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4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40화(440/497)
264. 헤크트 전(戰) (5)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마엘은 사미아드의 등장에 뱀의 혀를 파르르 떨며 소리쳤다.
[예전부터 네가 마음에 들지 않았으니까. 너 따위가 마스터 키(Master Key)라는 것이 이해가 가지 않을 따름이야.] [웃기는 소리군. 마스터 키의 자리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놈이야 당연히 모르겠지. 11번째 자리인 신속(神速)이 네게 가당키나 한 것 같으냐?] [……뭐?] [하긴……. 15번째가 아닌 이상 특별할 것도 없지. 지금 이 전장에만 하더라도 마스터 키를 가진 놈들이 몇이나 되지? 하지만 전장을 지휘하는 것은 카릴이다. 오직 15번째 마스터 키만이 진정한 열쇠란 말이지.] [미친놈.] [그리고 15번째 중에서도 나, 마엘 만이 정점에 선 존재이다. 그 15번째도 아닌 겉절이에도 떨어진 놈이 무슨…….]“둘 다 입 다물어.”
바람의 정령왕과 마엘의 대화를 듣던 카릴이 입을 열었다. 그의 한마디에 당장에라도 싸울 듯했던 두 힘이 잠잠해졌다.
“마스터 키의 자리에 누가 오르던 관심 없어. 내게 중요한 것은 너희들의 힘이 내게 도움이 되느냐 하는 것이다.”
카릴은 팔을 들어 올렸다.
“마엘. 네가 내 몸을 원하는 것을 금하진 않는다. 그 탐욕이 네 힘의 원천이라는 것을 아니까.”
[클클……. 그것참 다행이로군.]“그리고 나 역시 네 욕망을 이용하고 있으니 불만 없어. 어차피 넌 내게 이용당하다 끝날 거거든.”
[…….]카릴이 마엘의 힘을 폴세티아의 검에 옮겼다. 그러자 검날이 머금고 있는 오러 블레이드가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사미아드.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정령왕으로서의 체통은 지키지? 그동안 잠잠했던 네가 스스로 봉인을 깨고 내게 말을 한 것은 참으로 기쁜 일이지만.”
“하지만 마엘에게 미친놈이라 말한 건 정령왕들 중에 네가 처음이다. 마음에 들어.”
[나중에 우레군주를 찾게 되면 꼭 마엘을 만나게 해주시오. 재밌는 걸 볼 수 있을 테니까.]“네가 날 번개의 정령왕에게 인도해 줄 수 있는가?”
[방법은 네가 더 잘 알고 있을 테니 굳이 설명할 필요 없겠지. 하지만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 길도 찾을 수 있다. 정령계의 문을 열면 내가 길잡이가 되어 주지.]“듣던 중 반가운 소리로군.”
카릴은 사미아드를 바라보며 이제 곧 남은 두 개의 정령왕마저 모두 얻을 수 있으리라 확신했다.
[인간이여. 나와 계약을 하겠는가.]후우우우우웅……!!!
바람이 일었다.
카릴은 지체 없이 헤크트를 향해 달렸다. 대답은 없었지만 그의 주위에 바람이 불더니 점차 거세지기 시작했다.
쾅! 쾅!! 콰앙!!!!
그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굉음이 터져 나왔다. 질주하며 허공을 내달리는 그의 모습은 마치 지상을 달리는 것처럼 제약이 없어 보였다.
조금 더.
카릴이 허리를 숙였다.
그의 얼굴을 때리던 공기의 저항이 사라졌다.
조금 더.
카릴이 다리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그의 발아래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마치 발판이 위로 밀려 올라오며 그의 다리를 밀어주는 것처럼 발을 내디딜 때마다 그의 도약력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기 시작했다.
스캉-!!!
그가 헤크트의 가슴에 튀어 올라 검을 찌르는 순간 소리의 영역이 그를 뒤따르지 못해 오히려 한 발자국 늦게 들렸다.
콰아아아아아앙—!!!!
