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3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38화(438/497)
264. 헤크트 전(戰) (3)
콰아앙!! 콰아아아앙!!!!
하늘이 진노한 듯 여기저기 떨어지는 빛의 불꽃들이 헤크트들을 섬멸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토스카의 태양의 힘은 인간에게는 위해를 가하지 않고 오직 타락들에게만 유효했다.
“이건…….”
마물들과 싸우고 있던 병사들은 빛에 닿는 순간 전신을 휘감는 뜨거운 고양감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전군!! 돌격하라!!!”
지휘관들은 마치 그 뜨거움을 참지 못하고 발산해야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다.
그리고 그것은 병사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토스카의 빛이 대륙 전역에 있는 헤크트들을 불살랐고 남은 마물들은 우두머리를 잃어 우왕좌왕하며 자유군에게 밀리기 시작했다.
창! 차아앙-! 창! 차앙!!
여기저기에서 병장기가 부딪히는 소리가 요란하게 전장을 울렸다.
[캬악! 캬아아악!!] [크르르륵……!!] [칵!!]마물들은 공격적으로 인간을 향해 포효를 지르며 덤벼들었지만 이미 자유군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싸워라!!”
“놈들을 몰아쳐라!!!”
마론 협곡에서도 키웰 해안에서도 포나인 강 상·하류까지 대륙에는 수많은 전선이 형성되어 있었고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지만 토스카의 빛이 닿은 모든 곳에서 자유군의 함성이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자유군 전선! 포나인을 중심으로 빠른 속도로 헤크트들을 밀고 올라가고 있습니다.]이스라필이 우월한 눈을 통해 현재 상황을 카릴에게 일렀다. 그의 목소리까지 전율에 떨리고 있었다.
[황금룡이 가진 태양의 속성은 실로 대단하군.]알른은 온통 새하얗게 빛나는 대륙을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아무리 그라도 대륙 전역을 감쌀 순 없어. 상아탑의 관측대와 삼방석영의 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어.”
[그리고 그걸 작동시킨 마법사까지. 결국 너는 인간과 드래곤의 힘이 합쳐서 만들어진 작품이라 말하고 싶은 것이로군?]“블레이더가 그러하듯이 말이야.”
카릴은 신화시대에 그들이 율라에게 대적하기 위해 뭉쳤던 것을 떠올렸다. 아무리 강한 존재라 하더라도 혼자서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그 진리를 카릴은 전생을 겪으면서 뼈저리게 느꼈다. 그는 오직 검 하나만으로 검성이라는 위치에 오를 정도로 고군분투하며 싸웠지만, 그 노력의 결과는 혼자서는 미래를 바꿀 수 없다는 것만을 알게 되었을 뿐이다.
[그래서 네가 준비한 것이 신살의 10인이겠지.]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나는 정령부터 드래곤까지 모두 이 전쟁에 집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신령대전은 인간 이외 존재들의 힘이 합쳐졌음에도 불구하고 패배했어.”
[흐음……. 그거야 내부에서 배신이 있었기 때문이겠지.]“그래, 그렇기에 우리는 더욱더 강한 결속력이 필요해. 두 번의 패배……. 아니, 세 번의 패배는 결코 있어서는 안 되니까.”
과거 신화시대의 패배에서부터 전생의 자신의 패배까지 인간의 역사에서 신에게 대적한 자들의 말로는 오직 패배뿐이었다.
카릴은 그러한 역사를 뒤집기 위해 언제나 완벽한 계획을 준비했다.
신조차 생각지 못할 그러한 계획들.
[걱정 마라. 너는 지금껏 잘하고 있으니 말이야. 보거라. 대륙을 위협했던 두 번째 재해에 맞서 이리도 잘 싸우고 있지 않으냐. 승기는 우리 쪽으로 넘어왔으며 너는 이제 마무리를 짓기만 하면 된다.]“그렇겠지.”
카릴은 보지 않아도 대륙 곳곳에서 싸우고 있을 병사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다.
“저기 헤크트의 분신들이 사라지면서 한곳으로 모이고 있다. 저 잔해들이 가는 방향에 녀석의 진짜 본체가 있다.”
카릴은 곳곳에서 마치 세포들이 결합하는 것처럼 진득한 점액들이 공중을 날아 한 곳으로 모이는 모습을 바라봤다.
