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1화(451/497)
270. 야인의 신물 (1)
“야인의 신물?”
에이단은 그게 뭐냐는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보며 되물었다. 하지만 카릴 역시 처음 들어 보는 것이었다.
전생에 안챠르는 선령의 힘을 쓰는 드루이드였지만 유물에 관한 이야기는 한 적이 없었다.
“대밀림이 비와 낙뢰가 많이 내리는 곳이라는 것은 다들 아실 겁니다. 하지만 그것이 단순한 자연현상만은 아니에요.”
“설마 그게 우레군주와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네.”
[허……. 설마 쿤겐이 대밀림에 봉인되어 있다는 건가?] [놀랍군. 전에 했던 대화가 사실이었을 줄이야. 어쩐지 대밀림에 갔을 때 자연의 섭리가 뒤엉킨 느낌이라더니…….] [어째서 율라가 그를 인간계에 그냥 두었지? 정령 중에서 라시스와 함께 가장 꺼리는 존재 중 하나인데.]정령왕들이 안챠르의 말에 놀란 듯 침묵을 깨고 황급히 이야기했다.
[모를 일이지. 라시스 역시 정령계가 아니라 인간계에 남아 있었으니까. 그와 같은 이유 아닐까.] [흐음…….]정령왕들의 대화를 뒤로한 채 카릴은 안챠르에게 물었다.
“지금 신물은 어디에 있지?”
“아버지께서 가지고 계세요. 사실 저는 기억이 없는데 카릴 님께서 다녀가신 이후 아버지께서 말씀하시길 신물이 반응했다고 했어요.”
[정령계로 바로 떠나는 바람에 확인을 하지 못했군.]카릴은 알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어. 선견지명이 있는걸. 할카타와 함께 온 것으로 알고 있는데 다행이야. 대밀림으로 사람을 보내야 할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그는 마도 범선 위에서 우월한 눈으로 연결되어 있는 상황실의 이스라필을 불렀다.
“들었지? 지금 당장 할카타를 불러오도록 해. 곧장 수도로 돌아갈 테니까.”
[걱정 마십시오. 이미 연락을 취해 놓았습니다.]이스라필의 빠른 일 처리에 카릴은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럼, 꽉 잡으세요. 전속력으로 가겠습니다!!”
기다렸다는 듯 칼 맥은 키를 있는 힘껏 당겼다.
촤아아아아—!!!
마도 범선이 하늘을 날 듯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기 시작했다.
* * *
“여기 있습니다.”
수도로 돌아온 카릴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할카타를 바라봤다. 그의 손에 들려 있는 가로로 긴 직사각형의 상자는 누가 봐도 그 안에 검이 들어 있음을 짐작게 했다.
“열어봐.”
카릴의 명령에 할카타는 상자를 그에게 더 가까이 밀며 말했다.
“이 신물은 대대로 야인들에게 내려온 보물이지만 내부를 본 자는 아무도 없습니다. 저희로는 이 잠금을 푸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흠.”
상자에는 신기하게도 이음새가 전혀 없었다. 상자는 나무로 되어 있었는데 겉에 표면에는 음각으로 새겨진 특이한 문양만이 남아 있었다.
[확실히 안에서 정령의 기운이 느껴지는군. 번개를 막기 위해 목(木)의 봉인을 쓴 거라면 일리가 있어.]라미느가 상자를 살피며 말했다.
“어때? 태울 수 있겠어?”
[해보지.]화르르륵……!!!
카릴의 손등에 있는 아인트리거에서 불꽃이 일었다. 하지만 폭염왕의 맹렬한 불길에도 불구하고 그의 화염이 상자에 닿는 순간 맥없이 열기가 사라져 버렸다.
[일반적으로 목 계열의 봉인은 불에 약한 법인데……. 이건 단순한 나무가 아니로군.] [수분을 머금고 있는 나무야. 게다가 단단해서 바람의 칼날에도 쉽게 잘리지 않을 거야. 인간의 봉인이 아닌 것은 확실해.]마치 흡수를 하듯 화염을 꺼뜨린 나무 상자를 보며 에테랄이 말했다.
