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6화(436/497)
264. 헤크트 전(戰) (1)
“진격하라!!!!”
비올라는 자신의 세검 은빛 서슬(Silver Wrath)을 뽑으며 있는 힘껏 외쳤다.
극도로 얇은 세검이지만 검날은 마치 별처럼 반짝이며 전장의 모든 곳을 비추듯 자신의 존재감을 뚜렷하게 나타내고 있었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그녀의 외침에 따라 그레이스 판피넬을 필두로 한 기사들이 일제히 적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1 마법 병대! 보호막을 펼쳐라!”
기사들의 바로 뒤로 기병들이 모는 마차에 타고 있는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거친 기마술에도 불구하고 울카스 마법 병대의 마법사들은 아무렇지 않은 듯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또한 톰슨이 자리를 비운 와중에도 그들은 전투에서 흐트러짐 없는 모습을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아카데미에서 스펠 훈련이나 받으며 키워진 마법사들이 아니라, 길드 안에서 마물을 사냥하며 언제나 생존 싸움에서 살아남은 진정한 베테랑들이었기 때문이었다.
[카락! 카라라락!!!]개구리 얼굴을 한 마물들이 달려오는 기사단을 향해 소리치며 쇠창을 이리저리 찔러대기 시작했다.
“속도를 늦추지 마라!!”
헤크트 군세의 숫자는 가히 수를 셀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났다. 수천 마리의 마물들이 자신들을 향해 달려드는 상황에서도 그레이스는 오히려 말을 박차며 소리쳤다.
“흡……!!”
그의 검날에 마나 블레이드가 솟구쳤다.
파앗!!!
그레이스는 말의 안장을 밟고 뛰어오르며 노도와 같은 속도로 마물의 군세 한가운데로 파고들었다.
판피넬 가전검술 – 물 수제비(Stone Skipping).
마물들의 중심에서 그가 검을 가로로 눕히며 바닥을 쳐올리는 것처럼 지면을 찍어 튕겨 올리자 그의 주위로 고리처럼 날카로운 파장이 일어나며 순식간에 퍼졌다.
쾅! 콰가가가강……! 콰강!!!!
그레이스를 공격하려던 마물들이 그 파동에 오히려 사방으로 튕겨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수백 마리의 시체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순식간에 채워졌고 그레이스를 노렸다.
“단장님!!”
기사단원들의 외침과 동시에 헤크트들의 날카로운 창이 그를 덮쳤다.
창! 차캉! 차카카카캉……!!
불꽃이 튀며 쇠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다. 하지만 그들의 공격은 어느 것 하나 닿지 못했다. 그레이스 주위로 푸른 막이 창날에 부딪힐 때마다 번쩍거렸다.
화르르륵! 펑!! 펑!!
그와 동시에 연신 창을 두들기던 마물들 위로 화염이 쏟아졌다. 저 멀리서 울카스 길드의 마법사들이 주문을 외우는 것이 보이자 그레이스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쳤다.
“전군!! 마법 병대를 믿고 진격하라!”
두두두두두두두—!!
두두두두—!!!
마물들의 옆구리를 찌르는 날카로운 기사들의 창이 순식간에 파도를 가르는 것처럼 녀석들의 대형을 가로지르기 시작했다.
[카락! 카라락!!]“죽어라!!”
[크르르르륵……! 칵!!]“흐압!!”
순식간에 전선은 서로 뒤엉키기 시작했고 여기저기 불꽃이 터졌고 피와 시체가 쌓였다.
“방패를 펼쳐라!”
전장의 상황을 지켜보던 비올라는 뒤엉킨 기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전술 – 철벽(鐵壁).
화아아아악—!!
기사들이 허리에 달려 있는 기다란 줄을 잡아당기자 갑옷의 등 쪽에 마치 날개처럼 칼날이 돋아나더니 부채가 펼쳐지듯 날카로운 방패가 생겼다.
“합-!!!”
날카로운 방패 날로 주위의 마물들을 베어내며 자리를 만든 기사들이 일제히 벽을 쌓았고 하나둘 방패들이 이어지며 완성된 방패 벽이 마물을 양쪽으로 갈라놓았다.
“그레이스! 너는 우측 기사들과 함께 놈들이 방패를 넘지 못하도록 막아라! 좌측 기사들은 나를 따라 놈들을 섬멸한다!!”
비올라는 기다렸다는 듯 소리치며 은빛 세검을 휘두르며 적진으로 파고들었다.
“이럇……!! 이럇!! 모두 비올라 님을 보호하라!!”
“무슨 일이 있어도 여왕님을 수호하라!!”
