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2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29화(429/497)
261. 태양의 힘 (3)
“배, 백금룡……?!”
“유린. 너는 이제 물러나라. 더 이상 네가 관여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곳이 백금룡의 새로운 둥지라니요. 여긴 율라를 모시는 성스러운 교단입니다!”
꽈악-!!
그 순간 카릴이 유린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큭?!”
뼈가 으스러질 것 같은 고통에 유린은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지르고 말았다.
“성스러운 교단? 유린 휴가르. 네 눈은 옹이구멍이냐. 제국에서 네가 본 건 뭐지? 내가 널 교단에 남겨 놓은 이유가 뭔지 또 설명해 줘야 하는 것은 아니겠지.”
“……제가 독실한 사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잘 안다면 내 앞에서 더 이상 성스럽다는 단어를 쓰지 마라.”
카릴은 유린의 잡은 팔을 놓으며 말했다. 시퍼렇게 멍이 든 손목이 욱신거렸지만 유린은 차마 회복 마법을 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사제의 회복 마법은 결국 신의 힘을 빌려 치유하는 것이었으니까. 괜히 카릴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봐 두려웠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따라가겠습니다.”
“…….”
“좋든 싫든 저는 사제입니다. 세상이 어떻게 보든 교단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서 책무를 다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럼 내가 오기 전에 와봤어야지?”
“그건…….”
카릴은 사당의 지하 문 앞에서 들어가기 직전 발을 멈추며 물었다.
“전 주교에 대해서 하던 얘기를 계속해 봐.”
“……네?”
유린은 그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끝입니다. 반란은 성공하였고 사제들은 라엘 스탈렌을 성녀이자 주교로 추대하였습니다. 제 생각엔 그 당시에 저와 조이 요한셀은 다른 임무로 외부에 있다가 소집으로 돌아온 직후라 환각에 당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요.”
“아니면 그들은 스스로 원해서 환각에 빠져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지. 애초에 라엘의 밑에 있던 자들은 우든 클라우드였을 테니까.”
“……그들이 원하는 게 뭡니까?”
유린 휴가르는 지금껏 우든 클라우드를 공국의 비밀 단체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교단 전체를 집어삼킬 정도의 엄청난 규모였으며 그를 떠나 백금룡이 연관되어 있다는 점에서 그들을 단순한 단체로 볼 수 없었다.
“나도 몰라.”
하지만 카릴에게서 돌아온 답변은 꽤 단순명료해서 오히려 유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미친놈들에게 답이 어딨어?”
“하, 하하…….”
“다만 그 미친놈들 때문에 세상이 미쳐 버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니까 그렇지.”
유린은 그의 말에 머리를 긁적였다.
“넌 아직 사제의 축복을 쓸 수 있나?”
“네.”
“그렇군. 율라는 아직 교단에게 힘을 빌려주고 있나 보군.”
“이러니저러니 해도 대륙에 율라를 따르는 자들은 많습니다. 변방의 백성들은 모르겠지만, 신탁을 내리러 왔던 네피림들을 물리쳤던 카릴 님의 소문은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그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항간에서는 신의 축복을 내리러 온 천사들을 카릴 님이 물리쳐 그 벌로 저 탑이 나타난 것이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카릴은 유린의 말에 코웃음을 쳤다.
“진실을 언젠가 알게 되겠지. 너는 신의 힘을 버리지 않고서 날 따를 수 있겠나?”
“저는 기사도 아니고 귀족도 아닙니다. 그 이전에 사제니까요. 신의 힘을 버리지도 카릴 님을 따른다고도 못 박지 않았습니다.”
“그래? 그럼 너는 내게 걸림돌이 되는 건가. 신의 편에 서려는 놈이라면 너는 지금 여기서 죽어도 할 말이 없겠지.”
“불손하게 보이겠지만 저는 그래도 사제입니다. 사제이기 때문에 작금의 사태를 확인해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카릴 님께서 제게 교단을 맡긴 이유는 단지 제가 귀족의 뒤나 쫓으며 부를 쌓으려는 사람이 아니라 우든 클라우드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게 더 맞지 않습니까?”
그는 먼지를 털어 내듯 손뼉을 치고서 말했다.
“영웅은 강합니다. 하나 그 힘으로 자칫 폭군이 될 수 있으며 백성은 무지합니다. 소수가 뒤늦게 진실을 외쳐봐야 그들은 힘의 논리에 굴복하고 말죠.”
“내가 폭군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제 말이 그런 의미가 아니란 걸 아시지 않습니까. 비록 저는 독실하진 않지만 근본인 사제의 눈으로 신을 봅니다. 그리고 신이 틀렸다면 인간에게 전할 의무가 있습니다.”
“신을 믿는 것이 사제의 의무일 텐데?”
“독실하지 않은 사제니까요. 저는 신을 바라보되 철저히 인간의 편이거든요.”
유린은 마치 장난기 가득한 표정을 지으며 웃었다.
그르르르릉…….
“그러니 저도 확인해야 하겠습니다.
그는 카릴을 지나 사당의 문을 활짝 밀며 그 안으로 들어갔다.
