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7화(457/497)
274. 파렐 전(戰) (1)
“크, 크하하하하하!!!!!”
뱀의 입술을 가진 여인은 원탁을 바라보며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녀는 자신의 배를 움켜잡으면서 눈가를 훔쳤다.
너무나 우스워서 눈물이 난 것인지 아니면 주위에 있는 신들을 도발하기 위한 제스처인지는 모르지만 분명한 것은 다른 신들에게 그녀의 모습이 결코 좋게 보일 리 없다는 것이었다.
“파렐은 오직 신의 힘만으로 파괴할 수 있는 것. 처음에 저 아이기스가 탑을 부쉈을 때 솔직히 놀랐어. 하지만 그건 율라의 힘이 담긴 신물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으니……. 어느 정도 허용범위 안에 있는 일이었지.”
그녀는 율라를 바라보며 말했다.
“물론, 나라면 자신의 힘이 담긴 물건을 자신의 피조물에게 나눠주지 않았겠지만 말이야.”
비단 율라를 향한 것은 아니었다. 헤크트의 재해를 일으킨 자신을 비웃었던 신들에게 그녀는 마치 보란 듯이 얘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규율이 깨진 것은 아니다. 율라뿐만 아니라 신 중에는 자신의 피조물에 지혜를 준 자들이 있으니까. 신물은 그 하나의 증거와 같은 것이기도 하지.”
노인은 그녀의 말에 반박하듯 말했다.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어떤 차원에서는 과학이 발달하고 어떤 차원에서는 마법이 진보한다. 그렇기에 어떤 차원에서는 마법으로 하늘을 나는 인간이 있는가 하면 어떤 차원은 마법을 쓰지 않아도 쇳덩이가 하늘을 날더군. 우리는 그런 그들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그들에게 지혜를 준 것이다.”
하지만 뱀 입술의 여인은 노인의 반박에도 불구하고 냉소를 지었다.
“그러다 잡아 먹힌 거지. 그 가능성에 말이야.”
“누가?”
“누구긴 누구야. 최고위 신이라 불리는 로드(Lord)를 말하는 거잖아. 블레이더의 체계를 처음 만든 자도 그자인걸? 우리는 그와 같이 자신의 세계에서 뛰어난 존재들을 뽑아 블레이더를 만들었을 뿐.”
그녀의 로드에 대한 차가운 반응에 노인은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물론 제재는 있었지. 마스터키(Master Key)라 불리는 특수한 힘 중에서도 선별된 열다섯 번째. 그것이 없다면 신에게 대항할 수 없으니 말이야.”
“그건 제재가 아니다. 로드께서 피조물에게도 기회를 주시기 위함이었다. 차원이 생겨나고 태초의 균열에서 태어난 우리와 달리 놀랍게도 우리가 만들어 낸 피조물은 자신의 영역을 뛰어넘을 때가 있으니까.”
“자율의지(自律意志).”
율라는 노인의 말에 대답하듯 말했다.
“그래, 자율의지. 인간에게만 주어진 유일한 가능성이라는 덕목.”
“덕목이 아니라 죄악이겠지. 건방진 피조물들은 결국 반기를 일으키고 로드마저 죽었으니까. 애초에 그따위 것을 줄 필요도, 블레이더를 만들 필요도 없었어. 가능성은 무슨……. 로드는 그저 자신의 강함에 대한 우월감을 표시하기 위해 신의 기사를 만든 거야.”
뱀 입술의 여인은 율라를 바라보며 나지막한 목소리로 웃었다.
“하지만 결과는 어떻게 되었지? 그게 오히려 자신을 옭아맬 칼이 될 것이라고는 생각 못 했지. 전지전능한 로드께서도 말이야.”
원탁 주위에 앉아 있는 신들은 어째서인지 전지전능하다는 그녀의 말에 살짝 안색이 굳어지는 느낌이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겨지는 수식어임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닐세. 로드가 죽자 차원력이라 불리는 태초의 힘이 부서지면서 균열이 만들어지고 그 속에서 태어난 우리는 모두 불완전하지만, 그 힘을 가질 수 있게 되었네. 하지만 힘을 쟁탈하기 위한 수많은 싸움이 일어났고 그로 인해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태어났지.”
노인은 굳은 얼굴로 뱀 입술의 여인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런 힘을 지금 인간이 가지고 있다는 것일세. 저 힘은 당연하게도 로드의 파편이겠지. 이 일에 대해서는 당연히 율라, 자네에게 책임을 물어야겠지만……. 일단은 저 파편을 다시 수거하는 것부터 생각해야겠군.”
