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8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85화(485/497)
283. 종장(終章) (8)
“인간이라…….”
율라는 카릴의 단호한 결의에 대해 냉소로 회답했다. 그녀는 마치 조금 전 느꼈던 공포에 대하여 스스로 용납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과연 인간으로 머물러서 나를 이길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그녀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그를 바라보는 눈빛은 마치 가소롭다는 듯 느껴졌다.
“지금껏 나에게 도전을 한 자들이 왜 실패를 했는지 누구보다 네가 잘 알 텐데. 바로 자신의 존재성을 지키고자 했기 때문이다.”
저벅- 저벅- 저벅-
율라는 천천히 걸음을 떼며 카릴을 향했다.
“인간으로서, 드래곤으로서, 정령으로서……. 순리를 바로 잡고 존재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신과 싸우겠다.”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신살(神殺)? 그래, 그것이 너희 인간의 번영을 위한 것이라면 어쩌면 신의 존재가 잘못된 것일지도 모르지. 하지만 네놈들이 하는 말은 결국 번지르르하기만 할 뿐 결국은 변혁을 위한 자신의 희생을 두려워하고 안주하려는 핑계에 불과할 뿐이야.”
스캉-
붉은 검이 카릴을 향했다.
“그리고 결국 너도 선대자들과 마찬가지인 전철을 밟을 뿐이다. 아주 잠깐이나마 네게 두려움을 느꼈으나 끝내 너도 인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카릴은 그런 그녀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두려움을 느꼈나? 내게?”
그러고는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빠득-!!
그의 반응에 율라의 얼굴이 일그러지며 이를 갈았다.
“넌 결국 인간임을 버리게 될 것이다.”
철컥-!! 쿵!!
그녀의 갑옷이 흔들리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카릴을 향해 튀어 나갔다.
후우우우우우웅……!!
율라가 발을 내디딜 때마다 지진이 난 것처럼 땅이 흔들렸고 그녀에게서 느껴지는 신력에 카릴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예상은 했지만 그녀는 완벽하게 디멘션 스파이럴을 흡수한 모양이야. 지금의 내 힘으로는 그녀를 대항하기 어렵겠지.’
그렇기에 생각했던 것이 신화(神化)였으나 이제 그 방법은 논외의 것이 되었다.
“수안. 네 덕분에 그래도 방법을 찾을 수 있었다. 너희들에게 고맙게 생각한다.”
카릴은 수안 하자르의 몸에 새겨져 있는 세 개의 디멘션 스파이럴을 뽑아내었다.
우우우웅…….
에메랄드빛의 파편들이 수안의 몸에서 나오자 시체는 순식간에 제가 되듯 가루가 되며 사라졌다.
무려 세 개의 신력을 소모한 인간의 육체는 형체조차 남길 여력조차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쿵-
수안 하자르가 사라지고 남은 건틀렛만이 덩그러니 바닥에 놓여 있었고 거암 군주는 그것을 쥐었다.
[우리의 힘도 받아주게.] [계약자의 죽음을 헛되이 할 수 없지.]대지의 정령왕과 번개의 정령왕의 힘이 카릴의 몸 안에 스며들었다.
화르르르륵……!!!
카릴의 전신을 감싸는 충만한 정령력은 카릴을 압도할 듯 보였던 디멘션 스파이럴의 난동을 가라앉혔다.
“…….”
이제 그는 인간의 정점이라 불리는 영역을 훨씬 뛰어넘은 존재가 되었지만 그래도 여전히 율라와의 싸움은 여전히 불리했다.
‘너는 결국 인간임을 포기하게 될 것이다.’
율라의 말이 마치 저주처럼 그의 귀에 맴돌았지만 이내 곧 상념을 떨쳐내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간다.”
밀리아나의 결의가 담긴 목소리가 들리자 카릴 역시 검을 들어 올렸다.
정령의 힘이 아그넬에 응축되자 불꽃과 얼음, 번개와 바람, 대지와 빛 그리고 어둠이 서로 융합되듯 시시각각 색을 뿜어냈고 각각의 정령력은 신력을 머금으며 마치 소용돌이처럼 춤을 췄다.
“후읍…….”
[카릴, 명심해라. 율라와 달리 너는 인간의 육체이기에 신력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매개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당연히 우리가 될 것이다.] [인간이 신력을 사용함에 있어 필요한 것은 생명력. 그 때문에 신력을 사용하게 되면 그 대가로 인간은 소멸하게 된다. 우리는 그 소멸을 막을 것이다. 그러니 네가 할 수 있는 모든 공격을 토해내라.] [신수가 태어나듯 정령은 자연이 존재한다면 언젠가 다시 나타날 것이다.] [우리의 소멸이 정령계의 소멸은 아니니……. 우리 역시 후대를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겠지.]정령왕들은 이미 마음을 굳힌 듯 기다렸다는 듯 카릴에게 말했다.
