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6화(46/497)
43. 마력측정
“이쪽은 감정이 끝난 물건들. 그리고 반대쪽은 미감정 물건들이지. 운이 좋으면 대박을 찾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쪽박을 찰 수도 있으니까. 선택은 그쪽 몫이야.”
어지럽게 놓여 있는 장물들 사이에서도 나름의 규칙이 있는 듯 그는 몇 가지를 분류해서 카릴에게 보여주었다.
“그리고 마법서는 이쪽. 이틀 뒤에 경연이 시작되는 걸 알고 온 건가?”
“딱히 그건 아니다. 여명회와 불멸회에서 신참 기수들을 내보내기 위해서 경연이야 시도 때도 없이 하니까. 안 그래?”
“하긴, 우리도 그거 때문에 골치 아프긴 하지. 원래대로라면 7인의 원로회가 명명한 경연회만이 유일한 진짜인데 말이야.”
카릴은 그의 말에 낮게 웃었다.
“암상인이 치고는 꽤 자부심 있는 말투인데.”
“흥, 뭐……. 아조르 태생이라면 당연한 일이지. 지금이야 이런 일이나 하고 있지만 나도 한때는 마법사를 목표로 했었으니까.”
그는 민망하다는 듯 목소리를 깔았다.
“뻔히 자기네 거점이 있으면서도 마법 도시라는 이유로 위험한 경연은 이곳에서 하고 있으니 죽어나는 건 우리들이거든. 매번 도시를 부숴대니 녀석들을 달갑게 볼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런 주제에 자기들이 진짜다, 라고 정통성이나 주장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싸우려 드니까.”
“그렇군.”
“며칠 전에만 해도 두 마법회의 제자들이 붙었다가 한 녀석이 죽고 끝났지. 경연을 본 적 있나? 말이 경연이지 목숨 걸고 싸우는 건 투기장과 다르지 않아.”
하소연할 곳이 없었던 걸까.
남자는 카릴과의 대화에서 마치 기다렸다는 것처럼 줄줄 이곳의 사정을 읊어댔다.
‘말이 많은 녀석이군.’
그의 이야기를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카릴은 가게의 마법서들을 살폈다.
‘아인헤리에서 얻은 마법서들과 별반 다르지 않군. 역시…….’
대부분 가게에 진열되어 있는 것들은 2클래스를 넘지 못했다.
3클래스 이상의 마법들은 대부분 마법사들이 관리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구하기 힘든 점도 있었지만 그것보다 큰 문제점은 역시 카릴이 초객이라는 점일 것이다.
“내 말을 그냥 흘려들었나 보군. 두샬라의 소개를 받아서 왔다고 했는데. 이런 하급 마법서만 내놓을 거라면 돌아가지.”
“2클래스 마법서도 구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야. 마력검정을 통해서 마법회에 입회하지 않으면 그 이상의 마법서를 구하는 건 하늘의 별 따기라고.”
“그래서 온 거잖아. 여기에. 두샬라의 말로는 4클래스 이상의 마법서까지 있다던데.”
카릴은 꽂혀 있는 책들에는 관심이 없다는 듯 가볍게 툭 치면서 말했다.
“하……. 자유 마법사라도 되는 거냐. 차라리 그럼 길드에 드는 건 어때? 용병이 되면 길드에서 지원해 주는 마법서가 있잖아.”
그러나 여전히 주인은 심드렁한 표정이었다.
“장사를 못 하는군. 손님에게 길드에나 들라고 하다니 말이야.”
카릴은 품 안에서 두 장의 서찰을 꺼냈다.
“두샬라가 직접 쓴 소개장이다. 바르고 시라에게 건네라. 그리고 이건 마법사 베릴의 추천장이다.”
“…….”
서걱-
마력을 끌어올려 카릴이 추천장을 테이블에 꽂아 넣자 마치 칼날이 박히는 것처럼 두 장의 서찰은 아무런 저항도 없이 그대로 테이블에 쑥 들어갔다.
주인은 그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이거면 설명은 필요 없겠지. 두목에게 안내해. 그리고 귀한 손님에게 그딴 식으로 말을 짧게 하는 게 아니지. 안 그래?”
“죄, 죄송합니다.”
카릴의 한마디에 그는 황급히 테이블 뒤에 있는 문을 열었다.
그제야 카릴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뒷문의 계단을 따라 내려가려는 순간.
“저, 저기…….”
