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3화(433/497)
262. 홍월의 밤
“모두 훈련을 완료하라!!! 오늘 밤…… 달이 뜨기 시작하면 그 누구도 집 밖으로 나오는 것을 금한다!”
“네!!!”
“알겠습니다!”
수도 주위에 병력은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각 부대의 움직임은 자유분방해 보였지만 전략을 아는 자라면 그들이 큰 틀을 두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자유군이라는 이름답게 북부와 남부뿐만 아니라 구제국의 병사들까지 모두 모여 있기 때문에 그들은 지금까지 익혔던 지휘체계도 전혀 달랐다.
그런 그들을 통합하기 위해 앤섬은 그가 창안한 진법인 무진(無陣)을 변형하여 새로이 전술을 만들었다.
“어떻습니까?”
앤섬은 병사들에게 소리치는 두샬라를 향해 물었다.
“전술을 알지 못하는 제가 봐도 훌륭한걸요. 자갈 틈으로 물이 흐르듯 수십 갈래로 나뉘어서 움직이는 군사들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한 점을 중심으로 회전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반대로 그들이 흩어지면 각각의 병력 안에 새로운 점이 만들어집니다. 마지 작은 소용돌이가 되는 것이겠죠.”
그녀는 비어 있는 한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아마도 저 자리는 주군의 것이겠지만 주군이 없는 상황에 맞춰서 병력을 제각기 운용할 수 있도록 했군요.”
하나의 구심점을 가지면서도 그 주변은 변화무쌍하게 하며 틀이 없다는 것이 무진의 장점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 강렬한 구심점인 카릴이 없다면 쓰기 어려운 점도 있었다.
앤섬 하워드는 수도로 돌아와 무진의 보강에 힘썼다.
그리하여 이제는 각각의 부대를 하나의 구심점으로 하여 수십 개의 구심점이 독자적으로 운용되며 때로 하나로 합쳐졌을 때 더욱 강력해지는 진법을 만들어 냈다.
그는 그것을 퇴무진(頹無陣)이라 이름 붙였다.
“전술을 모르신다고요? 한 번 보고 진법의 요지를 정확하게 꿰뚫어 보시는걸요.”
앤섬은 그녀의 안목에 감탄을 금치 못하는 표정으로 말했다. 동방국의 암연 출신인 그녀는 확실히 다른 사람들보다 진법을 보는 눈이 뛰어났다.
“주군께서 그러셨죠. 두 번째 재해가 나타나는 밤을 홍월의 밤이라 하고 세 번째 재해를 적월의 밤이라고 말입니다.”
“붉은 달이라도 뜨는 걸까요?”
“그런 낭만적인 분위기라면 좋겠지만, 첫 번째는 온 세상이 피로 덮이는 날이고 두 번째는 피 한 방울 남지 않은 시체로 세상이 덮이는 날이라고 하셨죠. 똑같은 죽음이지만 방법은 완전히 다르네요.”
두샬라의 말에 앤섬은 나지막이 마른침을 삼키고서 자신의 목을 쓰윽 만졌다.
“……둘 다 붉을 수밖에 없는 밤이군요. 대지에 피눈물을 흐르든지 아니면 가족의 눈에 피눈물이 흐르든지.”
“……이제 그 밤이 찾아오기 하루 전이네요.”
“주군께서는 어찌 아셨을까요?”
앤섬의 물음에 그녀는 살짝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쎄요. 그건 나도 모르죠. 이따금 주군께서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것을 알고 계실 때가 있거든요.”
그녀는 처음 카릴을 만났을 때 그가 타투르의 비밀 장소에서 마도 범선을 보여주었던 것을 떠올렸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던 범선의 위치를 카릴은 마치 처음부터 알고 있는 것처럼 말했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에 대한 의문이 가지지 않았다.
“분명한 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고 계신다는 거니까. 그러기 위해 언제나 혼자서 싸우시잖아요. 그러니 우리는 적어도 그분의 발목을 잡지는 말아야죠.”
“그렇군요.”
앤섬은 그녀가 어떤 기분으로 말하는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그 역시 공국이 무너져 내리던 순간 극적으로 나타난 카릴에 의해 구원받았으니까.