그는 자신의 주위에 있는 신들을 향해 한심스럽다는 듯 혀를 찼다. 그 모습 역시 무척이나 인간을 닮았기에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글쎄. 로드의 죽음은 우리에게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저 인간은 썩 내키지 않은 존재지만 지금 내 눈에는 그가 새로운 파편 같아 보이는데.”
뱀 입술의 여인은 말했다.
“기회.”
드르륵-
그녀는 원탁에서 일어섰다.
의자가 뒤로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무슨 짓이지?”
“알면서 왜 물어? 라피…….”
깔깔거리며 웃던 뱀 입술의 여인은 실수를 저질렀다는 듯 남자를 보며 자신의 입술을 살짝 씹었다.
“흥분한 나머지 실수를 할 뻔했군. 다른 이의 차원에서 우리는 그저 이름 없는 신에 불과하니까. 그것이 규율이고 말이야.”
그녀는 원탁 가운데 있는 마경 위로 손을 얹었다.
“……뭐 하는 짓이야?”
“뭐긴 뭐야. 그가 한 말 못 들었어? 승리를 위한 입찰을 하기 위해 내려가려는 거지.”
“지금 인간계에 현신하겠다는 말이야? 자신이 관장하는 차원이 아닌 다른 곳에 나타나는 것은 규율 위반이라는 것을 알 텐데?”
“허구한 날 그놈의 규율 타령. 인간도 가지고 있는 자율의지를 좀 생각하라고. 머리는 폼으로 달고 있는 게 아니잖아?”
“……너!!!!”
노인이 화가 난 듯 원탁을 내려치며 일어섰다.
“규율 이전에 로드의 아래에 있던 우리 다신(多神)들은 신의 파편인 디멘션 스파이럴을 수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팔짱을 끼고 있던 남자 역시 뱀 입술 여인의 말에 기다렸다는 듯 일어섰다.
“그런 이유라면 어쩔 수 없지.”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너도 속은 시커먼 뱀이로군.”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뭐, 싫진 않군.”
* * *
“……어리석은 년. 저러니 만들어 낸 피조물들 역시 지능도 없는 미개한 것들뿐이지.”
노인은 마경을 바라보다 혀를 찼다.
그 안에 카릴의 앞에 모습을 드러낸 뱀 입술의 여인과 남자가 보였다.
“제아무리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지고 있다 한들 인간이다. 인간에게 붙어서 뭘 하려고?”
“당신은 가지 않을 생각인가?”
“물론. 인간에게 놀아나는 신이라니 우스운 걸 떠나서 가당키나 한 얘기냔 말일세.”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노인의 율라를 바라보는 눈빛은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원탁에 남았다는 것은 같았지만 둘의 입장은 완전히 달랐으니까.
빠득-
율라는 자신도 모르게 이를 갈았다.
이런 모욕적인 일이 또 있었던가. 파렐을 부수면 자신의 승리라는 단순명료한 게임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파렐을 부순다고 해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다.
“가고 싶으면 가도 좋네. 솔직히 말해서 저 인간을 찾아가야 한다면 오히려 자네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뭐?”
“우리는 서로 다른 입장이니까. 나는 대륙을, 그대는 파렐을 부숴야 입장이니 말이야.”
율라는 그의 말에 살짝 눈썹을 찡그렸다.
“당신은 파렐을 부수기 전에 대륙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건가?”
“그거야 혈과 헤크트를 보낸 신들 역시 마찬가지였겠지. 승리할 자신이 없었다면 재해를 내리지 않았을 테니 말이야.”
그의 말에 율라는 인간계로 내려가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빌어먹을.’
꼴이 우습게 되었다.
비록 신화시대에 자신에게 대적했던 블레이더들이 있긴 했지만, 그들에게도 단죄를 내림으로써 신의 위대함을 보여주었다. 게다가 그들은 드래곤과 정령왕까지 세계를 구성하는 뛰어난 존재들의 집합이었다.
그런데 지금 고작 인간 한 명에게 휘둘리고 있었으니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그것도 단 한 명이 아닌 차원을 관장하는 모든 신이 말이다.
“…….”
율라는 원탁 속의 마경을 바라보다 주위의 신들을 힐끔 바라봤다. 그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지만 마치 그것이 신호라도 된 것처럼 원탁 주위의 신들이 일제히 일어섰다.
* * *
“율라는 보이지 않는 것 같은데.”
카릴은 맨 처음 나타난 뱀 입술의 여인을 바라봤다.
‘너희들, 저자가 누구인지 알고 있나?’
