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8화(48/497)
44. 마법 경연 (2)
“익스…… 퍼트 경연이라구요?!”
에이단 하밀은 카릴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거짓말. 익스퍼트(Expert)라면 최소 4클래스의 유저들이 참가하는 대회잖아. 저 꼬마가 마법사의 반열에 올랐단 말이야?’
믿을 수 없다.
미하일은 모르겠지만 그는 카릴의 전투를 봤었다.
무법항의 큐란을 죽인 실력.
그건 분명 완벽한 검술로의 승리였다.
‘설마 저 나이에 소드 마스터라도 된다는 말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야.’
현존하는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뿐만 아니라 과거를 통틀어 검의 길을 걷는 자 중에 최고라고 알려진 크롬조차도 열다섯에 경지에 올랐다고 알려져 있다.
‘대륙 역사상 이런 적은 없었어.’
에이단은 마른 침을 삼켰다.
만약 정말이라면…….
존재하는 모든 기록을 뒤집어버릴 엄청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너무 놀랄 필욘 없다. 아직 마법사가 될 만큼의 마력혈을 뚫진 못했으니까.”
“……네?”
표정을 들킨 에이단이 카릴의 말에 당황해하며 되물었다.
지금까지 자신의 페이스대로 임무를 수행했던 자신이었는데 어째서인지 카릴의 앞에서만 자꾸 흐트러지고 말았다.
애써 속내를 숨기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릴은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남은 시간 동안 그를 부탁한다. 나는 잠시 볼일이 있어 다녀올 테니까.”
“아, 알겠습니다.”
에이단은 꾸벅 그에게 대답했다.
‘아직 너에겐 뽑아낼 것들이 많으니까. 조금 더 노력해 주라고.’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 * *
아조르의 외각.
카릴은 일부러 도시를 벗어나 깊은 안쪽으로 들어갔다.
‘흠, 이쯤이면 괜찮으려나.’
그는 주위를 살폈다.
느껴지는 인기척은 없었다.
‘마법사 대부분이 거주하는 아조르에서 이런 숲에 올 사람은 기껏해야 성에 땔감을 대는 인부들뿐일 테니까.’
울창한 나무들 사이에서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용의 심장 덕분에 얻은 마력 때문에 바르고 시라를 속여 익스퍼트 경연에 출전을 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그의 몸에 뚫린 혈맥은 2개뿐.
원칙대로라면 겨우 1클래스의 유저일 뿐이었다.
‘내가 쓸 수 있는 것은 아인헤리에서 익힌 1클래스의 보조 마법과 기초마법까지다.’
가게를 찾아서 마법서를 구입한 것은 애초에 미하일 때문이었다.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마법을 익히지 못한다. 마력혈을 뚫으면서 마력을 축적시키는 일반인들과 달리 나는 반대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익스퍼트 경연에 참석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마스터(Master) 경연의 참가자격.’
4클래스에 도달하여 마법사의 반열에 올라야 마스터 경연에 참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 주어진다.
지금 상황에서 마력혈을 뚫을 방법을 찾지 못한 그에겐 불가능한 일.
‘그러나 익스퍼트 경연에서 우승을 하면 다르다. 마법사들을 찍어 누르고 그 실력을 실전에서 증명하게 된다면 다른 측정 없이 바로 마스터 경연에 참가할 수 있게 되지.’
거기에 그의 목적이 있었다.
‘7인의 원로회가 만들었다는 초대(初代) 마법.’
카릴은 기억을 떠올렸다.
‘이곳이 폐허가 되기 전에 그 3개의 마법을 내가 얻어야 한다.’
전생에서 그 마법을 쓸 수 있는 자는 아무도 없었다.
[이게 아직도 남아 있다니. 놀랍군. 250년 전에 카이에 에시르가 했던 말이 농담인 줄 알았는데 말이야.]-무슨 말을 했는데?
괴물들의 시체가 산을 이루고 있는 폐허가 된 아조르에서 나르 디 마우그는 씁쓸한 웃음을 지으면서 말했다.
찬란한 마법의 위상을 꽃피우던 마법 도시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도시를 세웠다고 알려진 7인의 원로회를 상징하는 첨탑들은 모조리 부서진 지 오래였다.
끝까지 도시를 수호하려던 마법사들의 시체들이 갈기갈기 찢겨 괴물들과 함께 묻혀 있었다.
[그자가 그랬었지. 태초에 인간에게 마법을 알려준 존재는 드래곤이다, 라고.]-뭐?
[지금도 나 말고 다른 드래곤들은 대륙의 일에 무관심하니까. 인간과의 관계가 우호적이라 생각지는 않거든.]-흐음…….
