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8화(458/497)
274. 파렐 전(戰) (2)
“여기 있다.”
수도의 지하 훈련장에서 기다리던 에이단은 수안 하자르가 건네는 상자를 바라봤다.
“얼굴은 왜 그 모양이냐.”
“고든 파비안의 주먹에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지 뭐.”
“크큭……. 미친.”
무덤덤한 그의 대답에 에이단은 피식 웃고 말았다.
“오토마타는?”
“한 대 쳐볼래? 검으로도 좋고.”
스캉-!!!
“야.”
수안 하자르는 자신의 목 언저리에 닿아 있는 에이단의 단검을 보며 나지막하게 말했다.
“말은 하고 쳐야지.”
“암살자가 말하고 죽이는 놈도 있던가?”
자신의 말에 대답 대신 검부터 뽑아 든 에이단의 행동에 그는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내 속도에 반응을 하다니. 대단한데.”
“반응한 게 아니라 처음부터 두르고 있었을 뿐이야. 고든 경이 말하길 잠잘 때도 오토마타를 유지할 수 있도록 하라더군.”
“평상시에 두르고 있는 실드조차 내 검을 막을 정도면 절대방어술이라는 수식어가 틀리진 않는 것 같네.”
에이단은 한층 더 강해진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젠 내 차례로군.”
“조심해라.”
수안 하자르는 야인의 신물을 에이단에게 건네주고 뒤를 돌아섰다.
“안 볼 거야?”
“애도 아니고……. 알아서 해. 지금 수도 밖엔 온통 전투로 시끄러운데 그들을 도우러 가야지.”
“내가 우레군주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정령왕이 날뛰기라도 하면 어떻게 해? 적어도 여길 지킬 사람은 있어야지.”
에이단의 말에 수안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보다가 웃음을 터뜨렸다.
“네가?”
의심조차 없었다.
너무나도 확고하게 믿는 수안의 모습에 에이단이 오히려 할 말을 잃은 듯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닥치고 전장으로 뛰어. 상자를 여는 건 거기 가서 해도 늦지 않으니까.”
“위험천만한 전장에서 이 상자를 열라고? 고든에게 맞더니 머리가 어떻게 된 거 아냐?”
“재해 따위 빨리 정하고 따라와. 기다리겠다.”
“어딜?”
수안이 그걸 몰라서 묻느냐는 듯 고개를 살짝 갸웃거렸다.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될 때 각자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지어졌다.
“빌린 힘을 돌려 드려야지.”
“돌려드릴 필요 없어. 네가 고든과 함께 떠나고 난 뒤 내가 주군께 허락을 받았으니까.”
“뭐?”
“기다려. 곧 따라가마. 이 힘으로 우리가 주군의 검이 된다.”
“실패할지 모른다는 실없는 소리는 이제 안 하겠군. 주군 볼 낯이 없게 만들 실책은 하지 마라.”
“걱정 마.”
에이단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는 신이다. 주군의 위대함은 누구보다 우리가 잘 알지만 그래도 우리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을지 모른다.”
수안은 그런 그를 믿고 있지만 노파심에 다시 한번 그를 독려했다.
“에이단.”
“알고 있어.”
“그래. 우둔한 나와 달리 너는 영리하니까. 몸뚱어리밖에 굴릴 줄 모르는 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결국 이 몸 하나뿐이야. 그러니 네가 올 때까지 주군의 방패가 되마. 무슨 말인지 알겠지. 주군의 검이 되는 건 우리가 아니라 너다.”
수안 하자르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간다.”
훈련장을 빠져나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에이단은 쓴웃음을 지었다.
“권왕의 기술을 익히고 고든 파비안의 절대 방어술을 익힌 네가 우둔하다고? 5대 소드 마스터 중 2명의 비기를 가진 자는 대륙에서 너 하나뿐일 거다.”
그는 수안이 주고 간 상자를 바라봤다.
‘넌 모를 거야. 내가 너와 미하일에게 처음에 얼마나 경쟁의식을 느꼈는지 말이야.’
에이단은 수안이 떠난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생각했다.
‘내가 부러워했던 사내답다. 멋지게 성공했으니 나 역시 질 수 없지.’
“후읍…….”
상자의 잠금쇠는 이미 열려 있었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저릿저릿한 기운은 신물이 여전히 잠들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게 내가 강해지는 방법이니까.”
탈칵-
에이단은 망설임 없이 상자의 뚜껑을 열었다.
“우리보다 강한 주군을 지키라는 말이 우습겠지만……. 무슨 일이 있어도 내가 가기 전까지 주군을 지켜라. 부탁한다.”
