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5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59화(459/497)
274. 파렐 전(戰) (3)
[그러다 죽는다.]머릿속에서 울리는 거친 목소리에 에이단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가 지금 바라보는 시야는 태어나서 처음 느껴보는 풍경이었다.
스아아악……!! 사악……!
바람이 뺨을 스쳐 지나가는 느낌만이 있을 뿐 세계의 색상은 반전된 것처럼 흰색이 검게 변했고 검은 것은 투명했다.
처음 보는 영역의 광경.
에이단은 시간이 멈춘 것 같은 찰나의 순간을 뚫고 지나가는 섬광 속에 자신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마치 질주하는 것이 자신이 아니라 세계가 자신의 뒤로 밀려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시간이 없다. 하필이면 안챠르가 해협 건너 전(前) 공국의 영토에 있다니.’
[이동마법진인가 하는 걸 써서 넘어가는 게 나았을 텐데. 무리하게 뇌전의 힘을 쓰다가 네 오장육부가 먼저 타들어 갈 수 있어.]거친 목소리의 주인공은 다름 아닌 번개의 정령왕, 쿤겐이었다. 에이단은 자신의 두 다리에서 흩뿌려지는 전격의 잔해들을 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이동마법보다 더 빠르게 갈 수 있다고 한 게 누구지?’
[뭐, 그거야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네가 하기 나름이라고 했을 텐데…….]쿤겐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처음에는 허언이라고 생각했는데……. 인정한다. 우레의 힘을 정말로 받아들일 수 있을 줄이야. 카이에 에시르 이후에 이런 특이한 인간도 처음이로군.]‘눈앞의 재해를 막고 파렐에 계신 주군께 간다면 아마 그 생각이 달라질걸. 나 같은 건 발치에도 닿지 못하는 분이니까.’
[막툰을 제외하고 나머지 정령왕들과 계약을 했다는 자? 게다가 리세리아와 나르 디 마우그의 심장을 가졌다라……. 솔직히 말해서 곧이곧대로 믿기 어렵군.]‘걱정 마. 어차피 알게 되어있으니까.’
[뭐, 나는 너도 싫진 않다. 비록 가품이지만 뇌격과 뇌전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부터 너와의 인연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그래서 순순히 나와 계약을 해준 거야?’
[설마.]에이단의 어깨 위로 작은 구체를 바라봤다. 라미느가 아인 트리거에서 나올 때처럼 쿤겐의 작은 형상이 그의 뺨을 가볍게 두들겼다.
[네 눈빛이 마음에 들었거든.]‘이상한 정령왕이로군.’
[난 원래 괴짜야. 번개의 힘은 다른 원소들과 다르니까. 원소지만 빛과 어둠의 힘도 함께 있는 불완전한 힘. 그렇기에 더욱 강렬할 수 있다.]쿤겐은 에이단을 바라봤다.
[너라면 왠지 나를 잘 쓸 수 있을 것 같더군. 막툰에 의해 봉인이 풀린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지만 말이야.]그의 대답을 들으며 에이단은 좀 더 속력을 높였다. 다리는 여전히 허공을 달리고 있었고 그의 두 다리 밑에는 어느새 해협의 끝자락을 지나고 있었다.
[하지만 조심해라. 나는 다른 정령왕들처럼 계약자의 사정에 맞춰서 정령력을 나눠줄 만큼 친절하지 않아. 경고는 이번이 마지막이다. 원하는 대로 내 힘을 써도 좋다. 그러나 그로 인해 번개에 먹힌다면 그것은 내 탓이 아니다.]‘그 말은 지금보다 더 빠르게 달릴 수 있다는 건가?’
[원한다면.]에이단은 앞을 바라봤다.
순식간에 바다를 건넌 그의 눈앞에 저 멀리 전투가 벌어지는 연기가 잡혔다.
‘마음에 드는 대답이군.’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에이단은 두 다리에 힘을 주었다.
* * *
“더럽게도 많군.”
과거 강철 함대가 정박했던 코브의 항만에 새로이 세워진 포격대에는 사람보다 훨씬 작은 체구의 난쟁이들이 바삐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조종하고 있는 포격대는 지금까지 봤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마도 포격대에 방진탄을 장전해라. 놈들은 검으로 벨 수 없다. 하지만 아무리 작은 벌레들이라 할지라도 연기를 피할 순 없겠지.”
항만의 끝에 서 있던 노움은 저 멀리 날아오는 벌레를 바라보며 명령했다.
철컥-!! 드르르르르르……!!!
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노움들이 조종관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그러자 매끈한 포신과 섬세한 문양이 새겨진 수십 대의 대포가 일제히 해협 건너를 겨냥했다.