콰아아아아아앙—!!!
율라의 검과 카릴의 검이 서로 맞물렸다.
두 검이 부딪히는 순간 그들을 감싸고 있던 검은 안개가 폭풍에 밀려나듯 사방으로 흩어졌고 차원이 붕괴될 것 같이 대지가 흔들리고 공기가 깨졌다.
실로 신의 싸움.
지금까지 디멘션 스파이럴을 썼던 이들과의 전투와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었다.
“흐아아!!!”
날카로운 기합 소리.
탁-
조금 전 엄청난 굉음 뒤로 들리는 아주 작은 발걸음 소리. 귀를 기울여야 간신히 들릴 것 같은 미세한 소리였지만 어느새 카릴과 율라는 그 찰나의 순간에 수십, 수백 합의 검을 서로 주고받았다.
“…….”
말 그대로 전광석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율라는 자신의 힘을 따라붙는 카릴을 보며 살짝 굳은 얼굴이 되었다.
똑같이 디멘션 스파이럴을 가지고 있다 하더라도 몸 안에 흡수한 그녀와 검의 도움을 받는 그와는 천지 차이였다.
그런 그가 율라를 상대로 호각을 이룰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뿐이었다.
“정령의 목숨이 다하는 소리가 들리는구나.”
말을 나누는 와중에도 서로의 급소를 노리는 경합은 끝나지 않았다.
복부를 향해 날아드는 율라의 검날. 그것을 쳐내면서 목을 베려는 카릴의 검을 다시 날개로 막아 내며 그의 다리에 때려 넣는 신력, 그것을 피하면서도 그녀의 옆구리를 노리는 마엘의 날카로운 이빨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서로 맞물리고 있었다.
휘히이이익……!!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마엘을 율라가 팔로 쳐냈다. 하지만 그 순간 푸른 뱀은 빠르게 회전하며 그녀의 팔을 순식간에 감았다.
묵직한 느낌이 들었고 그녀의 팔이 아주 잠깐이지만 경직되었다. 백만 분의 일 초, 아니, 천만 분의 일 초의 멈춤일지도 모르는 찰나라 부르기도 힘든 그 빈틈을 카릴은 놓치지 않았다.
섬격(殲擊).
카릴이 아그넬을 허공에 그었다. 두 개의 힘이 교차 되면서 일어나는 충격으로 만들어지는 파동의 검날 대신 이번에는 아그넬이 그어진 자리에 마치 공간이 빨려 들어가는 것 같은 공허가 만들어졌다.
콰드득……! 콰각……!!
종이를 구기는 것처럼 일그러진 공간 속에서 에메랄드빛이 폭발했다.
아그넬에서 뿜어져 나왔던 카릴의 신력과 더불어 정령왕들이 머금고 있는 파편의 힘이 공중에서 충돌하여 섬격을 만든 것이었다.
휘이이이익……!!!
일그러진 공간은 무시무시한 속도로 회전했고 보이지 않는 칼날이 율라를 덮쳤다.
콰아앙!!
카가가가가가……!!!
날카로운 검격의 소리가 들렸지만 율라의 비명은 없었다.
“신의 힘을 담는다 한들 인간의 영역에서의 검술은 결국 신보다 아래일 수밖에.”
“……!!”
어느새 그의 등 뒤로 나타난 율라.
촤아아악—!!
그녀는 자신의 팔을 감쌌던 마엘은 거칠게 뜯어내고서 뱀의 아가리를 단번에 찢어 버렸다.
검붉게 불타는 율라의 검은 망설임 없이 카릴을 향해 내질러졌고 마치 그 순간 퍼억-!! 하는 둔탁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검에 핏물이 번졌다.
“컥…….”
하지만 그것은 카릴의 피가 아니었다.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든 하가네는 자신의 몸통을 관통한 검을 두 팔로 안듯이 꽉 붙들었다.
“지금……!!”
동시에 하가네는 기다렸다는 듯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가 밟고 서 있던 피 웅덩이에서 수십 개의 붉은 줄기가 솟아나며 그녀를 덮쳤다.
“흠.”
하지만 율라는 목숨을 대가로 한 그의 공격에 어떠한 감흥도 없는 듯 하가네의 머리를 잡고서 그대로 검을 뽑아냈다.
쾅! 쾅!! 콰가가가가가강……!!
그녀를 옭아매려던 핏물들은 어느새 율라가 만든 광선들에 의해 모두다 소멸되고 말았다.
촤아악……!!
