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5화(435/497)
263. 번식(繁殖)의 재해 (2)
솨아아아아악……!!
매서운 눈보라가 휘몰아치는 북부의 끝자락을 토스카는 빠른 속도로 날고 있었다.
카릴이 가리킨 방향을 향해 날아가던 그는 눈앞에 한 건축물이 보이자 천천히 속도를 줄이며 선회하기 시작했다.
[반갑군. 태양의 탑이 아직도 있을 줄이야…….]“신화시대엔 그렇게 불렀나?”
[지금은 다른가 보지?]“자세히 봐봐. 당신이 알고 있는 그 탑은 아닐 거야. 왜냐면 저 탑은 그다지 오래되지 않았으니까. 하지만 듣기로는 이 자리에 원래 탑이 있었다고 했으니……. 그 유물이 당신이 알고 있는 태양의 탑이겠지.”
토스카는 그의 말에 아래를 다시 한번 살폈다. 미묘하지만 확실히 그의 기억 속에 있는 건축물과는 조금 달랐다.
[정말이군. 내가 알던 곳이 아니야. 하지만 이렇게나 똑같이 만들다니. 마치 복원이라도 한 것 같군. 흐음……. 그럼 왜 이곳에 온 거지?]“비슷해. 복원한 것처럼 건축물은 다르지만 만들어진 목적은 같다. 태양의 힘을 상징하는 것이라는 의미에서 같은 맥락을 가지고 있거든. 내려가자.”
명령이 떨어짐과 동시에 토스카는 머리를 눈이 가득 쌓인 언덕 아래로 내렸다.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올려 높다란 탑을 바라봤다. 은은한 빛을 머금고 있는 탑은 다름 아닌 여명회의 상아탑이었다.
“오랜만이군…….”
상아탑 주위는 상당히 치열한 전투가 치러지고 난 이후 정비를 하지 못한 듯 여기저기 땅이 패고 사방에는 혈흔 자국들이 아직도 남아 있었다.
카릴은 감회가 새로운 듯 높다란 탑의 정상을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흐음. 여기에 있는 녀석의 머리는 헤크트와 다를 바가 없군. 북부에 눈이 이렇게나 많이 오는데 아직도 혈흔이 남아 있을 리가 있나.]알른은 주위를 훑어보며 말했다.
[이 안에 사람이 없다는 것으로 보이려고 일부러 흔적을 남긴 것이라면 이건 너무 과했어. 아마……. 이 안에 있는 녀석은 멍청이일지 모르겠군.]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피식 웃었다.
“혹은 고지식한 자이겠지.”
그의 대답에 알른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네가 이곳을 찾아와서 만나려는 자가 누군지는 뻔하군. 천하의 상아탑에 있을 위인은 한 명뿐이겠지. 이 핏물의 주인들을 남기기 위해서 일부러 혈흔을 지우지 않은 것일 테니 네 말대로 고지식한 놈이로군.]끼이이이익-
그때였다.
상아탑의 문이 열리고 그 안에 로브를 입은 한 사람이 서 있었다. 깊이를 알 수 없는 눈동자가 그의 성취가 대단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노마법사였다.
“직접 만나는 것은 처음이군요.”
카릴은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의 손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마법사는 그저 허리를 숙여 인사를 하며 말했다.
“어찌 대륙의 제왕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겠습니까. 손을 거두시고 인사를 받으십시오.”
“그렇게 딱딱하게 굴 필요 없습니다. 당신의 동료인 나인 다르혼은 저를 편하게 대하고 있으니까요.”
“그 몰상식한 자와는 다릅니다. 적어도 카딘 루에르는 그렇지 않을 테니까요. 여명회는 패하였고 제국 역시 멸망하였으니, 부끄럽지만 카릴 님께 예를 표하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패했다고 하기엔 인정하지 않는 얼굴이신데요.”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그는 바로 상아탑의 주인이자 여명회의 수장인 베르치 블라노였다. 제국 전쟁 당시 나인 다르혼의 슬레이브 부대가 상아탑을 습격했다.