카릴의 일격에 헤크트는 황급히 밟고 있던 하와트에서 발을 떼고서 자세를 잡았지만 그보다 더 강렬한 충격에 뒤로 발라당 넘어지고 말았다.
[크륵?!]엉덩방아를 찧으며 볼썽사납게 자빠진 녀석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하지만 조금 전 일격을 가했던 카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바람의 힘은 단순히 속도만이 아니지.]사미아드의 바람이 카릴의 주위를 감싸자 그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졌다. 헤크트는 황급히 그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렸지만 이미 바람의 벽 뒤에 숨은 그를 찾을 순 없었다.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녀석의 뒤를 노렸다.
파앗-!!
그가 뛰어올라 있는 힘껏 놈의 턱을 돌려찼다. 바람의 벽이 사라짐과 동시에 그가 자신의 바로 눈앞에 나타나자 놈은 화들짝 놀라며 창을 들었지만 그보다 카릴의 발차기가 녀석에게 적중하는 것이 빨랐다.
빠가각……!!!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가 선명하게 들리면서 개구리를 닮은 놈의 커다란 머리가 뒤로 홱 꺾였다.
[카아아악!!]놈은 기괴하게 머리가 등 쪽으로 돌아갔음에도 불구하고 죽지 않고 오히려 더욱 분노에 찬 듯 포효를 질렀다.
쿠콰쾅!!!! 콰광!!!
놈이 벌떡 일어나더니 삼지창을 찍어 누르듯 쏟아 냈다. 창이 바닥에 찍힐 때마다 파치 폭탄이 터지는 것처럼 사방에 파편들이 터져 나왔다.
운석이 떨어진 것처럼 거대한 구멍이 계속해서 깊게 이어졌다.
[죽어……!! 죽어라……!!]놈은 불의의 일격을 당했다는 것에 자존심이 상한 듯 창으로 부족한 듯 던져 버리고서는 양 주먹을 번갈아 가며 내리꽂았다.
쿠쿠쿠쿵! 콰쾅!!
쾅! 쾅! 쾅!!
먼지 폭풍이 솟구쳤고 분진 가득한 폐허 속에서도 녀석의 주먹이 만들어 내는 굉음이 진동했다.
“카릴…….”
밀리아나는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그의 이름을 불렀다.
꽈악-
그녀가 쌍검을 고쳐 쥐고서 그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자 황급히 자매들이 말렸다.
“위험합니다!”
“놔. 명령이다.”
“언니께서 가신다면 저희도 함께 가겠습니다.”
“너희완 달라. 내겐 용족화가 있다. 놈의 공격을 버틸 수 있어.”
“기껏해야 한 방이겠죠. 하와트의 갑옷이 일격에 날아가는 것을 못 보셨습니까?”
카노초가 그녀의 앞을 가로막았다.
“비켜!”
하지만 밀리아나는 망설임 없이 거구의 그녀를 신경질적으로 밀고서 달려갔다.
푸스스스스…….
그때였다.
헤크트의 쏟아지던 주먹질이 멈추자 솟구쳤던 먼지들도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갑자기 일어난 정적에 밀리아나는 달리던 발걸음을 멈추었다.
콰앙!!!
순간 헤크트의 몸이 다시 한번 휘청거리며 수도 없이 찔러 넣었던 주먹이 튕겨 나가듯 위로 밀려났다.
강렬한 충격과 함께 녀석이 뒤로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몰아치던 공격에도 불구하고 놈의 얼굴에는 분명 당혹감이 묻어나 있었다.
“……!!!”
밀리아나는 다급히 만환(卍環)을 사용해 분진 속을 바라봤다. 먼지들 사이로 보이는 하나의 인영.
깊게 파인 구덩이에서 천천히 카릴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쉬이이이이익……!!!
그가 발을 내딛자 강렬한 바람이 먼지를 쓸어 버렸다. 그를 감싸고 있는 기류가 구(球)의 형태로 빙글빙글 회전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그는 헤크트의 폭격 같은 무차별적인 공격에도 아무렇지 않은 듯 보였다.
“다했나?”
생채기 하나 없는 모습.
“하…….”
