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1화(431/497)
261. 태양의 힘 (5)
“이, 이게 뭐지?!”
갑자기 눈을 빛내는 두개골의 등장에 유린 휴가르는 경악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쿠그그그그그…….
시체라고 생각했던 토스카의 뼈들이 움직이자 카릴 역시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그를 바라봤다.
“단순한 무덤이 아니었던 건가.”
그의 말을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것처럼 부서진 뼈들이 하나둘 조각처럼 맞춰지더니 거대한 본 드래곤의 형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두꺼운 뼈에 새겨져 있는 문양에서 희뿌연 연기가 흘러나오더니 뼈 위에 마치 가죽처럼 덮이며 찬란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카릴, 이곳에 들어오기 전에 우리가 느꼈던 생명의 움직임. 아무래도 이것인 듯싶군.]“뼈밖에 남지 않은 놈에게서 생명이라니……. 말도 안 되는 일이야.”
[언데드의 몸 안에 신성력이 있는 부조화의 상황에서 불사(不死)의 드래곤이 있다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지.]알른의 말에 카릴은 천천히 머리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본 드래곤을 향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사(不死)라니. 저건 그런 거창한 이름으로 불러 줄 만한 대단한 것이 아냐. 그저 사자(死者)의 일부일 뿐이지. 저건 더 이상 신화시대의 블레이더였던 황금룡이 아니니까.”
스르릉—
카릴이 천천히 허공에다가 검을 뽑는 시늉을 했다. 그러자 그의 손의 움직임을 따라 아무것도 없던 공중에서 검이 나타났다.
유린 휴가르는 강렬한 마력을 뿜어내는 검날을 바라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예전 저 검으로 백금룡의 목을 베었을 때가 떠올라기 때문이었다.
[폴세티아는 쓰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 그 힘은 본디 토스카의 것이었으니 자칫 네가 대마법을 쓰게 된다면 적의를 나타낼지도 모른다.]라미느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황금룡의 힘은 최초의 블레이더라 불렸던 주덱스에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강자였다. 만약 그가 자신의 마법서를 빼앗겼다 생각하기라도 한다면…….]신령대전을 겪었던 정령왕들은 누구보다 토스카의 위용을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삼라만상의 마법을 통달한 궁극의 존재인 그는 자연계 힘의 응축이라 할 수 있는 정령왕들에게 있어선 영령 지배자라 불렸던 백금룡보다도 더 대단한 존재였다.
“그렇다면 더더욱 폴세티아의 검으로 싸워야겠군.”
하지만 카릴은 오히려 라미느의 말에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내가 기억하기론 토스카의 영혼은 천년 빙동 속에 봉인되어 있다. 하지만 만약 그 정신과 별개로 육체가 본능적으로 폴세티아를 느낀다면…….”
스르릉-
카릴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검날이 진동하며 울기 시작했다.
“지금이야말로 폴세티아의 진짜 주인이 누군지 확실하게 할 수 있는 기회가 되겠지. 그에게 이제 시대가 변했음을 알려줘야 하지 않겠어?”
[설마…… 황금룡과 싸우기라도 하겠다는 말이야?]“못할 것도 없지.”
에테랄의 물음에 그는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이미 이 안엔 2마리의 드래곤이 있는데. 한 마리 더 잡는다 해서 문제 될 게 뭐야?”
‘두, 두 마리?’
유린 휴가르는 카릴의 말에 깜짝 놀라며 그를 바라봤다. 제국에서 백금룡을 쓰러뜨렸던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는 카릴이 염룡의 심장까지 먹은 것은 알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어쩐지……. 그러니 그런 터무니없는 힘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겠지.’
[크아아아아아아아—!!!]토스카가 거대한 입을 벌리며 포효를 질렀다.
“살아…… 있는 건가?”
유린 휴가르는 그 모습을 넋 놓고 바라보고 볼 수밖에 없었다.
“살아 있는 게 아냐. 빛이 반사되면서 그 안에 뼈가 보이지 않을 뿐 그저 연기로 만든 형상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본 드래곤과는 확실히 다르지만…….”
카릴은 반투명한 토스카의 비늘 사이로 한 곳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하지만 유린, 네가 착각한 이유도 충분히 이해되는군. 저길 봐라.”
“저건……?”
갈빗대 사이에서 유난히 강한 빛을 뿜어내는 한 부분이 있었다. 유린은 답을 요구하듯 카릴을 바라봤다.
“토스카의 심장.”
[클클클, 이곳에 온 것이 헛걸음은 아니었군. 백금룡의 쓰레기들만 남아 있는 줄 알았는데 이런 진짜 보물이 있을 줄이야. 저 심장이야말로 태양의 극의(極意)라 할 수 있지 않겠느냐.]하지만 기뻐하는 알른과 달리 카릴은 생각에 잠긴 듯 세 번째 용의 심장을 바라보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걸. 어째서 토스카의 심장이 이곳에 있을 수 있지? 여기가 백금룡이 실험 장소로 썼던 거처라면 그 녀석이 이걸 그냥 둘 리가 없을 텐데.”
