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2화(452/497)
270. 야인의 신물 (2)
“수안이 고든과의 훈련을 위해서 떠났습니다.”
보고를 올리는 에이단이 말을 할 때마다 히죽거리며 웃었다.
“제대로 인사도 못 했군.”
“어쩔 수 없을 겁니다. 정신을 잃고 고든의 어깨에 얹혀서 갔으니까요.”
카릴은 그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포나인 강물을 작은 배로 거슬러 오를 정도로 대단한 체력을 가졌던 수안이었지만 역시 고든 파비안에게는 당할 수가 없었던 모양이었다.
‘그만큼 그가 괴물인 걸지도 모르지만.’
처음 신살의 10인 명단을 구성할 때 카릴 역시 고든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했었다.
그는 전생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자였으며 과거 5대 소드 마스터 중에 현생에서 자신과 가장 친분이 깊은 사람이었으니까.
실력과 믿음.
모두가 완벽하게 갖춰진 최상의 멤버였다. 하지만 카릴은 그를 10인에서 제외시켰다. 고든은 동료로서 훌륭하지만 그렇기에 강함을 떠나 동등한 위치에서 서로를 바라봤다.
하지만 파렐의 공략에 있어서 그들은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하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를 대비해 수장은 하나여야 한다.
그렇기에 자신에 대한 수안의 절대적 충성을 카릴은 더 높게 샀다.
‘발본트 덕분에 수안의 능력이 더욱 높아지면 나로서는 좋은 일이지.’
카릴은 잠시 눈을 감았다가 생각을 정리한 듯 뜨며 에이단을 바라봤다.
“그렇다면 네가 날 찾아온 이유는 야인의 신물 때문이겠지.”
에이단은 그의 말에 속마음을 들킨 듯 살짝 입술을 씰룩였다.
“내가 네게 준 뇌전과 뇌격은 확실히 마도 시대에 만들어진 무구니까. 상자 속에 들어 있는 신물이야말로 진짜 무구일 터. 뇌 속성의 네가 탐낼 만해.”
“제가 어찌 주군의 힘을 탐하겠습니까. 주군께서 모든 정령왕들과 계약을 하실 거란 걸 알고 있는데 말입니다.”
“그럼?”
“다만……. 안챠르의 말대로 라이스를 소탕할 때까지만이라도 뇌격과 뇌전을 쓸 수 있게 해주셨으면 합니다.”
“어째서지?”
에이단은 카릴을 바라봤다.
“은익 함대 구출에 있어서 저는 안챠르에게 자신만만하게 라이스의 벌레들보다 제가 빠를 거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보기 좋게 놈의 본체를 잡긴커녕 닿지도 못했죠.”
에이단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가네스 경의 자신의 마력을 제게 주었을 때 저는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했던 새로운 경지를 경험했습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은 느낌이었죠.”
“흐음.”
카릴은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말을 하는 그의 표정은 자신의 부족함에 대하여 실망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의 의지가 더 강하게 느껴졌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우레군주가 제게 새로운 길을 제시할 방향키가 되어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령왕은 인간보다 훨씬 더 순도 깊은 마력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에이단은 긴장 가득한 얼굴로 카릴에게 말했다.
“좋아.”
“……네?”
“원한다면 우레군주와의 계약을 해도 좋아. 나는 필요하다면 막툰의 계약을 수안에게 유지시킬 생각도 하고 있었으니까.”
“정말이십니까?”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네 마력의 속성은 바람. 극한의 속도를 이루기 위해서 번개를 이용하겠다는 것은 알겠지만 자칫 잘 못하면 번개의 속성에 네 마력이 잡아 먹힐 수도 있다.”
“걱정 마십시오.”
카릴은 단호한 에이단의 모습을 보며 피식 웃었다.
“광풍이 서운해할 수 있겠군. 하나 네가 정말 우레군주의 힘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지금까지 정의 내리지 못한 바람의 영역을 뛰어넘을 수 있겠지.”
꿀꺽-
그의 말에 에이단은 긴장 가득한 눈빛으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나 명심할 게 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정령왕을 네게 나눠주게 되는 것이다. 네가 그와 계약을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너와 수안은 내가 있는 전장에 도달해야 할 것이야. 어때, 자신 있나?”
“물론입니다.”
에이단은 카릴의 물음에 거침없이 대답했다.
“내가 무슨 싸움을 할지 알고? 어떤 전장에 설지 알고 그렇게 쉽게 대답하지?”
“기억하십니까? 타투르에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부터 저와 수안은 주군의 곁에 있었습니다. 그러니 끝맺음 역시 함께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오히려 주군의 옆에 저희가 없는 상황을 상상해 본 적도 없는걸요.”
[낯간지러운 소리를 잘도 하는군. 차라리 남정네들끼리 사귀지 그래? 곧 이 녀석도 성인식을 치를 때가 되었으니까. 새해가 찾아오기도 이제 한 달도 채 남지 않았잖느냐.]“무슨 헛…….”
