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7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72화(472/497)
280. 창조 마법 (1)
“크아아아악!!!”
율라의 비명이 울려 퍼졌다.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고통과 함께 그녀의 어깨 부위가 뒤틀리면서 부서졌다.
아니, 소멸되었다고 해야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 이건 도대체 무슨 마법이지?”
세 번째 신인 노인은 카릴이 시전한 창조 마법을 보며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껌뻑였다.
“나르 디 마우그는 신좌의 꿈을 가진 자였다. 그의 레어 속에 있던 수많은 인종. 키메라라 불리는 합성체부터 라엘이라는 유사 인간까지. 녀석은 새로운 자신만의 피조물을 만들고자 했다. 왜일까.”
카릴은 비틀거리는 율라를 향해 말했다.
“창조(創造). 오직 그것만이 신의 존재성을 나타내는 유일무이한 것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백금룡의 레어에는 수많은 실험체가 있었다.
모두가 실패로 인한 시체들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인간도 있었으며 엘프도 있었고 다른 유사 인종들까지 수많은 종족들이 존재했었다.
“하지만 녀석 역시 신의 피조물. 당연하게도 신력(神力)을 가지지 못했지. 그렇기에 신력 대신 마력과 정령력으로 그 빈자리를 대체해서 창조의 영역에 도달하려고 했었다.”
실로 불완전한 실험이었다.
아무리 율라의 힘과 같은 빛의 힘을 가진 라시스의 힘을 기반으로 할지라도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극히 도박과도 같은 도전이었다.
수많은 실패는 그의 레어 속에 시체들에서 알 수 있었고 그는 자신의 해법을 다른 곳에서 찾았다.
종족의 가능성.
신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녀석은 아이러니하게도 자신이 아닌 실험체에서 찾으려 했던 것이다.
때문에 더 많은 살생이 일어나게 되었고 녀석의 레어는 무덤을 방불케 할 정도로 인간, 엘프, 노움 할 것 없이 종족의 시체들이 즐비했다.
“녀석은 자신이 탄생시킨 피조물들을 통해 신력을 얻을 수 있는 가능성을 찾고 그것을 통해 스스로를 변화시켜 신좌에 올리려 했다. 하지만 실패했지. 그러나 그 실패는 녀석이 내게 죽임을 당했기 때문이 아니야.”
휘이이이익……!!!
카릴이 손을 비틀어 손바닥을 위로 올리자 조금 전 율라를 공격했던 무형의 기운이 그에게로 다시 흡수되었다.
“애초에 성공할 수 없는 실험이었지. 녀석은 대륙의 그 어떤 존재보다 오래 살아왔으나 그런 그자도 알지 못하는 게 있었어.”
우우우우웅…….
카릴의 손바닥 위로 에메랄드빛 파편이 빠른 속도로 회전을 했다.
“디멘션 스파이럴. 너희들이 말하는 신력(神力)의 근원. 신임을 증명하는 이 파편에서 신의 힘이 만들어진다는 것을 녀석은 알지 못했거든.”
신의 축복을 받아 공격했을 때엔 잘린 팔이 쉽사리 나았던 것과 달리 지금 율라의 어깨에 난 상처 부위는 어쩐지 회복되지 않았다.
카릴은 그 모습을 보며 마치 확인을 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 수밖에 없겠지. 녀석은 신의 존재 자체가 신의 힘을 가지고 태어났다 여겼으니까.”
저벅- 저벅- 저벅-
그가 천천히 율라를 향해 걸어갔다.
“하지만 네들. 별거 아냐. 결국 너희들도 파편의 힘을 그저 빌려 쓰는 존재에 불과한 것이니까.”
“네놈……!!!!!”
율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드래곤은 신의 힘을 쓸 수 없었다. 하지만 재밌게도 그의 연구 결과 중에 신의 힘을 쓸 수 있는 존재가 있었지. 라엘 스탈렌. 물론, 교단의 사제들도 축복을 쓸 수 있긴 하지만 엘프와 네피림의 혼혈인 그자가 쓰는 신의 힘은 달랐다.”
쩌적…… 쩌저적…….
카릴의 반대쪽 손에 검은 기류가 나타났다. 어둠의 정령왕인 두아트의 힘이 응축되자 기류 안에서 익숙한 음산함이 느껴졌다.
