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7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75화(475/497)
281. 열 번째 신 (2)
“감히 네놈들이……! 우리를 죽이겠다고?”
밀리아나의 등장으로 짐짓 당황해하던 네 명의 신들은 이내 곧 정신을 차린 듯 그들 중 한 명이 소리쳤다.
“네 주군이 신과 대등하게 싸우니 너희마저도 신을 우습게 보는구나! 그는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만 너희들은 고작 인간에 불과하다!!”
“비록 우리가 전투의 신이 아니라 하더라도 인간 몇 명에게 당할 리가 없다……!!”
“자신들의 무지를 원망하게 만들어주마.”
균형의 신들은 저마다 한마디씩 소리치며 신살의 10인, 아니, 9인을 향해 적의를 뿜어냈다.
그러나 그들이 내뿜는 살기는 오히려 밀리아나에겐 우습게 느껴졌다.
“세르가.”
“네.”
“저들의 발을 묶어라. 행여나 도망쳐서 카릴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알겠습니다.”
용족화로 전신을 비늘로 둘러싼 밀리아나는 말을 할 때마다 날카로운 어금니가 보였다.
그녀의 양팔에는 쥐고 있던 검의 손잡이가 비늘과 이어져 손등 위로 검날이 튀어나와 있어 마치 드래곤의 발톱을 연상케 했다.
세르가는 그녀의 명령에 천천히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했다. 드래곤들에게 마법을 전수받은 최연소 대마법사인 그는 어찌 보면 지금까지 이렇다 할 스승이 없었다.
밀리아나로 인해 드래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된 그에게 있어 황금룡 토스카의 축복을 받고 그의 피를 이어받은 그녀는 이제 절대적인 존재가 되었다.
화르르륵……!!!
세르가의 손에 붉은 화염이 일었고 그가 주문을 외우자 화염이 지면으로 떨어지며 닿자 마치 거미줄처럼 사방으로 퍼졌다.
츠으으……!! 츠즈즈즈즈즈……!!!
동시에 다시 한번 스태프를 가로로 긋자 바닥에 어지럽게 흩어졌던 화염 위로 날카로운 빛이 뿜어져 나오며 네 명의 신들을 가로막는 광염의 벽이 만들어졌다.
“크윽?!”
“이게 무슨…….”
신들은 자신의 주위에 만들어진 마법 장벽에 닿는 순간 타는 듯한 강렬한 고통에 흠칫 놀라며 뒤로 물러서고 말았다.
“괜찮군.”
밀리아나는 화염과 광휘의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는 세르가를 보며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이 어떻게…….”
“속성 하나 이상의 마법이라니?”
신들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세르가를 바라봤다. 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그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카이에 에시르가 하나의 속성을 응축시키는 중첩 마법의 체계를 개척했다면 세르가는 지금까지 그 어떤 사람도 이룰 수 없었던 다중마법의 체계를 구축한 것이었다.
“그가 드래곤의 마법을 익혔다는 것이 사실이었군.”
“보았는가. 조금 전 그가 광염의 결계를 만드는 모습을 말일세. 무색의 마법이라 불리는 용마법을 인간이 깨우친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일진대 그는 무영창으로 마법을 시전하는군.”
세르가의 모습을 지켜보던 나인 다르혼과 카딘 루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혀를 차고 말았다.
“그저 유망주라 여겼던 젊은 마법사가 이제는 우리보다 더 뛰어난 영역에 도달했군.”
“흥…….”
카딘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결계를 만들고 어느새 머리 위로 크루아흐의 독구름을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며 반박을 하지 못했다.
“지금 그가 쓰는 마법은 그저 세 드래곤의 마법일 뿐이지만 앞으로 그는 더 높은 경지에 도달할 겁니다.”
“자넨…….”
두 사람은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대륙의 대마법사 중 또 한 명의 젊은 마법사.
다름 아닌 데릴 하리안이었다.
카딘 루에르는 그의 옆에 백색의 털을 가진 늑대가 서 있는 것을 보고는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크르르르르…….]그리고 그의 시선을 느낀 듯 늑대가 살짝 이빨을 드러내자 데릴 하리안은 녀석의 머리를 쓸어 넘겼다.
“자네가 어쩐 일이지?”
“저 녀석만이 아니야. 저치도 함께 왔군. 상아탑에 웅크리고 있던 노인네야말로 무슨 바람이 들어서 여기에 나온 거야.”
카딘 루에르는 나인 다르혼의 핀잔에 데릴 하리안의 뒤를 바라봤다.
“허허……. 오랜만일세.”
여명회의 수장이자 상아탑의 주인인 베르치 블라노는 나인의 말에 헛웃음을 터뜨렸다.
“노인네? 서로 동년배들끼리 할 소리는 아닌 것 같은데. 외모가 젊어 보인다고 해서 속까지 쌩쌩한 것은 아닐 텐데.”
