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7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70화(470/497)
279. 대전(大戰) (2)
“미친……!!”
노인은 밀리아나를 향해 소리쳤다.
“이게 보자 보자 하니 아무것도 아닌 놈들까지 이제는 신을 우습게 보는군!!”
“붙어 볼래?”
스릉-
밀리아나가 크게 자신의 애검을 한 바퀴 휘젓자 바람이 갈리는 소리가 들렸다.
“이길 자신이 있나 보지? 용의 심장이 아니라 태생적으로 용마력을 가지고 있는 건 제법 놀라운 일이다만……. 그 정도 축복은 축복이라고 할 것도 없어.”
콰아아앙—!!
그 순간 상공을 날고 있던 토스카가 신경질적으로 지면을 찍어 누르듯 착지하며 내려왔다.
흙먼지가 피어올랐고 거대한 본드래곤의 발가락 사이에 세 명의 신들이 놓였다.
[운이 좋군. 만약에 내게 살점이 붙어 있었더라면 그대로 납작하게 만들어 줬을 텐데 말이야.]뱀 입술의 여인은 마치 벽처럼 자신을 두르고 있는 토스카의 거대한 발가락을 바라보며 살짝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내린 축복이 별거 아니다라……. 이건 축복이 아니다. 내 목숨을 걸고 내린 싸우고자 하는 의지이다.]토스카는 밀리아나를 바라봤다.
어느새 그녀의 양팔이 드래곤의 비늘로 감싸져 있었다. 조금 전 노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서 밀리아나는 당장에라도 싸울 수 있도록 이미 용족화를 끝낸 모양이었다.
[흐음.]토스카는 그 모습이 마음에 드는 듯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만났을 때보다 용마력이 한층 더 짙어졌군. 대륙의 마지막 세 드래곤들의 가르침을 받았었지? 그들의 가르침이 뛰어났던 건가……. 아니면 자네의 자질이 훌륭한 것인가.]“물론 후자겠지.”
[크클……. 그래. 드래곤의 비기라 할 수 있는 용족화를 스스로 습득한 것도 모자라 제어할 수 있다니. 확실히 내 의지를 이어받은 자답다.]그는 앞에 세 명의 신들이 있든 없든 상관 하지 않고 밀리아나에게서 풍겨 오는 자신과 같은 마력에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디곤은 황금룡 토스카의 축복을 받은 일족이라 알려져 있었다. 그중에서도 밀리아나는 특별했다. 일족의 수장에게는 황금룡의 진짜 피가 몸에 흐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골드 드래곤 에누마 엘라시가 밀리아나에게 도움을 주었던 이유도 그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혈통이 좋다 한들 그 힘을 사용함에 있어서는 오로지 밀리아나의 능력이었다.
드래곤의 가르침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역대 그 어떤 디곤의 수장들보다도 그녀는 용마력을 탁월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토스카가 알지 못하는 비밀이 있었다.
그녀가 단순히 용마력을 다루는 뛰어난 재능이 황금룡의 피가 흐르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과거에 미약할 뿐이었던 그녀의 용마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계기는 이전에 카릴이 그녀의 혈맥을 뚫었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시에 그녀의 노력이 더해져 이제 그녀는 신의 앞에 서도 주눅 들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다듬는다면 완벽하겠군.]“뭐가 부족하다는 거지?”
[그건 차차 알아 가면 되는 일이다. 자고로 비기(祕技)라는 것은 창시자만이 알고 있는 것이 있으니까.]밀리아나는 토스카의 말에 피식 웃었다.
“기술이란 진보하게 마련이야. 까마득히 먼 당신의 구시대적 생각보다 내 머리가 더 비상할 거라는 생각은 안 해봤어?”
그때였다.
토스카의 거대한 육체가 점차 작아지더니 인간의 형태가 되었다.
파앗-!!!
“네놈…….”
남자가 두 팔을 교차해서 자신의 가슴을 노린 토스카의 주먹을 막았다.
“…….”
밀리아나는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지만 짐짓 놀란 표정이 아닐 수 없었다.
‘빠르다.’
용족화를 유지하고 있는 그녀였음에도 불구하고 폴리모프 이후 공격까지의 속도를 놓치고 말았다. 하지만 자신이 놓친 그 속도를 첫 번째 신은 반응했다.
그 차이를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카드득……! 카각……!!
첫 번째 신의 양팔에 장착되어 있는 건틀렛이 토스카의 손톱에 긁히는 소리가 들렸다.
[신화시대 때 블레이더들과 함께 싸우던 당시 나는 용체보다 지금의 모습으로 더 많은 전투를 해왔지. 단순히 인간의 모습이 좋아서가 아냐. 더 효율적인 싸움을 위해서일 뿐.]토스카는 천천히 남자에게서 주먹을 뺐다.
