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6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61화(461/497)
274. 파렐 전(戰) (5)
“이것 놓아라!!!!”
콰앙-!!!
파리 얼굴을 한 신은 카릴이 누른 얼얼한 자신의 뺨을 어루만지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어디서 이런 맹랑한 놈이……!!”
당사자인 4번째 재해의 신뿐만 아니라 카릴의 모습을 본 다른 신들 역시 할 말을 잃고 말았다.
태초부터 지금까지 그 오랜 세월을 살아온 자들이지만 그 누구도 그와 같은 모습을 본 적은 없었으니까.
“차원의 역사 속에서 지금까지 신에게 반기를 든 자들은 있었지만 너처럼 황당무계한 놈은 또 처음이로군.”
“네놈은 지금 우리를 투견으로 만들 생각이냐.”
“네 놀음에 장단을 맞춰 줄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니겠지.”
신들은 카릴의 제안을 비웃었다.
“조금은 기대했는데 고작 말장난에 불과했구나. 하긴, 인간이 생각하는 것이야 고작 이런 게 다겠지.”
“어디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다신들의 분노가 저릿저릿할 정도로 피부에 느껴지는 것 같았다.
“…….”
수안 하자르는 자신도 모르게 방어 자세를 취했다.
“괜찮아.”
그런 그를 보며 카릴이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고는 말했다.
“놈들은 우릴 죽이지 못해.”
“네?”
“목 위에 달린 것이 장식품이 아니라면 알 거야. 내가 죽는 순간 잃어버린 기회를 되찾을 마지막 방법이 사라진다는 것을.”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노인을 비롯한 재해가 막힌 신들의 안색이 굳어졌다.
[클클클, 처음부터 남은 신들과 거래할 생각이 아니었군. 네가 노린 대상은 저 세 명의 신들이었어.]알른 자비우스는 그들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됐다. 나는 이 바보 같은 짓거리에 빠지겠어. 어디 한번 내가 일으킬 재해를 네놈이 막을 수 있는지 지켜보마.”
신들 중 한 사람이 손을 저으며 카릴을 향해 말하고서는 뒤를 돌아섰다.
“너는 몇 번째지?”
“여섯 번째 재해의 신이다.”
그는 날렵한 눈매를 가진 남자였다.
로브 사이로 보이는 턱선은 다부져 보였는데 확실히 다른 자들보다 강단이 있는 모습이었다.
“나는 로드(Lord)의 유지를 물려받은 유일한 신이다. 다른 자들과는 다를 것이다.”
“그렇군.”
카릴은 그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여섯 번째 재해라 불리는 세크멧(Sekhmet)은 확실히 신의 사도라 불리는 세크무트와 이름이 비슷한 타락이었다.
놈은 독종의 재해였다.
다섯 번째 재해인 전염병의 타락인 하토르와 세크멧, 두 녀석 모두 독안개의 형태를 가져 비슷하게 보였지만 세크멧은 완전히 다른 괴물이었다.
처음에는 하토르의 퇴치법으로 또다시 수만 명의 사람을 표본으로 삼아 놈의 소굴에 몰아넣었다.
치유법을 찾기 위한 끔찍한 방법이었지만 그것만이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세크멧의 안개 속에서 죽은 사람들이 세크무트로 부활을 하려 오히려 인간을 공격했기 때문이었다.
파렐 속에서 튀어나오는 마물들을 상대하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수만 명의 세크무트가 창궐한 순간 대륙은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그래. 그렇게 된 거군.”
여섯 번째 재해의 이름을 상기하며 카릴은 이해가 간다는 듯 나직이 중얼거렸다.
“확실히 다른 녀석들과는 다르군.”
“네놈에게 그런 칭찬을 들을 이유는 없다.”
그는 자존심이 상한 듯 말했고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냉소를 지었다.
“그런데 말이야. 여섯 번째라……. 과연 네게 기회가 올까?”
“그 이전에 네놈이 재해에 먹힐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받아들일 수밖에. 그것은 처음부터 정해 놓은 규율이니까.”
남자는 카릴을 향해 한쪽 입술을 씰룩였다.
“그건 그것대로 기쁜 일일 터. 비록 신좌를 얻진 못해도 네놈의 건방진 목이 달아나는 것을 볼 수 있을 테니까!!”
콰앙-!!
그가 한걸음 내디뎠을 뿐인데 지면이 울렁였다. 뒤돌아섰던 남자는 분노를 참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성큼성큼 카릴을 향해 다가왔다.