타락(墮落)이었다.
“빛과 어둠. 신력과 타락. 축복과 흑마법. 각자 이름은 다르지만 맥락은 같다. 하지만 그 어떤 피조물도 이 두 개의 힘을 동시에 쓸 수 있는 자는 없었다. 라엘을 제외하고 말이야.”
그의 말에 율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율라. 네가 인류의 역사 동안 빛의 신으로 우리에게 숭배받았지만 네 본질은 빛만이 아닌 어둠도 함께라는 것을 이제 모두가 알지. 신의 어두운 이면의 증거가 타락이니까.”
신이 존재하기 때문에 타락이 존재한다.
파렐에서 쏟아지는 타락은 인류를 위협했지만 실상 재해라 불리는 타락들은 결국 각각의 신이 불러낸 피조물들이었다.
“하지만 신의 축복과 함께 타락을 불러낼 수 있는 자가 바로 라엘이었다. 백금룡의 유일한 성공작이자 그가 자기 손으로 파괴한 비운의 작품이지.”
“……뭐?”
율라의 반응을 봐서는 라엘의 존재를 알지 못하는 듯 보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가 거대한 발로 라엘을 찍어 눌렀던 그 광경을 기억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한순간의 실수라면 실수였지만 자신을 막기 위해 라엘이 타락의 힘을 쓸 것이라고는 백금룡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망설임 없이 라엘을 죽인 것은 의외였지. 율라에게 자신의 실험을 들키지 않으려는 의도라고 보기엔 그 오랜 실패 속에 거둔 유일한 성공작을 제 손으로 없애버렸으니까.’
처음에는 갑작스럽게 벌어진 일에 그냥 넘어갔지만 카릴은 이후 라엘의 죽음에 대해서 의문을 가졌었다.
그리고 내린 결론.
라엘을 아무렇지 않게 죽일 수 있었던 것은 더 이상 라엘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녀를 토대로 나르 디 마우그는 빛의 힘과 동시에 타락의 어둠을 운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했으니까.
하지만 그의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변수의 변수까지 생각했던 백금룡조차 절대로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설마 놈이 내게 당할 거라고는 생각 못했겠지.’
백금룡뿐만이 아닐 것이다.
그 누가 상상이라도 했겠는가.
대륙에 남아 있던 세 드래곤이 모두 인간에게 패한 것도 모자라 현존하는 드래곤의 정점이라 불리던 나르 디 마우그가 그의 손에 죽게 될 것을 말이다.
허무하다면 허무할 결말.
전생에 카릴을 과거로 보내게 하면서까지 이루려던 계획은 오히려 자신이 보낸 자로부터 실패하게 되었으니까.
“하지만 그 덕분에 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지.”
카릴은 율라를 바라봤다.
“엘프와 네피림의 혼혈인 라엘은 빛과 어둠 두 힘을 모두 쓸 수 있었다. 엘프와 네피림은 모두 신의 축복을 받은 종족이라 불리지. 하지만 그 둘은 극명한 차이점이 있다. 바로 지상과 하늘. 한쪽은 두 다리로 진흙탕을 구르고 다른 한쪽은 날개를 펄럭이지.”
카릴은 차갑게 웃었다.
“고작 날개가 있고 없음의 차이라 할 수 있겠지만 너는 오직 자신과 같은 날개를 가진 종족만을 편애했어. 그렇기에 엘븐하임이 멸망해도 그냥 뒀던 거지. 그리고 그건 인간 역시 마찬가지다. 교단의 사제들 역시 빛의 힘을 쓸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인간 역시 엑소디아의 희생물로 삼았지. 왜?”
우우우웅……!! 콰아아앙!!!
카릴이 양손을 서로 포개었다.
“지상의 종족만이 어둠을 다룰 수 있으니까. 너는 그것을 용납할 수 없었던 것이지. 빛의 신으로 자신을 치장하던 네게 타락은 용납할 수 없는 찌꺼기라 생각하잖아.”
그러자 그의 손바닥에 있던 디멘션 스파이럴과 타락의 힘이 서로 엉겨 붙기 시작했다.
“……!!!!”
