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6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69화(469/497)
279. 대전(大戰) (1)
“감당할 수 있겠어? 네가 저지른 일을.”
율라는 카릴을 바라보며 날카롭게 말했다. 그의 검에 베인 오른팔은 순식간에 빛과 함께 다시 자라났다.
‘느낌이 없다.’
분명 그녀의 팔을 베었건만 마치 허공을 벤 것처럼 검에는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모든 공격이 튕겨 나갔던 것과는 반대의 결과였다.
저벅- 저벅- 저벅-
율라는 잘려 나갔던 오른팔의 손목을 꺾으며 카릴을 향해 걸어왔다.
우우우웅……!!
그녀가 걸음을 걸을 때마다 발등에서부터 어깨까지 희뿌연 빛이 전신을 감싸더니 빛이 사라짐과 동시에 은색의 찬란한 갑옷이 나타났다.
가녀린 두 팔과 다리에 어울리지 않는 무척이나 두꺼운 갑옷과 그녀의 등 뒤로 한 장의 날개가 펄럭였다.
[신이 갑옷을 입다니. 클클……. 죽음이 두려운 건 누구나 똑같은가 보군.]알른이 그녀의 모습을 보며 말했다. 그러나 갑주를 입은 순간 그녀의 영역 안에 있던 모든 존재들이 숨이 턱 하고 막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그건 카릴 역시 다르지 않았다.
쿠그그그그그…….
율라의 발걸음이 멈춘 순간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일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크윽?!”
“조심해!!”
“전군!! 진형을 유지하라!!!!”
진동은 순식간에 수 킬로미터를 뻗어 갔고 포위를 하고 있던 자유군들에게까지 닿았다.
“우악!!”
“모두 발밑을 확인해라!! 바닥이 무너진다!!”
지진의 여파로 땅이 거미줄처럼 갈라지기 시작했다.
“컥……!!”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진과 함께 마치 중력이 있는 힘껏 짓누르는 것처럼 병사들을 깔아뭉개기 시작했고 힘을 이기지 못한 자들은 갈라진 바닥 틈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아아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하지만 갈라진 지면 아래에서 솟구치는 뜨거운 열기는 순식간에 병사들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짓누르는 압박이 한순간 굉음과 함께 유리처럼 깨졌다. 일순간 그녀의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리듯 떠올랐다.
“…….”
율라의 눈동자가 사선으로 움직였다.
카릴의 검이 그녀의 목에 닿아 있었고 그녀는 아무일 도 없었다는 듯 그저 검을 쥔 그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쿠르르르……!!!
콰강!!!
마치 시계의 태엽을 빨리 감는 것처럼 하늘에 떠 있는 구름들이 맹렬하게 움직이고 순식간에 찾아온 밤 뒤로 여명처럼 붉은 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
촤르륵……!! 쿠궁……!!
율라가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오르며 양팔을 들어 카릴을 향했다. 그러자 그녀의 등 뒤로 아지랑이처럼 빛무리들이 일기 시작했다.
빛들은 서서히 응축되더니 마치 날카로운 촉수처럼 뻗어 나와 카릴을 향해 떨어졌다.
콰가가가강!! 콰가강!!
상공에서 떨어지는 빛의 촉수들은 순식간에 증식하며 마치 그물처럼 카릴을 노렸다.
“모두 흩어져!!”
카릴이 외치자 주위의 골렘들이 빠른 속도로 전선을 빠져나갔고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골렘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곳으로 뭉쳤다.
[훕……!!]윈겔 하르트가 아스칼론을 골렘이 모인 곳으로 움직여 머리 위로 아이기스를 들어 올렸다.
카가가가가가각—!!!!
작열하는 번개가 아이기스와 격돌하는 순간 일대의 공기가 모조리 빨려 들어가는 것처럼 굉음이 터지고 신의 번개를 받아낸 아스칼론의 전신에서 시커먼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컥……. 쿨럭!!]조종간을 타고 들어오는 맹렬한 신력이 주는 고통에 윈겔 하르트는 자신도 모르게 입을 틀어막았다.
하지만 터져 나오는 기침과 함께 계기판에 핏덩이들이 덕지덕지 달라붙었다.
[괜찮으십니까! 윈겔 경!!]상황실에서 이를 지켜보던 이스라필에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초대 마법인 우월한 눈으로 아스칼론과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에 윈겔이 느끼는 고통을 이스라필은 알 수 있었다.
“아이기스는…….”
윈겔은 흐르는 핏물을 닦으며 아스칼론의 팔에 장착되어 있는 방패를 봤다. 시커멓게 타버리긴 했지만 확실히 신의 힘이 깃든 방패였기에 부서지지 않았다.
“한 번은 더 막을 수 있겠네요.”
[……네?!]드르르륵-!!