“하지만 네놈에게 바라는 것이 있다면 부디 다른 재해에 지지 마라. 내가 친히 우리를 놀린 대가로 너를 가장 고통스럽게 죽이고 박제해서 영원히 내 장식장에 걸어 둘 것이다!”
“흡…….”
“크윽?!”
그의 외침이 들린 순간 수안과 에이단은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날카로운 위압감을 받았다.
[크르르르르…….]토스카 역시 그를 경계하듯 낮게 으르렁거리며 파렐 주위를 맴돌았다.
“내가 말한 기회는 그 뜻이 아닌데.”
하지만 그의 위압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카릴은 담담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뭐?”
푸욱-
그때였다.
다부진 남자의 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카릴이 고개를 들자 로브에 가려졌던 남자의 얼굴이 보였다.
“표정이 볼만한데.”
“이…… 개…….”
남자는 부들거리는 얼굴로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날카로운 샴쉬르가 그의 허리를 관통한 채 박혀 있었고 등 뒤에 서 있는 뱀 입술의 여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네가 어째서……!!!”
“옛날부터 이 새낀 마음에 들지 않았어.”
그녀는 의외로 그를 죽일 수 있는 명분을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로드의 유지를 받아? 그저 로드께서 가엽게 여겨 그 이름을 받았을 뿐인 것을. 고작 여섯 번째 주제에 무슨…….”
“너……!! 네년이……!!!”
푸욱-!!!
남자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뱀 입술의 여인은 더더욱 쥐고 있던 샴쉬르를 밀어 넣었다.
“타 계(界)에서 신의 힘을 발현하는 것은 규율 위반이지만 인간이 아닌 신에게 쓰는 힘은 별개의 문제지.”
가드득……! 가각……!!
그녀가 샴쉬르의 손잡이를 돌리자 남자의 몸에 박혀 있는 검날이 마치 뼈를 갉아 대는 것처럼 기묘한 소리를 냈다.
“컥……. 커헉…….”
그와 동시에 그는 고통스러운 듯 격렬한 숨을 토해냈다.
“썩 나쁘지 않은 제안이야. 잃어버린 기회를 찾기 위해서 이 정도 수고는 허용 범위니까요.”
“넌 그럴 줄 알았어.”
카릴은 여인의 행동을 예상했다는 듯 말했다.
“내가 아는 누구랑 닮았거든.”
취이익-!
카릴의 말에 그의 손목에 그려진 푸른 뱀 문신이 일렁이다 사라졌다.
“쿠쿡.”
그녀는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
“마스터 키(Master Key) 중에서도 열다섯 번째는 특별한 힘을 가진 만큼 우리 다신(多神)이 심혈을 기울여 탄생시킨 것. 신과 닮은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그녀는 마엘을 가리켰다.
“그중에서도 그는 특별합니다. 사마에르, 디아고, 카마엘……. 여러 차원에서 여러 가지 이름으로 존재하고 한 차원에서도 오랜 역사 동안 수많은 이름을 가졌지만 중요한 것은 그를 만듦에 있어서 누구보다 제가 가장 심혈을 기울였다는 것이죠.”
여인은 카릴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그만큼 영악하기도 하지.”
“그런 그를 다루는 자이니 저와 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는 네게 털끝만큼도 관심 없어.”
카릴의 대답에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누군가 시작을 해주기 바라는 것 아니었습니까?”
“죽이기 위한 기회를 엿보던 게 누군데?”
“크큭.”
여인은 웃었다.
“방아쇠는 당겨졌고 이제 남은 것은 저들의 선택이 과연 무엇인지겠군요.”
“너는 어떻게 생각하지?”
“재밌게도 신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와 다르지 않습니다. 인간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오랜 세월이지만 결국은 이들 역시 투쟁(鬪爭)의 역사.”
그녀는 샴쉬르에 묻은 핏물을 혀로 가볍게 핥으면서 말했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잡아먹히면서 이루어진 세계 속에서 우리는 더 이상 죽고 죽이는 싸움을 막기 위해 규율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너희들끼리 싸우지 않기 위해 우리를 말로 쓴 것이겠지.”
카릴의 대답에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걸어 온 역사가 증명하듯 규율이 깨지기를 바라는 자들도 있습니다. 신의 역사는 힘의 역사. 강한 신이 있는가 하면 약한 신도 있는 것이 자연의 섭리인 것을…….”
그녀는 입술을 살짝 핥았다.
갈라진 혓바닥이 정말로 뱀의 그것과 닮았다.
“승자독식(勝者獨食). 약한 자는 굴복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쓸데없는 규율이 강자를 옭아매서야 쓰겠습니까.”
“너와 같은?”
“저뿐만이 아닌.”
