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7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78화(478/497)
283. 종장(終章) (1)
“인간이 디멘션 스파이럴을 흡수하다니……. 저놈을 보니 이제 개나 소나 다 신의 힘을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죽고 싶어서 작정을 했구나.”
율라는 차가운 눈빛으로 밀리아나를 향해 말했다.
“길고 짧은 건 해봐야지.”
밀리아나의 등 뒤로 뜨거운 마력이 느껴졌다.
범접할 수 없는 그 기운에 특히나 대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들은 자신도 모르게 손에 땀이 흥건하게 맺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청나군…….”
“카릴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위압감이야. 태생적으로 용마력을 가진 디곤 일족이기 때문에 파편의 흡수도 더 빠른 건가?”
“그녀 역시 검과 마법을 동시에 쓸 수 있지만 확실히 그와는 전혀 다른 형태로군.”
나인 다르혼을 비롯한 마법사들은 저릿저릿한 밀리아나의 마력에 전투조차 잊은 듯 말했다.
“신의 힘에 취했나 보군. 그런 망언을 뱉어내다니 말이야.”
하지만 놀라는 그들과 달리 율라는 마치 안타깝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한심한 꼴이야. 고작 파편 하나를 가진 것밖에 안 되는 것이 세상을 제 손으로 다 주무를 수 있을 것처럼 말하는구나.”
“왜? 그 파편 하나 가지고 너희들은 신이라 칭했잖아. 세계를 창조하고 조물주로서 인간을 장기 말로 쓰지 않았던가?”
밀리아나는 율라의 말에 지지 않고 대답했다.
“고작 파편 하나 가지고 신이라 칭했던 과거가 부끄럽나 보지?”
“…….”
굳어지는 율라의 얼굴.
“으……!! 으아아악……!!!!”
그리고 남자의 죽음을 목도하던 뱀 입술의 여인은 끝내 이성을 잃은 듯 도망치려 했다.
푸욱-!!
하지만 그 순간 지면을 밟은 그녀의 아래에서 붉은 줄기가 돋아나며 마치 족쇄처럼 두 다리를 꿰뚫으며 옭아맸다.
“사, 살려……!!!”
바닥에 쓰러진 뱀 입술의 여인은 움직이지 않는 두 다리 대신 양팔로 바닥을 기며 율라의 곁을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다.
저벅- 저벅- 저벅-
하지만 양팔이 허우적거린 흔적만이 바닥에 남았을 뿐 그녀는 단 한 걸음도 도망치지 못한 채 다가온 율라의 차가운 시선을 맞이할 뿐이었다.
“그래. 인간 따위도 신의 파편을 가진 지금 고작 한 개밖에 가지지 않은 이 버러지들을 신이라 부를 수 없겠지.”
“제…… 제발…….”
뱀 입술의 여인이 양손을 싹싹 빌며 율라에게 사정했지만 싸늘한 그녀의 눈빛에 이미 돌이키기엔 너무 많이 건너오고 말았음을 느꼈다.
콰악-!!!
율라의 검이 정수리에서부터 정확히 뱀 입술 여인의 머리를 관통했다.
“컥…… 커컥…….”
턱밑으로 뚫고 나온 율라의 검에 뱀 입술의 여인은 입을 벌리지 못하고 비명조차 제대로 내뱉지도 못한 채 그저 몸을 부르르 떨었다.
율라가 검을 비틀자 여인의 몸 아래 붉은빛과 함께 그녀의 다리를 붙잡고 있던 줄기들이 마치 몸 안의 혈액을 빨아 당기는 것처럼 부풀어 올랐다.
부르르르르르…….
몇 번이나 들썩이던 여인의 몸이 순식간에 미라처럼 메말라졌고 빈 껍데기만 남았다.
스캉-
율라가 찔러 넣었던 검을 뽑아내자 검 끝에 여인의 디멘션 스파이럴이 있었다.