여기저기 남아 있는 혈흔들은 그때의 증거였으며 그 전투 이후 베르치 블라노의 행방은 묘연해져 제국도 그를 찾을 수 없었다.
그랬던 그가 어찌하여 다시 상아탑에 있는 것일까.
“여명 10계를 전쟁에 참여시키지 않아 주신 것에 일단 감사를 해야겠군요.”
“승산이 없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제 평생 공을 들여 키운 자들입니다. 다 늙은 저와는 달리 그들은 후대에 여명회의 마법을 남겨야 할 존재들이니…… 제국보다 살아남는 것이 더 중하지 않겠습니까.”
그는 조금 초췌한 모습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여명회에 남아 있던 마법사들은 더 이상 보이지 않고 탑에는 그 혼자 있었다.
그때였다.
알른 자비우스가 카릴의 뒤에서 말했다.
“당신은…….”
베르치 블라노는 그를 보자 눈빛이 흔들렸다.
‘나인 그자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7인의 원로회에게 수련을 받았다는 이야기를 한낱 허풍으로 생각했었지만 정말로 눈앞에 나타난 영체에게서 느껴지는 마력은 평생 처음 느껴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뇌 속성의 마법사인 그는 비전술의 강렬함을 굳이 보지 않아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긴말할 것 없이 묻겠다. 100년은 살아보고 늙음을 논하는 것이냐.]“네?”
[고작 현세의 수준으로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녀석이 누구를 공들여 키운단 말이냐. 네놈도 나인 다르혼과 똑같다. 마법 수련에나 더 매진해라. 놈의 슬레이브들은 비록 볼품없긴 하지만 지금까지의 마법계를 분명 꿰뚫은 짓이니까.]“…….”
[첫 번째 재해가 지상에 내려오던 모습을 넌 보았겠지. 그렇다면 카릴이 어째서 널 살려 두었는지도 이제 알 것이다.]여명회는 분명 패했다.
하지만 완벽한 패배는 아니었다. 실제로 나인 다르혼의 슬레이브들은 강력했지만, 그들만으로는 역부족이었다. 의외로 여명회가 전투를 단념한 결정적인 이유는 미하일이었다.
카이에 에시르의 중첩 마법술.
애송이라 생각했던 마법사가 그 누구도 풀지 못했던 그 마법서를 익혔을 때 그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하지만 미하일의 칼날 바람이 그의 실드를 부수고 한쪽 귀를 잘랐을 때 사실 그는 직감했다.
다음 칼날 바람이 자신의 목을 꿰뚫을 것이라는 걸.
“좋은 마법사입니다. 그는 성품과 달리 전투에 특화된 재능을 가졌더군요.”
카릴은 그가 미하일을 말하는 것임을 알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 좋은 성품 때문에 아직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고 있긴 하지만.”
“카릴 님의 주위엔 지금껏 제가 보지 못한 마법사들로 가득하더군요. 7인의 원로회와 같은 대마법사의 눈에는 미약하게 보일지 몰라도 저 역시 적지 않은 나이입니다.”
자신의 절반도 살지 않은 젊은 마법사에게 위협을 느낀 것이다.
“……그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많죠. 그 당시 한 번의 전투에서 이긴다 하더라도 카릴 님께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사정을 봐주시어 살아남게 해주신 것에 감사드릴 뿐입니다.”
여명회는 확실히 고여 있었다.
7클래스에 도달했을 때 그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단계라 여기며 마력의 양을 늘리는 것에만 치중했던 자신이었으니까.
[그 지팡이에서 드래곤의 기운이 느껴지는군.]그때였다.
그를 지켜보던 토스카가 말했다.
[크루아흐……?]“당신이 알고 있는 크루아흐와는 다를 거야. 신화시대의 드래곤이 아니라 아마 그의 후예일 테니까.”
