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화(45/497)
42. 마법 도시
“우아……. 여기가 아조르……!!”
격양된 미하일의 목소리가 숲을 가로질렀다.
대륙을 떠도는 교도 용병단이라는 엄청난 곳에 몸담고 있었지만 그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에 불과했다.
게다가 카릴의 의뢰가 첫 임무.
태생 자체가 도시와는 거리가 먼 시골.
더욱이 지금까지 그저 요새 안에서 생활을 했던 터라 마치 신세계를 보는 것처럼 들떠 있는 모습이었다.
마법 도시 아조르.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면 상아탑의 여명회와 안티훔 대도서관의 불멸회 이 두 마법회가 갈라지기 전 하나의 원류를 가지고 있었던 시절이 있었다.
태초부터 존재했으며 대륙의 마법을 전파했다고 알려지는 7인의 원로회.
이 일곱의 마법사가 세운 도시가 바로 아조르였다.
‘오랜만이군.’
카릴은 고개를 들어 도시를 바라봤다.
하늘을 찌를 것 같은 거대한 일곱 개의 첨탑들은 각각 원로회의 마법사들을 상징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높고 영롱한 새하얀 빛을 뿜어내는 메인 탑.
7인의 원로회의 장로이자 비전의 샘의 주인인 알른 자비우스의 탑.
‘대마도사라고 불렸던 카이에 에시르가 살던 시절이었던 250년보다 더 이전, 태초부터 존재했다고 알려진 곳.’
카릴은 굳게 닫혀 있을 그 탑의 문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뭐……. 인류가 태초부터 존재하진 않았으니 그건 그저 뜬소문에 불과하겠지만……. 나르 디 마우그조차 만나보지 못했다고 알려진 7인의 원로회.’
지금 봐도 전혀 촌스럽지 않고 오히려 웅장한 기운에 압도되는 건축물들의 모습을 보며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법의 총본산이라는 위세는 마법회에게 빼앗겼다지만 확실히 과거부터 지금까지 어떤 국가보다 마종족(魔種族)인 엘프와의 유대관계가 짙은 곳인 것은 확실하다.’
전생에서는 마법과는 관계가 없던 그였기 때문에 아조르에 대한 관심도 적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오히려 타투르의 투기장이라던지 남부의 사막 경기장과 같은 무투를 다툴 수 있는 곳에 자신의 시간을 썼으니까.
‘이런 내가 아조르를 직접 찾을 줄이야.’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성문을 통과하는 대로 우린 나뉘어서 행동한다. 에이단 너는 일단 숙소를 알아보고 1시간 뒤에 광장에서 만나도록 하지.”
“그럼 저는요?”
“걱정 마. 네가 할 일은 따로 있으니까. 넌 경연회에 나 대신 참가 신청을 넣도록 해.”
카릴이 아조르를 찾은 이유.
마법 도시에서는 타투르의 투기장처럼 해마다 많은 경연이 시작된다.
여명회의 마법사와 불멸회의 마법사들뿐만 아니라 용병 일을 하는 자유 마법사와 제국, 공국 그리고 삼국에 소속되어 있는 마법사들까지 모두 자유롭게 자신의 마법을 시험하고 대결할 수 있었다.
“아, 카릴 님께서 마법 경연회에 참가하실 생각이신가 보군요?”
미하일은 알았다는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아니. 나뿐만 아니라 너도다.”
“……네?”
“그리고 이건 초청장. 신분을 증명해 줄 테니 함께 가져가.”
카릴은 타투르를 떠나기 전 두샬라에게 미리 받았던 증서를 꺼내 미하일에게 건넸다.
“구하는데 꽤 돈을 쓴 녀석이니까.”
‘저 인장은…….’
추천장 맨 위에 녹아 있는 붉은 인장이 베릴 남작의 것이라는 걸 에이단은 단번에 알아차렸다.
‘언제 저런 거까지 준비한 거야?’
그러고는 허탈한 듯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가볍게 탄성을 질렀다.
“하, 하지만 전…….”
“걱정 마. 아무도 너에게 관심을 가지진 않을 테니까. 게다가 이건 베릴 남작의 초청장이거든. 이제는 한물간 노마법사니까.”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대신 초정장이 있는 사람은 아조르의 가게를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지. 그래서 구하기 어려운 것이기도 하고 말이야. 일단 경연회에 등록하고 난 뒤에 내가 적어 놓은 것들을 좀 사 오도록 해.”