“헛소리하지 마.”
그때였다.
카릴이 알른의 말에 답을 하려고 하는 순간 그보다 먼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렸다.
“해가 바뀌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 게 누군데 고작 이런 놈에게 카릴을 줘? 유령 주제에 노망이라도 났나……. 응?”
[시끄러운 녀석이 왔군.]알른은 이내 고개를 젓고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어, 어딜 가?!”
천하의 대마법사인 그를 사라지게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밀리아나였다.
“흥.”
그녀는 공중에 아직 남아 있는 알른의 기척을 손으로 휘저으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하, 그럼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말씀 나누시죠.”
에이단은 살짝 밀리아나를 향해 눈빛을 주더니 묘한 미소를 띠며 사라졌다.
“여긴 왜 왔어?”
“왜라니. 네가 헛짓을 하진 않나 싶어서 감시하러 왔지.”
밀리아나는 뾰로통한 얼굴로 대답했다.
“헛짓이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왜? 지금도 수도로 돌아오자마자 날 찾지도 않고 게다가 이런 한밤중에 남자랑 둘이서 떠들고 있었잖아.”
카릴은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감정을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사실 전생의 동료였으며 현생에 와서 이렇게까지 가까워질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던 일이었다.
그녀가 싫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다만 그가 그녀에게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신살의 10인 중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는 파렐을 통해 과거로 돌아왔다.
그 말인즉 슨 자신의 동료였던 9명의 죽음을 모두 자신의 눈으로 지켜보았다는 것이기도 했다.
‘또다시 너희를 잃고 싶지 않다.’
카릴은 전생에 와서 무수히 많은 위업을 달성했지만 그 모든 것이 이 전쟁을 위한 준비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는 지금껏 단 한 번도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행동하지 않았다.
하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욕심을 부리려 했다.
그렇기에 그는 밀리아나를 일부러 멀리하고 있었던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밀리아나는 그의 생각을 모를 터.
카릴은 그저 물끄러미 그녀를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을 뿐이었다.
“혼자 갈 생각이지?”
“…….”
순간 그녀의 말에 카릴은 당혹감을 내비쳤지만 이내 곧 표정을 감추었다.
“무슨 말이야?”
“내가 말한 헛짓은 고작 에이단과 노닥거리는 걸 얘기하는 게 아냐. 신살의 10인이다 뭐다 하면서 사실은 혼자서 파렐을 가려고 하는 게 아니냔 말이야.”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파렐을 공략하는 것이 혼자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 날 너무 과대평가하는 것 아냐.”
“혼자 가도 좋아.”
“……뭐?”
생각지 못한 그녀의 말에 카릴은 오히려 속내를 들킨 것보다 더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우리가 방해가 된다면 말이야. 하지만 방패막이로라도 쓸 수 있다면 데려가. 목숨 한 번에 검을 한 번 벨 수 있다면 적어도 아홉 번의 기회는 우리가 네게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것이잖아.”
밀리아나의 말에 카릴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왜? 부족해? 하긴 적어도 상대가 신인데 인간의 목숨 하나로 기회를 잡는다는 것은 욕심이겠지.”
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너와 나. 둘을 제외하고 여덟. 뭐……. 그럼 둘씩 묶어서 기회를 만들라고 해. 적어도 나는 녀석들하고 다르니까. 혼자서도 충분하거든.”
“잘난 척은…….”
끝 모를 자신감이 그녀의 장점이기도 했지만 카릴은 긴장감 없는 말에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제야 좀 웃네. 목숨 정도는 걸어야 웃는 걸 볼 수 있으니 이거야 원……. 세계의 주인이 되었다고 너무 재미없어진 것 아냐? 적어도 디곤을 찾아왔을 때 너의 첫 모습은 건방져도 흥미로운 사내였는데.”
밀리아나는 그 모습에 어깨를 가볍게 으쓱하며 말했다.
“카릴.”
“왜?”
“에이단과 수안이 분발하고 있다. 처음에는 믿음직스럽지 않던 녀석들이지만 이제는 누구보다 네 등을 맡길만한 자들이야.”
“알고 있어.”
“그러니 절대로 혼자 가지 마라.”
그녀는 다짐을 받듯이 그를 향해 다시 한번 말했다.
“이 말을 하러 온 거야.”
그러고는 가볍게 손을 흔들며 카릴을 떠났다.
“아 참, 한 가지 더 하려는 말을 깜빡했군.”
밀리아나는 발걸음을 멈추고서 돌아섰다.
“뭔데?”
“잠이 안 오면 내 침소로 와도 좋다.”
“……됐어.”
그의 거절에 그녀를 피식 웃었다.
“온기가 그립다면 말이야. 나머지는 성인식이 끝나는 날을 기다리지.”