윈겔은 곧바로 조종간의 레버를 잡아당겼다. 아스칼론이 몸을 틀자 방패 안에 숨어 있던 골렘과 병사들이 황급히 전선 밖으로 후퇴하기 시작했다.
부우우웅-!!
카릴의 검이 떨어지는 낙뢰 사이를 뚫고 율라를 향해 베어졌다. 하지만 율라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기듯 그의 공격을 비껴냈다.
바닥을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나는 카릴이 바닥에 검을 꽂아 속도를 줄이고는 다시 한번 허공을 디디며 율라를 향해 검을 쇄도했다.
일 격, 이 격, 삼 격-
호흡마저 멈춘 채 쏟아지는 검날은 마치 시간이 멈춘 상태에서 오직 그만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큭?!”
하지만 맹렬하게 쏟아내는 공격에도 불구하고 율라는 여유롭게 한 발자국씩 뒤로 물러나며 카릴의 공격을 피했다.
철컥-!!
그때였다.
율라의 등 뒤로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카릴은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거신의 등장에 소리쳤다.
“윈겔!!”
콰가가가가각……!!
아스칼론이 두 손으로 아이기스를 세로로 움켜쥐고서 그대로 방패 날로 율라를 찍어 눌렀다.
고민할 겨를이 없었다.
아이기스가 바닥과 충돌하자 일어나는 먼지바람 속으로 카릴이 파고들었다.
“흐아아압!!!”
섬격(殲擊).
원래대로라면 두 자루의 검에 각기 다른 속성을 집어넣어 서로 부딪힘으로써 찰나의 충격으로 검격을 날리는 일격필살의 기술이었다.
하지만 카릴에게 들려져 있는 검은 폴세티아의 검 하나뿐. 그는 여분의 검 대신에 자신의 팔등을 긁듯이 베어내며 율라를 향해 일격을 가하였다.
먼지바람을 뚫고 카릴의 검격이 공기를 가르는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과 동시에 율라를 향해 쏟아졌다.
키릭……?! 키기기기기긱—!!!
마치 쇠가 서로 부딪히는 듯 날카롭고 기괴한 마찰음과 함께 먼지 구름 속에서 카릴의 몸이 튕기듯 튀어나왔다.
빙그르르르르……!!
일격과 함께 폴세티아의 검이 하늘 위로 호를 그리며 회전하며 바닥에 꽂혔다.
하지만 오히려 검이 꽂히는 순간이 신호탄이라도 된 듯 카릴이 다시 한번 그녀를 향해 발을 놀렸다.
파캉! 카아앙! 캉-!!!!
지면에 착지하자마자 이어지는 연타.
카릴의 주먹과 다리가 쉴 새 없이 율라를 향해 나아갔고 두 사람이 뒤엉키기 시작했다.
퍼억-!!!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카릴의 주먹이 율라의 뺨을 정확히 가격했다. 동시에 율라의 손날이 그의 갈빗대를 후려쳤다.
우드득……!!
뼈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카릴의 허리가 기역 자로 꺾였다.
빠득!!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카릴은 이를 갈며 주먹을 내질렀다.
주르륵…….
율라의 입가에 옅은 핏물이 맺혔다.
싸늘하게 굳어진 표정.
시선만으로도 얼어붙을 것 같은 눈빛이었지만 카릴은 오히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한쪽 입꼬리를 올렸다.
“……믿을 수가 없군. 인간이 신을 상대로 정말 힘 대 힘의 대결을 펼치다니.”
“정말로 그는 신의 영역에 도달한 모양이야.”
“독은 독으로 상대해야 한다지만 어쩌면 우린 우리마저 위협할 지독한 독에 손을 댄 것일지도 몰라.”
율라와 싸우는 카릴을 바라보며 세 명의 신들은 혀를 내둘렀다.
카앙!! 캉-!!! 카카카카칵—!!!!
카릴은 마치 육체의 제약이 없는 것처럼 자신을 한계까지 몰아세웠다. 검을 벨 때 지금까지와는 달리 율라의 몸이 검을 막을 때마다 휘청거렸다.
퍼억-!!!
카릴이 무릎으로 율라의 턱을 올려쳤다.
라이칸스로프의 갑주가 부딪치면서 푸른 빛을 뿜어냈다. 율라의 몸이 공중으로 띄워졌고 그 상태로 카릴은 반대쪽 다리로 회전하며 그녀의 뒷목을 내려쳤다.
콰아아앙……!!!
떠올랐던 율라의 육체가 자빠지듯 바닥에 처박히면서 쓰러졌다. 엎어진 그녀를 향해 카릴이 바닥에 꽂혀 있던 폴세티아의 검을 뽑아 찍어 눌렀다.
촤아아악……!!!
“큭?!”
검날이 율라의 오른쪽 허벅지를 파고들었다. 하지만 그녀는 고통보단 놀라움에 단말마의 비명을 지른 듯 아무렇지 않다는 듯 일어나며 이어지는 카릴의 공격을 막았다.