[신의 힘을 빼앗을 때마다 율라의 얼굴이 젊어지는 것 같군. 아무래도 너와 달리 그녀는 디멘션 스파이럴 그 자체를 흡수할 수 있는 모양이야.]알른 자비우스는 율라의 모습이 변하는 것을 보며 카릴과의 차이를 발견했다.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란체포라고는 하지만 그의 본질은 결국 인간이기에 빛과 어둠이라는 두 개의 속성을 가진 신의 힘을 쓰기 위해 그는 편법일지 모르지만 마력과 검이라는 상반된 방법을 통해 이뤄냈다.
즉, 율라처럼 신의 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것이 아니라 마력과 검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발현한 것이다.
“밀리아나.”
폴세티아의 힘을 기반으로 만든 아그넬을 닮은 창조의 검이 그의 마력에 푸르게 빛나기 시작했다.
카릴은 검을 쥐고서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응?”
“내가 가진 디멘션 스파이럴은 모두 4개지만 로드의 것을 제외한 나머지 3개는 마법을 매개로 융합한 것이다. 정확히는 내 힘이 아니지. 현 상태로는 3개의 디멘션 스파이럴을 모두 흡수한 율라를 상대로 솔직히 불리해.”
“그래서? 내가 가진 디멘션 스파이럴을 네게 달라는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렇게는 못 해.”
그녀는 퉁명스럽게 말했다.
“내가 이걸 가지고 있지 않으면 너는 네 목숨을 내놓을 거니까.”
카릴은 그녀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토스카가 괜한 소리까지 했나 보군.”
“괜한 소리라니. 그걸 숨겼다면 디곤에게 내린 축복이고 뭐고 황금룡도 가만두지 않았어.”
밀리아나는 검을 움켜잡았다.
카릴이 스스로 목숨을 내놓고 신의 소멸을 계획했다는 것을 알았을 때 가슴이 철렁했던 기분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너무 많은 것을 하려 하지 마. 네가 신의 힘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그 이전에 넌 인간이야.”
우우우우웅…….
그녀의 검이 붉은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신의 힘이었다.
동시에 마력을 끌어올린 팔에 혈관이 타들어 갈 듯한 고통과 함께 선명하게 도드라졌다.
“훕…….”
하지만 신음조차 내지 않고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며 신의 힘을 끌어 올렸다.
“그리고 나 역시 인간이다.”
카릴의 앞에 보란 듯이 신의 힘을 쓰며 그녀가 말했다.
“못 말리겠군.”
“언제는 날 말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녀의 대답에 카릴은 옅게 웃었다.
“부탁이 있다.”
“뭔데? 조금 전 내가 말한 것이 아니라면 뭐든지.”
“신을 죽여.”
“……뭐?”
생각지 못한 그의 대답에 밀리아나는 살짝 놀란 듯 되물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율라를 경계하는 시선을 떼지 않았다.
“말했다시피 내 힘은 율라를 상대하기엔 아직 조금 모자라다. 하지만 정령의 힘을 쓴다면 호각. 거기에 두 개의 마스터 키의 힘을 쓴다면 녀석을 상회할 수 있겠지만 그 힘을 모두 쓸 수 있는 건 찰나에 불과해. 기껏해야 한 번뿐이겠지.”
“그래서?”
“네가 그 한 번의 기회를 만들어달라는 뜻이다. 네가 가진 신의 힘으로 저기 남아 있는 균형의 신들의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져와.”
“설마…….”
“신의 힘까지 얻었으니 너라면 할 수 있겠지?”
카릴의 말에 밀리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다리겠다. 그리 길게 잡고 있을 순 없어. 5분. 5분 안에 저 셋을 죽여라.”
남아 있는 세 명의 균형의 신들은 카릴의 말에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소리쳤다.
“5…… 5분?! 감히 우리를……!!”
“건방지구나!!”
하지만 밀리아나는 그들의 말에도 불구하고 어깨를 풀 듯 검을 가볍게 원을 그리며 말했다.
“물론.”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돌렸다.
차앙-!!
그녀의 쌍검이 서로 교차되며 그어지자 날카로운 파공성이 들렸다.