율라를 비롯해 그곳에 있던 모든 신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머, 멈춰!!!”
폭발할 것 같은 맹렬한 소용돌이가 카릴의 손바닥 안에서 일어났다.
“무슨 짓을……!!”
“상극의 두 힘을 합친다고?! 당장 그만 둬!!”
“차원이 폭발 할 수도 있단 말이다……!!!”
신들은 다급하게 그의 주위에서 물러섰고 율라만이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인상을 구겼다.
“정녕……. 내 세계를 망가뜨릴 작정이로구나.”
“망가뜨려? 그건 네가 한 짓이고.”
“감히……!!!!!”
율라의 두 눈이 붉게 변했다.
[멈추지 못할까!!]종족의 먹이 사슬 꼭대기에 있는 신이라는 존재가 절대적인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모든 생명체가 가지는 숭배일 것이다.
그것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두려움이었다.
율라가 날카로운 포효를 지르자 일대의 병사들은 패닉에 빠진 듯 몸을 부들부들 떨었고 카릴에게 축복을 걸었던 4명의 신들 역시 밀려오는 압박감을 참기 힘들어 보였다.
저릿- 저릿-
카릴은 정수리에서부터 마치 전기가 관통하고 내려오는 것 같은 느낌에 몇 번이나 주먹을 쥐었다가 폈다. 절대적인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본능적인 공포.
지상에서 드래곤이란 종족이 쓰는 피어(Fear)라 불리는 능력이 이와 같았다. 하지만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율라를 바라봤다.
저린 느낌은 들었지만 그렇다고 움직이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으니까.
“별거 아니군.”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한쪽 고개를 꺾으며 담담하게 말했다.
[이……이익!!]율라는 자신의 일갈에 대한 그의 반응이 당혹스러운 듯 뭐라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짜악-!!
그의 두 손바닥이 서로 겹쳐 쳤다.
결코 요란한 소리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전장의 한복판에서 그의 박수 소리가 수백만 군사들의 귀에 정확히 들렸다.
“…….”
“…….”
황급히 물러난 신들은 마치 세계가 폭발이라도 하는 것처럼 머리를 감싸고 숨었다.
하지만 카릴의 손바닥이 합쳐진 순간 정적만이 남았고 신들은 어찌 된 영문인지 알지 못해 어리둥절한 얼굴이었다.
“어, 어떻게 된 일이지?”
“이게…….”
폭발도 폭음도 일어나지 않은 조용한 상황에 신들은 전쟁이라는 것도 잊은 채 서로를 바라봤다.
“나르 디 마우그는 신의 영역인 창조(創造)를 마법의 개념으로 재탄생 시키려고 했었다. 하지만 놈이 실패한 진짜 이유는 자신이 아닌 남에게 기대어 목표를 이루고자 했기 때문이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자 마치 놀림을 당한 것 같은 굴욕감에 율라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창조 마법? 이름은 거창해도 결국은 네놈도 백금룡과 마찬가지로 욕망에 차 있을 뿐이렷다!! 인간이 주제도 모르고……!!”
콰아아아아아앙—!!!!
율라가 질주하며 카릴을 향해 달려들었다.
“나는 그 녀석과 달라. 놈이 만들어 놓은 마법에 기대어 네놈들을 죽이려고 하는 게 아니야. 신살은 내 손으로 행할 것이니까.”
“흐아아아아아!!”
율라의 검이 카릴의 어깨 위에 박혔다.
콰직!! 하는 소리와 함께 그의 쇄골이 부서지며 어긋난 뼈가 살점을 뚫고 튀어나왔다.
“팔 하나.”
그녀의 검은 기세를 늦추지 않고 그대로 그의 왼팔을 갈랐다. 아니, 가르려 했다.
“……!!”
율라의 검이 카릴의 팔뚝에 박혀 움직이지 않았다. 그가 힘을 주자 마치 근육이 그녀의 검을 꽉 쥐어 놓지 않는 것처럼 율라가 자신의 검을 뒤로 잡아당겼음에도 꼼짝하지 않았다.
섬뜩-
“으아아악!”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율라는 본능적으로 카릴의 팔에 박힌 검을 빼내듯 아래에서 위로 쳐올렸다.
