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화(43/497)
40. 교도 용병단
교도 용병단.
그들은 대륙의 전쟁 역사 속에 많은 활약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그들의 거점은 아무에게도 알려져 있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없다고 보는 것이 좋았다.
그들은 의뢰에 따라 여기저기 움직인다고 알려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소문일 뿐.’
카릴은 타투르를 나와 대륙의 남부를 향해 가고 있었다. 그의 뒤를 따르는 사람은 수안 하자르와 에이단 하밀이었다.
“…….”
자신을 향해 피식 웃는 카릴의 모습에 에이단 하밀은 멈칫거렸다.
“왜, 왜 그러십니까?”
“아냐. 단지 자네가 동행을 하게 돼서 기뻐서 봤을 뿐이야. 타투르의 인연이 이렇게 계속 이어지니 말이야.”
능글맞게 웃는 그와는 달리 에이단 하밀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젠장……. 이게 무슨 꼴이람. 주크가 알아서 보고를 잘하겠지만……. 타투르를 비운다는 것만으로도 부담이 되는 건 사실이야. 마음대로 되는 게 없군. 대체 어떻게 되먹은 꼬마야? 저 눈빛만 보고 있으면…….’
마치.
자신을 꿰뚫어 보고 있는 듯한 눈빛.
사람을 속이는 데 도가 튼 그였는 데도 불구하고 카릴의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기분을 떨칠 수가 없었다.
에이단 하밀은 딱 한 명.
저런 눈동자를 가진 사람을 본 기억이 있다.
아니.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사람.
다름 아닌 자신의 스승이었다.
‘미쳤지. 일흔이 넘은 노인네와 고작 열두 살짜리 꼬마를 똑같이 생각하다니.’
그는 스스로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안타깝게도 카릴이 노인이라 불리는 자신의 스승과는 비교도 하지 못할 세월을 거슬렀다는 걸 그가 알 리 없었다.
“카릴 님, 그런데 교도 용병단은 어째서 찾으시려는 겁니까?”
묵묵히 따라가던 에이단이 결국 말을 토해냈다.
이상한 게 한둘이 아니었다.
거점이 알려지지 않고 신출귀몰한 교도 용병단이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었고 그런 자라면 단순한 의뢰를 할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람을 고용할 거다.”
“사람이요?”
에이단은 카릴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 내가 땅을 좀 샀거든. 그래서 거길 관리할 사람이 좀 필요해서 말이야. 어느 정도 준비는 했지만 몇 개월만 지나면 똥파리들이 낄 것 같아서.”
‘그게 무슨 헛소리야? 고작 땅을 지키는 호위병을 사기 위해서 교도 용병단에 간다고?’
에이단은 카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 하찮은 의뢰로 가서 목이 잘리지나 않으면 다행이지.’
카릴은 강하다.
에이단은 큐란을 죽인 실력을 보더라도 변명의 여지없이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그 끝이 어딘지는 모르지만 웬만한 소드 익스퍼트는 일 대 일로 상대해서 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도 용병단이면 다르지.’
대륙제일검.
현존하는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 중에 가장 강한 사람이 누구냐고 한다면 크웰 맥거번에 손을 드는 것에 이견이 없을 것이다.
에이단 하밀 역시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검술이 아닌 전투에 중점을 두고 다시 묻는다면 달라질 것이다.
크웰 맥거번과 싸워서 이길 수 있는 자가 과연 있을까 하는 물음에 사람들의 머릿속에 이자를 떠올릴 것이다.
고든 파비안.
교도 용병단의 단장이자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 중 한 명.
실력도 대단했지만 그보다 그를 유명하게 만든 것은 무지막지한 괴력이었다.
무기도 쓰지 않은 채 두 손으로 오우거의 머리를 잡고 그대로 찢어버린 일화는 대륙에서 유명했다.
소드 마스터의 경지에 오른다면 그 정도는 어렵지 않은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고든 파비안은 마력을 전혀 쓰지 않고 오로지 자신의 근력만으로 오우거를 찢어발긴 남자였다.
그런 자가 마력까지 있다?
검을 목표로 하는 세상의 수많은 자에게 절망을 주기 충분한 일이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인 거지…….’
에이단 하밀은 도무지 결말을 예상할 수 없는 카릴의 행동에 여전히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일주일 정도 더 내려가야 할 거야. 시간이 없으니 틈틈이 알아서 휴식을 취하도록 해.”
황궁조차 알지 못하는 교도 용병단의 거점을 마치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처럼 카릴은 걸리는 시간까지 정확하게 말했다.
* * *
“…….”
에이단 하밀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카릴이 말한 일주일.
쉴 새 없이 말을 몰아 내려온 남부.
제대로 쉬지 못해 모두의 꼴은 말이 아니었지만 그런 건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정확히 그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그는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거대한 요새를 눈앞에 두고 있었으니까.
‘이러니 찾을 수 없었지. 말도 안 되는 곳에 용병단이 있을 줄이야…….’
당장에라도 보고를 올리고 싶은 마음에 손이 근질거렸다.