그때였다.
붉은 비늘의 고삐를 움켜잡아 그곳을 향해 날아가려던 카릴의 귀에 다급한 이스라필의 목소리가 들렸다.
“무슨 일이지?”
[북부……! 협곡 사이에 있는 한 곳의 헤크트가 잡히지 않았다는 보고입니다!!]“……뭐?”
카릴은 그 순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어떤 순간에도 냉정함을 잃지 않던 그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키는 모습에 알른이 황급히 물었다.
[근처에 병력이 없느냐. 아니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이동마법진을 준비해뒀으니 이스라필 네가 직접 움직이도록 해라.] [그게……. 외람된 말씀이오나 북부에 설치해 놓은 이동마법진과도 거리가 먼 곳입니다.] [무슨 바보 같은 소리야! 헤크트가 나올 예상지에 병력을 모두 분산시켜 놓았지 않았느냐!!] [……아무래도 놈이 노리고 일부러 숨겨 놓은 분신인 것 같습니다.] [뭐? 도대체 거기가 어디길래……! 빌어먹을……!! 감히 마물 주제에 영악한 놈!!!]알른 자비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바득 갈며 소리쳤다. 인간의 언어를 구사할 때부터 그는 두 번째 재해의 지능이 월등히 높아졌다는 것을 직감했었다.
그 불안감이 현실로 도래하자 끝내 최악의 결과를 만들어 내고 말았다.
[놈은 순식간에 재생하여 다시 분신을 만든다. 설마…… 우리의 계획이 실패란 말인가?]천하의 알른조차 어찌할 바를 몰라 당혹스러운 듯 중얼거렸다.
“아직 죽은 분신들의 잔해가 모이는 중이다. 놈이 재생하기 위해서는 저 분신들을 모두 수거하고 난 다음에 가능할 거야. 시간은 있어.”
[설마……?]“이스라필 위치를 내게 말해줘. 내가 직접 간다.”
카릴은 북쪽으로 비룡의 머리를 돌렸다.
스아아아아앙……!!
바람을 가르는 빠른 속도로 붉은 비늘이 날갯짓하며 날아올랐다.
[카릴, 차라리 본체를 노리는 것은 어떠냐. 아무리 네가 간다 해도 지금 날아봤자 시간을 맞출 수 없어!]“같은 말을 반복하게 하지 마. 놈은 번식의 재해다. 조각 하나라도 남아 있는 한……. 부활하고 말아.”
하지만 그 말을 하는 카릴의 얼굴도 굳어 있었다.
[제길…….]알른은 방도를 찾을 수가 없어 자신도 모르게 이를 바득 갈았다.
[북부 안쪽 협곡입니다. 지도에 나와 있지 않은 곳이어서……. 배치를 하지 못한 듯싶습니다.]“북부 안쪽?”
[네. 영상으로 보여 드리겠습니다. 마경을 봐주십시오.]이스라필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카릴의 시야가 그의 우월한 눈과 공유되면서 지도 위에 한 곳이 나타났다. 카릴은 그곳이 어디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여긴…… 천년빙동?”
헤크트는 영악하게도 북부인들에게도 비밀의 장소인 그곳에 자신의 분신 하나를 숨겨 놓은 것이었다.
“하필 이곳이라니…….”
당연한 얘기지만 그곳은 외부인의 출입을 금하고 봉인되어 있는 곳이었기에 병력이 배치되어 있지 않았다.
뼈아픈 실책이었다.
“방법이…….”
카릴은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이 그저 비룡의 고삐를 쥔 손에 힘을 주는 것뿐이라는 사실에 화가 날 뿐이었다.
그때였다.
[저희에게 맡기십시오, 주군.]“……?!”
생각지 못한 목소리가 그의 귀에 들려왔다.
하시르의 것이었다.
카릴은 깜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하하, 곤란해하는 것 같구나. 카릴.]그뿐만이 아니었다.
[고삐를 돌려 놈의 본체가 있는 곳으로 향하십시오. 저희가 남은 하나를 제거하겠습니다.] [부디 놈을 섬멸하소서.] [아무도 찾지 못할 것이라 생각했던 그 장소에 저희가 있으리라고는 오히려 그놈이 생각지 못했을 일일 겁니다.]화린의 호탕한 목소리가 그의 귀를 때리는 순간 베이칸, 릴리아나, 카일라 창 등 여러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들렸다.
