간을 유혹하고 괴롭혔다.
칼란뿐만이 아니었다.
신탁 전쟁이 일어나기 이전에 마족들은 이미 대륙 곳곳에 마수를 뻗은 지 오래였으니까.
‘전쟁이 발발한 이후 그런 자들은 마족의 제물이 되었지. 칼란도 예외는 아니었다.’
[과연……. 그렇겠지. 마족과 계약을 했던 그가 살아남을 수 있을 리 없을 터. 너는 네가 알고 있던 전생의 기억을 통해서 그전에 칼란을 살려 하와트의 미래를 바꾼 것이로군. 아무도 모르게 말이야.]‘반은 맞고 반은 틀려.’
[……흠?]‘전생에 하와트가 칼란이 죽고 얻은 이명이 뭔지 알아?’
[뭔데 그러느냐.]카릴은 피식 웃었다.
‘마족 사냥꾼.’
[하아?]알른은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다는 듯 자신도 모르게 소리치고 말았다. 다행이라면 그의 외침을 들은 인간은 없다는 것이었다.
[마족 사냥꾼……? 유치하기 짝이 없군. 그래, 그럼 그가 얻은 능력은 뭐지? 마족만 보면 강해지기라도 하는 건가.]그 놀람은 약간의 코웃음과 함께 놀림으로 바뀌었다.
‘맞아. 마족에 특화된 힘이지. 그가 전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만으로도 놈들의 몸이 타들어 갔다.’
[허…….]하지만 카릴은 그의 말에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설마……. 그가 태양의 힘을 가졌다는 말인가?]라미느가 말했다.
‘역시 너희들은 알고 있군.’
알른의 놀람을 들은 인간은 없었지만, 인간을 제외한 나머지 존재들이 오히려 두 사람의 대화에 흥미를 보였다.
[믿을 수가 없군. 그 힘은 타고날 수 없는 것인데……. 게다가 율라가 그 힘을 허용할 리가 없어.] [글쎄, 완전히 불가능한 것도 아니지. 정말로 그가 타이탄의 피를 가진 것이라면 말이야. 최초의 블레이더였던 거인족의 수장, 크로논은 분명 태양의 힘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마족들에겐 확실히 끔찍한 힘이지.]침묵을 지키던 정령왕들의 말이 머릿속에 울리자 카릴은 그들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살짝 귀찮은 표정으로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인 것은 어째서 타이탄의 피가 남아 있냐는 것이겠지.] [그 힘을 율라가 용인한 것도 의문이야. 태양의 힘은 빛의 힘과는 또 다르다. 자신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힘을 그냥 두다니…….] [어째서?]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동안에도 카릴은 아무런 해답을 얘기해 주지 않았다.
알른이 먼저 그에게 물었다.
‘아니. 악연은 사라지지 않았어.’
[그게 무슨 뜻이지?]카릴은 그 순간 차갑게 눈빛을 빛냈다.
‘마족들은 언제나 인간계를 호시탐탐 노리기 위해 준비했다. 그리고 그 통로가 된 것이 우든 클라우드였지. 타락을 모시는 자들이지만 그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을 준 건 마족이니까.’
[맞다. 마계에서만 나는 식물들을 재배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으니까. 녀석들이 인간계를 넘보는 것은 예전부터 있었던 일이지.]그렇기에 카릴이 하가네를 자신의 수족으로 두었을 때 가장 먼저 우든 클라우드의 섬멸을 명령한 것도 그 이유 때문이었다.
‘우든 클라우드는 결국 대륙에 심어 놓은 마족의 잔재들이라 할 수 있다. 전생의 마왕은 율라의 편에 섰다면 이번 생의 마왕은 내게 도박을 건 것이겠지.’
결코 카릴은 하가네가 자신을 지원하는 것에 대해서 스스로의 계획이 뛰어나기 때문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율라와 자신.
마족이란 결국 어느 쪽에 서도 이상하지 않은 종족이기에 언제든 배신을 할 가능성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할 뿐이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번은 아냐.’
[아니라니……?]‘정령왕들의 의문처럼 어째서 율라는 하와트가 가진 거인의 힘을 놔뒀을까. 하와트의 아버지인 칼란은 평범한 인간이지. 과연 그가 하와트를 낳은 것일까? 백금룡이 키메라를 만들었던 것 기억해 봐.’
[설마……. 그가 만들어진 인간이라는 뜻인가?]‘비슷해. 어렵게 생각할 필요 없어. 하와트에게 힘을 준 것이 율라이기 때문이거든. 그러니 타이탄의 힘을 허락하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 자신이 준 힘이니 일부러라도 쓰게 만들어야지.’
[말도 안 돼. 분명 너는 칼란이 마족과 계약을 한 것이라고 하지 않았느냐?!]‘전생에 우리를 모두 모아 놓고 신탁을 내릴 때 율라가 직접 그리 말했으니까. 우리는 당연히 믿었지.’
[……!!]알른은 이번에는 소리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침묵이 오히려 조금 전 비웃음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경악의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하가네에게 확인해 보니 아니더군. 내가 그의 마음의 짐을 덜어내고자 하려는 것은 율라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게 하겠다는 의미였다. 전생에 신탁의 10인은 결국 율라에게 이용당한 것뿐이니까. 그리고 나는 이 사실을 하가네에게 말했다. 우리는 율라가 만들어 놓은 계획처럼 연극을 했을 뿐이지.’