그녀가 떠난 후 카릴은 웃던 얼굴을 뒤로하고 심란한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봤다. 이제 막 동이 트기 시작하는 새벽임에도 불구하고 수도의 사람들은 분주히 하루를 시작하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세상이 멸망을 하는 순간에도 저들은 그저 평범한 하루를 살았을 것이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정하지 못한 채 말이다.
꽈악-
그렇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흐음, 여자의 감이라는 건가? 무섭군.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으리라 생각했는데 말이야. 내가 다 깜짝 놀랐네.]알른이 다시 나타나 그의 옆에 섰다.
“무슨 말이야.”
[시치미 뗄 필요 없어. 내 앞에서까지 숨길 필요 없으니까. 솔직히 말해서 정말 파렐을 혼자 갈 생각도 있었잖느냐.]“…….”
[너는 안챠르와 에이단이 싸울 때 파렐을 올라가는 과정에서 때로는 10인을 남겨두고 올라가야 할 일이 생길 수도 있다고 했었지.]“그런데?”
[하지만 과연? 내 눈엔 저 녀석들을 바라보는 네 눈빛이 아무리 봐도 냉정하게 버리고 갈 수 없을 것처럼 보이거든. 게다가 전생에 죽은 동료들을 위해 억겁의 시간을 걸어 온 네가? 또다시 그들을 죽음에서 쉽사리 버릴 수 있을까.]“헛소리할 거면 그냥 조용히 돌아가.”
카릴은 알른의 말에 거칠게 대답했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의구심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녀석아. 매사에 냉철해져야 한다고 언제나 말하지 않았더냐.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한없이 바보 같은 면이 있어.]“잔소리할 거라면 그만해. 혼자 가지 않아.”
[그래?]알른은 그의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난 혼자 가도 좋다고 보는데.]“……당신도 밀리아나처럼 말장난을 하려는 거야?”
[아니. 나는 확률을 보고 말하는 거다. 그녀처럼 감성적으로 내뱉는 게 아냐.]“확률?”
[버리지 못하고 짊어지고 갈 거라면 차라리 짐을 만들지 않는 게 낫지.]알른은 차갑게 말했다.
카릴은 그의 말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어째서 올리번은 너를 죽이려 했을까.]순간 갑작스러운 그의 물음에 카릴이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게 무슨 소리야? 그야 당연히…….”
[나는 현생이 아니라 전생을 말하는 거다.]“…….”
[너는 과거로 오기 위해서 파렐을 올랐다고 했다. 그 말은 파렐이 남아 있었다는 뜻이고 결국 신탁의 10인이 재해를 모두 막지 못했다는 말이잖느냐.]“그렇지.”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과거였다.
카릴은 낮은 한숨과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우리가 만난 타락들은 결코 쉬운 마물이 아니었다. 게다가 전생의 전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약했을 터. 그런데 유일한 희망이라고 할 수 있는 너를 왜 죽이려 했을까.]“그건…….”
알른의 물음에 카릴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전생의 너는 왕위에 대한 욕심 같은 건 없던 사람이야. 그저 살기 위해 싸웠을 뿐이지. 올리번은 과연 네가 자신의 위치를 위협하는 자라고 생각했을까? 이민족을 친우라 했던 그 모습이 정말 가면에 불과한 것인가 말이야.]그 순간 카릴의 눈빛이 흔들렸다.
자신이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그건 과거일 뿐. 현생의 올리번과의 추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 생에는 자신의 손으로 그를 끝내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건 거절할 수 없는 뭔가를 율라가 올리번에게 약속한 것일지 모른다.]알른은 저 아래에 있는 무덤을 바라보며 말했다.
[과연 그게 뭘까.]“넌 그때 율라가 올리번과 또 다른 거래를 했다고 말하는 거야?”
[신을 섬기는 자로서 그게 거래일지 아니면 신탁이란 이름 아래 일방적인 명령일지는 모르겠지만……. 널 죽여야 했던 이유가 문뜩 궁금해졌을 뿐이다.]“그래 봐야 전생의 일이야. 신탁이 내려지고 난 이후 수차례의 전투 후에 벌어진 일이라면 더더욱 지금의 올리번과는 관계가 없는 일이겠지. 녀석은 신탁이 내려지는 것도 보지 못한 채 내게 죽었는걸.”
[글쎄. 과연 신이 대륙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신탁이었을 때라고 누가 확신을 내려 줬지?]“……뭐?”
[물론 나 역시 어떠한 확신을 가지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야. 여자의 감만큼 정확하진 않지만 늙은이의 감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유령의 감이라고 하는 게 더 맞겠지.]알른 자비우스는 괴상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째서일까.
그 순간 카릴은 백금룡의 금제를 풀기 위해 올리번을 찾아갔을 때 기억이 떠올랐다.
그가 사라지기 전 마지막으로 남겼던 한 마디가.
“내 심장 속에 남겨 둔 이야기 하나 할 수 있겠지…….”
카릴은 그 말을 낮게 읊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