“마력 충전 80% 완료!! 포격 가능합니다.”
커다란 고글을 쓰고 있는 노움이 수십 대가 연결되어 있는 화면을 바라보다 소리쳤다.
“우리 노움국에서 네놈들을 위해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선물이다. 어디 한번 먹어봐라!”
부하의 보고에 전선에 서 있던 칼립손이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소리쳤다.
“벌레 새끼 한 마리도 이곳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용납하지 마라. 전 포대!! 포격 개시!!!”
칼립손이 번쩍 들어 올렸던 손을 있는 힘껏 아래로 내리자 항만에 세워진 포격대가 불을 뿜었다.
펑! 펑! 퍼엉-!!
퍼퍼펑–!!!
시커먼 연기와 함께 날아가는 포탄은 공중에서 맹렬한 화염을 터뜨리며 폭발했고 화염은 다시 한번 분진으로 변하며 마치 항구 주변을 감싸는 구름처럼 변했다.
[키르……! 키르르륵!!!]날아들던 벌레들이 구름 안으로 날갯짓하며 들어가자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좋았어!!”
“와아아아아—!!”
노움국의 병사들은 코브를 향해 오던 벌레 떼들이 바다 아래로 떨어지는 것을 보며 환호성을 질렀다.
칼립손은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꽉 쥐었다.
“조심하세요!!”
그때였다.
전방의 타락들이 사라져가는 것에 집중했던 노움들은 후방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다급히 고개를 돌렸다.
부우우우웅—!!!
우우웅—!!
마치 드릴을 연상케 하는 나선으로 회전하는 수천 마리의 벌레 떼들이 병사들의 머리 위에서 맹렬하게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아니…… 언제?!”
“설마 전방에 있는 놈들은 미끼였나? 말도 안 돼. 병력을 나누어서 들어 온 건가? 그것도 병력의 절반 이상을 미끼로 몰다니……. 벌레 주제에 전략을 쓴다고?!”
칼립손의 얼굴이 구겨졌다.
“1, 3포대!! 후방 회전!!”
“……벌레의 속도가 너무 빠릅니다!!”
마격 포대가 황급히 뒤로 회전했지만 맹렬한 벌레 떼의 움직임을 거대한 포대가 따라갈 수 없었다.
“위, 위험……!!!”
날카롭게 회전하며 날아드는 벌레 떼가 포격대를 덮치려는 순간,
우우우우우웅—!!
아슬아슬하게 종이 한 장 차이로 놈들이 갑자기 방향을 꺾으며 대포를 피해 상공으로 다시 올라가며 흩어졌다.
“무슨 일이지?”
대포 아래에 웅크리던 병사들이 공격을 멈춘 벌레들에 어리둥절하며 고개를 들었다.
탁-
그때였다.
노움들은 갑작스러운 벌레 떼의 기습에 잠시 잊고 있었지만 처음 자신들에게 경고를 준 사람이 한 명 있었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마도 포격대의 포신 끝자락에 내려선 여인이 손바닥을 앞을 향하게 펼친 채 벌레 떼와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하는 것처럼 서로 안간힘을 쓰며 밀고 당기기를 시작했다.
“제 힘으로……. 붙잡아 둘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요. 어서 대피하세요!!”
안챠르가 외쳤다.
신록의 힘으로 간신히 벌레들을 제어하고 있었지만 언제 풀릴지 모르는 그야말로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확실해. 저 녀석이……. 본체로군.’
그녀는 뒤를 노리며 습격한 벌레 떼의 선두에 서 있는 녹색 벌레를 보며 알아차렸다.
육안으로는 볼 수 없는 작은 크기였지만 그녀가 사물을 보는 법은 눈이 아닌 생명체가 내뿜는 생기 그 자체였기에 수많은 전장 중에서도 그녀는 라이스의 본체가 있는 곳을 정확히 알 수 있었다.
‘내가 막아야 해.’
3번째 재해인 라이스는 단순한 벌레 떼들이 아니었다. 대륙 전역을 강타한 무수히 많은 벌레 떼들이었지만 놈들은 각각의 분신들이 각 지역을 따로 이끄는 헤크트와 달리 하나의 중추를 중심으로 움직였다.
즉, 안챠르는 자신의 눈 앞에 있는 본체를 잡을 수 있다면 나머지 벌레 떼들도 막을 수 있음을 확신했다.
“크윽?!”
하지만 나누어진 분신과 달리 하나의 본체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벌레 떼들이 헤크트보다 더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대항한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부우우우우웅!!!!