콰아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마치 태양이 지상에 내리는 것처럼 수도는 새하얀 빛으로 일순간 물들었다.
* * *
대륙 곳곳에 이미 라이스들이 퍼져나갔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격전지는 피아스타였다.
가장 먼저 재해가 일어난 이 지역은 청기사단을 이끄는 크웰과 베이칸의 자유군이 항구를 중심으로 막아서고 있었다.
“방벽을 유지하라!!”
청기사단의 부단장인 폴 헨드는 있는 힘껏 외쳤다. 노년의 기사는 문뜩 검을 드는 것이 아니라 안락한 저택에서 아이들을 가르쳤던 시절이 그리웠지만 그런 추억도 잠시 입안 가득 토해내는 핏덩이에 바득-! 이를 갈면서 검을 휘둘렀다.
카가강!! 카강!!
그의 마나 블레이드가 허공을 벨 때마다 스파크가 일어나며 벌레들이 부딪혔다.
“큭!!”
“크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들렸다.
“빌어먹을.”
처음에는 그나마 검을 휘두를 수 있을 정도였지만 갈수록 검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졌다.
단순히 그의 나이가 많아서 노쇠해졌기 때문이 아니었다. 처음에는 눈에 보이지 않았던 라이스들이 이제 시커먼 연기처럼 확연하게 보였다.
피아스타를 공격하는 벌레들의 수가 순식간에 처음보다 수 배는 더 넘게 늘어났기 때문이었다.
“공격하라!! 화염탄을 던져!!”
베이칸이 외치자 기사단의 방벽 뒤로 적명석을 가공하여 만든 탄환이 자유군의 화살에 감겨 하늘 위로 쏘아졌다.
쾅! 쾅!! 콰가가강!! 콰강!!!
마치 폭죽이 터지는 것처럼 불화살들은 얼마 가지 못하고 공중에서 폭발했다. 화살이 쏘아질 때마다 우수수 벌레들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화염탄이 터질 때마다 아주 잠깐 맑은 하늘이 보였지만 그것도 잠시 벌레 떼들은 다시 그 구멍을 채웠고 언제 그랬냐는 듯 병사들을 향해 날아갔다.
콰그그그그……!!
방패를 든 기사가 충격에 휘청거렸다.
충격에 거대한 방패에 둘러진 실드가 옅어진 순간 라이스들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위험해!!”
폴 헨드가 소리쳤다.
콰아앙-!!
하지만 그 순간 공중에서 벌레들이 마치 송곳처럼 한곳에 모여 있는 힘껏 방패를 쳐내자 모여 있던 기사들이 우수수 무너지면서 방벽이 붕괴되고 말았다.
“안 돼!!”
방벽이 사라진 곳으로 벌레들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모여들었다.
폴 헨드는 놈들을 막으려 했지만 이미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천, 수만의 벌레 떼에 의해 앞으로 나아 갈 여력이 없었다.
“큭!! 제길! 떨어져!!”
지원을 가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갑옷을 갉아 먹고 있는 벌레들을 보며 그는 신경질적으로 소리쳤다.
화르르륵—!!
그때였다.
무너진 방벽의 안쪽에서 매서운 불길이 뿜어져 나왔다. 폴 헨드는 그 광경을 보며 베이칸의 부대가 아껴 놓은 화염탄이 터진 것인가 생각했다.
“엄청난 위력…….”
화염은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방패 사이를 지나 벌레들을 태웠다.
“저런 게 있으면 좀 더 빨리 쓰면 좋았잖습니까.”
“저희가 아닙니다.”
“……네?”
베이칸의 대답에 폴 헨드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저벅- 저벅- 저벅-
“도련님…….”
“늦었습니다.”
폴 헨드는 마치 화염의 갑옷을 두른 것처럼 전신에 붉은 불꽃을 내고 있는 란돌 맥거번을 떨리는 눈동자로 바라봤다.
“오랜만입니다.”
란돌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크웰이 칩거를 하는 동안에도 폴 헨드는 란돌의 소식을 주의 깊게 듣고 있었기에 그는 감회가 새롭다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
맥거번 저택에서 가장 검술에 재능을 가지고 있었던 아이였지만 평민이라는 태생과 장남인 마르트를 위해 자신의 실력을 숨겼던 소년.
폴 헨드는 저택에서도 그의 모습이 안타까웠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아버지인 크웰에게 왼쪽 팔을 잃었다는 것을 알기에 뭐라 할 말을 잃고 말았다.
“괜찮습니다. 원래라면 팔은 붙일 수도 있었습니다.”
그의 시선이 자신의 잘린 팔에 가 있는 것을 눈치챈 란돌은 담담히 말했다.