촤아아아악……!!
붉은 피가 그녀의 검날을 타고 호를 그리듯 하늘에 흩뿌려졌다.
“카릴—!!!!!!!”
만환(卍環)으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밀리아나가 당장에라도 튀어 나갈 듯 그의 이름을 부르며 지면을 밟았다.
[기다리게.]하지만 그런 그녀의 앞을 토스카가 가로막았다.
[분명 네가 할 일은 따로 있을 텐데.]빠득-!!!
카릴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았던 그녀가 어쩐 일인지 토스카의 말에 바닥을 발로 내려치며 달려가는 것을 멈춰섰다.
“내어주마.”
잘려 나간 왼팔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카릴은 오히려 팔을 내어주고 만든 약간의 틈으로 충분하다는 듯 그녀를 향해 말했다.
“대신 네 목은 내가 가져간다.”
우우우우웅……!!
그의 손에 작은 물체가 빛과 함께 나타났다.
“창조의 방식은 누구나 다르다. 내가 창조하려는 것은 너희들처럼 차원을 만들고 백금룡처럼 신과 싸울 생명을 만드는 거창한 일이 아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인간인 내가 할 수 있는 창조란 고작 그 정도뿐이겠지.”
그것은 다름 아닌 이민족의 단검 아그넬이었다.
하지만 이미 부서져 사라진 그 검이 아직 남아 있을 리 없었다. 율라는 그것이 마법으로 만든 것임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카릴이 창조한 것이 고작 검(劍)이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그녀는 차갑게 비웃었다.
“……!!!”
하지만 그때였다.
푸욱……!!
카릴은 망설임 없이 그것을 율라의 목덜미에 찔러 넣었다. 놀랍게도 카릴의 검은 율라의 실드를 아무런 방해도 없이 통과한 것이었다.
“마, 말도 안 돼…….”
율라는 그제야 자신의 목에 박힌 검을 바라봤다.
검날을 감싸는 새하얀 빛무리 속에 감춰진 칠흑 같은 어둠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인간에게 신력과 타락이 함께 존재한다고……? 이건 있을 수 없어!!!”
“왜? 네가 버리고 싶은 그 힘마저 내가 쓴다는 것이 믿기지 않나 보지. 아니면 두 힘을 함께 가지는 것은 오직 신만이 가능하다고 여겼던 건가? 상극의 힘을 합치는 것? 내겐 특별한 것이 아니다.”
검과 마법.
결코 공존할 수 없다 여겨졌던 두 개의 영역을 최초로 도달한 그랜드 마스터가 바로 카릴이었다.
촤아아악……!!
율라는 자신의 목에 박힌 카릴의 검을 뽑아내며 뒤로 물러섰다.
“이,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신력과 타락을 융합한다니……!! 신조차 하지 않는 일이야!”
“그게 뭐가 어렵지? 인간은 지금까지 검을 매개체로 식(式)을 만들었고 마법을 도구로써 의지를 발현했다. 그리고 그 두 가지의 힘을 함께 사용하는 것을 신의 축복이라 네가 명명하지 않았더냐. 우리는 언제나 상극의 힘을 함께 다뤄왔다.”
“닥쳐……!! 고작 인간의 검과 마법을 신력과 타락에 비교하느냐! 타락의 힘을 제어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신력이 필요하다. 네가 가진 디멘션 스파이럴의 힘을 모두 사용해야 가능한 일……!! 하지만 아무리 신의 화신인 란체포라 할지라도 융합에 신력을 모두 소진한 네가 살아 있을 리가 없어!!”
카릴은 그녀의 외침에 피식 웃었다.
“난 나의 신력으로 이 힘을 창조 했다고 한 적 없는데?”
“……뭐?”
“주위를 둘러봐. 네들이 서로 치고 박고 싸운 덕분에 신력과 타락을 가진 아주 훌륭한 제물들이 널리고 널렸잖아.”
“그, 그런…….”
그 순간 율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그녀의 시야에 너부러져 있는 4, 5, 6번째 신들의 시체가 들어왔다.
스르릉-
카릴은 아그넬을 들어 올리며 차갑게 말했다.
“경고했을 텐데. 진흙탕에 구르는 건 네들뿐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