으아아아아아아—!!!!!
누군가의 외침이 들렸다.
뱀 입술의 여인과 함께 가장 먼저 기회를 잃은 신이 양팔을 뻗자 그의 양팔이 혈(血)의 것처럼 두꺼운 붕대로 감겼다.
“훕!!”
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시고는 두 주먹을 서로 맞대며 부딪혔다. 그러자 쿵!! 하는 육중한 소리가 들리며 그의 양팔이 거대하게 부풀어 올랐다.
몸이 부풀어 오르는 모습은 마치 첫 번째 타락인 혈(血)의 안개 들이마시기를 보는 것 같았다.
‘재해는 각 신의 특징을 닮아 만들어진다. 그 말은 재해의 공략법이 놈들을 상대할 때도 유효할 수 있다는 뜻이겠지.’
비록 전생에서 재해를 막는 것을 실패했지만 카릴은 지금까지 겪었던 재해들을 모두 기억하고 있었다.
‘이제 한 명.’
카릴은 뱀 입술의 여인에게 죽은 여섯 번째 재해의 신의 시체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드디어 처음으로 자신의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인류의 희생 없이 재해를 막아낸 것이었다.
“머, 멈춰!!!”
“미안하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이런 머저리 같은!!!”
첫 번째 재해의 신 역시 결국 자신의 주먹을 들어 올렸고 다섯 번째 신은 그의 공격을 막아섰다.
콰앙! 쾅!! 콰가가가강……!!!
노인은 조용히 자신의 지팡이를 꺼냈다.
파리 얼굴을 한 4번째 재해의 신이 그 모습을 보며 노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경계했다.
으아아아악……!!
아악–!!
놈들은 이제 너나 할 것 없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했다. 사방에서 비명과 고함이 들렸다.
“크큭.”
뱀 입술의 여인은 마치 음악을 감상하는 것처럼 흥얼거리며 그들이 싸움을 지켜봤다.
“…….”
자신의 뜻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카릴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4명의 신이 싸우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남은 일곱, 여덟, 아홉, 열 번째의 재해 신들은 싸움에 합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리 기회를 잃은 신들이 다급하다 하더라도 저들 모두를 죽인다는 보장은 없다.’
그도 그럴 것이 저들 중에는 재해를 일으키겠다고 선언을 하는 자들이 있을 수 있으니까.
카릴은 신들에게 싸움을 부추기긴 했지만 재해를 직접 적으로 막을 순 없다.
짜증 나지만 그것은 정해진 규율이니 신들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다만 카릴은 기회를 잃은 신들에게 인류가 재해를 막을 수 없게 되면 그들이 신좌를 획득할 기회마저 사라짐을 강조하며 싸움을 부추겼다.
그 결과 뱀 입술의 여인 덕분에 재해를 일으키기 전에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의 재해의 신들과의 싸움이 시작되었지만 여전히 기회를 가진 신들의 수가 많았다.
‘지금은 당혹감에 그저 관망하고 있지만 만약 남은 신들이 힘을 합쳐 세 명의 신들과 싸운다면 승산은 이제 장담할 수 없다.’
가장 좋은 결과는 그들 모두가 자멸하는 것일 테지만 그리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그렇기에 카릴은 살아남게 될 신이 자신이 전생에 경험해 본 자가 되도록 조율을 할 생각이었다.
‘열 번째 신.’
카릴은 당황스러워하는 다신(多神) 들 사이에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 명의 신을 바라봤다.
재생(再生)의 재해라 불리는 그는 한눈에 봐도 그가 마지막 재해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적어도 저놈이 살아남게 해서는 안 된다.’
카릴은 처음부터 그자를 제거 할까 싶기도 했었지만 마지막 재해의 신을 먼저 죽인다는 것은 놈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수 있는 일이었기에 의심을 살 수도 있었다.
‘그러기 위해선 마지막 조각이 필요하지.’
그는 천천히 앞을 바라봤다.
신들이 뒤엉켜 싸우기 시작한 혼돈은 점차 더 거세게 변하였고 자칫 세계 자체가 붕괴될 수도 있는 일이었다.
“자신의 세계가 위기에 봉착한 지금 넌 끝까지 가만히 자리를 지킬 수 있을까?”
카릴은 기다렸던 마지막 조각의 이름을 불렀다.
“율라.”
우우우우웅…….
하늘이 일그러지며 공간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클클클……. 콧대 놓은 고귀한 신이 끝내 진흙땅으로 내려오는구나.]알른 자비우스는 차원문 뒤로 보이는 한 여인의 모습을 보며 가소롭다는 듯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