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4화(434/497)
263. 번식(繁殖)의 재해 (1)
타탁……! 타다닥……!!
숲을 가로지르는 발걸음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발을 디디는 속도에는 규칙성이 없는 것으로 보아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헉……. 헉…….”
사력을 다해 달리는 병사의 모습은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입고 있던 갑옷은 마치 녹아내린 것처럼 군데군데 구멍이 뚫려 있었고 지팡이 대신 쥐고 있는 창대는 당장에라도 부러질 것 같았다.
“괴, 괴물…….”
그는 뭔가에 홀린 듯 뒤를 돌아보며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카르륵…… 카르륵…….]개구리의 울음소리와 마치 아이의 울음소리가 섞인 것 같은 괴상망측한 울림이 사방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흐이익?!”
병사는 공포에 떨며 다리에 힘이 풀린 듯 바닥을 기듯 엉금엉금 도망치기 시작했다.
[카르르륵……! 카륵!!]그 순간 사방에서 빛나는 눈동자들이 그를 덮치기 일보 직전까지 다가갔다.
“주…… 죽기 싫어!!”
패닉에 빠진 병사는 오히려 숨을 죽이고 몸을 숨겨야 한다는 것을 잊은 채 달아나려 소리치기 시작했다.
[저기다.]그 순간, 묵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카륵! 카륵! 카륵! 카륵!!!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마치 한여름날에 매미가 우는 것처럼 사방에서 개구리의 울음소리가 귀를 찢을 듯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으…… 으아아아아아!!!!!!”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병사의 비명과 함께 소나기가 쏟아지듯 사방에서 떨어지는 마물들이 그의 전신을 물어뜯기 일보 직전 나타난 샌드 서펀트가 으르렁거리듯 거대한 이빨을 드러내며 마물들을 막아섰다.
쾅! 콰가가강……! 콰가강!!!
샌드 서펀트가 몸을 비틀며 수십 마리의 마물 개구리들을 찍어 누르기 시작했다.
“……!!!!”
마물들끼리 대치를 하고 있는 상황은 정말로 보기 드문 광경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트윈 아머 출신이었던 조금 전의 그 병사는 마물이 자신들을 위해서 싸웠던 적이 그 이전에도 있었음을 떠올렸다.
“설마…….”
병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폐…… 폐하!!”
병사는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목숨을 잃을 뻔했다는 두려움도 잊은 채 숲을 걸어 나오는 한 사람을 확인하고는 황급히 무릎을 꿇었다.
“어디 소속이지?”
“포, 포나인 방어성 소속입니다!”
“그곳 지휘관이 누구지?”
“마르제 경이십니다!!”
웅성…… 웅성…….
병사의 외침에 카릴의 뒤에 있던 병사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마르제 경이라면 과거 이스탄의 방패라고 불리던 명장이시잖아? 설마……. 그분이 지키시고 계시는 방어성이 벌써 함락되었단 말인가?”
“말도 안 돼……. 아무리 포나인과 가깝다고는 하지만 재해가 시작된 지 고작 한나절밖에 되지 않았는데…….”
쿠그그그그그…….
그들의 불안감을 대변하듯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이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재해가 시작됨과 동시에 떠오른 붉은 달은 마치 피를 머금고 있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렇군.”
웅성거리는 사람들과 달리 카릴은 어쩐 일인지 방어성이 함락되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표정이었다.
“앤섬.”
“네.”
“너는 저 병사의 말을 믿는가?”
“아니요.”
앤섬의 대답에 모두가 깜짝 놀란 듯 병사를 바라봤다.
“확실히 포나인 강은 방어성과 가까운 곳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두 번째 재해의 첫 발생지로 포나인의 방어성이 되리라는 것은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런데?”
“방어성이 함락되었다는 것은 결코 믿을 수 없는 일입니다.”
“저, 저 괴물들을 보십시오……!! 방어성이 함락되고 지금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명령을 받고 방비를 철저히 하였으나……! 마물의 권세가 너무나도 강력하여…….”
병사는 다급하게 소리쳤다.
“혼자 도망쳤다?”
“네?”
“주위에 생명 반응이 느껴지는 것은 없어. 하지만 반대로 사자의 기운도 느껴지지 않아.”
케이 로스차일드가 지면에 대고 있던 손을 떼면서 말했다. 그녀의 주위에 수십 가닥의 실이 땅과 연결되어 있었다.
[클클……. 머저리 같은 마물 녀석.]자르카 호치는 바닥에 쓰러져 있는 병사를 향해 비웃었다.
[우리가 누군 줄 알고 잔꾀를 부리고 있어? 방어성이 함락되었다면 지금쯤 이 주위엔 온갖 망령들로 가득 차 있었을 거다. 그야말로 사령의 여제의 땅이 되었을 터.]그는 입꼬리를 올렸다.
[사자의 기운은 느껴지지 않는다. 그 말은 방어성의 병사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하지. 아니…….]자르카 호치는 저 멀리 방어성이 있어야 할 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애초에 공격을 당하지도 않았어. 여긴 네놈들이 만든 환상에 불과해.]“그걸 꿰뚫는 것은 너무나도 쉽지.”
