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6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67화(467/497)
277. 신의 힘
“잘도 이런 짓을 꾸몄구나.”
“신이란 자가 자신이 당한 줄도 모르고 자신의 힘에 도취되어 난리를 치는 꼴이 제법 볼만하던데.”
율라는 일그러진 얼굴로 카릴을 향해 갔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온 것처럼 두 사람은 조금 전 봤던 광경들을 다시 보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여유로운 얼굴은 아니었다.
콰아아아앙—!!!!
콰강—!!
사방에서 신들이 뒤엉켜 싸우는 격투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고, 둘은 그저 서로를 마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서로 주먹을 섞지 않는 카릴과 율라에게서 그들보다 더한 긴장감이 맴돌았다.
“어떻게 마법을 걸었지?”
“다짜고짜 묻다니. 어지간히도 궁금한 것 같군.”
“닥치고 질문에나 대답해.”
“내가 왜?”
오히려 되묻는 카릴의 행동에 율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적에게 자신의 패를 아무렇지 않게 보여주는 상대가 어딨지? 그래도 나는 신에 대한 예우로서 네게 마법을 걸었다는 것을 알려주었잖아.”
“헛소리하지 마! 그건……!!”
율라는 뭔가를 말하려다 입을 닫고 말았다.
마법의 존재를 알려주어 오히려 자신을 흔들려 했다는 것을 말할 순 없었다.
왜냐면 그로 인해서 그녀는 지금 카릴의 앞에 섰으니까. 그것은 곧 신이 인간에게 휘둘렸다는 것을 인정하는 꼴이 될 뿐이었다.
“너는 이길 수 없다.”
“하지만 지지도 않겠지. 지루한 싸움은 내가 또 잘하거든. 억겁의 시간 따위 내게는 그다지 두려운 것도 아니니까.”
“…….”
율라는 지금까지의 카릴의 모습에서 그가 하는 말이 그저 거짓된 협박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나와 영겁을 다투는 싸움을 하겠다는 말이냐? 고작 인간이?”
“신은 언제나 인간이 무지하기에 신의 분노가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 모른다고 하지. 하지만 신은 아는가?”
“……뭐?”
“인간의 분노가 얼마나 치열하고 집요한지 말이야.”
빠득……!!!
율라의 얼굴이 구겨지며 잡아먹을 듯 카릴을 노려봤다.
‘놈은 정말로 영원한 싸움을 나와 할 생각이야.’
실로 독종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있을 순 없었다.
고작 인간에게 휘둘린다는 것 자체가 신으로서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었지만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진 상황에서 카릴은 더 이상 그는 인간의 범주에서 생각해서는 안 되었다.
“끝까지 해보겠다는 네 용기만은 가상하구나. 하지만 마법이란 결국 신의 힘을 모방한 것.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게 신의 힘이라면 그 힘을 모방하여 거짓된 실체를 만드는 것이 인간의 마법이다.”
“그래서?”
“결국 신이 아닌 이상 허상에 불과하고 허상이란 아무리 똑같이 만든다 하더라도 조금씩 차이가 있는 법.”
율라는 주위를 찬찬히 둘러봤다.
“네 마법은 결국 파훼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녀의 으름장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오히려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넌 마법이 걸린 줄도 몰랐잖아?”
카릴이 천천히 허리를 세우며 그녀를 내려다봤다. 율라의 체구가 의외로 작은 것인지 아니면 카릴의 체구가 커진 것인지 알 수 없었지만 자신을 내려다보는 그의 시선이 율라로서는 불쾌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설마 지금 이 시선의 높낮이마저 마법의 영향인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녀는 혼란스러웠다.
“그럼 찾아봐. 누가 이기는지…….”
카릴은 그녀의 귓가에 속삭이듯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해보자고.”
“……!!!!”
분노에 일그러진 얼굴로 율라는 카릴의 멱살을 움켜잡으려 했다.
카앙—!!!
하지만 그 순간 카릴이 그녀의 손아귀를 검으로 밀쳐냈다.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그와 율라의 거리가 벌어졌다.
“네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알고 있어. 그건 그 이전에 이미 확인했지. 이 세계를 창조한 네게 이 세계의 힘이 통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 그것이 토스카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말이야.”
카릴이 쥐고 있는 폴세티아의 검은 황금룡의 빛의 힘이 응축된 지상 최강의 마력검이었다.
하지만 환영 마법 속에서 혼신을 다해 율라의 손목을 베었던 그의 검은 여지없이 튕겨 나갔다.
반면에 다섯 번째 신의 등에 검을 꽂았을 땐 너무나도 쉽게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피조물인 인간은 신에게 위해를 가할 수 없다.
신이 정해 놓은 절대불변의 규율.