‘교도 용병단과 단독으로 계약을 맺을 수만 있다면……. 대가가 얼마가 되었든 대륙의 판도가 달라질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 꼬마가 이런 비밀을 알고 있는 거지?’
그의 머릿속을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카릴은 가볍게 입꼬리를 올렸다.
‘아서라. 내가 이곳에 찾아왔다는 것만으로 이미 올리번에게 기회는 없으니까. 게다가 지금부터 내가 쓰려는 방법은 녀석은 절대로 하지 못할 일이다.’
그리고…….
설령 올리번에게 이 사실이 알려진다 하더라도 이틀이 지나고 나면 교도 용병단의 거점은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다.
꿀꺽-
에이단 하밀은 눈앞에 있는 거대한 요새를 바라보며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쿠그그그…….
세 사람이 서 있는 지면이 흔들렸다.
그러자 눈앞에 있던 요새가 마치 그들의 앞으로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
실제로 그랬다.
‘저게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이로군……. 실제로 보니 엄청나구나. 이게 교도 용병단의 거점을 찾을 수 없는 비밀이었군. 제국조차 가지지 못한 걸 어떻게 일개 용병단이…….’
에이단 하밀은 움직이는 요새에서 눈을 떼며 카릴을 바라봤다.
“찾지 못하는 게 당연해. 1년 365일 중에 정확히 14일만 보급을 위해 지상으로 내려오니까.”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중요한 건 비공정의 존재가 아니라 이런 비밀스러운 착륙장소를 어떻게 그가 알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오랜만이겠군.’
카릴은 눈앞의 요새를 바라보며 감회가 새로운 기분이었다.
‘아니지. 녀석의 입장에선 처음이라고 해야 하나.’
그는 망설임 없이 성큼성큼 요새를 향해 걸어갔다.
* * *
“누구냐. 무슨 일로 여길 왔지?”
“그것보단 어떻게, 라고 묻는 게 맞지 않을까 싶은데. 솔직히 그게 더 궁금하지 않나? 대륙에 감춰져 있던 용병단의 보급 장소를 알고 있는 사람인데.”
“너 이 새끼…….”
절벽의 입구에 서 있는 문지기 두 명이 카릴을 향해 경계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상했다.
하지만 우연히 길을 잃다 찾아온 자는 아니라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스르릉—
두 명의 문지기가 검을 뽑으며 말했다.
“목적을 밝혀라.”
교도 용병단은 신출귀몰한 존재만큼이나 의뢰를 맡기는 방법 역시 범상치 않았다.
마수 토벌이라든지 국가 간의 전쟁같이 그들이 해결하는 의뢰의 규모는 개인의 것이 아니기에 각 나라의 지부를 두고 오직 서신으로만 연락을 취할 수 있었다.
그건 대륙 최강이라고 불리는 제국조차 다르지 않았다.
그 정도의 기밀이었다.
그런데 일개 꼬마가 지금 눈앞에 검을 보고도 아무렇지 않게 서 있으니 그들로서도 이상할 수밖에 없었다.
“고대 드워프가 만든 비공정. 확실히 공국의 비룡부대의 감시망조차 벗어날 정도의 뛰어난 성능이지만 그렇다고 완벽하지 않지. 1년 중 14일을 지상으로 내려오는 이유는 사실 용병단의 보급 때문이 아니라 비공정 때문이니까.”
“…….”
“고든 단장에게 일이 있어서 찾아왔다. 의뢰를 맡기고자 한다.”
카릴의 말에 문지기들은 어떻게 결정을 내려야 할지 몰라 당황해하는 듯싶었다.
명성이 자자한 교도 용병단이라 할지라도 결국 말단은 말단. 갑작스러운 일에 어떻게 처리를 해야 할지 몰라 난감해하고 있었다.
그때였다.
“그 정도로 자세히 알고 있을 정도라면 교도 용병단에 의뢰를 맡기는 방법도 모를 리 없을 것 같은데. 우리는 지부를 통해서만 받는다.”
요새 안쪽에서 들려오는 경쾌한 목소리.
카릴은 고개를 들었다.
‘저자는…….’
교도 용병단의 부단장.
‘제이건.’
오우거를 찢어발기는 무식한 괴력의 단장 밑에 있는 자라고는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차랑차랑한 금발의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황도의 귀족에게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기품이 서려 있었다.
그의 등장에 문지기 두 명이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아니, 확실히 기품이 서려 있지.’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낮은 비소를 지었다.
‘제이건 루크.’
전생에서 그를 처음 본 곳은 정말로 황궁이었기 때문이다.
‘배신자거든.’
제국이 어떤 곳인가.
아무리 베일에 싸인 교도 용병단이라고 하지만 저 거대한 요새를 정말로 그 어떤 눈에도 들키지 않고 숨길 수 있을까.
‘암묵적으로 모른 척하는 나라들이 있다는 거지.’
왜냐?
그들의 힘은 필요하니까.
게다가 어디 한 곳이 가지기엔 너무 강력하니까.
‘고든 파비안이 죽자마자 교도 용병단은 바로 비공정을 내리고 제국의 수하가 되었지. 그건 고든이 살아 있을 때 이미 제국과 녀석이 손을 잡고 있다는 말.’