자르카 호치의 뒤에 서 있던 나인 다르혼이 마치 그의 뒤에 있는 사람을 소개하듯 손을 뻗었다.
[꺼져라.]알른 자비우스가 병사를 향해 경고하듯 말했다.
[물가에서나 살 것이지 어딜 기어 나와? 어디 모습을 드러내 봐라. 파충류 새끼들.]“개구리는 양서류야.”
케이 로스차일드는 신나서 소리치는 자르카 호치를 향해 조용히 하라는 듯 다그쳤다.
[그거나 그거나. 케이, 설마 저 몰골을 보고도 파충류나 양서류를 따지는 건 아니겠지.] [크륵……. 크르르륵…….] [끼르륵……. 끼룩.] [크그그그그…….]사방에서 들려오는 울음소리. 그와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 마물의 모습은 실로 놀라울 정도로 징그러웠다.
[알아챘나.]조금 전 쓰러졌던 병사의 얼굴이 세로로 갈라지면서 마치 허물을 벗듯이 벗겨졌다. 그 안에서 개구리 머리가 튀어나왔고 상체는 축축한 피부로 변했으며 하반신은 인간의 다리를 하고 있는 거대한 괴물이 천천히 허리를 펴며 일어섰다.
“…….”
케이 로스차일드는 그 모습을 보며 인상을 찡그렸고 자르카 호치는 살짝 그녀의 눈을 가렸다.
인간의 몸 안에 어떻게 숨어 있었는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한 녀석이었다. 놈은 정확한 인간의 언어로 카릴에게 말했다.
[말을 하잖아?]알른은 괴물을 보며 신기하듯 말했다.
모습만으로 따진다면 오히려 첫 번째 재해였던 혈이 더 인간과 닮아 있었다.
하지만 혈은 제대로 된 대화를 하지 못했다.
[네놈이 헤크트인가?] [그렇다.]반면에 헤크트는 괴상한 얼굴을 하고서 정확히 카릴을 향해 말을 걸고 있었다.
[이것 참. 재밌군. 회차가 넘어갈수록 나타나는 타락의 지능도 높아지는 건가?]알른 자비우스는 마치 그를 살피듯 훑어보며 말했다.
[하지만 면상 한 번 더럽게 생겼군.] [미천한 인간의 영혼 주제에 감히 누구를 판단하는 것이더냐.] [이놈이고 저놈이고 인간만 보면 다 미천하다고 지껄이는군. 되지도 않는 속임수로 우리를 현혹시키려 한 놈이 누군데 말이야.]알른이 앞을 향해 두 손을 펼쳤다.
[미천한 놈 앞에 세 치 혀를 놀리던 녀석들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모르지?]그러자 검은 연기가 뭉치더니 지팡이가 나타났다.
쿵-!!
[모를 수밖에. 다 뒤졌으니까.]그는 바닥에 있는 힘껏 지팡이를 찍어 누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하찮은 것!!]알른의 일침에도 불구하고 헤크트는 커다란 삼지창을 들어 그를 가리키며 기다란 혓바닥을 쏘아 내듯 뱉으며 말했다.
[네놈들은 결국 씨가 말라 죽을 것이다. 뼛속까지 가루가 되도록 죽어 영원한 안식을 가지지 못할 것……!!]우드득-!!
그때였다.
마치 운석이 떨어지는 것처럼 하늘에서 거대한 그림자가 나타남과 동시에 소리치던 헤크트의 몸뚱어리를 그대로 찍어 눌렀다.
[컥…… 커컥?!]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삼지창으로 알른을 가리키며 소리치던 녀석은 곤죽이 되어 하반신이 풍선이 터지듯 터진 채로 바닥에 너부러져 있었다.
절반밖에 남아 있지 않은 녀석의 상반신이 천천히 위로 들려 올려졌다.
[쿨럭.]헤크트의 어깨가 움찔거리자 녀석의 커다란 입에서 진득한 핏물이 흘러나왔다. 남겨진 상반신에 커다란 이빨이 깊게 박혀 있었다.
와그득……! 와그작……!!
머리 위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는 순간 날카로운 수십 개의 이빨이 녀석의 온몸을 사정없이 부숴버렸다.
뼈째로 씹히는 소리가 소름 돋을 정도로 선명하게 전장에 울렸다.
[지껄이는 말만큼이나 구린내가 나는 맛이로군.]토스카는 살아 있던 재해를 먹어 치워 버리고선 혀로 입술 대신 아래턱뼈를 훑으며 말했다.
[카릴, 저 도마뱀 녀석은 다른 곳으로 보내라. 전장이 좁아지는구나.]그의 등장에 샌드 서펀트는 마치 왕에게 조아리는 것처럼 머리를 바닥에 처박고서 고개를 들지 못했다.
“…….”
“…….”
본 드래곤의 등장 자체도 놀라운 일인데 일격에 두 번째 재해를 죽여 버린 그의 모습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음? 혹시 놈이 나불거리는 말을 끝까지 들을 생각은 아니었겠지?]토스카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아무렇지 않은 듯 되물었다.