[솔직히 우리도 잊고 있었던 이야기다. 그리고 인간에게 누가 마법을 가르쳐주었든 무슨 상관이겠어. 인간의 마력이야 보잘것없고 우리를 위협할 수 없는데 말이야. 지금처럼 무관심할 수밖에.]그는 폐허의 잔해를 뒤지면서 말했다.
[물론, 카이에 에시르 같은 별종도 있지만 말이야.]-그런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카릴은 검을 두 팔 사이에 끼고서 팔짱을 낀 채로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 그게 상관이겠어. 그런데 여기에 용마법이 있을 줄이야. 그것도 드래곤인 나조차도 기억에서 잊혀진 마법이 아직 남아 있다니.]그는 잔해 속에서 무언가를 끄집어냈다.
시커멓게 타들어 간 마법서.
우우우웅……!!!
형체를 알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가 자신의 마력을 불어 넣자 놀랍게도 언제 그랬냐는 듯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7인의 원로회가 드래곤의 제자이기라도 했단 말인 건가…….
카릴은 그 광경에 신기했지만 별 관심을 가지진 않는 모습이었다.
애초에 마력이 없는 몸이었으니까.
마법은 자신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그 반대일 수도 있지.]나르 디 마우그는 마법서를 빙그르르 돌리며 말했다.
[7인의 원로회라는 자들이 드래곤이었을지도.]카릴은 천천히 의식을 집중했다.
마력혈에서 느껴지는 충만한 마력이 서서히 두 팔을 타고 손가락 끝에 모였다.
“염지(炎指).”
펼친 손가락 위로 작은 불꽃이 일었다.
가장 기초적인 화염계 마법.
‘생성된 불꽃을 구체 형태로 만드는 것이 화구(火球), 화살의 형태로 만드는 것이 화시(火矢).’
두 개 모두 1클래스 마법.
기껏해야 궁병의 불화살 정도의 위력에 불과한 공격 마법이었다.
‘하지만 카이에 에시르의 마법은 1클래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엄청난 위력이었지.’
카릴은 손바닥을 펼쳐 천천히 앞으로 내밀었다.
‘일반적인 마법은 여기서 바로 화구를 날린다. 하지만 카이에 에시르는 달랐다.’
그는 마치 단계를 밟아 가듯 무영창의 마법으로 위력을 중첩시켰다.
‘염지, 점화, 열기, 발화.’
4단계에 걸친 중첩 이후 그가 쓴 화구와 화시는 말 그대로 상식을 뛰어넘는 엄청난 위력을 발현했다.
‘모두 다 제국인이라면 배울 수 있는 생활 마법 중의 하나인 기본 마법이다.’
그러나 그 어떤 마법사들도 최하위 마법을 통해 마력을 중첩 시킨다는 개념을 생각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 없는 거겠지.’
고위급 마법사들이 가지는 자존심.
그들은 더 높은 클래스의 마법이 무조건 더 강하다는 진리를 가지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언제나 마법사들은 자신이 보유한 마력의 양에만 집중했다.
‘그래서 만들어진 것이 에이단의 마력변형과 같은 술법들.’
물론.
그 자존심에서 만들어진 개념들이 완전히 틀린 것만은 아니다.
외부에서 마법에 응축시키는 마력의 양보다 차라리 몸 안의 마력을 응축시키는 것이 안전하고 소모되는 양도 적다.
그리고 그 생각을 뒤집은 것이 카이에 에시르.
‘더 강한 마법을 쓰기 위함은 같지만, 방법은 완전히 다른 체계다.’
발상의 전환.
하지만 그 전환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제약이 존재한다.
태어날 때부터 마력과의 친화력이 있는 것이 아닌 카릴은 갑작스럽게 마력을 얻었다.
전문적으로 마법을 배우기는커녕 마력조차 없었던 그였기 때문에 이러한 생각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자존심을 버리고 말고의 것이 아니지.’
카이에 에시르의 방식은 그만큼 방대한 마력을 가지고 있어야 가능한 것이었으니까.
꽈드득-
카릴은 손바닥을 쥐었다가 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그 어떤 제약도 받지 않는다.
주체할 수 없을 정도의 넘치는 마력이 지금 마력혈에서 들끓고 있었으니까.
‘게다가 지금의 난 미하일과 달리 마법에 대한 이해도 역시 낮다. 복잡한 수식들과 원리를 지금 당장 익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자신이 가장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마법인 1클래스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
보통의 사람들이 이런 얘기를 듣는다면 모두 미쳤다고 할 것이다.
클래스의 차이는 곧 위력의 차이.