밀리아나는 자신도 모르게 전율을 느끼며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크아아아아아!!!!]헤크트의 몸이 부풀어 올랐다. 터질 듯한 근육에 힘줄이 돋아났고 바닥에 떨어진 창을 주워 있는 힘껏 카릴을 향해 찔렀다.
우우웅……!!
창끝에서 강렬한 마력이 느껴졌다.
콰아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창이 카릴과 부딪혔다. 하지만 그 순간 사미아드가 만들어 낸 바람의 벽이 마치 그물처럼 녀석의 충격을 흡수했다.
츠즈즈즈즈…….
창날이 카릴의 코앞에서 멈춰섰다.
헤크트는 창을 다시 뽑으려 했지만 창은 보이지 않는 힘에 꽉 붙들려 있는 듯 꼼짝도 하지 않았다.
카릴은 담담한 표정으로 폴세티아의 검과 라크나를 교차했다.
섬격(殲擊).
스캉–!!
카릴이 잔상을 남기며 순식간에 수백 미터를 내달리며 녀석의 다리에 검을 박아 넣었다.
촤아아악……!!
마치 물풍선이 터지는 것처럼 녀석의 왼쪽 다리가 카릴의 일격에 터지면서 그 안에서 진득한 점액들이 뿜어져 나왔다.
녀석의 뒤로 통과한 카릴은 그대로 몸을 돌려 뛰어오르면서 다시 한번 검을 그었다.
6번째 경계 베기(境界絶).
파아아악!!!
이번에는 헤크트의 오른 어깨가 폭발하며 녀석은 들고 있던 삼지창을 떨어뜨렸다.
그러나 카릴의 공격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헤크트를 가운데 두고 그는 마치 유린하듯 지그재그 사선으로 움직이면서 녀석의 사지를 하나하나 잘라내었다.
[카악!! 칵!!]헤크트는 카릴을 막기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그럴수록 오히려 그의 검에 제물이 될 뿐이었다.
두 번째 재해의 힘은 가공할 만했지만 카릴에게는 위협이 될 수가 없었다.
“닿지…… 않아. 어떻게 저런 속도를 낼 수 있지?”
밀리아나는 자신의 만환으로도 쫓을 수 없는 카릴의 속도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마력과 육체를 넘어 정령의 힘이 합쳐진 지금이야말로 그는 자신의 한계를 한 단계 더 뛰어넘은 극의를 발휘하고 있었다.
“……지금까지와는 뭔가 다른걸요?”
확실히 그랬다.
폭염왕 라미느를 비롯해서 이미 카릴은 에테랄, 라시스, 두아트와 같은 정령왕들과 계약을 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가 정령의 힘을 쓴 것과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위험해…….”
밀리아나는 바람의 정령왕의 광풍(狂風)이라는 이명이 떠올랐다. 지금까지의 정령왕들은 계약자인 카릴을 안위를 생각해 자신의 힘을 조율해왔다.
하지만 사미아드는 계약자에 대한 배려 따윈 없는 듯 자신의 전력을 있는 그대로 뿜어내고 있는 것이었다.
헤크트는 잘려 나간 사지를 황급히 복구하기 시작했다. 번식의 재해답게 놈의 신체는 무서운 속도로 재생되고 있었다.
[이 날파리 같은 놈이……!!]퍼억……!!
하지만 그 순간 놈의 얼굴이 찌그러지며 뒤로 꺾였다.
[커…… 커컥!!]쿠웅-!!
엉거주춤하게 일어섰던 놈이 그대로 무너지듯 뒤로 쓰러졌다. 카릴은 바닥에 자빠진 녀석의 가슴 위에 내려앉았다.
“시끄러.”
[네…… 네놈……!!]사사사삭……!! 서걱……!!!
섬광이 번쩍이더니 헤크트의 사지가 다시 한번 산산조각이 나면서 잘려나갔다. 카릴은 기다리지 않고 녀석의 몸뚱어리 위로 올라탔다.
꿀꺽-
몸통과 머리만이 남은 녀석은 그제야 처음으로 죽음이라는 공포를 느낀 듯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후읍…….”