하지만 에이단의 표정을 봤을 때는 이러한 기밀은 황자들까지는 알지 못하는 듯싶었다.
‘아마……. 황제의 측근일 가능성이 크지. 뭐, 고든 같은 자라면 그걸 알면서도 묵인했을지도 모르지만…….’
카릴은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녀석을 그냥 둔다는 말은 고든 파비안 역시 제국의 편에 돌아서기로 마음먹었다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직은 황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역시 제국의 상황을 잘 알고 있을 테니 누군가와 손을 잡아야 할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용병이란 결국 돈에 움직이는 자들이니까.
“단장과 거래를 하고자 왔습니다.”
그러고는 천천히 고개를 들며 말했다.
‘그전에 내가 움직인다. 이번 생엔 제국의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흐음.”
제이건은 카릴의 말에 살짝 눈썹을 들었다 내렸다.
용병단과의 거래가 아니라 단장과의 거래.
고든 파비안을 직접 만나겠다는 말은 목숨을 내놓겠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시건방진 꼬마의 등장에 그는 오히려 흥미가 동하는 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재밌군.”
제이건은 비공정 성벽에 있는 종을 울렸다.
“부단장님?”
그 소리에 모두가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어떤 설명도 듣지 않고 정체불명의 일행을 안에 들인다?
스르르릉—!!!
그 순간,
비공정 요새의 문이 열리며 카릴은 쏟아지는 용병단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저마다 날카로운 무기를 자신을 향해 겨누고 있었다.
‘자신 있다는 거지.’
카릴은 조금 전 놀란 표정과는 전혀 다른 날카로운 인상의 그들을 바라보며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 * *
“여길 직접 찾아왔다고.”
황제의 궁과도 버금갈 정도로 엄청나게 큰 집무실 안쪽에는 화려한 옥좌 하나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고든은 턱을 팔에 괴고서 자신의 요새를 찾은 이방인들을 맞이했다.
“교도 용병단이 창단되고 30년. 여길 직접 찾아온 녀석은 네가 처음이군. 앉아라.”
방석도 없는 바닥.
하지만 너무 당연한 듯한 고든의 모습에 오히려 그런 걸 바라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옥좌 위에서 자신들을 내려다보는 고든을 바라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전생에서는 지병으로 죽어 직접 보는 건 처음인가……. 가까이서 보니 더 괴물이네.’
입고 있는 가죽 갑옷은 숨을 쉴 때마다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올랐다.
애초에 갑옷이 필요하긴 할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의 모습이었다.
‘아버지와 싸운다면 정말 승패를 가늠할 수 없겠어.’
규칙이 있는 대련이 아닌 진짜 전투라면…….
카릴조차도 직접 그의 모습을 보고 나니 정말로 크웰이 질 수 있지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2m가 훌쩍 넘는 거대한 체구.
나이가 들었음에도 그의 눈빛에는 투기가 가득했다.
“…….”
카릴은 자신의 손바닥에 땀이 맺혀 있음을 느꼈다.
‘긴장하고 있나, 내가.’
전생에 검성이라 불렸던 그였다.
하지만 그건 앞으로 수년 뒤의 일.
스스로의 실력에 자만하는 것이 아닌 열두 살의 자신은 충분히 눈앞의 괴물에 떨릴 수밖에 없었다.
‘아버지와는 전혀 다른 위압감이군.’
고든은 자신의 투기를 갈무리하려고도 감추려 하려고도 하지 않았다.
“흐음…….”
그는 바닥에 앉은 카릴을 지그시 바라봤다.
“너.”
숱한 전장에서 살아남고 수라를 겪었던 남자다.
“뭐 하는 놈이냐.”
쭈뼛-!!!
단 한마디로 뒷머리가 저릿한 느낌.
파앗……!!!
에이단 하밀과 수안 하자르는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 뒤로 물러서며 자세를 잡았다.
“헉…… 헉…….”
긴장된 호흡이 느껴졌다.
그 모습을 누구 하나 비웃을 사람은 없었다.
살기에 대응한다는 것은 그만큼의 실력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
두 사람과 달리 여전히 앉아 있는 카릴을 바라보며 고든은 흥미롭다는 듯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았다.
“겁대가리를 상실한 건지 아니면 대범한 건지…….”
고든은 카릴을 향해 피식 웃었다.
“뭐가 되었든 너 같은 인간은 처음이로군. 원하는 게 뭐지?”
“사람을 사고자 합니다.”
끄덕-
“교도 용병단은 비싸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대신 이곳에 있는 모든 자를 사고도 남을 것을 주겠습니다.”
“……뭐?”
그의 말에 고든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들었냐. 너희 몸값이 꽤 우스워 보이나 보다.”
당장에라도 잡아먹을 듯 카릴을 노려보는 사람들.
하지만 카릴은 개의치 않았다.
뛰어난 실력만큼 단원들은 저마다 용병단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한 자들이었으니까.
“1년 365일.”
대신,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제시하면 된다.
“비공정이 하늘에 떠 있을 수 있도록 해주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