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3화(453/497)
271. 발을 내딛다 (1)
“피아스타 방면 몬스터 대거 출현!!! 현재 항구에서부터 약 5㎞ 떨어진 부근에서 쏟아지고 있습니다!!”
휘리리릭—!!!
앤섬 하워드는 척후병들의 보고에 빠르게 책장을 넘기듯 지도를 넘겼다. 지도 위에는 마경으로 빼곡하게 채워진 수많은 창이 있었다.
“베이칸, 지금 당장 자유군을 이끌고 피아스타를 방어하십시오. 또한 북부 쪽에 주둔하고 있는 청기사단 역시 방어를 합류하도록 하세요.”
그의 말에 상황실에 있는 병사들이 일제히 긴장한 얼굴로 바라봤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합류하겠습니다.]낮고 굵은 목소리가 대답했다.
“크웰 경께서…….”
“드디어…….”
고작 한마디였음에도 불구하고 병사들은 마치 감격스러운 듯 저마다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대륙제일검이라 불렸던 크웰은 더 이상 최강의 소드 마스터는 아니었지만, 여전히 그와 그의 청기사단이 가지는 안정감은 유효했다.
특히 상황실에 있는 대부분의 병사들이 과거 제국병이라는 것을 감안했을 때 북부의 경계를 철통같이 지켰던 청기사단의 출격은 승리를 보장하는 것과 같았기 때문이었다.
‘부디 승리해 주십시오. 선봉의 역할을 이루어야 승기를 우리 쪽으로 가져올 수 있으니.’
앤섬은 진군하는 청기사단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다행이로군요.”
티렌이 그를 보며 말했다.
“네?”
“앤섬 님이 바라는 곳에 타락이 나타났으니 말입니다. 배치된 병력 중에 가장 승률이 높은 곳이잖습니까.”
자신의 생각을 읽은 듯한 그의 말에 앤섬은 쓴웃음을 지었다.
“바라는 것이야 사실 재해가 오지 않는 것이지만……. 만약 온다면 가장 피해가 적은 곳이길 바랄 뿐이었습니다.”
“피아스타의 시민들을 이미 대피했던 걸 봐서는 어느 정도 예상을 하셨던 모양입니다만.”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재해가 시작된 이후 저는 놈들에 대하여 몇 가지 가설을 세웠습니다. 처음 두 번의 경우로 결론을 내리기 어려웠지만 세 번째 재해가 나타나고 두 마리의 타락을 해부한 결과 그중 몇 가지 가설이 유력할 수 있음을 찾았습니다.”
“어떤 것이죠?”
“일단 재해에는 속성이 있다는 것입니다. 혈은 독기를 가지고 있었지만 그 힘을 발산하는 점화점은 폭발 즉, 불꽃입니다. 그리고 헤크트는 보시는 바와 같이 물의 속성을 가지고 있고요.”
“으흠.”
촤르륵-
앤섬이 손을 젓자 작은 마경이 나타났고 그곳에는 두 개의 시체가 나란히 봉인되어 있는 모습이 보였다.
“라이스가 시작된 곳은 은익 함대가 주둔하고 있던 해협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놈들 역시 물의 속성을 가진 것이 아닐까 싶어 가설이 틀린 것인가 싶었지만 아니었습니다.”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속도. 세 번째 재해가 나타내는 것은 바람이군요.”
티렌과 앤섬이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데릴 하리안은 옅은 미소와 함께 가볍게 목례를 하며 인사를 했다.
“두 개의 타락을 조사하는 데에 있어서 도움을 주셨습니다. 첫 번째 가설에 대한 것도 데릴 님께서 조언을 하셨었습니다.”
“별말씀을. 황금십자회에는 언제나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자들이니까요.”
“신수의 연구도 진척이 있다 들었습니다만.”
“네. 아직은 단계에 있지만……. 좀 더 박차를 가하도록 하겠습니다. 조만간 좋은 결과를 보여 드릴 수 있을 듯싶습니다.”
데릴은 앤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신기하군요. 멸종된 신수를 복원한다는 것은 신수를 다시 재탄생 시킨다는 것인데 금속을 다루는 연금술도 쉬운 일이 아닌데 생명을 복원한다라……. 솔직히 금단의 영역 아닙니까?”
하지만 앤섬과 달리 티렌은 데릴에게 날카롭게 그의 연구를 지적했다.