“걱정 말지? 다르혼가(家)는 태생적으로 시간이 천천히 흐르거든.”
“여명회와 불멸회는 이 와중에도 서로 헐뜯는군. 누가 빛과 그림자가 아니랄까 봐 말이야.”
카딘 루에르는 고개를 저으며 데릴 하리안에게 말했다.
“누가 그림자야? 불멸회가 추구하는 것은 어둠이지. 노망이 나도 말은 바로 하라고.”
나인 다르혼이 눈을 부릅뜨며 말했지만 그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이들은 그의 반응을 대수롭지 않은 듯 여유로운 얼굴이었다.
“여러분들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데릴 하리안은 그들의 인사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부탁?”
“네 녀석.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게로군.”
그와 함께 온 베르치 블라노를 제외하고 두 사람이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
“백만 대군이 집결한 인류의 미래를 결정지을 대전쟁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저희 군의 피해는 전무하다 할 정도로 미비하다 볼 수 있습니다. 물론, 희생된 자들을 가벼이 여기는 것은 아니나 세계라는 큰 전장에서 본다면 말이죠.”
“그래서?”
“저희가 지금 이렇게 서 있을 수 있는 이유는 모름지기 주군 덕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주군께서 저희를 대신해서 신을 속이고 신을 싸우게 만들며 신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자네가 하고 싶은 말인 뭔가?”
카딘 루에르가 되물었다.
“하나 보십시오. 이제야 신살의 10인이 움직였습니다. 신을 죽이기 위해서 말이죠.”
데릴 하리안은 저 멀리 밀리아나를 가리켰다.
“여제는 확실히 저 신살의 중심입니다. 무색의 용마력을 지녔으니까요. 그리고 수안 하자르 님은 거암군주의 힘을, 에이단 님은 우레군주와 계약을 했지요. 그리고 세리카 로렌 님은 물을 뜻하는 빙결의 힘을 쓰는 마법사입니다.”
세 명의 대마법사들은 데릴 하리안의 말을 경청하며 신살의 인원 하나하나를 훑었다.
“뿐만 아니라 케이 로스차일드 님은 어둠을 상징하는 사령을 다루며 하와트 타슌 님은 반대로 거인족의 힘인 태양 즉, 빛을 다룹니다. 그리고 안챠르 님은 알카르라는 신수와 함께 그 자신이 타락의 영향을 받는 드루이드. 즉, 빛과 어둠을 동시에 가지기에 그 스스로가 연결고리가 되어 정령이 아님에도 2대 광야의 힘을 잇는 매개체가 되어 줄 겁니다.”
“자네 말은 신살의 10인이 결국 각각의 속성의 힘을 가진 자들의 합일이라는 뜻이로군?”
카딘 루에르는 단번에 그가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렇습니다. 5대 원소와 2대 광야는 세계를 구축하는 힘이자 신에게 대항할 수 있는 자연의 칼날이기 때문입니다.”
데릴 하리안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네 말대로라면 말이 안 되는 걸. 불과 바람이 없지 않으냐. 카릴이 그렇게 허술하게 신살을 준비했을 턱이 없다.”
“그 부족한 부분을 아마 세르가 님의 마법을 통해 채우려 했던 것으로 사료됩니다.”
“확실히……. 세 드래곤의 마법을 배운 그라면 가능한 일이겠지. 그가 쓰는 다중 마법술은 말 그대로 두 가지의 서로 다른 마력을 동시에 쓰는 것일 테니 말이지.”
“카릴, 그는 이 모든 것을 계획한 건가…….”
그들은 데릴 하리안의 말에 기가 막힌다는 표정으로 신살의 10인을 바라봤다.
“어찌 보면 진정한 인류의 저항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디멘션 스파이럴이라는 신의 힘을 가진 주군께서는 더 이상 인간이라 부를 수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그들의 대화를 듣던 나인 다르혼이 의문스러운 눈빛으로 물었다.
“고작 저 녀석들로 정말 신을 죽일 수 있을까? 아무리 저들이 전투와는 무관한 신들이라 하더라도 어쨌든 신의 힘을 가졌다. 세계의 속성을 갖추었다 한들 결국은 이 세계에 국한된 힘. 차원의 영역을 아우르는 신에게 대항할 수 있을까.”
그의 말에 데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질 겁니다.”
“……뭐?”
“대륙의 강자들만 선별한 신살의 인원이지만 아무리 그들이라고 해도 신을 이길 순 없을 겁니다. 결국 그들은 인간의 영역에 있으니까.”
“너무 쉽게 단정 짓는군. 이길 수도 없는 싸움을 위해서 카릴이 지금 신살의 인원을 뽑았다는 말이야?”
나인 다르혼의 말에 데릴 하리안은 쓴웃음을 지었다.
“카릴 님의 계획 속에 그들이 죽여야 할 신은 저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흠?”