[어찌 되었든 드래곤이 무구를 만들어 준다는 것은 저자를 인정했다는 의미일 터. 마법에 관하여 분명 한 시대를 풍미한 자라는 것은 틀림없다. 가슴을 펴거라. 마력의 축복을 받은 인간이여.]베르치 블라노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거대한 본 드래곤을 바라보며 뭐라 할 말을 잃은 표정이었다.
“황금룡…….”
[하지만 내 말이 무색하리만치 그대를 보니 카릴이 왜 그대를 살려 둔 것인지 알겠군.]카릴은 토스카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뇌 속성은 분명 보기 드문 힘이지. 그 마력으로 대마법사의 반열에까지 오른 것은 실로 대단한 일이지만 더 대단한 건 뇌 속성의 마력은 빛의 힘과 관련되어 있다는 점일 터.]토스카는 카릴을 바라봤다.
[너는 정말로 나를 얻은 것이 우연이란 말이더냐?]그의 물음에 대답 대신 카릴은 묘한 표정을 지으며 어깨를 으쓱할 뿐이었다.
[카릴, 여명회의 백마법과 나의 태양의 힘. 이 두 개의 힘으로 번식의 재해를 막을 생각이로군?]“맞아.”
카릴은 손가락으로 탑의 정상을 가리켰다.
“놈들의 머리 위로 태양을 떨어뜨릴 거다.”
그는 의미심장한 웃음을 지었다.
* * *
우우우웅…….
토스카는 천천히 눈을 떴다.
그러고는 자신의 팔을 들어 바라봤다. 드래곤의 모습과 마찬가지로 불투명한 연기 안쪽으로 여전히 뼈가 보이기는 했지만, 확실히 사람의 모습이었다.
[보면 볼수록 신기하군. 사역마를 소환하는 데에 있어서 계약자의 마력이 중요하다. 나와 같은 드래곤을 부리려면 엄청난 마력이 필요할진대……. 폴리모프까지 가능할 정도로 마력을 빌릴 수 있는 인간이 있다니 말이지.]“탑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필요하니까. 그리고 말했잖아. 내 몸 안에는 용의 심장이 두 개나 있다고.”
“…….”
베르치 블라노는 용의 심장이라는 말에 가볍게 헛웃음을 지었다. 마법사들도 평생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그것을 하나도 아니고 둘이나 가지고 있으니 그야말로 세상에 단 한 명뿐인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건 그렇고 놀랍군.]탈칵-
상아탑의 꼭대기에는 커다란 방이 하나 있었다.
마치 천문대처럼 그 안에는 밖을 향해 솟아 있는 커다란 망원경이 하나 있었고 그 내부에는 빛을 가득 머금은 보석이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토스카는 고개를 들어 그곳을 살폈다.
[이런 건 신화시대에도 없었는데. 도대체 이건 뭐지? 마력을 머금고 있는 보석이라니 말이야.]“신화시대에 없는 것이 당연하겠지. 그 시절에는 분명 마법적인 힘은 뛰어났을지 몰라도 공학과 과학의 시대는 아니었으니까.”
카릴의 말에 토스카는 거대한 보석을 바라보다 고개를 돌렸다.
“삼방석영이라고 하지. 세공하는 게 어려워서 수년 동안 공을 들여 겨우 한 개를 완성했어.”
카릴은 금빛 가루들이 마치 연기처럼 감싸고 있는 신비한 보석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 개라고는 하지만 이 크기라면 그 정도 시간이 걸려도 이상할 게 아니군.]“각 면이 서로 다른 빛을 내는 특수한 광물이야. 최근까지도 그저 귀족들의 장신구에나 쓰이던 물건이지만 당신이라면 이 광물의 가치를 알겠지.”