“신살(神殺)의 대단원이다.”
파아앗—!!!!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두 사람은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 다른 방향으로 달려갔다.
“으아아아아아……!!!!”
카릴이 처음으로 포효를 지르듯 소리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차악-!!!
그가 손바닥을 들어 올리자 손등에 박힌 아인 트리거가 붉게 빛나며 화염이 일었고 바람이 그 폭염을 더욱 키워 거대한 불꽃이 율라를 향해 쏟아졌다.
파캉……!!
하지만 율라의 얼굴은 굳은 채 그대로였고 카릴이 만든 불꽃을 단번에 갈라버렸다.
“실드(Shield).”
검풍은 화염을 부수듯 지나 카릴을 덮쳤고 그가 황급히 마법을 펼쳤다.
창그랑……! 하는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리며 카릴의 실드가 일격에 부서졌다. 충격에 공중으로 몸이 붕 떠오른 카릴은 오히려 그 힘을 역이용하듯 몸을 꺾었다.
후으으으으읍……!!!
공기가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이 카릴이 둥글게 쥔 손바닥 안으로 고깔 형태의 소용돌이가 일었다.
우드득-
카릴의 손목이 뒤틀리는 것처럼 심하게 떨렸다.
퍽……!!!
몸을 반 바퀴 돌리며 손바닥을 율라를 향해 밀어 넣자 구 안에서 푸른 뱀이 입을 벌리며 그녀를 노렸다.
“흥…….”
하지만 이미 그것까지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율라는 감흥 없이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파캉-!! 카카카캉……! 캉!
율라는 순식간에 마엘의 얼굴을 움켜잡고서 바닥에 내팽개치며 카릴을 향해 달려왔다.
그녀의 검이 움직였고 마치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아주 천천히 그 검은 카릴을 향해 그어졌다.
파캉-!!!
하지만 시간이 느려진 것이 아니라 시간조차 넘어선 속도라는 것을 알았을 때.
“……!!!”
본능적으로 들어 올린 창조의 검 충격과 함께…….
산산조각이 났다.
푸른 크리스탈 조각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듯 뿌려졌지만 카릴은 개의치 않고서 다시 한번 허공에 손을 뻗었다.
휘이이이익……!!
그러자 광풍이 몰아쳤고 흩어졌던 조각들이 합쳐지면서 다시금 검날의 형태를 만들었다.
“훕……!!”
카릴이 가까이서 더욱더 율라의 영역 안으로 파고들었다.
“디그(Dig).”
2클래스의 하급 마법이었지만 율라의 발아래가 움푹 파이면서 그녀의 몸이 일순간 흔들렸다.
“흐아아아아아—!!!”
카릴은 그 틈을 노려 그녀의 목덜미를 노렸다. 하지만 한쪽 팔밖에 남지 않은 카릴의 공격의 궤도는 단순해질 수밖에 없었다.
율라는 창조의 검을 튕겨 냈다.
치이이익……!!
하지만 신의 힘을 머금고 있는 칼날의 힘은 유효했기에 그녀의 검도 타격을 입은 듯 검 날에 뜨거운 열기가 솟구쳤다.
“지긋지긋한 녀석!!!”
율라는 거칠게 그를 밀치며 주먹을 내질렀고 공중으로 뛰어올라 피하는 카릴의 다리에 적중했다.
우드드득……!!!
카릴의 정강이 쪽에서 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리며 왼발이 기형적으로 꺾였다.
“크아아아!!!”
하지만 그는 비명 대신 포효를 지르며 오히려 더욱 그녀에게 파고들며 마찬가지로 그녀의 허벅지에 검을 꽂아 넣었다.
“헉…… 헉…….”
바닥을 몇 바퀴나 구르며 쓰러진 카릴이 힘겹게 일어서며 율라를 바라봤다.
“쿨럭!!”
카릴이 기침을 하며 피를 토해냈다.
일격 일격이 그야말로 죽지 않은 것이 다행일 정도의 위력이었다.