두샬라의 소개장이야 그렇다 쳐도 무턱대고 힘으로 잡아당긴다면 귀중한 추천장이 찢어질 것이다.
아조르에서 정식 마법사의 추천장의 가치는 엄청난 것이었으니까.
“이것 좀 빼주시면 안 될까요?”
주인의 울먹이는 목소리가 들렸다.
* * *
“귀빈이 오셨는데 아둔한 부하 녀석이 실례를 했군요. 들어오십시오.”
뒷문 안쪽에 있는 지하는 조금 전 위에서 봤던 쓰레기들과는 전혀 다른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이 정도면 마법 관련 물품에 한해서는 타투르의 암시장에 버금가겠는걸.’
카릴은 벽면을 가득 채운 마법서와 무구들을 슬쩍 바라봤다.
‘없는 게 없는 암시장이라지만 유일하게 마법서만큼은 구할 수 없지. 마법 계열에 한해서는 아조르의 상인들이 독점이라 할 수 있겠군.’
그 말은 곧.
유일한 공급원이기에 그만큼의 폭리를 취하고 있을 거라는 말.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봤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그가 두샬라가 말한 바르고 시라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앉아 있는 자세에서부터 거만함이 느껴졌다.
두툼한 턱살 위로 거칠게 자라난 수염을 쓰윽 쓸면서 남자는 말했다.
“마법사의 추천장을 가지고 왔다고 들었습니다만?”
“베릴 남작의 것이다. 이걸로 마법서를 구하고 싶은데 가능한가.”
“하하, 물론입니다. 남작의 평판 때문에……. 그의 추천장은 조금 인기가 떨어지긴 하지만 기본적인 조건은 같으니까요.”
“몇 클래스까지 가능하지?”
“마력측정기로 마력검증을 거친 뒤에 거래가 가능합니다. 마력이 낮다면 3클래스, 높다면 4클래스까지도 가능하겠죠.”
“마력검증? 여기에 그런 기계가 있단 말이야?”
카릴의 물음에 바르고는 음흉하게 입꼬리를 올리면서 말했다.
“물론입죠. 가끔 초청장을 너무 쉽게 써주는 마법사님들이 계셔서 말입니다. 가끔 이곳에서 사서 다시 되파는 녀석들이 생겨서 그러는 것이니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아조르도 갈 데까지 갔군. 마력측정기가 한낱 가게에까지 있다니 말이야.”
“하하, 저흰 길드도 운영하고 있어서 말입니다. 공신된 기계이니 믿으셔도 됩니다. 몸에 해가 되는 일은 없을 겁니다.”
“마법 길드?”
“그냥 작은 길드에 불과합니다. 신경 쓰지 않아도 됩니다. 하하.”
바르고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길드가 바로 울카스겠군.’
“간혹 마력이 높으신 분들 중에 어디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으셔서 이곳에서 마법서를 구입하시는 분들이 있습니다만 마력이 없는 녀석들은 대부분 상인이지요.”
“일리 있는 말이군.”
바르고는 벽면 뒤편에 있는 커다란 수정구가 달린 기계를 꺼내었다.
“혹시 마력측정을 해본 적이 있으십니까?”
“아니.”
“이런……. 그렇다면 4클래스급의 마법서를 구입하지 못 하실 수도 있겠군요. 부디 좋은 결과가 나오길 빌죠.”
카릴은 그의 말에 코웃음을 치고 싶은 걸 참았다.
해보는 건 처음이지만 그는 눈앞에 있는 기계를 숱하게 봤었다.
신탁이 내려지고 마법부대를 창설하던 시기에는 인원이 부족했기 때문에 3클래스 이상만 되더라도 마법병으로 투입이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이군. 속성이나 마력혈을 측정하는 것도 아니고 저 기계는 단순히 마력의 양을 검사하는 측정기라면…….’
그에게 있어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일단 정확한 측정을 위해서 이 수정구에 손을 올려주시기 바랍니다.”
“마력의 고저에 따라서 마법서를 판매한다면 혹시 4클래스 이상의 마법서도 있다는 말인가.”
“하하……. 4클래스 이상이요? 그렇다면 중급 마법사입니다. 그런 사람이라면 마력혈을 몇 개나 뚫어야 하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자유 마법사들 중에는 길드에서 마법서를 얻는 자들도 있을 텐데.”