[그래. 나라서 가능한 일이겠지. 다른 드래곤조차 이 석영의 가치를 알아보긴 어려울 것이다.]“불멸회는 타락술을 기반으로 흑마법이라는 마법 체계를 만들었다. 반면에 여명회는 광휘력이라는 마법 체계로 빛의 마법을 탐구했지. 빛은 곧 신의 힘과 동질시 하게 되어 교단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기도 했고 말이지.”
카릴은 베르치 블라노를 바라봤다.
“하지만 아니지.”
[빛이 곧 신이다? 아둔한 녀석들. 마법사라면 알 수 있을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비록 같은 원류에서 나왔다 하더라도 그렇기에 마법과 신력은 별개로 나뉠 수 있으며 마법회와 교단이 구분될 수 있는 이유기도 하지.]“…….”
알른의 비웃음에 그는 침묵했다.
지금까지 제국의 지원을 받아 마법의 양대 학회로 거듭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이 탐구하는 빛의 마법이 결코 신의 힘이 아니라는 것을 말이다.
[어째서 빛만이 정의라는 획일적인 생각을 하지? 율라의 힘은 빛과 어둠의 결합인데……. 오히려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자들이 인간들에게 그 생각을 주입한 것처럼 들리는구나.]토스카는 카릴의 말에 어처구니없다는 듯 말했다.
“맞아. 그리고 그 의문 덕분에 우리는 같은 목적이 될 수 있었지. 여명회가 이번 일을 끝내면 빛의 마법을 연구할 수 있도록 돕기로 했거든.”
[나를 이용하려는 것이냐. 앙큼한 녀석.]“원래는 폴세티아에 있는 마법을 알려주는 조건이었지만……. 그 마법서를 완성한 당신이 있으니 굳이 시간을 들일 필요 없겠군.”
카릴은 피식 웃었다.
[좋다. 태양의 힘을 머금고 있는 보석이라……. 확실히 정화의 힘을 가진 광물이야. 지금까지의 속성석과는 달리 마치 나를 위해 만들어진 것 같군.]“이 순간을 위해서일지도 모르지.”
카릴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여긴 천문의 방이라 불리는 상아탑의 관측대다.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망원경이 있는 곳이지. 이 망원경 위에 마경을 만들어 대륙 전역을 볼 수 있어.”
그는 망원경을 가볍게 툭 두들겼다.
“계획은 이렇다. 나는 지금부터 전장으로 돌아갈 것이다. 하지만 두 번째 재해를 막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당신들의 몫이야.”
[어떻게?]“이 망원경은 마경을 통해 대륙을 볼 수 있다. 마력의 양을 늘리면 늘릴수록 더 많은 곳을 볼 수 있고 말이야.”
[우월한 눈과 비슷한 원리로군.]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전장에 있는 지휘관들을 통해 이스라필에게 일차적으로 헤크트의 위치를 알린다. 그리고 이스라필은 우월한 눈을 통해 그곳의 정보를 이곳으로 보낼 거야.”
카릴은 베르치 블라노를 바라봤다.
“그다음 그 정보를 토대로 베르치, 당신이 이 망원경으로 그곳을 다시 한번 찾아내야 한다.”
[네 계획이 뭔지 알겠군.]그들의 대화를 바라보며 토스카는 순식간에 카릴의 생각을 읽었다.
[망원경으로 찾아낸 장소에 저 삼방석영으로 나의 태양의 힘을 응축시켜 놈들에게 쏘려는 것이로군?]“맞아. 나 다음으로 대륙에서 가장 많은 마력을 보유한 사람이 바로 베르치 당신이니 이스라필이 찾아낸 모든 곳을 아우를 수 있을 거야.”
카릴은 검지를 들었다.
“명심해. 기회는 한 번이야. 놈들은 번식의 재해. 하나씩 잡아서는 끝나지 않는다.”
카릴이 두 손바닥을 서로 마주쳤다.
“쾅-!!”
그러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놈들의 머리 위로 태양의 일격을 떨어뜨린다. 어디에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른 채로 놈들은 한 방에 소멸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