그녀가 마물들 사이로 휘젓고 다니기 시작하자 기사들은 황급히 그의 뒤를 따라 싸우기 시작했다.
“제법인걸. 검은 그저 왕가의 장식으로 가지고 다니는 줄 알았는데. 쓸 만한 검술을 하는군.”
“저걸 보고 쓸 만하다고요? 기사들이 보호하려고 황급히 달려가는 게 안 보여요? 언니는 중앙인들에게 너무 관대하신 것 같아요.”
라니온 연합의 전투를 보던 언덕 위에 세 사람 중 키가 작고 앳된 소녀가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보세요. 저기 저 뒤쪽에 거대한 놈이 있습니다. 아마도 저놈이 주군께서 말씀하신 헤크트라는 놈이겠죠. 조무래기들을 아무리 잡아봐야 소용없는 일인데 결국 저들은 우리가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요.”
“그래서 온 것이잖아.”
“네, 네. 그렇죠. 누구는 지원군 얘기 한번 했다가 진흙탕을 굴렀는데, 지원을 받는 주제에 칭찬까지 받다니 말이죠.”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하는 앳된 소녀는 다름 아닌 디곤 3자매 중 막내인 디그였다.
그런 디그를 보며 둘째인 카노초는 피식 웃었다.
“저자는 여왕이고 우리는 전사이니 당연히 대하는 것이 달라야 하지 않느냐.”
“여왕이요? 여왕이란 단어는 오직 디곤의 수장에게만 허락된 단어에요. 저런 조무래기에겐 가당치도 않은 말입니다.”
디그는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그런 그녀를 보며 카노초는 말했다.
“디곤의 여왕은 특별하지. 저들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야. 저들과 우리가 다르듯 디곤의 여왕을 단순히 여왕이라고 표현한다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일이잖느냐.”
그녀는 등에 메고 있던 두 자루의 반월쌍검을 꺼내 들고서 말했다.
“여제(女帝). 그게 절대 무위의 여왕인 디곤의 수장에게 어울리는 단어겠지.”
타앗-!!
카노초는 가장 먼저 남부의 말이라 불리는 카르곤의 허리를 때리며 언덕을 내려가려 했다.
“그러니 우리 역시 평범한 기사들과 달라야겠지. 가자, 우리가 가장 먼저 헤크트의 목을 벤다.”
그녀의 거대한 반월검이 빛났다.
“두말하면 잔소리.”
그녀의 뒤를 따라 디그는 쌍검을 교차하며 안장 위에 올라서서는 카르곤의 머리에 한쪽 다리를 올려놓고서 고삐도 잡지 않은 채 마치 묘기를 부리듯 꼿꼿이 서서 달리기 시작했다.
“멈춰.”
그때였다.
밀리아나는 이제 막 박차를 가하는 두 사람을 불러 세웠고 그녀의 부름에 자매들은 황급히 카르곤을 멈췄다.
“무슨 일이십니까?”
“왜 그러십니까?”
“언제나 그렇듯 전쟁의 포문은 우리가 연다. 대륙 곳곳에 저 같은 괴물들이 즐비하다고 했다. 우리는 누구보다 먼저 놈을 베야겠지.”
그녀의 말에 두 사람은 그런데 어째서 멈춰 세웠는가 되묻는 듯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디곤의 이름을 걸고 싸우는 것은 맞지만 이번만큼은 헤크트의 목을 베는 건 우리가 아니다. 우리는 전쟁의 시작을 알릴 뿐.”
그녀는 두 사람 이외에 또 뒤에 서 있는 한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헤크트의 목을 베는 것은 네가 할 일이다.”
“제…… 제가요?”
남자는 밀리아나를 바라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다. 그가 입고 있는 두꺼운 중장갑은 평범한 사람이라면 입을 수도 없을 정도였지만 투구 속에 있는 눈빛은 여전히 긴장 가득해 보였다.
“카릴이 너를 우리에게 맡긴 이유가 그 때문이란 것을 알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먼저 헤크트의 주검을 들어 하늘에 보여라. 이번 전쟁으로 대륙 전역에 네 이름이 울려 퍼질 것이다.”
밀리아나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하와트 타슌.”
꿀꺽-
자신의 이름이 호명되자 거인족의 사내는 마른침을 삼켰다.
“이거야 원……. 보모도 아니고.”
디그는 하와트가 들고 있는 자신의 키만큼 거대한 해머를 툭툭 두들기면서 말했다.
“영광으로 생각해. 디곤의 3자매가 너를 위해서 앞길을 열어 준다는 것은 평생에 없을 일이니까.”
“가자.”
탓-!!