율라의 검은 순식간에 하가네를 소멸시키며 카릴을 노렸고 그녀의 공격을 튕겨내는 순간 쨍-! 하는 소리와 함께 아그넬에서 금이 가며 디멘션 스파이럴 하나가 뽑히듯 떨어졌다.
솨아아악……!!
금이 간 틈으로 연기가 빠져나가듯 정령의 기운이 약해졌다. 하가네가 만든 틈은 허무할 정도로 실패하였고 마왕의 주검만이 검은 연기로 사라졌다.
“너희들의 부질 없는 욕망으로 쌓아 올린 탑은 그저 모래 위에 올린 것과 다름없지. 신이 왜 신인 줄 이제 알겠느냐. 남에게 기댈 필요 없이 오직 스스로 고귀하고 압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떨어진 디멘션 스파이럴을 주워 카릴에게 보이며 말했다.
“피조물이 신의 힘을 탐했을 때부터 승부는 정해져 있었던 거야. 나를 상대하고자 한다면 신좌에 오르는 것뿐.”
율라는 그를 향해 웃었다.
“그렇지 않으면 이 세계는 파멸한다. 나에게 도전한 대가로 너의 소중한 모든 것을 가져가겠다. 클클클……. 설령 네가 이긴다 한들 네게 남은 미래는 지독한 고독뿐이겠지.”
“그래?”
그때였다.
화아아아아악—!!!!
“그렇다면 너를 밑바닥으로 끌어내리면 되겠지. 고귀한 신이 아니라 우리가 밟고 있는 이 땅바닥으로……!!!”
율라의 허리가 꺾였다.
등 쪽에서 가슴 앞으로 뭔가가 튀어나왔다. 그녀의 사각을 노린 밀리아나의 일격이었다.
하지만 신력을 가진 카릴의 검도 피해를 입히지 못했는데 고작 마력이 담긴 그녀의 일격은 율라에게 그저 우스울 따름이었다.
“부질없…….”
하지만 그 순간 율라의 얼굴이 창백하게 굳어졌다. 자신의 가슴을 뚫고 나온 뭔가를 중심으로 마치 신력을 과도하게 사용했을 때의 인간들처럼 검은 혈맥이 도드라졌다.
“쿨럭……? 쿨럭!”
그녀는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비틀거렸다.
“토스카의 뼈……?”
놀랍게도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새하얀 물건은 검이 아닌 황금룡의 가시였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율라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제야 자신의 가슴에 박혀 있는 날카로운 뭔가의 정체를 확인하고서 그녀는 밀리아나를 향해 잡아먹을 듯 소리쳤다.
“컥……!! 네, 네년이 감히……!!”
푸웃—!!!!
분노에 찬 얼굴로 힘겹게 토스카의 뼈를 뽑아내자 그녀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왔다.
“무색의 속성이라 불리는 용마력은 인간에게 있어서 신력을 쓰기 위한 가장 훌륭한 힘이지만 그 역시 신력을 감당할 수는 없지.”
“쿨럭……!”
“그런 의미에서 신인 너에겐 오히려 독이 될 수밖에. 어때? 너도 느껴봐. 우리가 어떤 고통을 감내하며 싸워왔는지.”
“미친……! 너희들이 깜냥도 되지 않는 주제에 힘을 탐했기 때문이지 않더냐!! 어디서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지껄이느냐!!”
율라의 가슴에서 검은 혈맥들이 마치 가뭄에 갈라진 땅처럼 순식간에 퍼지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아!!!!”
비명이 들렸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신의 힘을 쓸 때마다 밀려오는 고통에 그녀는 저주했다.
“이런다고 이 전쟁의 결과가 바뀔 것 같으냐!!!!!”
화아아아악……!!
율라가 두 팔을 벌리자 검은 안개가 그들의 주위를 감쌌다. 순식간에 맹렬한 광풍과 함께 카릴과 밀리아나의 주위로 암흑이 찾아왔다.
‘세리카……!!! 정신 차려……! 일어나!!!’
‘쿨럭, 젠장…….’
‘비올라 님, 어서 후퇴를!! 전선이 무너집니다!!’
‘으아아아아아—!!’
‘북부의 용사들이여! 죽음을 두려워하지 마라!! 돌격하라!!!’
‘여제께서 저 안에 있다! 남부인들은 모두 무기를 들어라! 야만의 용기를 보여라!!’
‘사, 살려줘……!!’
‘쿨럭……! 제, 제발……!!’
‘자유국의 기사들이여…… 진격하라!!’
‘골렘부대! 생존자 보고!!’
‘마법 전개!! 모든 마법회의 마법사들은 전력을 다하라!!!’
싸워—-!!!!!
여기저기에서 들려오는 절규와 같은 외침들.
검은 안개 속에서 끝없이 들려오는 그들의 비명은 카릴에게 이 전투의 끝을 알리는 경종 소리 같이 들렸다.
