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4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41화(441/497)
265. 정령계 (1)
“……이상입니다.”
두샬라는 바닥에 닿을 만큼 기다란 보고서를 모두 읽고 난 뒤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단하네요.”
“이토록 완벽한 전투는 역사상 없을 겁니다.”
“대륙 전역이 전장이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토스카의 광포(光砲) 덕분입니다. 단 일격에 대륙에 있는 모든 헤크트를 섬멸하다니요. 나머지 잔챙이들이야 우두머리가 죽고 나면 리저드맨 수준에 불과했으니까요.”
200만이 넘게 투입된 대전쟁의 규모에 비해 피해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미약했다.
전쟁이 끝나고 헤크트의 삼지창이 천년 빙동에 박힌 그 날부터 지금까지 승리를 축하하는 연회가 이어지고 있었다.
비록 며칠밖에 되지 않는 시간이었지만 사람들은 전쟁의 불안감을 잊고 행복감에 젖을 수 있었다.
카릴은 그런 그들을 위해 창고를 개방했고 좋은 술과 음식을 베풀었다.
두샬라는 무리하는 것이 아니냐는 말을 했지만 카릴에게 있어서 이 두 번의 승리는 감회가 새로운 것이었다.
전생에 수만 명이 죽은 것에 비한다면 압승이었다.
자신이 궁극적으로 바꾸고자 하는 미래가 바로 신탁 전쟁에서 사람들을 구하는 것이었으니까.
카릴은 그 스스로도 이 승리를 조금은 즐기고 싶었던 마음이었다.
“토스카의 힘이 대단하긴 했지만 전부는 아니지. 만약 우리가 없었으면 전쟁을 쉽게 풀어나가진 못했을걸?”
화린이 자랑스러운 얼굴로 말했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전장에 나섰던 그레이스는 그녀의 비위를 맞춰주기라도 하는 듯 바로 대답했다.
“저 맹수 같은 여자의 콧대가 더 높아지겠군.”
밀리아나와 그의 자매들은 혀를 차며 고개를 저었지만 썩 기분이 나쁜 반응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떻게 이리도 빨리 파렐을 공략하고 나오실 수 있으셨습니까?”
앤섬 하워드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파렐은 카릴의 말대로 각 층으로 구성이 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마물들이 존재했다. 각각의 층엔 수문장이라 할 수 있는 마물의 우두머리가 있었는데 놈을 잡게 되면 다음 층으로 올라갈 수 있었지.”
화린은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무용담을 얘기하고 싶어 안달이 나 있었던 모양이었다.
“마굴과 비슷하군요.”
앤섬은 그녀의 말을 경청했고 홀의 구석에 앉아 있던 데릴 하리안은 펜을 꺼내 그녀의 말을 받아 적기 시작했다.
“하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 안에 있는 마물은 평범한 것이 아니었어. 모두 타락의 기운을 가진 놈들이었지. 뿐만 아니라 마굴은 우두머리를 죽이면 사라지지만 파렐은 그저 위를 향할 뿐 출구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나올 수 있었죠?”
“출구는 10층을 공략했을 때 열렸다. 그 안에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였었다. 또다시 더 올라갈 것인지 아니면 출구로 나올 것인지 말이야.”
“10층마다 문이 열린다는 말인가요?”
앤섬의 물음에 화린은 어깨를 으쓱했다. 모두가 그녀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집중했다.
“글쎄. 그 이상 올라가지 않았으니 모르지. 하지만 분명한 것은 우리가 공략한 10층이 결코 끝이 아니라는 점이지.”
그녀는 자신과 함께 천년 빙동의 파렐을 갔던 자들을 훑어보고서 말했다.
“아니, 오히려 그저 시작에 불과했어. 우리가 어째서 이토록 빨리 탑을 공략하고 돌아올 수 있었는지 물었지?”
“……?”
“그 이유는 목표의 마지막 층이었던 10층의 공략을 여느 층들보다 빨리 끝낼 수 있었기 때문이야. 이미 공략 방법을 알고 있었거든.”
“공략 방법을요? 어떻게……?”