본체가 안챠르에게 결박당하자 벌레 떼들은 재빨리 그녀의 뒤를 노리며 공격했다.
“운타! 하-크라토!!!”
안챠르를 황급히 드루이드의 주문을 외웠다.
콰앙! 쾅!!! 콰가가가가가강!!
그녀의 전신을 감싸는 실드가 펼쳐졌고 마치 소나기가 내리는 것처럼 벌레 떼들이 그녀의 실드에 몸을 던지기 시작했다.
“으윽……!!”
벌레 떼들이 실드를 두들길 때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몸이 두들겨 맞는 것처럼 인상을 구겼다.
쩌적……. 쩌저적…….
그녀가 펼친 실드는 마법사들의 것과는 달랐다. 벌레 떼들이 두들기는 투명한 실드 위로 줄기들이 돋아났고 그것들이 얽히고설켜 그물처럼 벌레 떼들을 옭아맸다.
“쿨럭…….”
대지에서 자라난 드루이드의 실드는 시전자와 연결되어 있어 그 피해가 적잖이 자신에게 돌아온다.
수많은 벌레 떼들의 공격이니 아무리 피해가 준다 하더라도 그녀에게 타격이 없을 리가 없었다.
“포격 발사!!!!!”
그 순간 칼립손의 외침이 들렸고 마도 포격대에서 터져 나오는 분진탄이 드루이드의 실드 위로 구름을 만들어냈다.
“어서 대피하시라니까요?”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게. 우리 역시 이곳에서 싸우고자 온 자들이야. 전쟁은 이미 대륙 전역에 퍼져 있고 전장에 발을 들여놓은 순간 물러섬이란 없어야 하는 법일세.”
칼립손은 품 안에서 작은 알약을 꺼내 그녀의 입안에 밀어 넣었다.
“웁?!”
“좀 짤 거야. 북부에서 구한 설암염(雪巖鹽)이거든. 소금은 소독 작용도 있지만 소금 겉면에 세공 마법으로 회복 주문을 새겨 넣었으니 조금은 도움이 되겠지.”
“우읍……. 그, 그렇군요.”
입안 가득 짠기가 들었지만 안챠르는 심장 박동이 차분해짐을 느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할 셈이지? 본체를 죽일 방법은? 분진탄을 저 녀석에게 쏘아볼까?”
하지만 칼립손의 물음에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그걸론 무리에요.”
“그럼?”
안챠르는 라이스를 붙잡고 있는 손이 파르르 떨렸다. 녀석을 여기서 놓치게 된다면 또다시 놈이 있는 전장을 찾아 나서야 했다.
“타락을 파괴하는 방법은 모두 똑같아요. 오직 심장을 베지 않는 이상 놈들은 죽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보이지도 않는 놈을 어떻게…….”
스캉—!!!
그때였다.
“……!!!”
안챠르는 갑자기 팽팽하게 당겨졌던 줄이 끊어지는 것 같은 느낌을 받으며 뒤로 휘청거리며 물러섰다.
분진 사이로 번쩍이는 빛이 뿜어져 나오더니 주변에 있던 마도 포격대의 조종관들이 감전된 듯 사방에서 스파크가 일었다.
“무, 무슨 일이?!”
당혹감에 소란스러운 노움들과 달리 뒤로 넘어진 안챠르는 떨리는 눈빛으로 앞을 바라봤다.
“주군께 보고해.”
파르륵……! 파다다닥……!!
검지와 엄지로 쥔 작은 벌레의 다리가 애처롭게 파닥거리고 있었다.
“…….”
내리치는 번개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한 남자.
“에이단!”
그는 안챠르에게 옅은 미소를 짓고는 자신의 손 아래 있는 벌레를 물끄러미 바라보고는 놈을 잡은 두 손가락에 힘을 주었다.
파슥-
마치 과자가 부스러지는 것 같이 벌레의 껍질이 바스라지는 소리만이 전장에 남았다.
* * *
“언제까지 우리를 기다리게 할 거지?”
남자는 카릴을 향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는 오지 않아. 우리 다신(多神) 중에서도 가장 영악하고 속을 알 수 없는 자이니까. 우리와 당신이 하는 거래가 어떤지 재고 있을걸.”
뱀 입술의 여인도 남자의 말에 무게를 더했다. 아마도 세 번째 재해의 주인이 나타나기 전에 뭔가를 이루고자 하는 모습이었다.
“난 놈이나 모자란 놈이나. 길 때는 기어야지.”
하지만 카릴은 그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여유로운 표정으로 말했다.
“…….”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차원문이 열리며 굳은 얼굴의 한 노인이 나타났다.
“안 그래?”
카릴은 그를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