대부분의 이들은 이와 같은 사실에 맞닥뜨려졌을 때 절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카릴은 그것을 확인했을 때 오히려 절망 속에서 한 가지 가능성을 찾았다.
“수안 하자르는 절대방어술을 익혔음에도 불구하고 네 공격을 막지 못했지. 그것은 인간의 공격은 신에게 거절당하지만, 신의 공격을 인간이 막을 순 없다는 뜻이겠지.”
“당연한 소리!! 인간의 공격이 네게 닿을 것 같으냐!”
“내가 알아낸 첫 번째.”
그 순간 율라는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았는데 등골이 오싹한 기분이었다. 환영 마법이 사라지기 직전 카릴은 분명 자신에게 틈을 발견했다고 했기 때문이다.
“인간의 공격은 닿지 않는다……. 글쎄. 그렇다면 공격과 방어는 누가 결정하지? 내가 행하는 그 찰나의 행동을 네가 결정짓는가? 아니면 그 마저 이미 규율로 정해 놓았는가?”
“……뭐?”
카앙—!!!
다시 한번 카릴의 검이 움직였고 율라의 손목을 쳐냈다. 상처를 입지는 않았지만 그녀의 팔이 젖혀지며 휘청거렸다.
“이것은 공격인가?”
카릴이 몸을 회전하며 검을 찍어 눌렀다.
그녀의 손등 위로 떨어지는 폴세티아의 검날이 다시 한번 날카로운 소리를 내면서 튕겨 올랐고 그녀는 충격에 바닥을 짚었다.
“아니면 이건 방어인가?”
율라는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공격은 통하지 않고 방어는 할 수 없다. 단순히 본다면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일 수밖에 없지. 하지만 그것은 규율로 정해 놓았던 찰나의 행동을 네가 결정하던, 결국은 무기를 든 자의 의식의 문제.”
카릴은 율라를 공격했을 때 검날이 통과되는 것이 아닌 튕겨 나간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자신의 공격이 통하지 않지만 그것은 뒤집어 보면 자신 역시 율라의 공격을 막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물론 거기에는 제약이 따른다.
바로, 공격의사(攻擊意思).
수안처럼 율라의 공격을 막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로 율라를 공격해야 한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하지만 단 일격에도 목숨을 앗아 갈 수 있는 신의 공격을 앞에 두고 방어를 하지 않겠다 생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공격함으로써 공격을 방어하는 것.
의식을 제어하고 행동을 반대로 취함으로써 자신을 둘로 나누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자아를 나누는 것을 일분일초를 다투는 전투 속에서 행한다고?’
율라는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블레이더조차 이런 일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눈앞의 인간이 이 말도 안 되는 일을 해내고 있었다.
“고작 백 년을 사는 인간이……?!”
그녀는 알지 못했다.
카릴이란 인간은 신이 탄생한 태초라는 시간과 맞먹는 억겁의 시간을 파렐 속에서 보냈었다는 것을.
“그리고 두 번째.”
퍼억-!!!
율라의 허리가 꺾였다.
“컥……!!”
처음으로 그녀의 입에서 단말마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카릴의 다리를 감싸고 있는 푸른 다리 갑옷 위에 붉은 핏물이 묻어 있었다.
발등에 야수의 날카로운 발톱과 같은 갈퀴가 달려 있는 갑옷엔 조금 전 일격으로 율라의 살점들이 뜯겨 붙어 있었다.
“이 세계의 힘은 네게 통용되지 않지만 다른 차원의 물건이라면 타격을 줄 수 있다. 그것은 다른 신들의 말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지.”
율라의 얼굴이 차갑게 변했다.
환영 마법의 존재 때문에 받은 충격으로 잊고 있었다. 확실히 그 전에도 마엘의 힘을 썼을 때와 달리 비스트의 힘을 발휘했을 때 카릴에게 일격을 허용했었다는 것을 말이다.
“다른 차원의 신들은 차원의 주인인 너와 달리 제약을 받아 완전한 힘을 쓸 순 없다고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처럼 네게 타격 자체를 줄 수 없는 것은 아니지.”
“설마…….”
“그래. 이 마스터 키는 네가 만든 게 아냐. 로드(Lord)가 만든 것이다. 신살을 행했던 자의 유품이란 뜻이지.”
카릴은 그녀를 향해 말했다.
파앗—!!!!
그가 율라를 향해 뛰었다. 바닥을 밟은 다리에 힘을 주자 지면이 그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주변에 균열이 생겨났다.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질주하는 카릴의 모습은 잔상조차 남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노옴……!!!!”
율라가 황급히 손을 앞으로 뻗으며 가로 저었다. 그러자 그녀의 앞에 붉고 두꺼운 실드가 만들어졌다.
파카캉……!!
파각!! 파가가가각……!!!!