밀리아나의 말이 떨어지자 디그는 기다렸다는 듯 하와트의 어깨 위에 올라탔다. 작은 체구의 그녀는 마치 맞추기라도 한 것처럼 그의 갑옷 틈 사이에 꼭 들어맞았다.
그녀는 조금 전 카르곤을 몰 때처럼 하와트의 어깨 위에 한쪽 발을 얹으며 말했다.
“걱정 마. 내가 있으니.”
하와트는 자신의 허벅지에도 오지 않을 작은 소녀가 이리도 당차게 말하자 신기한 듯 바라봤다.
“쓸어버리자고.”
콰아아아아아앙—!!!
“……!!!”
그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있는 힘껏 뛰어오르며 언덕 아래로 내려가자 디그는 엄청난 속도에 놀란 듯 자신도 모르게 눈을 동그랗게 떴다.
“하, 하하…….”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때렸고 성큼성큼 하와트의 다리가 움직일 때마다 저 멀리 보였던 헤크트가 순식간에 다가오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이거 카르곤하고는 비교할 게 아닌걸?”
그녀의 시야에 드넓은 전장의 풍경이 들어왔고 수많은 병력이 뒤엉켜 있는 그곳의 모습이 마치 지도를 보는 것처럼 그녀의 밑에 깔려 있었다.
이런 느낌은 처음이었다.
“이게 거인이 바라보는 풍경이란 말이지.”
디그는 피식 웃었다.
“이제 언니들보다 내가 더 위에서 전장을 내려다볼 수 있겠어.”
그녀는 만족스러운 듯 살짝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앗-!!!
하와트의 어깨를 발판 삼아 그녀가 뛰어올랐다.
디곤 쌍검술 3결 – 비조파동(飛鳥波動).
교차한 단검 사이로 번쩍이는 빛이 일더니 마치 새가 날 듯 마물들 사이를 헤집으며 그녀가 헤크트를 향해 질주했다.
서걱……! 사사사삭……!!
정확히 마물의 목덜미에 검을 박아 넣으며 디그는 소리쳤다.
“하와트!!”
그의 이름을 부르자 마치 두 사람은 미리 짜기라도 한 것처럼 피를 흘리는 마물을 향해 하와트가 거대한 해머를 휘둘렀다.
퍼억-!!!
원을 그리며 휘둘러진 그의 해머는 마치 허공에다가 휘두른 것처럼 아무것도 걸리는 것이 없었다.
주르륵……. 푸슉……!!!
하지만 하와트의 주위에서 머리가 뭉개진 마물들의 목 위로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올랐다.
“흐익?!”
하와트는 깜짝 놀라며 해머를 떨어뜨릴 뻔했지만, 오히려 뒤로 물러서다 마물을 밟고 말았다.
[카락!! 카라라락……!!]우드드득-!
비명과도 같은 마물의 외침도 잠시 녀석의 몸이 하와트의 발에 밟히자 풍선 터지는 것처럼 터져 나갔다.
“…….”
순식간에 하와트의 주위에 있던 모든 마물이 없어졌다. 디그는 입을 다물지 못한 채 그를 바라보더니 놀란 얼굴로 눈을 껌뻑였다.
“언니.”
그녀는 밀리아나를 바라봤다.
“??”
“아무래도 나도 찾은 것 같아. 언니도 응원할게.”
“무슨 헛소리야?”
밀리아나는 검으로 마물의 목을 베어 넘기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또 시작이군.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 녀석 강한 사람만 보면 꼭 저러거든요.”
카노초를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아냐. 이번엔 달라.”
하지만 디그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강하기만 한 게 아니라 키도 크지.”
“……커도 너무 큰 거 아니야?”
카노초의 핀잔에도 불구하고 디그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면서 하와트를 바라봤다.
“너.”
피가 묻은 단검이 자신을 향하자 하와트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하지만 일격에 짓이겨진 살점들이 덕지덕지 피범벅이 되어 붙어 있는 그의 해머와는 비교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내 거 해라.”
“……네?”
투구에 얼굴이 가려져 있었지만 하와트의 당황해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금부턴 나만 믿고 따라와. 언약의 증표로 헤크트의 목은 내가 선물로 줄 테니까.”
디그는 하와트의 몇 배나 가녀린 자신의 가슴을 툭툭 주먹으로 두들기며 다부지게 말했다.
“따라와.”
“네, 넵!”
그녀의 뒤를 따르는 하와트의 황금빛 갑주가 빛나고 있었다.
“태양의 힘은 상아탑에만 있는 게 아니군.”
밀리아나는 그런 두 사람을 귀엽다는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이미 전장엔 거인의 태양이 떴다. 이것이 네가 그리던 풍경이겠지. 카릴.”
그녀는 저 멀리 북부의 끝자락을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