그는 초청장과 함께 작은 쪽지를 미하일에게 건넸다.
‘언제 저런 걸 다 준비했지.’
에이단은 빈틈없는 카릴의 모습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동안 나도 잠시 볼일이 있어서 말이야. 1시간 뒤에 광장에서 다시 만나도록 하자.”
카릴은 매고 있던 가방에서 낡은 로브 하나를 꺼내 자신의 몸에 둘렀다.
퀴퀴한 냄새가 나는 오래된 로브는 어쩐지 그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몇 달 전.
그가 죽였던 고블린 술사의 로브였다.
“이따 보지.”
망설임 없이 인파 속으로 사라지는 카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사람은 멍하니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이내 곧.
그 둘 역시 서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헤어졌다.
이미 해야 할 일은 모두 정해줬으니까.
* * *
-마법서? 아무래도 안티훔 대도서관이 가장 좋지 않을까. 거기가 대륙에서 가장 많은 마법서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니까.
-내가 불멸회의 수장이라도 된다면 모를까. 마법회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없다. 가능성이 낮은 방법은 배제하고 지금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걸 말해봐.
-당신이라면 마법회 정도는 우습게 차지하려고 할 것 같았는데.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일단 그건 나중의 일이겠지.
두샬라는 카릴의 말에 잠시 멍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나 참, 당신이 그렇게 얘기하면 진담인지 농담인지 구분이 안 된다니까.
고개를 저으며 그녀가 말했다.
-마법회가 불가능하다면 사실상 고위 마법서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아조르의 경연에서 우승을 하는 것뿐이겠지.
-경연이라…….
-그런데 솔직히 그것도 불가능에 가깝지. 마법 경연을 후원하는 게 어차피 마법회니까. 사실상 여명회와 불멸회의 결승은 정해진 거거든. 대신…….
-대신?
-그곳에도 우리 같은 자들이 있지. 우승 상품은 건들 수 없지만 경연에 제공되는 마법서들을 빼돌리는 업자들이 있거든. 운이 좋다면 4클래스까지도 구할 수 있을지 몰라.
-흐음…….
-아는 자들이 몇 있는데 연락을 취해놓을까?
카릴은 두샬라와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솔직히 그때만 해도 단순히 마법서를 구할 목적으로 그녀에게 이름을 물었을 뿐이지만…….’
카릴은 자신이 덮고 있는 고블린 술사 베이커의 로브를 만지작거렸다.
‘그들 중 한 명이 우든 클라우드와 연관이 있을 줄이야. 운이 좋군.’
아르딘을 죽인 뒤.
남은 포로였던 베이커의 자백에서 건질 만한 것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레디오스, 바르고, 더글라스.’
그가 알고 있는 우든 클라우드의 사람은 이 셋.
흔한 이름이고 가명일 가능성도 있다.
‘바르고 시라.’
카릴은 두샬라가 말해준 이름을 떠올렸다.
직감이랄까.
전장을 누비던 본능이랄까.
확인해 봐야 할 테지만 어쩐지 그가 베이커가 말한 사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배이커는 가지로 활동하기 전에 용병 길드에 소속되어 있던 자유 마법사였다고 했다. 그가 속해 있던 길드의 이름은 울카스 길드.’
처음 듣는 소형 길드였기 때문에 별다른 관심을 가지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두샬라가 그 길드의 이름을 내뱉는 순간.
카릴은 생각을 달리했다.
울카스 길드의 길드 마스터, 바르고 시라.
‘길드원 중에 두 명이나. 그것도 길드 마스터가 우든 클라우드라는 건…….’
울카스 길드가 우든 클라우드의 가지들의 거점 중 하나일 수 있다는 말.
그자뿐만 아니라 다른 자들도 공국과 연관이 되었을 가능성까지 있었다.
‘확인해 봐야겠지.’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계속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마법 도시라 불리는 아조르엔 골목 어귀에도 제국에도 없는 마법등이 켜져 불야성을 이뤘다.
그런 곳도 여느 곳과 다르지 않은 어둠은 존재하는 법.
화려한 도시의 외관과 달리 길을 따라 걷자 빈민가가 나왔고 거기서 좀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거리 바닥에 주저앉은 모습은 똑같았지만 카릴을 바라보는 눈빛은 빈민가의 그들과는 달리 날카로웠다.
“길을 좀 비켜주지?”
골목을 따라 걷던 카릴은 한 곳에 멈춰 섰다.