“방법은?”
“……!!!”
그때였다.
수도의 홀 안에 거대한 차원문이 생성되며 낮고 묵직한 목소리가 울렸다.
“어……? 이, 이게 왜 이래?”
그 목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그곳에 있던 수안 하자르는 자신이 차고 있던 건틀렛이 빛을 뿜어내는 것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왔군.”
카릴은 목소리의 주인공을 단번에 알아차렸다.
“허…….”
“말도 안 돼. 진짜 골렘이잖아?”
차원문을 통해 나타난 거대한 골렘에 사람들은 할 말을 잃은 듯 그저 멍하니 쳐다볼 뿐이었다.
공국에서 만들어진 마도기병이 아닌 살아 있는 정령체로서의 골렘은 처음이었다.
정령계가 소실되어 가는 상황에서 기껏해야 몇 남지 않은 정령술사들은 중급 정령도 소환할 수 없는 상황이었으니 이토록 거대한 정령에 놀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몸은 이제 회복이 되었나? 막툰.”
홀의 천장을 가득 채운 크기임에도 불구하고 골렘은 차원문이 비좁다는 듯 얼굴만을 내밀며 카릴에게 말했다.
[그건 율라의 봉인이 아니다.]막툰의 말에 카릴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그 봉인은 내가 만든 것이다.]그의 대답에 정령왕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네가 쿤겐을 가두었다는 말이냐?] [막툰!! 너마저 율라의 편에 섰던 것은 아니겠지!]정령왕들의 힘이 거세졌고 홀 안에 있는 사람들은 중압감을 느꼈다.
“모두 진정해. 막툰이 율라의 편에 섰었다면 우리가 정령계로 갔을 때 그 꼴이 되진 않았을걸.”
소란스러운 그들을 진정시키며 카릴은 막툰을 올려다봤다.
“물론 그마저 연기였다면 다음엔 심장만 남는 게 아니라 심장만 부숴버리겠지만 말이야.”
[……내가 그를 봉인한 이유는 율라에게 패배의 규율을 지키기 위함이 아니다. 그 이전에 그를 봉인시켜야 할 이유가 있었을 뿐이지.]“어째서?”
[율라는 쿤겐을 꺼렸지. 그 이유는 그 역시 빛의 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레군주는 정령왕 중에서도 특수한 존재다. 그는 단순히 빛의 힘만을 가진 것이 아니니까.] [우레는 빛을 가지면서 열도 가졌고 물 안에서 더욱 자유로우며 바람을 머금고 있으면서 또한 먹구름의 어둠까지 지녔다.]막툰의 말을 라시스가 받았다.
[맞아. 율라는 신령 대전 이후 다른 정령왕들과 달리 쿤겐을 오히려 봉인하지 않으려 했다. 왜냐면 다른 정령왕들이 사라지고 그 혼자 남는다면 오히려 자연계는 날뛰는 번개의 힘에 균형을 잃어버리게 될 테니까.]“대밀림의 기후가 오락가락하는 것과 같군요.”
앤섬 하워드는 정령왕들의 이야기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정령계로 도망치기 직전 쿤겐을 내 힘으로 봉인시켰다. 쿤겐의 힘을 감당할 수 있는 정령왕은 오직 대지의 힘뿐이었으니까.]“율라는 왜 네 봉인 상자를 그냥 뒀지?”
[글쎄……. 쿤겐 스스로 내 봉인을 풀 수 없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일지도 모르지. 율라는 정령계를 마음대로 오갈 수 있으니 자신의 감시 아래에 있는 내가 그의 봉인을 풀지 않을 거라 여겼을 테고.]“하지만 타락을 잡기 위해서는 쿤겐의 힘이 필요하니 율라도 이해하겠지.”