그건 화염 불 앞에서 성냥불로 싸우는 것과 똑같은 말이었다.
‘해답은 이미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카릴은 의미심장한 표정을 지었다.
레드 드래곤 리세이라의 기억 속에서 이미 그것을 발견했으니까.
-클래스를 나누는 것 자체가 바보 같은 짓이지. 1클래스의 마법에 5클래스의 마력을 쏟아부으면 그게 더 이상 1클래스라고 할 수 있느냔 말이지.
카이에 에시르가 했던 말을 카릴은 떠올렸다.
“그리고 5클래스의 마력이 아니라 6클래스, 7클래스의 마력을 중첩 시킬 수 있다면?”
콰득…… 콰드드득……!!
“점화(點火).”
그의 손바닥 위에 만들어진 불꽃이 마치 당장에라도 폭발할 것처럼 붉은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촤악–!!!
“열기(熱氣).”
기억을 떠올리며 카릴은 순차적으로 카이에 에시르가 했던 영창을 나지막하게 읊었다.
“크윽?!”
그때였다.
마지막 발화(發火)의 단계가 남은 시점에서 그는 극심한 격통을 느꼈다.
츠즈즈즉……!
그 순간 카릴의 손목에 차고 있던 탐욕의 팔찌에 달린 뱀의 입에 담긴 보석이 번쩍였다.
그러자 응축되었던 마력이 팔찌에 흡수되기 시작했다.
“후우…….”
마력이 팔찌에 흡수되자 통증은 사라졌지만, 그 때문에 시전했던 화염마저 사라지고 말았다.
‘뚫린 두 개의 마력혈에서 쏟아 낼 수 있는 마력의 한계 이상으로 마력을 시전하게 되면 안정화를 위해 팔찌가 발동한다.’
탐욕의 팔찌는 들끓는 자신의 마력을 진정시켜주지만 반대로 한계 이상을 뛰어넘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했다.
‘내가 해결해야 할 일은 이거다.’
그는 다시 한번 마법을 시전했다.
“염지(炎指).”
손가락 끝에서 생성된 작은 화염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냉지(冷指).”
그리고 반대쪽 손을 펼쳐 다시 한번 마력을 응축시켰다.
부르르르…….
그의 손이 가볍게 떨리더니 작은 얼음 결정들이 생겨났다.
‘역시…….’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의 예상대로.
한 가지 속성을 응축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두 가지의 속성 마법을 동시에 한계치에 가깝게 시전한다.
“후우…….”
두 가지 속성의 마법을 동시에 시전하는 이 모습만으로도 마법계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기 충분했다.
“점화(點火).”
다섯 개의 불꽃이 폭발하듯 커졌다.
“빙결(氷結).”
그와 동시에 순차적으로 반대 속성의 마법을 끌어 올렸다.
“열기(熱氣).”
콰드득…….
카릴은 손에 힘을 주었다.
그러자 처음과는 달리 위태로웠던 불꽃이 마치 반대 속성의 힘에 누그러지듯 안정되기 시작했다.
‘됐다!’
그의 손바닥이 불에 달궈진 것처럼 시뻘겋게 변했다
“냉기(冷氣).”
콰가가가가……!!!
수증기처럼 새하얀 김이 냉기를 시전한 반대쪽 손에서 일어나더니 두 개의 속성이 서로 싸우듯 그의 몸 안에서 일렁이기 시작했다.
‘할 수 있다.’
카릴은 그 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쾌재를 외쳤다.
무색의 속성.
그가 가진 마력의 속성으로 스스로 한계를 뛰어넘고자 하는 것이었다.
검을 쓰는 그가 어째서 마력만으로 싸우는 경연에 집중하는 것일까.
단순히 전생에 얻지 못했던 힘이기 때문이 아니다.
‘7인의 원로회가 정말로 드래곤이었다면 그들이 남긴 마법을 인간이 배우지 못하는 것도 당연한 일일 것이다.’
카릴은 새하얀 김이 솟아오르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초대 마법이 드래곤의 마법이라면…….’
대륙 그 누구도 동시에 두 가지의 속성을 쓸 수 있는 마법사는 없다.
그것으로 끝이 아니다.
용의 심장을 먹고 환골을 한 카릴은 인간의 범주에 있는 마법의 속성을 가지지 않았다.
비록 아직은 기초 마법에 불과하지만 현존하는 5대 속성의 마법을 그는 모두 쓸 수 있다.
그가 가진 마력은.
말 그대로 용마력이라 할 수 있었다.
곧.
‘오직 나만이 초대 마법을 익힐 수 있다.’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