“이 안에 뭐가 있는지.”
* * *
“…….”
빛의 구슬을 소환하고서 자신 있게 앞장서서 걸어가던 유린은 몇 번이나 뒤로 물러서고 싶은 마음이었다. 사당 안은 마치 폭발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폐허가 되어 있었다.
게다가 여기저기 날카롭게 날에 베인 것처럼 석벽들에 상처가 나 있었다.
[마치 발톱으로 긁은 것 같은 모습이로군.]알른 자비우스는 사당의 주위를 훑으면서 부서진 기둥의 잔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정도로 파괴되었다면 헤임에서도 크게 소란이 났을 법한데…….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네가 없을 때 그런 것일 수 있고 아니면 들리지 않도록 봉인을 했을 수도 있지.”
“봉인이라니요. 헤임에서 마법을 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비록 마력이 신의 축복이라고는 하지만 이곳에서는 오직 사제만이 힘을 발현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제는 신의 힘을 빌려 신성력만을 씁니다.”
“예외인 자가 한 명 있잖아.”
“……네?”
“마력을 쓰면서도 신의 사도가 된 배신자.”
“배신자라니요……?”
유린은 누구를 말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도 그럴 것이 신령 대전의 일을 그가 알 리 없었다.
“나르 디 마우그.”
카릴은 이렇다 할 설명 대신 백금룡의 이름을 힘주어 말할 뿐이었다.
툭-
발끝에 치이는 돌이 정적 속에서 바닥을 튕기며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두 사람은 어쩐 일인지 섬뜩한 기분에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
“흐억?!”
유린 휴가르는 앞을 바라보자 깜짝 놀라며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사당의 안쪽에 마치 기도하듯 한 사람이 두 손을 모은 채로 무릎을 꿇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가 입고 있는 옷은 평범한 사제의 것이 아니었다. 양쪽 어깨에 길게 늘어뜨린 파샤(Fascia)의 문양을 본 순간 유린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주…… 주교님?”
낯익은 얼굴에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뭔가 익숙한 냄새가 난다고 했더니 제국의 수도에 있던 마굴과 비슷하군.]그 순간 알른이 굳어 버린 유린을 뒤로한 채 주위를 바라보며 말했다.
“맞아.”
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 저……. 저기. 주…….”
“알고 있어. 하지만 이미 죽은 자다.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은 너도 알잖아.”
“하지만…….”
유린이 궁금한 것은 교단의 성구를 보관하는 이곳에 어째서 전 주교의 시신이 있는 것인지였다.
“교단의 성지인 헤임에 버젓이 마굴이 존재한다는 것이 우스운 일이겠지만……. 만약 주교 역시 우든 클라우드였다면 조각난 퍼즐이 맞춰지지. 그가 교단을 광신교로 만들고 백금룡은 라엘 스탈렌 이전에 주교를 실험 대상으로 썼다면 고작 마굴 따위가 헤임에 있는 것은 이상한 일도 아니지.”
“마, 마굴이라니…….”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천천히 걸음을 옮겨 무릎을 꿇고 기도하고 있는 주교의 시체를 향해 갔다.
퍼억—!!!!!
그러고는 있는 힘껏 얼음 발톱을 휘둘러 시체를 부숴버렸다.
“무, 무슨 짓입니까?!”
유린은 산산조각이 나 쓰러지는 주교의 시체를 보며 깜짝 놀라 소리쳤다.
“우리가 잘못 짚었어.”
산산이 조각난 뼈들이 사방으로 튕기듯 쏟아졌고 마력을 머금은 뼛조각들이 낡은 벽에 박히자 벽돌들이 먼지를 뿜어내며 무너져 내렸다.
“……!!!!”
그 순간 유린은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무너진 석벽 뒤로 수많은 시체가 쌓여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들은…….”
“내가 맞춰 볼까. 저 녀석들 라엘을 따르던 자들이 아닌가?”
“……맞습니다.”
카릴은 유린의 말에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교단의 아래에서 이런 짓을 벌이다니. 역시 드래곤은 신을 기만하는 행위도 급이 다르군.”
그는 그렇게 말하며 기분 나쁜 듯 퉷-! 하고 침을 뱉으며 앞을 응시했다.
“여긴 백금룡의 새로운 레어가 아냐. 아니, 레어였던 곳이겠지. 여기도 약속의 땅과 마찬가지로 녀석이 쓰다 버린 곳이다.”
[……아무래도 그런 것 같군.]“그저 녀석의 쓰레기 처리장일 뿐이지.”
카릴은 차갑게 비웃었다.
‘백금룡……. 너는 이제 사라져 내 마력이 되었지만 네가 남긴 것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들의 해답을 그곳에서 찾을 수 있겠지.’
나르 디 마우그는 결과적으로 이번 생에 그에게 용의 심장을 얻을 수 있도록 한 장본인이었다.
그는 분명 알고 있었을 것이다.
카릴이 과거로 돌아가게 되면 카릴 본인의 미래만이 아니라 자신의 미래까지 바뀔 것임을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르 디 마우그는 오히려 카릴에게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제시했다.