카릴은 의미심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령왕의 봉인이 풀리는 것을 꺼리겠지만 이미 라시스이 봉인이 풀린 상황에서 쿤겐의 존재는 율라에게 큰 의미를 주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 작은 차이를 모아 큰 빈틈을 만드는 것이야말로 적을 무너뜨리는 데 가장 필요한 일이지.’
“그럼 막툰, 네가 저 봉인을 풀 수 있나?”
[아니. 불가능하다.]그의 대답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네가 만든 봉인인데 어째서?”
[나는 그의 힘이 세상에 나오지 않기 위해 봉인을 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주문을 더 새겨 넣었다. 봉인을 풀기 위해서는 단순히 대지의 힘만이 아닌 대지의 힘을 통한 물리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그거라면 간단하군. 정령 계약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잖아.”
[지금의 너는 나와 계약할 수 없다.]“……뭐?”
카릴은 막툰의 말에 되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야. 나는 지금껏 남아 있는 정령왕들과 계약을 했다. 네가 다른 자들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게 아니다. 지금의 나는 완벽한 회복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내 심장은 여전히 정령계에 머물러 있다. 지금 상황에서 내 힘을 인간계에 발현하기 위해서는 대지의 힘을 가진 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대지의 힘이라니……. 내 마력은 용마력이다. 무색의 속성이지. 나 역시 대지의 속성을 쓸 수 있어.”
막툰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순수한 대지의 힘이어야 한다. 토(土) 속성의 마력만을 가진 자여야 하지. 다행이라면 나 스스로 계약의 체결을 원하니 정령력은 크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토 속성의 마력이라면…….”
그때였다.
“저기.”
수안 하자르는 떨리는 목소리로 자신의 앞에 서 있는 거대한 골렘을 향해 물었다.
“제게 힘을 빌려줄 수 없습니까?”
[네게?]막툰은 그를 내려다보았다.
[칼두안의 건틀렛이로군. 확실히…… 퀘니테의 부탁으로 청귀의 힘을 담은 건틀렛을 만들었었지. 그걸 찾은 자가 있을 줄이야.]세기의 정령술사라 불리던 퀘니테에게서 얻었던 건틀렛을 보며 막툰은 마치 추억을 되새기듯 말했다.
“확실히 수안 하자르라면 소드 마스터급의 투사에다 토 속성의 마력을 가졌으니…….”
“잘되었는걸?”
에이단을 비롯해서 몇몇 사람들이 그의 도전에 수긍하듯 말했다.
[글쎄.]하지만 그들과 달리 막툰은 고개를 저었다.
[굳이 내 힘을 받들겠다면 그대보다는 저자가 더 나와 어울릴 듯싶은데.]골렘의 거대한 손가락이 가리킨 곳에는 다름 아닌 고든 파비안이 있었다.
“클클, 사람 볼 줄 아는군. 봤냐, 수안. 넌 아직 멀었다. 애송아.”
그는 수안을 놀리듯 말했다.
가벼운 농담과 같은 말이었지만 수안은 쉽사리 웃을 수 없었다.
“글쎄요. 위대한 정령왕에게 외람된 말이오나 저런 퇴물보다는 수안이 더 낫다고 봅니다만 다시 한번 재고해 주시는 것은 어떻습니까.”
“뭐? 늙은이는 당신이지. 자기 제자라고 싸고도는 것 좀 보게?”
그의 옆에 있던 권왕의 말에 고든은 어이가 없다는 듯 코웃음을 쳤다. 둘은 여전히 티격태격하고 있었지만 전장에서 누구보다 호흡이 잘 맞는 지기(知己)라는 걸 모르는 이는 없었다.
[그대들은 인간의 한계에서 극의에 도달한 자들이로군. 신화시대의 나와 함께 했던 동료들과 비슷한 기운이 난다. 그대의 말대로 저자의 가능성은 충분히 알고 있으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고 나는 지금 당장 강자에게 힘을 보태는 것이 더 이로운 결과를 만들 것이라 생각하는데.]“타당한 말씀입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안챠르와 에이단이 라이스를 막아냈습니다. 약간의 시간을 번 셈이지요.”