“카릴 님은 모든 신을 죽이고 스스로 신좌에 올라 신살의 10인으로 하여금 이 전쟁의 끝을 낼 생각입니다.”
콰악-!!
나인 다르혼이 데릴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그게 무슨 헛소리야!!! 네 말은 지금 카릴이 자신의 목숨을 저들에게 끊으라고 하기라도 한다는 말이야!”
“맞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확고한 데릴의 대답에 나인은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뻐끔거렸다.
“카릴 님은 지금까지 모든 것을 자신의 두 어깨로 짊어지셨습니다. 한계라고 생각되는 지금마저도 그분은 저희가 상상하지 못할 이상으로 더 많은 것을 짊어지려고 하고 계십니다.”
“이런 멍청한……!!”
“그게 사실인가? 그렇다면 그 계획을 자네 말고 누가 알고 있지?”
카딘 루에르의 물음에 데릴 하리안은 저 멀리 밀리아나와 신살의 인원들을 가리켰다.
“허…….”
사람들은 그만 탄식을 토해냈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들은 질 겁니다. 그럼에도 저들이 왜 신을 죽이고자 무모한 싸움을 하려고 하는지 이제 그 이유를 아시겠지요.”
“카릴을 보내지 않기 위함이겠지.”
나인 다르혼은 빠득-! 이를 갈면서 대답했다.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유언을 보고 디멘션 스파이럴의 사용법을 깨우치신 카릴 님께서는 스스로가 신의 화신이라 할 수 있는 란체포가 되어 신좌에 올라 남은 신들을 처단하겠다 하셨습니다. 하지만 신은 스스로 죽을 수 없습니다. 오직 소멸만이 있을 뿐.”
“신살의 의미가 그거였나? 멍청한 녀석…….”
데릴의 말에 나인이 말했다.
“부탁이란 게 뭐지?”
그 순간 조용히 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카딘 루에르가 말했다.
“이대로 뒷짐을 진 채로 저들에게만 미래를 맡길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무슨 말인지 정확히 말해. 쓸데없는 짓을 하면 겨우 붙여 놨던 팔이 다시 잘라 버릴 테니.”
나인의 으름장에 데릴은 피식 웃었다.
“그겁니다.”
“저희가 카릴 님의 잘린 한쪽 팔이 되어 검을 휘둘러야 할 겁니다. 나머지 신들을 죽여 그들의 디멘션 스파이럴을 빼앗는 겁니다. 그리하여 다신의 체계를 지금처럼 유지한다면 균형을 그대로 유지될 것이고 카릴 님께서 목숨을 내어놓을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죠.”
“토스카의 계획인가?”
“아닙니다. 밀리아나 님의 계획입니다. 토스카 님께 카릴 님의 계획을 듣고 난 이후 모두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거절한 이는 아무도 없군요.”
“저 용의 여제가 말도 안 되는 짓을 벌이는군.”
나인 다르혼은 저 멀리 신들을 바라봤다.
“신살(神殺)의 10인은 질 겁니다. 저희들이 합세한다 하더라도 전투의 판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겁니다. 하지만…….”
데릴이 고개를 들었다.
“인류가 힘을 합친다면…….”
놀랍게도 저 멀리 수백만 군의 병력들이 천천히 진군하기 시작했다.
“고작 네 명의 신. 한 번쯤 도전해 볼 만하지 않겠습니까?”
“앙큼한 녀석. 네 녀석이 이미 다른 이들에게도 계획을 말했나 보구나.”
나인 다르혼의 말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목숨을 내걸어야 할 일입니다. 하나 저희는 이제 카릴 님을 따르기로 맹세한 지금, 싸우고자 합니다. 부디 선배님들의 힘을 빌려주시기 바랍니다.”
“주제넘은 소리 하지 마.”
데릴의 말에 나인 다르혼은 차갑게 말했다.
“카이에 에시르의 비밀을 알고 있고 우리보다 파렐에 대해서 깊이 관여하고 있기에 신좌의 전쟁에 조금 더 알고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거기까지야. 네놈이 뭐라고 목숨을 걸자는 얘기를 해?”
“……네?”
나인 다르혼은 당황해 하는 데릴에게서 눈을 돌려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신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목숨을 아껴라. 네 녀석들이 진정 카릴을 따른다면 그게 그가 바라는 일이라는 걸 알 터. 그 때문에 놈은 혼자서 짊어지고 가려는 거니까.”
우우우우우우웅…….
“좋아. 나의 불사가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을지 도전해 보마. 신의 불멸마저 씹어 삼킨다면 나의 불사가 완성되는 것일 테니.”
그의 주위에서 타락의 검은 기운과 함께 지면을 뚫고 슬레이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목숨을 걸 만한 일이지.”
나인 다르혼은 한쪽 입술을 혀로 쓸며 비장한 목소리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