“그러니 이번도 분명 잘 이겨 낼 수 있을 겁니다.”
“앞으로 아홉 번인가요…….”
그는 낮은 한숨을 내쉬며 앞으로 남은 많은 재해를 과연 버텨 낼 수 있을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난 아홉 번이나 이 짓을 할 생각 없는데.”
“……!!!”
“……!!!”
두 사람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주군!!”
“오셨습니까!”
카릴의 등장에 두 사람은 황급히 고개를 숙이며 그에게 인사했다.
“누, 누구……?”
카릴의 뒤에 있던 하와트는 뭐라고 자신을 소개해야 할지 몰라 어리숙한 모습으로 뒷목을 긁었다.
“토스카.”
하지만 카릴은 자신이 타고 있는 거대한 본드래곤의 머리를 가볍게 툭 치면서 말했다.
“다들 알지? 과거 드래곤의 시조라 불리던 황금룡 토스카 말이야.”
“네?!”
“그, 그게 무슨…….”
두 사람은 카릴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경악을 금치 못했고 자신을 향한 물음이 아니었다는 것을 안 하와트는 멋쩍은 듯 헛기침을 했다.
차르르릉……! 쿵!
카릴은 설명 대신에 들고 있던 커다란 주머니를 두 사람의 앞에 던졌다.
묶어 두었던 주머니의 입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열리자 그 안에는 새하얀 빛을 머금은 무구들이 흩어졌다.
“교단의 성구들이야. 지금 당장 칼립손을 불러 저것들을 녹여 내가 지시하는 것을 만들라고 해. 만들어야 할 것은 여기에 써뒀다.”
카릴은 품 안에서 작은 양피지 하나를 꺼내 함께 두샬라에게 주었다.
“네? 교단이라고 하셨습니까?”
앤섬은 카릴의 말에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물론. 세상이 망하느냐 마느냐 하는 판국에 교단도 도와야지. 안 그래? 곧 교단의 전투 사제들이 이곳으로 올 거야. 두 번째 재해를 막는 데 그들의 힘을 쓸 거다.”
“그게…….”
두샬라와 앤섬은 카릴에게 뭔가를 물어보려 하다 서로를 바라봤다. 그도 그럴 것이 신에게 대항하는 싸움에 신을 모시는 사제의 힘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었다.
“신성력은 타락에게 유효하다. 우습지만 타락은 신이 만든 게 아냐. 타락을 대륙에 뿌린 것이 신일 뿐이지.”
“확실히……. 율라는 저희들에게 타락을 정화하라고 했었죠.”
“문제는 인간이 어찌 되든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오직 타락의 섬멸만을 원한다는 것이지.”
“인간의 눈으로 신을 바라보면 안 됩니다. 그분께서 행하시는 일은 단순히 한 차원을 보는 것이 아닌 차원적 관점에서 이해하려 해야 하니까요.”
“저…… 제가 아닙니다.”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으로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자 하와트는 자신에게 쏠리는 시선에 다급하게 팔을 저었다.
“반갑습니다. 구면이죠? 유린 휴가르입니다.”
거인의 등 뒤에서 얼굴을 내밀며 너스레를 떨며 인사를 하는 유린을 보며 두샬라는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신의 관점? 그게 얼마나 큰 대의를 가지는지 몰라도 가만히 앉아서 죽을 순 없는데 이해하라는 쓸데없는 말을 하고 있나요?”
“개미는 그저 자기의 집에서 살고 있을 뿐이었는데 인간들이 갑자기 머리 위에서 전쟁을 벌입니다. 그리고 말굽에 밟혀 죽죠. 하지만 인간은 개미의 죽음 따위는 생각하지 않지 않습니까? 관점의 차이를 말씀드리고자 한 것입니다.”
유린 휴가르는 자신의 등에 메고 있는 지옥추를 툭툭 손가락으로 가리키듯 치면서 말했다.
“타락은 잡습니다. 신의 힘으로. 그것이 율라가 바라는 것이니까요.”
“그래서 가만히 신의 말씀을 따라서 죽어라? 과연 사제다운 발언이네요. 당신의 말로 보면 신에게 인간은 개미 목숨 같은 거니까.”