“오해가 있으신 것 같습니다. 저희가 말하는 복원은 생명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말 그대로 복원입니다. 존재하던 것을 되돌리는 것.”
데릴 하리안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티렌 님께서는 신수가 멸종되었다고 하셨습니다만……. 누가 멸종의 정의를 내렸죠?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그들이 사라졌다고 단정 짓는 우를 범하지 말아주십시오.”
그는 묘한 미소를 지었다.
“그들은 언제나 존재하였습니다. 소실되어 가던 정령계에서 카릴 님께서 정령들을 되살려 내신 것처럼 말이죠.”
티렌은 더 이상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앤섬은 그런 그를 보며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는 여전히 타국 출신을 꺼리는구나. 뭐, 그건 이곳에 있는 다른 병사들도 마찬가지겠지. 그 때문에 크웰 경을 가장 먼저 출진시킨 것이지만…….’
민심은 천심이라 그만큼 중요한 기틀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풍 속성의 마물이라는 것만으로 어째서 항구 쪽으로 올 것을 예상했습니까?”
데릴이 티렌의 시선을 무시하며 앤섬에게 물었다.
“꼭 피아스타를 짚은 것은 아닙니다. 처음에 놈들이 풍 속성의 마력이며 지형물에 큰 제약을 받지 않는다 했을 때 녀석들이 나타나야 할 위치는 광범위했습니다.”
“특이점을 찾으신 거군요.”
“네, 놈들은 전장을 정한 것입니다. 자신들의 제약과는 무관하게 상대방에게 제약이 있는 장소로.”
“허…….”
기가 막혔다.
“마물이 전술을 세웠다는 것입니까.”
“전술이라고 부르기엔 미약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와는 분명 다르다고 할 수 있겠군요.”
티렌과 데릴은 저마다 한마디씩 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가설로 하여금 내릴 수 있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혈에서부터 헤크트 그리고 이번 재해인 라이스까지, 놈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단순한 마물이 아닙니다. 놈들의 지능은 단계를 거듭해 갈수록 더 진화하고 있습니다.”
“그 말은 타락이 거듭된다면 앞으로 우린 단순히 힘만 센 괴물을 상대하는 것이 아니란 말이겠군요.”
앤섬은 고개를 끄덕였다.
“두뇌 싸움.”
데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점점 더 힘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허를 찔러야겠죠.”
앤섬은 고개를 돌렸다.
“티렌 님. 저는 주군의 큰 뜻을 이해하기엔 그릇이 작습니다. 하지만 제국인이든 자유국인이든 상관없습니다. 어린아이처럼 칭얼거릴 힘이 있다면 싸우는 데 써야 하겠죠.”
그의 말에 티렌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날카로운 검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해야 할 일은 그저 검날이 닿을 수 있도록 적의 파도를 막아 내는 방패가 되는 것입니다.”
앤섬은 지도 위에 점차 붉어지기 시작하는 점들을 바라봤다.
타락의 재림.
피아스타를 시작으로 라이스들은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나타나고 있었다.
“이미 전장에서는 제국인이든 자유국인이든 모두가 목숨을 걸고 방패가 되고 있으니…….”
피아스타 항구.
크웰 맥거번은 저 멀리 바다를 바라봤다.
마론협곡.
가네스 아벨란트는 비룡의 머리 위에서 협곡을 뚫고 쏟아지는 벌레 떼를 응시했다.
북부 정상.
화린과 릴리아나가 이끄는 이민족 부대들은 차디찬 냉기를 이기기 위해 얼굴을 가렸다.
키웰 해안.
칼 맥이 있는 힘껏 마도 범선을 이끌었다. 범선 위에 타고 있는 키누 무카리의 비궁부대와 톰슨의 마법병대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남부 사막.
디곤의 3자매가 이끄는 일족의 군사가 먼지바람을 일으키며 달리고 있었다.
앤섬은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툭툭 두들기며 티렌을 향해 말했다.
“우리는 지식을 걸고 싸워야 할 것입니다.”
* * *
“재해가 시작되었습니다.”
카릴은 천천히 감았던 눈을 떴다.
그의 손에는 낡은 책 한 권이 있었다. 표지에 뭐라고 적혀 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래된 그것은 족히 몇백 년은 된 듯 보였다.
“수안과 에이단은?”