신이 만든 마물들에 의해 처절하게 죽어 가는 병사들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이 전투의 결말이 이미 정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패배.
고작 이 한 단어로 지금까지의 사투를 정의 내리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그 결과는 틀리지 않을 것이다.
짜악—!!!!!
그때였다.
먹먹한 얼굴의 카릴은 아찔한 충격에 황급히 앞을 바라봤다.
“정신 차려!!!!”
밀리아나였다.
“안개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는 아무도 알지 못해! 율라의 농간일지 아니면 정말로 그들의 처절한 죽음일지 확인할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하나야. 여전히 저들은 싸우고 있을 것이고 너 역시 싸워야만 한다는 것이야.”
슬펐다.
동료를 잃었던 전생의 그 날도 어쩌면 그들을 잃은 슬픔보다 분노가 카릴을 지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 그는 처음으로 슬픔이란 감정에 솔직해질 수 있었다.
주르륵-
날카롭게 선 칼날 같았던 그의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밀리아나는 그런 그를 꼭 안았다.
“고개를 들어.”
카릴은 그녀를 바라봤다.
“저들의 절규를 잊지 마. 저것은 의지니까. 고통에 차 있다 한들 우리는 꺾이지 않을 거야.”
아이러니하게도 이 슬픔이 그를 더 강인하게 만들어 줄 무기가 될 것이었다.
그리고 그 슬픔의 마지막이 밀리아나가 될 것임을 카릴은 직감했다.
“멈춰…….”
카릴을 안아 주었던 그녀가 옅게 웃었다.
“신의 힘이 없다면 틈을 만들 수 없어. 하가네의 희생 덕분에 일격을 가할 수 있었지만……. 그걸론 역시 부족했어. 하지만 다행이지. 이걸 빼앗기지 않았으니까.”
어느새 그녀는 토스카의 뼈로 상처를 입고 사라진 율라가 떨어뜨린 신의 파편을 그녀가 쥐고 있었다.
“역시 나 이외에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어.”
밀리아나는 말했다.
그녀는 마지막 파편을 꽉 움켜잡으면서 말했다. 용마력을 지닌 그녀만이 디멘션 스파이럴을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신과 똑같은 힘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더 강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겨우 일격에 불과하지만 파편의 힘을 쓰게 되면 단 한 번의 기회를 만들 수 있어.”
“……그만!! 간신히 마계의 힘으로 살아남은 네가 또다시 디멘션 스파이럴을 쓰게 된다면 어찌 될지는 누구보다 네가 가장 잘 알잖아!!”
그녀의 육체는 이미 누더기를 하나하나 기워서 간신히 이어 붙인 것과 다름없었다.
신력의 사용으로 너덜너덜해진 육체를 마계의 유물과 마왕의 힘으로 간신히 붙여 놓았으니 그야말로 언제 부서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태였다.
게다가 그녀의 육체를 유지하고 있는 마계의 힘인 극상의 마력은 신력과는 정반대의 힘이었기에 또다시 디멘션 스파이럴을 사용하게 된다면 일말의 여지도 없이 그녀는 죽게 될 것이었다.
“널 잃는 것보다 나아.”
하지만 밀리아나는 카릴의 손을 가볍게 뿌리치며 말했다.
“부디 신에게 굴하지 말기를……. 나의 왕이시여.”
“밀리아나……!!!”
그의 외침 뒤로 그녀는 안개 속으로 뛰어들었다.
* * *
짙은 어둠.
의식조차 유지하기 어려운 어둠 속에서 밀리아나는 손에 쥔 신의 파편을 꽉 붙들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 건가.’
그녀는 쓴웃음을 지으며 자신의 가슴 안쪽에 파편을 가져갔다.
“네가 만들 미래를 보고 싶었는데…….”
하지만 홀가분하다는 얼굴로 그녀는
“믿는다. 카릴, 북부와 남부가 핍박받던 오랜 시간 속에 네 존재는 그야말로 빛이었다. 네가 우리를 이끌었던 첫날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어. 그러니 앞으로 만든 미래 역시 분명 밝을 테지.”
우우우우웅……!!
디멘션 스파이럴이 빛이 났다.
그녀는 자신의 최후를 맞이하기 위해 있는 힘껏 눈을 감았다.
[분명 네게 카릴을 맡긴다 하였거늘 그 목숨을 너무도 쉬이 놓아 버리는 것이 아니냐.]그때였다.
“알른?!”
안개가 일순간 뚫리면서 입구가 생겼고 그 안에서 나타난 존재의 등장에 밀리아나는 놀란 듯 바라봤다.
“남부의 여제여. 그것을 내게 다오.”
“당신은…….”
그 순간, 그녀는 알른의 뒤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의 주인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