“설마요.”
유린은 피식 웃었다.
“개미라도 죽고 싶어서 밟혀 죽었겠습니까. 저 역시 죽기 싫으니까 싸우러 온 것이고요.”
“그럼 율라가 죽으라고 하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거죠? 그때도 신의 말을 따를 겁니까?”
“신을 죽여야죠.”
그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말했잖습니까. 죽기 싫다고. 죽기 전에 날 죽이려는 놈을 때려잡으려고 하는 건 신도 용서하겠죠. 그게 신이라 할지라도 말입니다. 안 그렇습니까?”
“미친 소린데 마음에 드네요.”
두샬라는 그의 뻔뻔한 대답에 의외로 만족한다는 듯 입꼬리를 살짝 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저자는 싸우기 위해서 사제가 된 걸걸. 믿어도 돼. 전장에서 누구보다 미친놈이 되어 줄 거니까.”
“그리고 이쪽은 하와트. 앤섬, 그는 이번 재해부터 전장에 바로 투입될 거야. 그에게 맞는 갑옷을 맞춰주도록 해. 칼립손에게 준 도면으로 만들 무기도 그의 것이긴 하지만 제작 시간이 걸릴 테니 일단은 무기도 함께 챙겨주도록 해.”
“그에게 맞는 갑옷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일단 창고를 살펴보겠습니다.”
“창고가 아니지.”
“네?”
“윈겔 하르트에게 연락해. 골렘 부대의 소형 골렘 들이 쓰는 갑옷을 개조해서 그에게 맞게 설정하면 될 거야.”
“알겠습니다.”
앤섬은 카릴에 말에 아차 싶은 얼굴로 대답했다.
“그가 이번 10인 중 한 명인가요? 듣기로는 한 명 더 데려오려고 하시지 않았나요?”
“나머지 한 명은 치료 중이야. 곧 합류할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알겠습니다.”
“인원은 모두 모였다. 나는 앉아서 당하고만 있진 않을 거야. 재해가 우리를 공격하는 것을 그저 막기만 해서는 아무런 해결책이 되지 않으니까.”
“옳은 말씀입니다. 아무리 단단한 방패가 있다 한들 공격하지 않고선 적을 쓰러뜨릴 수 없으니까요.”
“세 번째 재해가 끝남과 동시에 파렐을 공략할 거다. 무슨 의미인지 알겠지.”
그의 말에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재해를 반드시 막아야 한다는 것.”
“또한 단순히 막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의 피해로 승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좋다.”
두 사람은 카릴의 말에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저 멀리 세워져 있는 탑을 바라봤다.
“모두를 불러. 지금부터 두 번째 재해를 막을 작전을 짜겠다.”
* * *
“오셨습니까.”
“재해 시작 하루 전날에 작전이라니……. 인류의 명운이 걸린 싸움에 너무 늦게 온 거 아닙니까?”
“내가 보고 싶었나 보지.”
카릴은 에이단의 핀잔에 피식 웃었다.
“앤섬에게 미리 기본적인 준비는 모두 지시해뒀을 텐데. 너야말로 내 지시를 얼마나 제대로 수행했는지 확인해야 할 것 같은데.”
“물론입니다. 이미 스나켈과 암연의 배치는 끝났으니까요. 수도에는 저만 남았습니다. 주군과 함께 싸우기 위해서 말이죠.”
에이단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위를 한 번 훑었다. 그의 명령에 소집된 사람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나머지 주요 기사들은 자신의 병력과 함께 모두 요충지에 배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수도에 남아 있는 자들은 주군께서 언급하셨던 사람들뿐입니다.”
에이단을 비롯하여 수안 하자르, 이스라필, 세리카 로렌, 케이 로스차일드 그리고 하와트까지.
“알다시피 너희들은 내가 뽑은 신살의 10인 중 한 명이다. 다른 이들을 천년 빙동으로 훈련을 보낸 이유는 그들이 우리가 파렐을 공략하는 동안 재해를 막아야 할 전력이기 때문임과 동시에 너희들은 당장에라도 전력으로 충분한 자들이기 때문이다.”
꿀꺽-
그의 말에 하와트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마른침을 삼켰다.