“물론 그렇지만 한두 개도 아니고 개인이 마법서를 모두 구매하려면 귀족이라도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런데 중급 마법사인 5클래스급의 마법서라면……. 하나를 구하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비용이 들 겁니다.”
“그렇군.”
바르고는 의미심장하게 말을 했지만 카릴은 오히려 그의 말에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돈이 있다면 그 이상도 이곳에서 구할 수 있다는 말이군.”
“그 정도 반열이 소속도 없을 리가 없지만요. 능력껏 쓸 수 있다면 팔지 못할 것도 없겠지요.”
바르고는 눈앞에 있는 카릴을 같잖다는 듯 바라보며 말했다.
‘두샬라의 소개장을 어떻게 얻은 건진 모르겠지만 웃기는 꼬마로군. 대마법사라 불리는 상아탑의 베르치 블라노도 이십 대 중반이 되어서 겨우 6개의 마력혈을 뚫어 5클래스 반열에 올랐다.’
그런 자를 세간은 천재라고 불렀다.
드래곤이 폴리모프를 하지 않는 이상 기껏해야 열다섯도 되지 않은 꼬마가 중급 마법사급의 마력을 가질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기껏해야 2클래스. 아니, 저렇게 자신만만한 걸 봐서는 3클래스급 정도겠지. 솔직히 그 정도만 돼도 엄청난 것이지만…….’
그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염두 했다.
‘베릴 그 노친네가 새로운 제자라도 들인 걸까. 지금이야 한물갔지만 그래도 그도 한때는 천재 소리를 들었던 작자지.’
열다섯 때 4개의 마력혈을 그리고 열여덟에 5개의 마력혈을 뚫어 4클래스의 마력을 얻어 마법사에 반열에 올랐던 자였다.
‘뭐……. 그 뒤로 시궁창 같은 생활을 해서 몸도 정신도 망가졌지만…….’
그의 머릿속에 들어 있는 마법적 지식만큼은 여전히 유지 되고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래 봐야 꼬마지.’
바르고는 측정기에 작동시키며 말했다.
“응축시킬 수 있는 마력의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보시죠. 수정구에 새겨진 테두리의 줄이 채워지는 길이에 따라서 마력의 용량이 정해집니다.”
“흐음.”
둥근 수정구에는 검은색의 테두리가 쳐 있었다.
“해보시죠.”
카릴은 아무렇지 않게 마력을 천천히 끌어 올렸다. 마력혈에서 느껴지는 뜨뜻한 기운이 서서히 전신을 감돌기 시작했다.
모두의 시선이 수정구에 집중되었다.
순간.
카릴은 잠시 고민을 했다.
“…….”
하지만 그 고민은 몇 초에 지나지 않았다.
“무, 무슨……!?”
바르고 시라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조금 전까지 아무런 표식도 없던 수정구의 테두리가 빠르게 차오르기 시작하더니 마치 붕대를 감은 것처럼 끝까지 채워졌다.
“4…… 4클래스?!”
마력측정기라 함은 결국 마법사의 반열에 오를 수 있는 마력을 가졌는가를 확인하는 장치였다.
“이게 끝인가?”
“……네?”
그때였다.
쩍-! 쩌저적—!!
카릴은 마력혈의 마력을 수정구에 더욱 쏟아붓기 시작했다. 그 어떤 절제와 감춤 없이 수정구를 감싼 그의 손바닥에 옅은 빛이 쏟아졌다.
콰득……!!
콰아앙……!!
수정구에 금이 가더니 끝내 그의 힘을 버티지 못한 채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지고 말았다.
후우우욱–
바르고 시라의 머리카락이 흔들렸다.
잠잠했던 바람은 소용돌이처럼 거세게 휘몰아쳤다.
그는 그게 갈 곳을 잃은 마력이 휘몰아치며 만들어 낸 바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짙은 마력의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마력측정기가 버티지 못했다……?’
그 말은.
눈앞의 꼬마가 4클래스 이상의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말.
아니.
그 끝을 확인할 수 없었다.
역사상에 존재했던 대마법사들이 세운 기록을 뒤엎을지도 모른다.
“…….”
여기저기 책장이 들썩이고 사방으로 종이들이 날렸다.
자신의 방이 엉망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르고 시라는 놀란 얼굴로 우두커니 서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깨져 버렸군.”
자신을 바라보는 그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카릴은 낮게 웃었다.
그러고는 멍한 표정의 그를 향해 담담하게 말했다.
“가게에 있는 가장 고위급 마법서를 가져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