치지지지지지직—-!!!!
“으아악!!”
카릴은 비명인지 포효인지 알 수 없는 고함과 함께 검을 그었다. 그의 치열할 정도로 맹렬한 공격은 보는 이로 하여금 말문을 잃게 만들었다.
“흐음. 확실히 지독한 독이긴 하지만 혼자서는 결국 불가능해. 이대로 그냥 둔다면 승기는 율라에게 갈 수밖에 없겠지.”
“그래. 인간으로서 놀라운 일이긴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로군. 저 모습은 마치 생명을 태워가며 싸우는 것 같으니까.”
하지만 몰아치는 그와 달리 세 명의 신들은 처음의 놀랐던 모습과는 달리 냉정한 눈빛으로 그를 살폈다.
“신의 화신인 란포체라 하더라도 결국 수명을 가진 인간이니까. 저런 식으로 신력을 소모하게 되면 먼저 힘을 소진하는 것은 인간 쪽이 될 수밖에 없어.”
“그러니 승리를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필요하겠지. 우리 역시 그가 필요하고.”
뱀 입술의 여인이 두 신을 향해 말했다.
“그래. 그렇게 된다면 이제 그와 우리의 입장이 조금은 바뀌게 된 것이겠지. 그가 기회를 주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린 상태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단은 그를 도와야지.”
두 번째 신인 뱀 입술의 여인이 허리에 감고 있던 채찍을 꺼내 들고서 말했다.
척-
하지만 그 순간 노인이 그녀를 가로막았다.
“뭐 하는 거야?”
뱀 입술의 여인이 그를 향해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를 돕는다는 것은 동의하네. 율라를 죽여야 하니까. 하지만 당장 도울 필요가 있을까 싶네만.”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이대로 놔두면 그는 결국 죽는다. 그가 진다면 우리 역시 질 가능성이 높아져.”
노인은 그녀의 말에 입꼬리를 올렸다.
“물론 져서는 안 되지. 암, 그렇고말고. 하지만 그렇다고 그가 처음부터 율라를 압도하게 만들 필요는 없지 않은가.”
“……뭐?”
“그가 우리를 이용해서 네 번째와 다섯 번째 그리고 여섯 번째의 신을 제거하지 않았는가. 뭐든 줄을 잘 서야 하는 법이지.”
음흉하게 웃는 그를 보며 뱀 입술의 여인이 살짝 고개를 꺾었다.
“우리 덕분에 재해를 일으킬 시간을 벌고 율라와 싸움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이번엔 우리가 그를 이용할 때가 되었지. 조금 기다리게. 어차피 얻어야 할 승리라면 둘 다 힘이 빠졌을 때를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아.”
“크큭…….”
남자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웃었다.
“머리를 굴리는 건 여전하군. 그러다 재해 때처럼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라고 하면 어쩌려고?”
“너는 설마 우리가 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 율라가 차원의 혜택을 받고는 있지만 대신에 우린 네 명의 신들의 축복을 얻었다. 격차는 크지 않아.”
그때였다.
“이럴 줄 알았어. 그러니 네놈들에게 인간이 반기를 드는 거다. 이 신이란 잡것들아.”
“……!!!”
“……!!!”
카릴이 율라와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와중에 음모를 꾸미는 신들을 향해 일침을 날리는 여인.
“이래서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게 아니랬지. 카릴이 너희들에게 은혜를 베풀었는데 이런 식으로 뒤를 쳐? 신이라는 놈들이 이따위니 피조물인 인간이 제대로 되겠어? 그나마 진실을 볼 수 있는 우리가 검을 쥘 수밖에.”
세 명의 신들은 황급히 뒤를 돌아봤다.
척-
그녀는 한쪽 검을 겨누며 노인을 향해 말했다.
“죽기 싫으면 싸워.”
그리고 다른 쪽 검을 남자에게 겨누었다.
“이런 건방진……!!! 감히 어디라고!!!”
노인이 자신의 턱밑에 있는 검을 바라보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 순간 검날이 황금빛으로 변하며 맹렬한 마력을 뿜어냈다.
“……용마력?”
“이건 부탁이 아닌 경고야. 진심을 다해서 싸워라. 카릴이 저놈의 등을 꿰뚫는 것을 봤다. 그 말은 내 검도 너희들을 벨 수 있다는 뜻이겠지.”
마치 생전의 황금룡 토스카를 보는 것 같은 강맹한 마력이었다. 인간이 가질 수 없는 엄청난 마력에 세 명의 신들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그녀가 조금 전 카릴의 일격에 죽은 다섯 번째 신의 시체를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들의 적은 율라만이 아냐. 명심해. 너희 등 뒤에 수백만의 인간이 검을 겨누고 있다는 걸.”
디곤의 여제, 밀리아나는 당장에라도 그들을 잡아먹을 듯 노려보며 말했다.
“카릴이 죽으면 너희도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