“운이 좋게도 절단면이 너무 깨끗해서 검을 쥐는 데도 문제가 없을 거라 했습니다만……. 제 의지로 붙이지 않았습니다.”
“아니, 어째서…….”
“대륙제일검에 의한 상처입니다. 그를 막다가 얻은 것이니 영광스럽지 않겠습니까.”
폴 헨드는 그의 말에 뭐라 대답을 할지 몰라 입을 뻐끔거렸다.
“제 팔을 볼 때마다 다짐합니다. 강해지자고.”
“도련님…….”
“오해는 하지 마세요. 그렇다고 아버지를 원망하는 것은 아닙니다.”
란돌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폴 헨드는 어린 시절 언제나 과묵했던 그가 이런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는가 하고 사뭇 놀랐다. 전장과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것은 기쁨에 좀 더 가까운 감정이었다.
“덕분에 저는 더 강해질 수 있었으니까요.”
디곤 외검술 변형 2결 – 월하옥(月下玉).
파앗-!!
란돌이 검을 잡고 뛰어올랐다.
밀리아나가 그에게 가르쳐준 것은 쌍검술이었지만 한쪽 팔을 잃은 그는 디곤의 검술을 자신에게 맞게 변형시켰다.
그의 손에 들린 해방된 불꽃이 맹렬한 화염을 뿜어냈다. 그의 주변에 벌레들은 그 불꽃에 집어 삼켜져 순식간에 재가 되었다.
상급 기사와 소드 마스터, 상급 마법사와 대마법사를 구분 짓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느냐 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그 영역이 가전 검술이 기반으로 될 수도 있고 혹은 전혀 다른 마법이 될 수도 있지만 어쨌든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만이 가능한 것이라는 점이다.
고든 파비안의 오토마타라든지 베르치 블라노의 독문마법 같은 것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란돌 역시 마찬가지였다.
디곤 검술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그는 쌍검술을 외검술로 바꾸며 자신에게 맞는 형태로 변형시켰다.
“감축드리옵니다…….”
폴 헨드는 맥거번 가문에 나온 새로운 소드 마스터의 등장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아이러니하게도 평민과 이민족이라는 출신의 제약으로 누구보다 형제들 사이에서 천대받았던 두 사람이 가장 뛰어난 검사가 되었다.
‘이곳에는 크웰 경뿐만 아니라 마르트 님과 엘리엇 님도 계신가.’
전쟁은 싫지만 어쩌면 이번 기회에 맥거번가에 흔들렸던 형제들이 함께 뭉칠 수 있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조심하십시오!!!”
그런 생각이 들자 전장이라는 것도 잊고 노년의 감정에 흔들린 그는 부하의 외침에 황급히 고개를 들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우우웅!!!
눈앞이 깜깜해졌다. 어둠이 그를 덮치려고 했다. 그 어둠이 벌레 떼라는 것을 안 순간 폴 헨드는 자신도 모르게 헛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이런 머저리 같은…….’
도대체 몇 번이나 전장에서 긴장감을 잃고 추한 모습을 보이는 것인가.
“폴 헨드!!”
란돌이 그를 향해 외쳤다.
하지만 수많은 벌레 떼를 집어삼킨 뜨거운 화염조차 폴 헨드를 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안 돼……!!!!!!!!!!!”
그때였다.
콰즈즈즈즈즈즈즉—-!!!
란돌과 폴 헨드를 집어삼킨 벌레 떼 사이에서 번뜩이는 빛이 일어났다. 섬광은 마치 시간이 멈춘 것처럼 일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지만 빛이 지나간 자리는 날카로운 폭음과 함께 맹렬한 충격이 일었다.
그 힘에 란돌은 뒤로 튕겨 나가듯 밀려났고 조금 전 폴 헨드가 서 있었던 자리엔 시커멓게 그을린 벌레 떼만이 바닥에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
란돌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몰라 멍하니 폴 헨드가 있었던 자리를 바라봤다.
“실례.”
그 순간 그의 등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
황급히 고개를 돌리자 멍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하는 폴 헨드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주저앉아 있었다.
지직……. 지지직…….
“후우…….”
그의 주변에서 여전히 샛노란 전격이 흐르고 있었고 그의 뒷덜미를 잡고 있는 한 남자가 가볍게 란돌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허리에 달린 두 자루의 단검이 가볍게 떨렸다.
파앗-!!!
“에…….”
란돌이 그의 이름을 부르려 했지만 그 소리보다 더 빨라 빈자리만이 남아 있을 뿐이었다.
그는 섬광(閃光)처럼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