[허…….]‘하가네도 이 연극에 동참하기로 했다. 왜냐면 율라가 타이탄의 피를 하와트에게 준 이유가 마족을 멸살하기 위함이라는 데 그도 동의했으니까.’
[정말 놀랄 노자로군. 마족이 인간을 해하려고 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신이 만들어 놓은 계략이었다? 그리고 그걸 네가 이용하고? 도대체 몇 개의 계략이 뒤엉켜 있는 거지.]알른 자비우스는 속임수 위에 또 다른 속임수 그리고 그마저 끝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전생에 관해서 마왕이 믿던가?]‘그는 카이에 에시르의 정수를 내게 넘겨 주었던 그 시점에서 이미 내가 시간을 거슬러 왔다는 것을 짐작하고 있었으니까. 이렇다 할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적어도 내 쪽에 패를 던진 상황에서 나를 따를 수밖에 없겠지. 물론, 녀석은 내가 알고 있는 전생의 기억을 빼내기 위해서 뒤에서 수작을 부리려 하겠지만 말이야.’
[앞뒤로 적인 상황이로군.]‘언제는 안 그랬어?’
카릴은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며 가까워지는 헤임을 바라봤다.
[그럼 이제 하와트에게 있는 숨겨진 힘을 어떻게 끄집어낼 거지? 파렐은 나타났지만 네피림이 죽으면서 신탁이 무산되어 더 이상 율라가 나타나지 않을 텐데.]‘내가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나는 파렐에서 억겁의 시간을 인내하며 버텨왔다. 비록 마법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그 이외의 것들은 알른, 당신보다 더 많은 것을 깨우쳤어.’
이따금 잊을 때가 있었다.
몇 달만 지나면 이제 성인식을 치르게 될 나이인 카릴은 그저 신체만이 어릴 뿐, 그의 정신은 이곳에 있는 그 누구보다도 현명한 자라는 것을.
“유린.”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마차 안에 마주 앉아 있던 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말했다.
“……네, 말씀하십시오.”
“지금 교단에 있는 성구는 몇 개나 되지?”
“예?”
“성구(聖具) 말이야. 교단의 사제들이 쓰는 하급이 아닌 주교와 성녀에게만 허락된 최상급의 성(聖)무구들. 일전에 라엘 스탈렌이 썼던 지팡이 같은 도구들 말이야.”
“아아……. 네.”
유린 휴가르는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당황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저 인간이 또 뭘 하려고…….’
제국이 멸망하고 난 뒤 유린 휴가르는 카릴의 기대만큼 누구보다 바삐 움직였다. 사제이면서 타이란 슈테안이 황제로 있을 때부터 이미 제국과 긴밀한 관계를 가졌던 그의 성향은 변해 버린 상황에 가장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유린 휴가르는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비밀리에 우든 클라우드와 관련이 된 교단의 사제들을 처리해 나가고 있었다.
불과 30년 전 제국의 비호 아래 교단이 꽃을 피웠던 전성기 시절과 비교하면 헤임 안에 살고 있는 사제의 숫자는 이제 절반도 채 남지 않았다.
“그게…….”
그중에는 성구를 관리하던 자들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성구란 곧 교단의 유물이자 무구와 같은 것이었으니 각별한 관리가 필요한 일이기에 우든 클라우드가 아무에게나 맡길 리가 없었다.
“네게 뭘 시키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너는 지금까지 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주고 있었으니까. 예전에는 서쪽 사당에 놔뒀었지? 그동안 우든 클라우드의 끄나풀들을 네가 숙청해 낸 덕분에 성구의 주인 자리가 많이 비었을 것 같은데. 어때?”
“……그걸 어떻게?”
“사당에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그쪽으로 가자.”
카릴은 더 이상 자신에게 말을 걸지 말라는 듯 팔짱을 끼며 눈을 감았다. 유린 휴가르는 그런 그를 바라보며 어찌할 바를 모르다 결국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하와트를 데려가기 전에 그에게 줄 선물을 하나 만들어야겠어.’
[그게 네가 교단에 다시 돌아온 진짜 이유였군.]‘맞아. 이번 생에는 거짓된 신탁으로가 아닌 그 스스로 태양의 힘을 끄집어낼 수 있도록 만들 거거든. 그러기 위해서 필요한 성구가 있다.’
신탁이 내려졌을 때 네피림들에게 율라는 말했었다.
교단에 자신의 힘 일부를 잠들게 두었으니 그 힘을 찾아 타락을 처단하라고 말이다.
카릴은 전생의 기억을 떠올리며 차갑게 웃었다.
‘율라의 힘은 여전히 교단 아래에 보관되어있지만 더 이상 그 힘을 쓸 수 있는 네피림들은 없군.’
천천히 눈을 뜨자 그의 눈빛에서 흘러나오는 예기에 유린 휴가르는 자신도 모르게 꿀꺽 마른침을 삼켰다.
“그럼 우리가 써야지.”
카릴은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