화린은 카릴을 바라봤다. 그녀의 눈빛 속에는 이야기를 해도 되느냐는 물음과 동시에 카릴에게 진실을 바라는 눈빛이기도 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저 어깨를 으쓱하는 것으로 허락을 답할 뿐이었다.
“그 10층을 지키던 보스가…….”
화린은 말했다.
“혈(血)이었다.”
“……네?!”
“그,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말도 안 돼……!”
모두가 그녀의 말에 경악했다. 하지만 그녀와 함께했던 공략대에 속한 사람들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고 그것이 긍정의 의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럼……. 만약 20층에 오른다면 헤크트가 있을 가능성도 있다는 걸까요? 주군, 이거 혹시 타락을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겠는걸요?”
앤섬은 살짝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불가능해. 20층에는 헤크트가 있겠지. 그 말은 단순히 계산해도 10번째 타락을 준비하려면 탑을 100층까지 올라가야 한다는 말이 된다. 언제 탑을 공략하고 있을 건데?”
“아…….”
카릴의 말에 앤섬은 멋쩍은 듯 말했고 기쁨에 자칫 냉정함을 잃은 자신이 부끄러운 듯 보였다.
“또한 그사이의 층들이 꼭 맞아 떨어진다고도 볼 수 없어. 10층씩 있을 수고 혹은 그사이에 100층이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탑을 오르는데도 위험성은 따른다. 만에 하나 부상을 입거나 희생을 치르게 된다면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전력을 잃을 수 있다.”
[카릴.]알른은 그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다 그의 머릿속에다가 말했다.
[새삼스럽지만 네가 이곳에 오기까지 정말 엄청난 일들을 감내했다는 것을 알겠군. 단순히 신탁 전쟁 때의 경험만으로 이번 재해와의 싸움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었어.]카릴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파렐의 1층에서부터 시간을 돌리기 위해 탑을 공략해 나아가며 그가 했을 치열한 전투.
대륙 전역, 수백만의 병력으로 맞서 싸우는 이 전쟁을 그는 혼자서 이겨낸 것이었으니 아무리 알른이라 할지라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니 이겨야지.”
카릴 역시 다른 이들에게는 들리지 않을 작은 목소리로 결의를 다지듯 말했다.
“화린. 너희들이 파렐 안에서 겪었던 전투는 앞으로 있을 재해와 타락들과의 전쟁에서 유효할 것이다. 카일라 창, 내가 너를 그 안에 들여 보낸 이유를 알겠지.”
그의 말에 카일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앤섬이 네가 없는 동안 무진의 전술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켰다. 하지만 그는 책략가이지 전사가 아냐. 분명 부족한 것이 있을 터. 무진의 전술을 만들 때 도왔던 너만이 파렐의 경험을 토대로 더욱 진보시킬 수 있을 것이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베이칸, 키누, 릴리아나. 내가 남부인을 제외하고 북부인으로만 구성한 이유는 전투에 있어 단합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기사들과 달리 너희의 전술은 남부인들이 충분히 익힐 수 있을 터. 너희들은 북부와 남부의 전력을 합쳐 새로이 편성하고 톰슨 역시 울카스 길드를 재편성하여 북남부 자유군에 편성하도록 하라.”
“네!!”
“알겠습니다!!”
천년 빙동의 공격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이제야 그가 저들을 선출한 이유를 알 것 같았고 그의 선견지명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란돌.”
카릴은 마지막 한 사람을 바라봤다. 모두의 시선이 란돌 맥거번에게 꽂혔다.
“내게 바라는 것은 크게 없다.”
하지만 의외로 카릴은 냉정한 태도로 말했다. 그것이 형제에 대한 특권 같은 것이 절대로 아님을 사람들은 알고 있었다.
“생각해라. 그리고 스스로 움직여라.”
란돌은 그의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우리는 두 번의 승리를 거두었다. 하지만 앞으로도 재해는 우리를 괴롭힐 것이다.”
카릴은 홀 안에 있는 자들에게 말했다.
“두려운가?”
그의 목소리는 낮았지만 신기하게도 쩌렁쩌렁 울리는 것처럼 그들의 심장을 때렸다.
“아닙니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함성에 가까운 대답이 울려 퍼졌다.