“아니. 어차피 죽일 놈이었어.”
카릴은 그런 그를 향해 피식 웃었다.
창그랑-!!
[다행이군.]토스카는 입에 남아 있던 헤크트의 삼지창을 뱉어내고선 고개를 끄덕였다.
솨아아아악—!!!!
그가 거대한 뼈 날개를 있는 힘껏 펼치자 주위에 흙먼지가 사방에 흩날렸다.
[적의 수준이 이 정도면 별거 없겠는걸.]일격에 헤크트를 죽인 그는 의외로 재해라는 것이 그다지 두려운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내가 있기 때문에 변한 건가.]“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야. 확실히 당신의 전력은 예상하지 못한 일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판을 혼자서 뒤집을 만큼은 아니거든.”
[흠?]카릴의 말에 토스카는 살짝 기분이 상한 듯 고개를 꺾었다. 그도 그럴 것이 비록 이젠 본 드래곤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드래곤 중의 최강좌에 군림했던 로드(Lord)였으니까.
은연중에 자신의 힘을 뽐내듯 말했지만 카릴의 평가는 냉정했다. 토스카의 물음에 카릴은 그의 머리 위에 올라타고선 손짓을 했다. 그러자 병사들은 기다렸다는 듯 출발 준비를 서둘렀다.
파아아악……!! 콰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토스카의 상공으로 올라갔다. 카릴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말했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놈들은 하나가 아니고 대륙 전역에 나타난다.”
[이런 놈이 여럿이란 뜻이군.]“번식의 재해라는 헤크트의 무서운 점은 본체를 죽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야. 강물 위로 모습을 드러낸 순간 이미 녀석은 강물을 타고 자신의 분신들을 대륙 전역으로 퍼뜨렸을 거야.”
[흐음, 알겠군. 그렇기 때문에 네가 병력을 여러 곳으로 나눈 것이겠지.]토스카가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맞아. 저게 끝이었다면 나 혼자서 처리했겠지. 이렇게 대대적인 전쟁을 벌이지 않았어. 대륙 곳곳에 놈과 똑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지휘관들이 있다.”
카릴은 아래를 내려다봤다.
“문제는 단순히 그들의 물리적인 힘만이 아니야. 놈들은 지금처럼 사람을 현혹하고 환상을 보게 만들어 인간을 잡아먹는다.”
[절대적인 믿음이 없다면 확실히 흔들릴 수 있을 문제야. 그런 의미에서 너란 존재의 의의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는군.]조금 전 토스카는 카릴의 존재가 얼마나 병사들에게 신뢰를 주는지 느꼈다. 마치 과거 자신이 최초의 블레이더에게서 보았던 기운과 같았다.
“놈들은 스스로 자신이 진짜라고 하지만 본체는 따로 있어. 그걸 잡지 않는 이상 끝나지 않아.”
[본체라…….]“녀석은 계속해서 분열한다. 장기전이 될수록 인간이 불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그 때문이지. 전투가 끝나고 다음 날이 되어도 녀석들의 수가 줄지 않거든. 오히려 대부분이 적군의 수가 늘어나는 경험을 하게 될 거야.”
[싸울수록 오히려 적의 숫자가 는다니……. 듣는 것만으로도 끔찍한걸.]카릴은 토스카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 끔찍한 일을 전생에 그는 이미 경험해 보았으니 말이다.
[내가 모조리 놈들을 씹어 삼키면 어떨까.]토스카는 조금 전 녀석을 삼킨 입을 한껏 벌리며 말했다. 하지만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본체를 죽이지 않는 한 놈의 분열 속도가 당신이 분신을 제거하는 속도를 뛰어넘을 테니까. 언제나 그렇듯 아무리 강하다고 하더라도 결국 우리의 몸은 하나야. 모든 대륙을 커버할 수는 없어.”
[결국 인간들에게 맡겨야 한다는 건가. 그것도 구심점이 될 네가 없이 스스로 싸워야 한다는 말이지.]“버틸 거다. 아니, 이길 수 있다. 내 병사들은 그렇게 약하지 않으니까.”
[그럼 우리가 해야 할 일은?]“당연하지만 그들이 헤크트를 막는 동안 우리는 녀석의 본체를 찾아야겠지.”
[본체라……. 어떻게 찾지?]“걱정 마.”
카릴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이미 놈을 찾을 계획을 전쟁과 동시에 준비해뒀어.”
그 순간 토스카는 이미 사자(死者)의 육체임에도 불구하고 오싹한 전율을 느꼈다.
[정말 대단하군. 대국을 몇 수나 앞서 보는 것이지? 그것도 신이 감당하지 못하는 괴물을 상대로 말이야. 너 같은 인간은 정말 처음 본다.]“놀라기엔 아직 일러.”
[그래? 그럼 이제부터 놀랄 준비를 하면 되는건가.]카릴은 토스카의 머리를 가볍게 툭툭 치면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아니. 즐길 준비를 해야지.”
그러자 토스카는 그곳이 어디인지 알겠다는 듯 묘한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