“여기까지다. 신의 힘을 쓸 수 있다 하더라도 육체 자체의 능력은 결국 인간일 수밖에 없는 너는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격차가 벌어지고 말 거다.”
율라는 카릴을 향해 말했다.
“위대한 신의 힘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뼈저리게 느끼거라.”
[웃기고 있군. 힘에 취해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너 같은데.]그때였다.
[카릴.]알른 자비우스는 말했다.
[내가 없어도 볼썽사납게 쓰러지면 안 된다. 시간은 우리의 편이니까.]“……무슨 말이야?”
카릴은 정신이 없는 듯 입가에 흐르는 핏물을 닦지도 못한 채 그에게 물었다.
[밀리아나가 약속을 지켰다.]“……!!”
스아아아아아악—!!
그 순간 알른의 검은 기운이 바람을 타고 흩날리며 밀리아나의 앞에 나타났다.
[애썼다.]“……할 일을 했을 뿐이야.”
밀리아나의 얼굴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눈두덩이는 부어 제대로 앞을 볼 수도 없었고 쇄골은 으스러졌으며 팔과 다리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보란 듯이 율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들어 올렸고 율라는 그녀의 뒤에 쓰러진 세 명의 신을 바라보며 굳은 얼굴이 되었다.
[더 이상은 네 몸이 그 힘을 버텨 낼 수 없을 듯싶구나. 하긴……. 인간이 이 정도까지 가능한 것도 네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일 테지.]“아직 끝나지 않았어.”
하지만 밀리아나의 목소리엔 힘이 없었다.
스으으으윽…….
용족화로 두르고 있던 비늘이 사라지자 검고 생기 있었던 그녀의 머리카락이 놀랍게도 은백색으로 변해 있었다.
“……!!!”
“……!!!”
가진 모든 힘을 태워 버렸기 때문일까.
그녀의 변화에 모든 사람이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신의 목은 내가 딴다.”
툴썩-
하지만 말과는 달리 밀리아나는 그 자리에서 마치 줄이 끊어진 인형처럼 주저앉았다.
“제길…….”
일어서려 했으나 두 다리는 마치 남의 것인 양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틈을 만들어야 하는데……!!”
밀리아나는 자신의 두 다리를 있는 힘껏 때렸다. 하지만 아무런 느낌도 나지 않았다.
“젠장!!!”
[아가야.]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알른은 처음으로 그녀의 머리를 가볍게 쓸었다.
“낯 뜨겁게 무슨…….”
자신을 부르는 그를 향해 밀리아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카릴을 부탁한다.]“……뭐?”
[어려 보이지만 너보다 아니 우리보다도 더 오랜 세월을 살아온 녀석이니…… 그만큼 고집 센 놈이라 너 같은 여자가 아니면 녀석을 다룰 수 없을 게다.]알른은 허리를 숙여 바닥에 놓인 디멘션 스파이럴을 줍고서 그녀의 귓가에 속삭였다.
“무…… 무슨…….”
이런 상황에서 말도 안 되는 농담에 밀리아나는 당혹스러운 듯 말을 더듬었다.
[하하하하하!]그의 호탕한 웃음소리가 전장에 울렸다.
[너희들의 미래를 보지 못하는 것이 아쉽구나. 우습지만 죽고 나서야 생에 미련이 생기다니…….]어쩐지 그의 웃음소리엔 서글픔이 담겨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욕심이겠지.]알른은 눈을 감고서 손에 쥔 디멘션 스파이럴을 자신의 가슴팍에 집어넣었다.
[이 앞은 너희들의 것이니.]휘이이이이익……!!!!
그의 주변에 날카로운 마력이 휘몰아쳤고 검은 연기로 형체만이 있었던 그의 육체가 서서히 빛과 함께 인간의 모습으로 변했다.
찬란한 로브가 바람에 펄럭였다.
[산 자의 미래를 위한 발판은 사자(死者)의 몫이다.]마도 시대.
7인의 원로회의 수장이자 최고의 대마법사라 불리던 생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알른 자비우스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율라를 향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