“너희들이 어떻게…….”
카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수련을 하도록 보냈던 파렐 안에서 다시금 돌아오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 예상했다. 처음부터 카릴은 그들에게 파렐은 완벽하게 공략하라 명하지 않았다.
10층.
카릴이 그들에게 공략하라고 했던 층수였다. 그리고 이미 경험을 해봤던 곳들이었기에 그는 그들이 돌아올 시간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 빨랐다.
“설마 내가 말했던 층까지의 공략에 실패해서 돌아온 것은 아니겠지?”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당신은 설마 우리가 실패하고 돌아와 떳떳하게 말을 할 염치도 없는 녀석들이라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화린은 기다렸다는 듯 되물었다.
[뒤처리는 우리에게 맡기고 어서 전장으로 가도록 해. 영웅이 필요한 순간은 뒤를 돌아볼 때가 아니라 앞으로 나아갈 때니까.]카릴은 어쩐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클클, 카릴. 네 예상을 뛰어넘는구나. 하긴 북부에도 고든만큼이나 만만찮은 괴물이 하나 더 있었으니까. 그녀를 파렐에 넣은 것은 그야말로 신의 한 수…… 아니, 너의 한 수로구나.]콰드드드득……!!!
그 순간 카릴은 있는 힘껏 비룡의 고삐를 반대 방향으로 잡아당겼다.
[크르르르르!!!]붉은 비늘이 낮게 울면서 그의 감정을 마치 알겠다는 듯 더욱 힘차게 날기 시작했다.
“당연한 거야. 전쟁은 혼자 싸우는 것이 아니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지만 알른은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 있음을 눈치챘다.
* * *
부글…… 부그그글…….
[요란하게도 해놓았군.]재해의 조각들이 모이는 장소에 도착한 카릴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은 실로 끔찍했다.
거대한 슬라임을 방불케 하는 점액의 뭉치가 부글거리면서 끓고 있었고 그 주위는 독성에 역한 냄새가 가득했다.
[대륙 각지에서 날아온 놈의 분신 조각들이 합쳐지고 있다. 차라리 지금 죽여 버리는 것이 어떠냐.]“타락을 사냥하기 위해서는 심장을 파괴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상태에서는 심장이 존재하지 않아. 놈이 하나로 뭉쳤을 때 비로소 육체가 완성되니까.”
[흐음……. 그럼 어쩌지?]“기다려야지.”
카릴은 자신이 날아온 뒤쪽을 바라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지막 한 조각까지 놈에게 합쳐질 때까지.”
그 순간 북부의 천년빙동이 있는 방향에서 날아오는 헤크트의 조각이 놈의 몸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크르……. 크르륵…….]점액질 같던 놈의 육체가 순식간에 딱딱하게 뭉치더니 서서히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타이밍 한번 기가 막히는군. 순식간에 해치워 버렸는걸?]“그만큼 그들이 성장했다는 뜻이겠지.”
카릴은 헤크트의 분신 조각을 보며 그들이 파렐 안에서 얼마나 강한 힘을 얻게 되었는지 단편적으로나마 짐작할 수 있었다.
“번식의 재해…….”
카릴은 천천히 검을 뽑았다.
두 번째 타락이자 신탁 전쟁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인 괴물 중 하나.
‘온다.’
카릴은 직감했다.
서늘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치열했던 놈과 싸웠던 전생의 기억이 떠오르자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크아아아아아아!!!]놈의 육체가 완성되자 우레와 같은 포효가 전장을 울렸다. 분신의 크기도 거대했지만 그런 분신들이 합쳐진 놈의 육체는 고개를 들어 올려다봐도 힘들 정도로 거대했다.
녀석의 갑옷 사이로 붉은 심장이 빛을 내며 꿈틀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꽈악-
그는 검을 쥔 손에 더욱 힘을 주었다.
하지만 다시금 재해를 맞이하는 그에게 있어 전생과 다른 점이 분명 있었다.
검을 쥔 손이 떨렸지만 그것이 전생과 같은 두려움 때문이 아닌 놈의 목을 빨리 베고 싶다는 욕망에서 우러나오는 분노였으니까.
파앗-!!
그리고 카릴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 놈을 향해 달려갔다.
재해의 마지막을 마무리 짓기 위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