카릴은 그제야 처음으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담담하게만 보였던 그의 이마에 땀 한 방울이 주르륵하고 흘러내렸다.
[카릴. 광풍의 힘은 양날의 검이다. 본인조차도 주체할 수 없는 힘이지. 그건 사미아드 본인 스스로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라이칸스로프의 의지 속에 봉인되어 있을 때 일부러 너와 계약을 하지 않은 것일 테지.] [……하지만 그의 힘이 아니었다면 헤크트를 상대하지 못했다는 것도 맞다.] [많은 희생을 감수했을지도 모르지만…….]정령왕들은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당연하겠지만 그들은 사미아드의 특성을 알고 있었다. 정령의 계약은 정령 본인의 힘을 계약자에게 빌려주는 행위이다.
하지만 사미아드는 달랐다.
계약자를 매개체로 하여 그의 신체 내부에서 일으키는 강렬한 충격의 바람으로 힘을 만든다. 그 힘은 강렬하지만 반대로 계약자의 신체를 갉아먹는다.
일반적인 바람의 힘과는 전혀 다른 것.
그렇기에 광풍(狂風)이라 불린다.
[클클클……. 사미아드. 잔재주는 여전하구나. 네 힘은 계약자를 죽게 만든다. 네가 나보다 나은 게 뭐지? 아니지. 적어도 나는 계약자를 죽이진 않아. 그러니 네가 마스터 키가 되지 못한 것이다.]마엘은 카릴의 말에도 불구하고 마치 즐기듯 혀를 차며 웃을 뿐이었다.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마엘과 사미아드는 만났던 그 순간부터 서로 물러서지 않고 투닥거렸다.
“닥치고 놈의 심장이나 먹어 치워.”
카릴은 너덜너덜해진 헤크트의 심장을 바라보며 마엘에게 소리쳤다.
[……분부대로 하지.]스아아아악—!!!!
폴세티아의 검날에서 솟아난 마엘의 거대한 송곳니가 헤크트의 심장을 그대로 찢어 삼켰다.
[크…… 크아아아아아!!!]사지가 잘려 나간 놈은 다시금 재생하려 했지만 놈의 팔다리의 절단면엔 계속해서 날카로운 바람의 칼날이 놈의 살점을 베어내며 재생을 막고 있었다.
[크아아악!!!!]놈의 몸통이 이리저리 날뛰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엘의 송곳니가 녀석의 갑옷을 뚫고 심장에 박혔다.
[컥……! 커컥……!!!]스스스슥…….
요란하게 날뛰던 몸이 부르르 떨리며 멈췄다.
녀석은 반항조차 하지 못한 채 그대로 허무할 정도로 완벽하게 죽음을 맞이했다.
“하와트. 창을 가지고 천년 빙동에 있는 파렐에 있는 제단에 꽂아라. 율라에게 우리의 두 번째 승리를 보일 것이다.”
카릴은 헤크트가 남긴 삼지창을 가리키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하와트는 그야말로 압살이라는 말처럼 몰아치던 카릴의 전투를 보고선 더 이상 할 말을 잃은 듯 그저 묵묵히 그의 명령을 따를 뿐이었다.
“너희들이 그를 두둔하지 않아도 그와 계약한 내가 누구보다 광풍의 힘이 너희들과는 전혀 다르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카릴은 헤크트의 시체 위에서 내려오며 헝클어진 머리를 쓸어 넘겼다.
“사미아드.”
그러고는 바람의 정령왕의 이름을 불렀다.
“양날의 검? 그런 수식어를 붙이기엔 지금 이게 네 전력의 끝이라면 실망스러울 뿐이야.”
파스슥-!!
카릴은 헤크트의 머리를 밟아 부수고서 걸음을 옮겼다.
“어린애 같은 장난을 받아 주는 건 여기까지다. 부디 정령계에서는 기대에 부응하길 바란다.”
그의 말을 들은 광풍은 할 말을 잃은 듯 멍한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크…… 크큭!!!!]하지만 이내 곧 졌다는 듯 고개를 저으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