그의 공격을 막았던 남자의 팔 한쪽이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마치 불에 덴 듯 심한 열상이 보였다.
태양의 힘을 가진 유일한 드래곤인 토스카 역시 빛의 속성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신에게 유효한 타격을 줄 수 있었다.
[그게 내가 남은 내 일족이 아닌 인간에게 의지를 남긴 이유이기도 하지. 밀리아나. 너는 이번 전쟁에서 한 번 더 성장할 것이다.]토스카는 당혹스러워하는 남자의 뺨을 가볍게 툭, 툭 치면서 말했다.
[그때가 되면 신도 널 두려워하게 만들어주지.]“고작 드래곤의 기술이 신인 우리를 두렵게 만든다? 정말 이 세계는 어떻게 된 것이 그 누구도 신의 존재를 지나가는 개보다 못하게 여기다니…….”
[건방지다고 생각하겠지? 뭐 어때, 애초에 나는 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자이다. 우리는 비록 실패했지만 믿는 구석도 없이 신에게 대항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야. 그리고 나 역시 신을 위대하다 생각하지 않으니 피차 마찬가지겠지.]“……우리가 적이 아니라는 것에 다행으로 생각해야 할 거다. 이런 무례한 짓을 하고도 아직 주먹이 아닌 대화로 풀어가고 있으니 말이야.”
[말은 똑바로 해야지. 앞에 ‘지금은’이라는 단어를 붙여야지 안 그래?]토스카가 그 말과 함께 다시금 드래곤의 모습으로 돌아와서는 고개를 살짝 숙이자 밀리아나가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올라탔다.
“……짜증 나는 상황이지만 지금 우리가 인간을 섬멸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야. 그와 힘을 합쳐 율라를 정리하는 게 우선이야.”
“흥…….”
뱀 입술 여인의 만류에 노인은 코웃음을 치며 고개를 돌렸다.
“너. 기개가 좋은 것은 알겠지만 아무리 황금룡의 축복을 받았다고 해도 신에게 콧대를 세우는 건 좋지 않을 거야.”
“얼마든지. 디곤은 걸어오는 싸움을 피하지 않거든.”
하지만 으름장을 놓는 그의 모습에도 불구하고 밀리아나는 오히려 신들을 향해 덤비라는 듯 손짓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싸움을 걸어오는 놈은 없었지.”
스아아아악—!!
토스카가 커다란 날개를 활짝 펴면서 상공으로 날아올랐다.
“싸움을 걸어오기 전에 내가 모조리 목을 베었으니까.”
황금룡의 날갯짓 속에서도 그녀의 경고가 신들의 귀에 꽂히듯 들렸다.
“꼴이 말이 아니군.”
“율라의 문제가 끝나면 저년은 내가 죽이겠다. 누구도 방해할 생각하지 말게.”
노인은 처음으로 이성을 잃은 듯 분노하며 소리쳤다. 하지만 그런 그를 보며 뱀 입술의 여인은 냉정하게 말했다.
“인간들을 죽이든 살리든 그건 별문제도 되지 않는 일이야. 중요한 건 어떻게 율라를 죽이는 가겠지.”
“그게 무슨 문제야? 이미 판은 다 짜여 있다. 우리가 합세하면 승기는 우리 쪽으로 오게 되어 있어.”
“당신답지 않군. 정말 한때나마 로드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는 지략의 신이 맞는지 의심스러운걸. 아니면 정말로 인간의 도발에 흔들린 건가?”
“……뭐?”
가뜩이나 밀리아나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르던 노인은 여인의 말에 더욱 짜증이 나는 얼굴로 반응했다.
“우리는 율라를 죽일 수 없어. 그녀의 힘을 뺄 순 있겠지만 엑소디아의 도전자인 우리들은 그녀의 마지막 숨통을 끊는 것은 불가능해.”
“흥. 그런 것쯤이야 당연히 알고 있네. 나는 분명히 카릴이란 녀석의 힘이 빠질 때를 기다리자고 했을 뿐 그가 율라를 죽이는 데 돕지 않겠다고 한 것이 아냐.”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주의해야 할 것이 있다는 말이지.”
“뭐지?”
“율라의 힘을 빼놓은 다음에 만약 그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오히려 우리와 또 다른 거래를 하려고 한다면?”
노인은 그녀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이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녀석의 머리가 어떻게 되지 않은 이상 이제 와서 율라를 죽이지 않는다는 것은 자신들의 멸망을 초래하는 일인데 말이야.”
“그가 우리를 처음 신탁에서 이 지상으로 끌어내렸을 때 했던 방법이 뭐지? 신좌를 걸고 우리끼리 싸우라고 했었지.”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이 뭐지?”
“새로운 엑소디아.”
“…….”