[글쎄…….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걸 여기에 둔 것이 아니라 여기에 둘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아닐까.]“무슨 뜻이야?”
[용의 심장은 드래곤의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기관이다. 그렇기에 그들은 심장을 노리는 자들을 대비해서 육체에 스스로 결계를 만든다. 토스카의 뼈에 각인되어 있던 문양이 그런 것이지.]“흐음…….”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드래곤의 뼈에 있는 결계 마법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누구보다 그가 잘 알고 있었다.
염룡 리세리아의 뼈를 녹여 만든 적색 갑옷, 렉스 핸더(Rex Hander)는 전생의 올리번이 입었던 방어구였기 때문이었다.
황궁의 보고에 있는 그 어떤 갑옷보다 뛰어난 무구인 그것은 우연히 발견된 리세리아의 뼛조각 하나를 칼립손이 녹여 미스릴과 오리하르콘을 섞어 만든 것이었다.
고작 조각 하나의 힘이 그 정도인데 토스카의 거대한 뼈가 온전히 남아 있었으니 그야말로 엄청난 보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기에 용의 심장을 적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냐. 토스카는 나르 디 마우그보다 더 선대의 드래곤이지. 아마 나르 디 마우그는 그의 심장을 빼내는 것에 실패한 것일 수도 있다.]“하지만 리세리아의 심장은 따로 아인헤리에 숨겨져 있었는데?”
[염룡의 죽음에 대해서는 여전히 석연찮은 부분이 있으니……. 자신의 의지로 용의 심장을 남겨 두었다면 봉인과는 상관없겠지.]카릴은 알른의 말에 살짝 눈을 흘겼다.
“하긴 백금룡의 심장을 얻어도 제국과의 맹약이 있기 전까지는 그 힘이 내게 온전하게 들어오지 않았으니까. 토스카의 심장 역시 어떤 의미로는 봉인을 풀 열쇠를 찾지 못한다면 무용지물일 수 있겠어.”
“…….”
유린은 그런 둘을 바라봤다.
솔직히 말해서 이 안에 본 드래곤이 남아 있다는 것보다 놀라운 건 토스카를 앞에 두고 여유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사실이었으니까.
[주덱스……. 너냐.]그때였다.
놀랍게도 본 드래곤의 입이 벌어지며 낮고 음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의식이 남아 있다?’
카릴은 머리가 어지러운 듯 좌우로 흔들며 힘겹게 말을 내뱉은 토스카를 흥미롭게 바라봤다.
“아냐. 천년 빙동에서 나는 확실히 그의 의지를 만났었어. 그리고 그 봉인은 아직 풀리지 않았어.”
토스카를 바라보며 그는 생각을 정리했다.
“기껏해야 사념(思念) 정도일 터.”
하지만 신에게 봉인이 된 상태에서도 이렇게 의지가 남아 있다는 것은 그만큼 토스카의 힘이 강력했다는 것을 의미하며 그가 필사적으로 지키려는 뭔가가 이 안에 남아 있는 것이기도 했다.
“과연…….”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차앙—!!!
말없이 뽑아낸 폴세티아의 검날에 오러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인간…….]토스카는 카릴을 바라보며 말했다.
쩌저저적……!! 쩌적……!!!
그 순간 토스카의 거대한 입이 카릴을 향해 벌어졌다. 뜨거운 열기와 함께 빛의 브레스가 응축되기 시작했다.
“피해!!!”
카릴이 유린을 향해 소리쳤고 지옥추를 방패처럼 앞을 가리며 유린은 황급히 결계 주문을 외우며 몸을 숨겼다.
콰가가가가가가가가—!!!!!
지하 공동 안에 마치 태양이 떠오른 것처럼 엄청난 열기와 함께 브레스가 순식간에 주위의 바위들을 녹이며 카릴을 덮쳤다.
“헉, 헉…….”
유린 휴가르는 성호를 그으며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숨을 토해냈다. 그는 황급히 축복을 걸었다.
그가 쓸 수 있는 최상위 등급의 보호 마법이었지만, 토스카의 열기는 실드를 뚫고 그의 몸에 화상을 입혔다. 여기저기 타서 너덜너덜해진 로브의 소매를 유린은 잡아 뜯어냈다.
쿠그극……!!!
쿵! 쿵! 쿵!!
브레스를 내뿜었던 토스카는 갑자기 괴로운 듯 발을 구르기 시작했다.
거대한 몸뚱어리가 움직일 때마다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땅이 울렸고 지하 공동은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처럼 흔들렸다.
카아아앙—!!!
요란한 흔들림 속에서 날카로운 칼날음이 들렸다.