“물론 불안할 것이다. 전장이 처음인 자도 있고 싸움에 익숙하지 않은 자도 있다. 하지만 너희들은 나와 함께 두 번째 재해를 막아야 한다. 그럴 수 있는 자들이라 믿어 의심치 않기에 너희들을 남긴 것이다.”
촤르륵……!!
카릴은 지도를 펼쳤다.
그러고는 수도의 한가운데 흐르는 수로를 가리켰다. 손가락은 수로를 따라 천천히 남하하였고 그 끝에는 포나인 강이 있었다.
“대륙을 관통하는 포나인 강은 이곳에 있는 사람이라면 모두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번 재해는 이 강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놈들은 강에서 나타나고 강을 타고 대륙 전역으로 흩어진다. 그 숫자는 수천, 수만을 뛰어넘을 것이고 놈들의 몸 안에는 독성을 품고 있어 놈들의 시체가 쓰러진 땅은 오염되어 버린다.”
“수만……. 그렇게 엄청난 숫자의 적을 과연 저희가 막을 수 있을까요? 아니, 죄송합니다. 어떻게 막아야 할까요.”
이스라필은 부정적인 물음을 한 자신의 입을 손을 막으며 카릴에게 다시 물었다. 전투에 앞서 아주 작은 불안이라도 걷잡을 수 없는 파급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달리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은 어느 하나 그의 실수에 불안해하지 않았다.
“작전을 알려주십시오.”
“우리는 소수의 인원으로 대륙 전역을 맞아야 한다. 포나인 강을 중심으로 헤크트의 중심 전력을 끊는 것을 최우선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지금부터 내가 말하는 장소의 병력을 통솔하며 너희들은 전장에 있어 독자적으로 싸우면서도 이스라필의 전달에 맞춰 병력을 움직일 것이다.”
“퇴무진을 연습한 것이 이 때문이군요.”
“맞아. 다만 아쉬운 게 있다면……. 이곳에 밀리아나와 세르가가 없다는 것이겠지. 그는 아직도 대답이 없던가?”
카릴의 물음에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올 거야.”
그때였다.
“누가 늦는다고 그래? 디곤을 빼고 전장을 논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리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밀리아나?”
홀의 문이 열리며 나타난 여인의 등장에 카릴은 실소를 머금고 말았다. 그녀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여기저기 상처투성이었고 손목과 발목에는 마치 띠를 두른 것처럼 붉은 비늘이 돋아 있었다.
“볼 때마다 새롭네요. 점점 더 인간이 아닌 모습이 되시는걸요?”
“응. 그래도 나는 용의 마력과 엘프의 피가 있어서 너보다는 늙지 않을 거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아마 수년이 더 지나고 나면 카릴은 나와 어울리는 모습이 되겠지. 그리고 이 비늘은 내 강함을 증명하는 것이라 일부러 보이게 해둔 거거든?”
“…….”
두샬라는 밀리아나의 대답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고 그런 그녀를 보며 에이단은 히죽 웃었다.
“세르가가 온다는 말은 무슨 뜻이야?”
“마법의 정점에 선 자가 드래곤이라는 것은 누구나 다 알고 있는 사실이잖아. 그리고 이제 드래곤들 위에 서 있는 사람이 누구겠어.”
밀리아나는 한쪽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
“이제 나야.”
카릴은 오만해 보일 정도로 당당한 그녀의 모습에 못 말린다는 듯 피식 웃었다.
“당신이 그를 필요할 거라 생각해서 훈련을 끝내자마자 세르가에게 드래곤들을 보냈어. 멱살을 잡아서라도 끌고 오겠지.”
단순히 웃음으로 넘어가는 카릴과 달리 사람들은 그녀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드래곤들의 훈련을 끝내고 돌아왔다는 의미였으니까.
“용의 여제답군.”
카릴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창밖을 바라봤다.
“동이 튼다. 데릴 하리안.”
“네.”
“오늘 밤을 기록해라. 후세의 사람들은 오늘을 홍월의 밤이라 기억하게 될 것이다. 온 세상이 핏빛으로 물들게 될 끔찍한 밤이겠지.”
스릉-
“대륙을 피로 물들이자.”
그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놈들의 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