“둘 다 소식은 없습니다. 교도 용병단의 비공정은 아직 수도 뒤쪽의 숲에 정박된 상태입니다.”
어둠 속 목소리의 대답에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월야(月夜)의 준비는?”
“언제든 가능합니다.”
검날이 번뜩였다.
복면을 쓰고 있는 지그라에게서 잘 다듬어진 검과 같은 예기가 뿜어져 나왔다.
“너희들은 지금부터 안챠르의 호위를 맡는다. 에이단이 그녀에게 가기 전까지 절대로 다치게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심해라.”
“에이단이 정말 우레군주의 힘을 받아들일 수 있으리라 생각하십니까. 속성이 서로 다른 마력을 쓰는 것은 솔직히 말해서 자살 행위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지그라는 물었다.
하지만 그는 마력을 가지지 않은 이민족이었기에 물음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가능성을 찾는다면 그가 동방국 출신이라는 점이겠지. 바다 건너 위치한 그 섬은 금역이라 약속의 땅, 드래곤의 성지와 가깝다. 예로부터 동방국은 무색의 속성인 용마력을 연구해 왔었고 그로 인해 마력변형이라든지 육체 변형 같은 비술이 탄생했다.”
“으흠…….”
“뭐, 결과는 녀석의 능력에 따라 다르겠지. 중요한 것은 세 번째 재해를 막는데 안챠르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니까. 아무리 그가 쿤겐의 힘을 빌릴 수 있다 한들 안챠르가 벌레들을 제어하지 못한다면 라이스의 본체를 잡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야인의 보호. 알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
지그라는 카릴을 향해 인사를 하고는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
“그럼 저희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아무래도 이 덩치하고 같이 움직이라 하실 것 같은데.”
그가 사라지고 난 뒤 기다렸다는 듯 목소리가 들렸다. 유린 휴가르였다.
그가 툭툭 팔꿈치로 두들기는 덩치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거인족 하와트였다.
“…….”
하와트의 등에는 커다란 방패가 하나 달려 있었다.
“완성되었군.”
카릴은 어둠 속에서 빛나는 방패를 바라봤다.
운철(隕鐵)의 아이기스.
교단을 세운 최초의 사도에게 내려졌던 신의 방패. 일전에 유린 휴가르가 탐냈던 교단의 성물이었다.
“도대체 이걸 쓰는 자가 누군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알 수 있겠군요.”
유린 휴가르는 피식 웃었다.
처음에 교단에서 아이기스를 가져 왔을 때만 하더라도 거인족인 하와트의 것이라 짐작했었다.
하지만 커다란 상자로 한 번 더 봉인되어 있는 방패의 모습에 미루어 짐작했을 때 그 역시 아이기스의 주인은 아니었다.
게다가 처음 교단에서 방패를 가져왔을 때와 지금의 외형은 많은 차이가 있었다.
교단에서 가져온 토스카의 뼈와 함께 칼립손이 아이기스를 새로이 개조했는데 중심부에 방패를 두고 그 위에 다시 한번 청린을 달고 마지막으로 토스카의 뼈를 녹여 그 위에 발랐다.
애초에도 거대했던 방패였지만 그 크기가 더 커져 이제 거인족인 하와트가 아니면 들 수도 없을 정도였다.
“너희 둘은 지금 윈겔 하르트가 있는 전선으로 간다. 그에게 저 방패를 주도록 해.”
“윈겔 하르트라면…….”
유린은 해답을 찾고 기가 막힌 듯 웃었다.
“아스칼론(Ascalon).”
카릴이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제야 궁금증이 풀린 듯 유린은 하와트의 등에 있는 아이기스를 바라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하긴 확실히 인간이 쓸 수 있는 물건은 이제 아닙니다만 이걸 골렘에게 주려 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런데 이번 재해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은 벌레라 하지 않았습니까? 골렘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과연 유효할지…….”
“걱정 마. 아스칼론은 라이스를 상대하기 위한 방패로 쓰는 게 아냐. 그는 다른 곳으로 간다.”
“네?”
절대 거절의 방패라 불리는 아이기스는 누가 봐도 가장 수비에 어울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반대로 그 방패를 방어에 쓰지 않는다는 카릴의 말에 유린은 이해가 가지 않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거신에게 잔챙이는 어울리지 않지. 당연히 그에 걸맞은 상대를 주어야 하는 법.”
카릴은 나지막하게 말했다.
“파렐(Phar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