“라시스.”
카릴이 낮은 목소리로 빛의 정령왕의 이름을 불렀다.
[알겠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그의 의지와 감응한 라시스의 힘이 폴세티아의 검날에 흡수되듯 스며들었다.
[우리도 가지.]기다렸다는 듯 알른이 두아트의 암흑력을 응축시키며 지팡이를 만들었다.
파앗-!!
허공을 박차듯 발을 내딛는 순간 카릴의 발아래 둥근 충격파 같은 것이 생기며 질주하듯 토스카의 옆구리 안쪽으로 그가 쇄도해 들어갔다.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폴세티아의 검이 섬광을 내뿜으며 번뜩였다. 살아 있는 육체라면 피부를 갈랐겠지만, 카릴은 연기로 되어 있는 그의 몸을 뚫고 뼈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흡……!!”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토스카의 육체 안쪽에서 손을 뻗었다.
폴세티아, 고서 마법(古書魔法)
-2번째 잿빛 충만(Gray Fill).
뻗은 손바닥 위로 회색빛의 구슬 하나가 나타났다.
[크아아악……!!]구슬은 마치 무엇이든 빨아들이겠다는 것처럼 토스카의 내부에서 무서운 속도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카악!!!]심장 주위의 뼈들이 잿빛으로 물들기 시작하자 토스카는 괴로운 듯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콰가강!! 콰강!!
요동치는 회색 폭풍 속에서 카릴이 그의 이름을 외쳤다. 카릴이 만든 회색 구슬은 빠르게 토스카의 심장 주위를 맴돌면서 그물처럼 심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쩌적……! 쩌저적……!!
하지만 그 순간 주위의 뼈들이 심장을 보호하려는 듯 감싸기 시작했다.
[조심해라. 고서 마법은 토스카가 창안한 마법. 당연하겠지만 파훼법도 알고 있을 터다.]“그러라고 쓴 거야.”
카릴은 자신을 옭아매기 시작하는 뼈들을 보며 말했다.
“유린!”
그가 외치자 유린은 기다렸다는 듯 지옥추를 움켜잡았다.
“녀석의 갈비뼈를 부숴라!! 기회는 단 한 번뿐이다. 모든 신성력을 쏟아부어!!”
꿀꺽-
토스카의 뼈들이 카릴의 전신을 휘감는 모습을 보며 유린은 긴장 가득한 모습으로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좋아……. 할 수 있어. 드래곤이 뭐 별거야? 그래, 별거 없지! 퉷!”
유린은 다짐하듯 말하고선 손바닥에 침을 뱉고는 지옥추를 움켜잡았다.
“썰어주마. 뼈다귀 새끼.”
부우우웅……!!!
소매가 뜯긴 로브 밖으로 훤히 보이는 탄탄한 그의 팔뚝이 지옥추를 움켜잡는 순간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콰아앙!!!
토스카의 다리에 정확히 지옥추가 굉음과 함께 박혔다. 신성력을 머금고 있는 유린의 공격은 언데드인 본 드래곤에겐 확실한 효과가 있었다.
[크으으으으……!!!]그 순간 토스카의 중심이 무너지면서 휘청거리듯 쓰러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카릴은 폴세티아의 검을 심장을 감싸고 있는 뼈에 찔러 넣었다.
쩌적……! 콰드득……!!!
[네놈……!! 또다시 나를 괴롭히느냐!! 주덱스!!]“난 주덱스가 아냐.”
[다시는 너희를 믿을 일은 없을 것이다……. 결국 너희는 패할 것이니……!!]“패할 생각이라면 시작하지도 않았다.”
사념밖에 남지 않은 토스카는 카릴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는 듯 서로 다른 말을 하고 있었지만 묘하게 그들의 감정은 서로 닿아 있는 느낌이었다.
“네가 남긴 폴세티아의 기억 속에서 너는 적어도 이런 맥없는 녀석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마지막까지 너를 따르는 일족에게 축복을 내렸던 황금룡이 말이야.”
카릴은 천천히 검을 들어 올렸다.
“싸우기를 포기했다면 더 이상 강요하지 않겠다.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싸울 것이니 더 강해질 것이다.”
쩌적……. 쩌저적…….
파아악……!! 파스스슥……!!
폴세티아의 검날이 토스카의 마력에 공명하자 순식간에 카릴의 주위에 만들어진 회색 구체들이 그의 뼈들을 부숴버리기 시작했다.
[크아아악!!!!]토스카는 고통에 찬 비명을 질렀다.
“보이나? 네가 만든 고서(古書)마저 전의를 잃은 주인에게 실망한 것 같군. 네가 아닌 내게 힘을 빌려주는 것을 보니 말이야.”
부서지는 뼈들 틈으로 황금빛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카릴은 그것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싸우지 않겠다면 네 심장은 내가 가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