“그래. 두려워할 필요 없다. 전쟁이 우릴 기다리는 것은 그저 우리가 승리할 횟수가 늘어나는 것일 뿐이니까.”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잠시나마 이 승리를 만끽하거라. 너희들은 충분히 그러할 가치가 있으니까.”
와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부하들이 일제히 소리쳤다.
* * *
[오랜만이군. 이렇게 시끌벅적한 도시를 보는 것은 말이야. 혈을 사냥하고 난 뒤에도 쉬지 않고 두 번째 재해를 준비하느라 정신없었지.]카릴은 알른의 말을 들으며 독한 술을 들이켰다. 목이 타들어 가는 기분이었지만 그 또한 나쁘지 않았다.
“잠깐의 휴식일 뿐이야.”
[하지만 영원한 평온을 위한 준비이기도 하지.]스으으으윽…….
알른의 검은 형체가 나타나 카릴의 옆에 세워둔 병을 들이켰다.
[보아하니 마음을 굳힌 모양이로군.]“그래. 결전이 다가오고 있어.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으니까. 이제 정령계의 문을 열겠어.”
거암군주 막툰과 우레군주 쿤겐.
율라와의 대전을 위해 카릴은 남은 두 명의 정령왕과의 계약을 끝내야 한다고 다짐했다.
[그래야겠지. 너는 그들을 얻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세 번째 재해를 맞이하는 지금을 기다렸으니까.]카릴은 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과연 녀석들이 너 없이 세 번째 재해를 막을 수 있을까?]“그들은 돌봐야 할 아이가 아니라 전사다. 방법은 모두 준비해뒀어. 천년 빙동의 파렐을 내 예상보다 빠르게 공략하고 나온 자들이야. 문제없을 거야.”
[그들을 믿는군.]카릴은 알른의 말에 가볍게 웃었다.
“내 기억을 확신하는 것이지.”
그러고는 빈 잔에 술을 따르던 손을 멈추었다.
“저도 한 잔 주시겠습니까.”
뒤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카릴은 이미 그의 존재를 인지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알카르가 보이지 않는군요. 혹시…… 조금 전 정문에서 온 보고와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입니다.”
“보고?”
“정문의 병사에게서 야인 두 명이 주군을 찾아 왔다고 합니다. 특이하게도 백색의 어린 사슴과 함께 온지라 급히 저희들에게 알렸습니다.”
데릴 하리안이었다.
“안챠르가 왔군.”
카릴은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일이 잘 풀리는군. 네 말대로 세 번째 재해가 시작되기 전에 회복한 모양이야. 아니면……. 이것도 네 기억대로인가? 클클.]머릿속에 울리는 알른의 말에 카릴은 그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제 생각이 맞다면 그들 중 한 명이 마지막 신살의 10인이겠군요. 야인이라……. 생각지도 못한 인물이 왔습니다.”
툭-
카릴은 빈 잔을 데릴 하리안에게 던졌다.
그러고는 손을 움직이자 술병 속에 있는 술이 공중으로 떠올라 그의 잔 안으로 들어갔다.
“언제는 내 행동이 예상 가능했던 적이 있던가?”
데릴은 그의 말에 웃고는 보란 듯이 술잔을 흔들자 잔 속에 술이 방울이 되어 송골송골 떠올라 그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정령계로 가시기 전에 드릴 것이 있어 왔습니다.”
“뭐지?”
데릴 하리안은 자신의 품 안에서 한 권의 작은 노트를 꺼내었다.
“원래는 조금 더 빨리 드리려고 했었는데……. 황금십자회에 보관되어 있던 것을 이제야 받았습니다.”
“흠.”
카릴은 데릴이 건네는 낡은 책 한 권을 바라봤다.
“황금십자회가 카이에 에시르의 유지로 만들어진 것이라 말씀드렸지요.”
표지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마도서도 아니었다.
낡은 책에는 이렇다 할 마법적인 힘도 느껴지지 않아 카릴은 의문 가득한 눈빛으로 데릴을 바라봤다.
“카이에 에시르의 유언이 담겨 있는 일기장입니다.”
데릴 하리안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 순간 카릴은 떨리는 눈빛으로 자신의 손에 들려 있는 낡은 책을 바라봤다.
“그 안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