[글쎄. 우리는 이 세계를 관장하는 율라 이외의 다른 차원의 신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은 그들만의 계(界)가 따로 존재하니까.] [신이 하나가 아니듯 정령왕도 우리가 유일한 것은 아니지. 차원마다 정령계뿐만 아니라 인간계를 비롯해 각 계가 존재하니까.]정령왕들이 대답했다.
[계(界)는 차원의 하위 구조라고 보면 되겠군. 그렇다면 차원마다 정령왕들도 있겠네?]알른 자비우스는 그들의 이야기에 흥미롭다는 듯 물었다.
[그렇다.] [그다지 특별한 존재도 아니군.]정령왕들은 그의 말에 반박 대신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율라는 아마 나타나지 않을 거다. 자신의 차원에서 벌어진 일이야. 피조물이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것은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지. 그것도 두 번이나.”
“흐음.”
카릴은 남자의 대답에 팔짱을 끼며 그를 바라봤다.
“뭐, 좋아. 그럼 한 가지 더 묻겠다. 율라를 제외하고 너희들, 신이라는 존재들은 이게 다인가?”
처음에는 두 명의 신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 뒤로 여덟 명의 얼굴을 로브로 가린 자들이 뒤따라 나타났다.
“율라를 제외하고 한 명이 더 있다.”
남자가 대답했다.
‘열두 명.’
카릴은 리세리아의 레어에 있던 비석과 교단의 첫 구절에 있는 열두 명의 신의 숫자가 틀리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게 누구지?”
“당연히 이번 재해를 일으킨 신이지.”
“라이스의 주인.”
뱀 입술 여인의 대답에 이제 알겠다는 듯 카릴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와 남자를 가리켰다.
“그렇다면 당연히 가장 먼저 온 너희 둘이 혈과 헤크트의 주인이겠고?”
“맞다.”
그의 손가락이 뒤에 있는 두 타락의 시체를 향하자 둘의 표정이 굳어졌다.
“얼굴 풀어. 기회를 잡기 위해 빨리 움직이는 것은 결코 부끄러운 일은 아니니까.”
“…….”
마치 아랫사람을 칭찬하는 것처럼 자신들을 대하는 그의 모습에 두 신은 더욱 자존심이 구겨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카릴의 말이 틀린 것이 아니었으니까. 이미 기회를 박탈당한 그 둘은 카릴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로드가 사라지고 그의 힘이 나누어져 세계로 흩어졌다. 그런데 그 힘이 아직도 남아 있을 줄이야…….”
남자는 카릴을 바라봤다.
“아마도 저건 유배지라 불리는 버려진 차원에 있던 것 같군. 로드(Lord)가 죽기 바로 직전 그곳에 있었으니 말이야.”
“유배지?”
“모든 죄인을 가둔, 신조차 버린 세계가 있다. 뭐, 이것은 신들의 영역이니 인간이 알 필요 없겠지. 인간이 쓰레기를 버리기 위해서 쓰레기통을 만들 듯 신 역시 오물을 버릴 곳이 필요하지 않겠나.”
그의 말에 카릴은 관심 없다는 듯 어깨를 가볍게 끌어올렸다.
“그래, 그건 너희들의 문제일 테니까. 내게 중요한 것은 내가 살고 있는 이 세계의 존속이다.”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뱀 입술의 여인은 인간인 카릴에게 존대를 하는 것이 아무렇지 않은 듯 말했다.
“넌 자존심도 없나?”
카릴이 도발적으로 그녀를 향해 물었다.
“파렐은 오직 신의 힘만으로 부술 수 있습니다. 손바닥에 남은 탑의 파편이 그 증거.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지고 있는 이상 당신 역시 신좌의 한 편에 있어도 될 자격이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녀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대답했다.
“물론, 아직 인간의 육체를 벗어나야 한다는 제약이 있지만 말이죠.”
“네놈들과 동급으로 여기지 마라.”
“그런데 어떻게 해서 우리를 엑소디아의 승자로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거지? 네가 파렐을 부술 수 있다는 것은 알겠다. 하지만 그건 율라를 승자로 만들어 주는 것일 뿐. 우리를 승자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 벌어진 재해부터 막아야 할 텐데.”
그때였다.
기다렸다는 듯 카릴의 머릿속에 들리는 이스라필의 메시지.
[보고 드립니다. 지금 막 수안 하자르가 거암 군주의 힘으로 야인의 신물을 열었습니다. 에이단 하밀이 신물을 가지고 전장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그 순간.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물론이지. 지켜봐. 이제 곧 라이스의 주인도 너희들처럼 내 앞에서 빌게 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