카릴이 몸을 반대로 꺾으며 위에서 아래로 율라가 만든 실드를 찍어 눌렀다.
창그랑……!! 카앙!!
다시 한번 공중제비를 돌 듯 실드를 밟고 상공에서 빙그르르 돌자 공기가 터지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쇠망치로 실드를 내려치는 것처럼 율라의 실드가 충격과 함께 유리가 부서지듯이 새하얀 빛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말도……!!”
율라는 자신의 실드가 부서지며 휘청거리자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를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카릴의 연타가 이어졌다.
빠르고 간결하면서도 리듬을 바꿔가며 수없이 쏟아지는 그의 공격은 육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지만 그의 다리가 뿜어내는 폭발음은 마치 연주를 하듯 시원시원한 음률이 느껴졌다.
콰앙-!!!!
카릴의 마지막 주먹이 율라의 뺨을 가격했다. 그녀의 고개가 오른쪽으로 획! 하고 돌아가고 휘청거리며 충격에 바닥을 짚었다.
“……!!”
그 결과는 공격을 당한 당사자나 상황을 지켜보던 사람들이나 모두 놀라긴 마찬가지였다.
지금까지 빈틈을 허용하지 않았던 그녀가 처음으로 카릴의 공격에 데미지를 입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주르륵…….
그 증거로 젖혀진 고개를 돌리자 율라의 입가에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입가의 피를 닦으며 그녀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했다. 단순히 공격을 당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주먹과 발길질이 난무하는 싸움이었다.
블레이더와 정령왕 그리고 드래곤을 상대로도 이런 진흙탕 싸움은 없었다.
그녀는 아픔보다 자존심이 상하는 듯 보였다.
“아무리 마스터 키(Master Key)의 힘이라 할지라도 신과 동등한 힘을 낼 수 있을 리가 없어……. 그런데 어째서 내 실드를 부술 수 있지?”
그녀는 마치 억울한 듯 소리쳤다.
“당연한 거야. 너도 알다시피 나는 마스터 키 이외에도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지고 있으니까.”
“마스터 키는 블레이더를 위한 것! 블레이더는 신이 선택한 인간이기에 그 힘을 쓸 수 있다. 하지만 디멘션 스파이럴은 오직 신을 위한 힘!! 아무리 네가 마스터 키를 가지고 있다 한들 제대로 쓸 수 있을 리가 없어!!”
하지만 율라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카릴은 오히려 그녀의 분노를 기다렸다는 듯 싸늘하게 웃었다.
“아니지. 인간임에도 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있지.”
“……뭐?”
“신의 화신이라 칭해지는 란체포.”
그 순간 율라의 눈빛이 흔들렸다.
“그, 그거라면 더욱더 있을 수 없다!! 내가 분명……!!!
“세계를 너의 것으로 국한시키지 마라.”
카릴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가진 디멘션 스파이럴이 어디에서 나온 것인지 알 텐데. 그리고 너희들이 가진 조각들도 말이야.”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뒤엉켜 싸우던 나머지 신들의 공방이 멈추었다.
툭-
첫 번째 신이 숨이 끊어진 다섯 번째 신의 시체를 바닥에 내던지며 그를 바라봤다.
“신?”
카릴은 그 광경을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 마. 고작 로드가 죽고 부서진 파편의 조각 하나 주워서는 신 행세를 하고 있는 주제에.”
콰직-!!
그가 한 걸음 더 앞으로 걸어갔다.
“내가 확인한 마지막 세 번째. 나는 너희들을 압도할 수 있다.”
우우우우웅……!!!
그의 주위에서 뜨거운 마력이 느껴졌다.
“율라, 너는 한 가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네 세계이기 때문에 다른 신들과 달리 제약 없이 힘을 쓸 수 있다면……. 이곳에서 태어난 나 역시 이 세계가 나의 세계. 곧 나 역시 마찬가지로 로드의 힘을 온전하게 쓸 수 있다는 의미다.”
카릴은 그녀의 뒤에 있는 남은 네 명의 신들을 바라보며 차갑게 말했다.
“로…… 로드?!!!”
그 순간 뱀의 입술을 가진 여인은 눈치 빠르게 외쳤다.
정말로 놀라워서 그런 것인지 아니면 약삭빠른 여인의 계산에서 나온 반응인지는 알 수 없지만 중요한 것은 그 외마디 비명이 다른 신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너희들.”
카릴은 뱀 입술의 여인이 만들어 놓은 분위기를 놓치지 않았다. 뒤에 서 있는 나머지 네 명의 신들이 카릴과 시선이 마주치자 움찔거렸다.
“누구에게 붙을지 잘 생각해.”
오싹-
율라는 직감했다.
차원문을 열기 바로 직전 가장 우려했던 상황이 벌어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