낡아서 당겨지기는 하는 건지 의심이 되는 너덜거리는 문고리가 달린 문.
그 앞에 한 무리의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들어가야 하는데.”
카릴의 말을 듣자마자 문 앞에 앉아 있던 남자가 천천히 손을 뻗었다.
“구걸을 할 거면 광장에 가라.”
카릴의 말에도 불구하고 남자는 손가락을 까닥거릴 뿐이었다.
스으윽…….
그 순간.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인기척이 느껴졌다.
번뜩이는 은색의 날.
‘평범한 녀석들은 아니군.’
하지만 그들의 정체가 무엇이든 상관없다.
한숨이 나올 듯한 흔해 빠진 전개에 카릴은 남자의 말을 듣는 것조차 시간이 아깝다는 듯 그대로 그의 손목을 잡아 꺾었다.
우드득-
비명조차 지를 여유도 없이 괴상한 방향으로 어긋난 팔이 덜렁거렸다.
퍽……!! 퍼벅……!!
연달아 녀석의 면상에다 주먹을 박아 넣자 조금 전까지 그를 바라보던 날카로운 눈빛은 퉁퉁 부은 눈꺼풀에 가려 더 이상 볼 수가 없었다.
“컥…… 커컥……. 쿨럭!”
제대로 숨을 쉬는 것도 힘든 듯.
반항조차 제대로 하지도 못한 채 그가 일어설 틈도 주지 않고 카릴의 다리가 있는 힘껏 남자의 복부를 후려쳤다.
주르륵–!!
콰앙……!!
기절한 남자가 카릴의 발길질에 바닥을 쓸며 미끄러지듯 날아가 상자 더미에 처박혔다.
카릴은 쓰러진 남자를 발로 툭 밀었다.
“사주한 놈이 있는 거면 나오고 상대를 잘못 보고 덤빈 거면 저놈 데리고 꺼져.”
“…….”
그 광경에 나머지 사람들은 대들 엄두조차 내지 못한 듯 황급히 자리를 떴다.
‘어딜 가나 똑같군.’
그들을 바라보며 카릴은 낮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저었다.
약자를 노리는 하이에나 같은 자들.
‘여길 제 발로 들어온 것만 봐도 한 번쯤은 의심을 해봐야 하는 거 아닌가. 머리가 나쁘면 몸이 고생이라니까.’
카릴은 더 이상 주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앞에 있는 문을 열었다.
끼이익.
녹이 슨 문에서 나는 소리가 썩 좋지 않았다.
뒤로 보이는 풍경은 어두운 골목과는 달리 꽤 포근한 느낌이었다.
여기저기 잔뜩 쌓인 물건들.
타투르의 암시장에서 봤던 칼립손의 가게와 비슷한 느낌이면서도 달랐다.
‘대충 보니 단순한 비렁뱅이들이 아니라 이곳 주인이 고용한 녀석들인가 보군.’
“으음? 손님인가? 한창 경연 때문에 바쁠 땐 손님을 받지 않는데……. 어떻게 들어왔지?”
경박한 목소리.
카릴은 건물 안에서 들리는 그 말에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게. 앞에 있는 치들이 꽤 거칠던데.”
‘저놈인가.’
카릴은 카운터로 걸어 나오는 남자를 바라봤다.
허리가 굽고 눈은 잠을 자지 못한 듯 퀭한 채로 뼈밖에 남지 않아 보일 정도로 왜소한 체구의 사내였다.
아니다.
두샬라에게 전해 들은 정보에 의하면 이들은 밀매업을 하는 자들.
모름지기 길드의 길드 마스터라면 문 앞에 있던 그런 쓰레기들을 믿을 리 없다.
그렇게 생각한 카릴은 남자에게 말했다.
“타투르의 두샬라의 소개로 바르고 시라를 만나고자 왔다.”
그의 말을 듣자 주인이 순간 멈칫했다.
“물론, 마법서도 가져갈 생각이다.”
하지만 이내 곧 카릴의 말에 경계를 푸는 듯 남자가 말했다.
“타투르에서 온 손님이라……. 흔한 일이 아닌데……. 소개장은 있나?”
“물론.”
카릴은 품에서 낡은 인장 하나를 보여줬다.
“진짜군. 놀랍긴 한데 뭐, 구경해 보도록 해. 원래대로라면 안 되지만 두샬라의 고객이라면 이쪽에서도 원하는 걸 맞춰줘야지.”
“좋군.”
주인의 말에 카릴은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덤으로 너희들 목도 가져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