‘네가 날 이용해서 하려는 것이……. 인간의 가능성을 실험하는 것이 끝이었을까.’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전생에 관하여 물어볼 수는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리고 물어볼 대상도 이제 존재하지 않았다.
[크르르르르…….]그때였다.
무너진 석벽 뒤에 쌓여 있는 시체들이 들썩이더니 그 안에서 날카로운 울음소리가 들렸다.
[백금룡의 빈 레어에도 키메라가 있었지. 네 말대로 금역에서 자리를 옮겨 놈이 실험을 했던 장소가 이곳이었나 보군. 하긴 그곳보다 여기가 훨씬 더 재료를 조달하기 용이했을 테니까.]“재료라니요……?”
[저기 네 눈앞에 보이지 않느냐.]조금 전 쌓여 있던 시체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다가 카릴에 의해 머리가 부서진 주교의 시체 역시 뼈들이 다시 조각조각 합쳐지며 모습을 맞춰나가기 시작했다.
“어, 언데드……!?”
[사제들을 언데드로 만들다니 정말 미친 짓을 벌여 놓았군.]알른은 그 모습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백금룡 그자는 정말 모든 경우의 수를 실험했던 건가. 단순히 엘프와 인간이란 종족뿐만 아니라 신성력을 가진 사제를 대상으로까지 실험을 했으니……. 다음엔 암흑력을 가진 자들이려나?]“쓸데없는 소리 하지 마.”
카릴은 알른의 반응에 핀잔을 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륙에서 암흑력을 가진 존재는 불멸회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유린. 저건 언데드가 아냐.”
그러고는 고개를 돌렸다.
“네?”
“부활한 게 아니라 시체들이 합성된 거다. 일종의 키메라란 말이지. 잘 봐. 사자(死者)의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신성력을 고스란히 가지고 있다. 평범한 흑마법이라면 절대로 불가능한 일이지.”
카릴의 말에 유린이 우글거리는 시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말도 안 돼……. 불사와 신성이 함께라니. 그야말로 신을 모독하는 일이지 않습니까. 이런 짓을 백금룡이 했단 말입니까? 그것도 교단 안에서?!”
유린은 이를 바득 갈며 인상을 구겼다. 아무리 그라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던 모양이었다.
“천상의 군대를 이끄는 신이시여……. 영혼들을 멸망시키는 악령을 지옥으로 내던지소서.”
그는 눈을 감으며 성호를 긋고서 천천히 눈을 떴다.
“율라의 기쁨이 있으리.”
기도문을 읊자 그의 주변이 붉게 빛났다. 유린 휴가르의 특기인 고양 주문(高揚 呪文)이었다.
“지옥으로?”
오랜만에 보는 그 모습에 카릴은 주위를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 건 신에게 빌지 말고 네가 직접 해.”
카릴은 벽에 걸려 있는 성구 중에 커다란 망치를 꺼내었다.
“받아.”
그가 유린에게 망치를 던지듯 건네자 유린에 손에 닿은 망치가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건……. 지옥추(地獄鎚)?”
“블레이더의 무구와는 반대로 성구는 그 율라의 힘을 담고 있는 무구니까. 신성력을 주입하는 과정에서 도구로 쓰기에 안성맞춤이야. 게다가 이름도 완전히 네게 딱 어울리는군.”
카릴은 성구를 들고 있는 피식 웃었다.
그가 건넨 지옥추는 다름 아니라 전장의 광인이라 불리던 전생에 유린 휴가르가 썼던 무구였기 때문이었다. 고양 주문으로 붉게 빛나는 모습까지 그 예전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카릴은 감회가 새로웠다.
“신을 버린 자들인지 신에게 버림받은 자들인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저런 꼴로 두고 싶진 않습니다.”
유린 휴가르는 해머의 손잡이를 꽉 쥐었다.
“사제로서 그리고 인간으로서 저는 아무래도 카릴 님을 따라가야 할 것 같군요.”
“날 받들어봐야 이익을 볼 수 있는 것은 없는데? 내가 만들 자유국엔 네가 원하는 부가 없다.”
“진실은 있잖습니까. 그걸 전해야 할 의무를 제가 짊어지겠습니다.”
[스스로 고행의 길을 가려는구나.]알른 자비우스는 유린 휴가르를 바라보며 클클거리며 웃었다.
[다행히도 그 길이 외롭진 않을 게다. 이미 너보다 먼저 그 길을 걷고 있는 자가 있으니.]“……네?”
유린 휴가르는 그의 말에 카릴을 바라봤다.
“원한다면 그리 하여도 좋겠지. 펜으로 역사에 남기는 자가 있다면 교리로 진실을 밝히는 사람도 필요하니까. 하지만 솔직히 그런 일은 조이 요한셀이 적임이라 생각하는데.”
카릴은 그가 들고 있는 지옥추를 가리키며 말했다.
“네겐 교리보다 때려 부수는 게 어울려.”
콰직—!!!
“사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 순간 유린 휴가르는 언데드로 부활한 전 주교의 머리를 있는 힘껏 내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