뱀 입술 여인의 말에 노인의 얼굴이 살짝 굳어졌다.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군. 그가 율라를 죽이고 이 차원의 신의 위치에 오르면 그 전에 율라가 시작했던 엑소디아를 새로이 바꿀 수 있어.”
남자 역시 그녀의 말에 동의했다.
“그는 신좌를 독점하지 않겠다고 했지. 하지만 신좌를 조용히 내어주겠다고 하진 않았어.”
“그가 우리의 적이 된다는 것은 예상했던 일이잖는가. 만약 그렇게 된다면 가장 먼저 놈을 죽이면 되는 일일세.”
“그가 조금 전과 같이 또다시 살아남은 단 한 명에게 신좌를 내어주겠다고 한다면?”
“……뭐?”
“우리 중에 배신자가 없다고 맹세할 수 있나?”
여인의 말에 두 사람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미 자신들은 다른 신들을 죽인 경력이 있었으니까.
“굳이 의심을 만들고자 하는 소리는 아니야. 그저 우리끼리라도 보험을 들자는 뜻이지.”
“보험?”
“엑소디아는 결국 경쟁구도. 우리가 서로 죽고 죽이면 결국 카릴, 그자에게만 좋을 뿐이지.”
“일리 있는 말이야. 하지만 그가 신좌의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여전하니까. 그의 제안을 우리는 따를 수밖에 없지.”
율라가 죽고 난 빈자리에 카릴이 앉게 되면 결국 그는 다른 신들과 같은 위치에 오르게 된다.
비록 네 신의 축복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육체를 가진 지금도 율라와 대등한 힘을 가지고 있는 그가 신좌에 오른다면 세 명의 신들을 결코 이길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참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결코 서로 배신을 해서는 안 돼. 그렇기에 우리는 서로 경계하지 않고 완벽하게 서로를 믿을 수 있게 되어야 하지.”
“설마…….”
“맞아. 영혼 계약(靈魂 契約).”
“우리가 인간들에게 내린 제약 중 가장 강력한 이것은 신인 우리에게도 통용될 수 있는 규율이지.”
남은 두 사람은 할 말을 잃은 듯 그녀를 바라봤다.
‘확실히……. 영혼 계약을 맺으면 우리끼리 죽일 일은 없어지겠지. 게다가 카릴이 그런 명령을 하더라도 목숨이 이어진 상황이란 걸 알면 그도 어쩌지 못할 터.’
“나쁘지 않군.”
노인이 먼저 말했고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기가 막힐 노릇이군. 인간과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순간이 오다니.”
지금까지 신들은 자신의 피조물을 그저 손가락으로 찍어 누르면 죽일 수 있는 개미와 같게 여겼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그야말로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힘이 있다 한들 죽일 수 없고 그저 서로의 실수를 노려야 했으니 말이다.
“일단은 우리의 안위가 중요하다. 건방진 계집이지만 그녀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니까. 타 차원의 신인 우리들은 확실히 이곳에서의 영향력이 약하니까.”
“파렐 안으로 그를 끌어들일 수만 있다면…….”
남자가 쯧- 하고 혀를 찼다.
“바보가 아니고서야 자신이 유리한 전장을 포기하지 않겠지. 그러니 우리는 우리 나름의 대비를 세워 두는 게 좋아.”
“그렇겠지.”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러고는 누가 뭐라 할 것 없이 자신의 손목을 그으며 핏방울을 뽑아냈다.
* * *
우우우우웅……!!!
[카릴.]알른 자비우스의 목소리가 들렸다.
율라를 상대하느라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그였지만 자신을 부르는 한 마디에 뒤를 돌아보지 않아도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했군.”
[클클……. 약아빠진 놈들. 너를 앞세워서는 전투에 참여하지도 않고 대가리나 굴리고 있다니. 어느 시대나 잔머리를 굴리는 놈들이 항상 끝이 안 좋지.]알른은 하늘 위로 솟아오르는 영혼 계약의 빛을 바라보며 말했다.
[저놈들도 본능적으로 느낀 거겠지. 이대로 둘의 전투가 끝나면 자신들이 위험해지리라는 걸. 그 방법으로 생각해 낸 것이 영혼 계약이라니…….]그의 검은 형체가 나타났다 사라졌다.
그러자 그에게 사용되었던 두아트의 어둠의 힘마저 카릴의 폴세티아의 검날에 스며들었다.
[영혼 계약은 한 쪽이 파괴되면 다른 한쪽도 피해를 입는 양날의 검. 그야말로 우리가 기다리던 무대지 않느냐. 네가 원하는 승리는 고작 율라의 죽음이 아니니까.]알른이 넘긴 암흑력이 천천히 카릴의 혈맥을 타고 흘렀다.
[신들의 멸절(滅絶).]마치, 그의 목소리가 기분 좋은 음악처럼 들렸다.
[모조리 지워버리자. 인간의 역사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