[고작 그 짧은 시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지?]“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혹…… 그가 그 짧은 시간 동안 고든을 뛰어넘을 수도 있지요.”
“이 인간이야말로 노망이 났나. 말이 되는 소리를 해. 발본트. 자네 8태세가 제법 훌륭한 건 알지만 당신도 아니고 수안이 날 뛰어넘어? 이제 막 소드 마스터급에 오른 투사 녀석이?”
고든은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확실히 수안은 보기 드문 재능을 가진 아이야. 처음 그를 봤을 때 정식 제자로 받아들이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이제 와서 내가 후회하는 것은 그에게 하루라도 빨리 내 태세를 알려줬을 걸 하는 것이지.”
“늦긴 했지만 이제 저 녀석에게 8태세를 모두 전수해 줬잖아.”
“하지만 부족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어쩐지 자신을 바라보는 발본트의 눈빛이 꺼림칙한 느낌에 고든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자네나 나나 결국은 지는 해일 뿐일세. 신살의 10인에 들지 못한 자들이지. 하지만 수안은 카릴과 함께 파렐에 가야 하네. 그러니 우리가 그에게 힘을 실어 줘야 할 거 아니겠는가.”
“너 설마…….”
“수안이 자네를 뛰어넘게 만드는 방법이 하나 있지.”
고든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에게 오토마타를 가르쳐 주게나. 토(土) 속성의 마력을 가진 수안이야말로 자네의 절대 방어술을 배울 수 있는 적임자니까.”
“미친……. 내 밥줄은 저놈에게 그냥 주라고?”
“클클, 오히려 그가 자네 밥줄이 될지 누가 알아. 말년에 숟가락 들 힘도 없을 때 돌봐줄 제자 하나 정돈 있으면 좋잖아?”
발본트는 고든의 표정이 볼만하다는 듯 웃었다.
“잘 생각해 보게. 저 녀석은 세상을 구하러 가는 거니까. 놈의 성격은 자네도 알겠지. 어리숙한 저놈은 제 주군을 위해서라면 적의 칼날에 몸을 던질 놈이야. 적어도 살아서 돌아오게 하려면 제 몸 하나 지킬 방법은 있어야 하지 않겠나.”
고든은 그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수안을 바라봤다. 그의 눈빛에 수안은 긴장한 듯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움찔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건장한 체격의 수안도 고든의 앞에 서자 왜소해 보일 정도였으니 말이다.
“너 자신 있냐.”
“……네? 아, 네!! 물론입니다!”
수안은 그의 물음에 다급히 대답했다.
다른 것도 아닌 고든 파비안의 오토마타였다. 대마법사의 마법도 통하지 않는다는 절대 방어술을 배울 기회는 천금과도 같은 것이었으니 수안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좋아.”
“잘 됐어. 수안, 잘 배워보게. 그의 방어술은 우리도 깨우치지 못한 비기이니까 말이야.”
발본트는 고든의 허락에 만족스러운 듯 수안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카릴은 그 모습에 피식 웃고 말았다.
발본트는 지금까지 호시탐탐 수안에게 오토마타를 배우게 할 계획을 짜고 있었던 것이 틀림없었다.
“카릴,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나 남았지?”
“글쎄요. 하루, 이틀 정확한 날 수를 말씀드릴 순 없지만 여유를 부릴 수 있지 않다는 것은 확실하죠.”
“그래. 속성으로 가르쳐야 한다는 거군.”
고든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안을 바라봤다.
“그럼, 이 꽉 깨물어.”
“……네?
그는 자신의 거대한 전투 해머인 모우터를 들어 올리고는 씨익 웃었다.
“일단 좀 맞자.”
고든 파비안.
그는 대륙의 모든 소드 마스터를 통틀어서 가장 강력한 완력을 지닌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