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8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86화(486/497)
283. 종장(終章) (9)
“밀리아나……!!!!”
카릴은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미친 듯이 검을 휘둘렀다. 아그넬의 검날이 안개를 벨 때마다 날카로운 검풍이 일었지만 안개가 사라지는 것은 그저 일순간일 뿐 이내 곧 다시 빈자리를 채웠다.
[진정해라. 카릴.]폭염왕의 목소리가 들렸다.
카릴은 어느새 자신에게서 많은 정령왕들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 혼자 남은 건가.”
[신력은 사용함에 있어서 생명을 갉아먹으니까. 가능하면 우리들의 목숨만으로 결착을 짓고 싶었는데……. 미안하게 되었군.]라미느는 쓴웃음을 지었다.
“네가 사과할 일이 아냐. 내가 부족하기 때문이니까.”
검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카릴은 말했다.
[잘 봐라. 지금까지 중 가장 짙은 안개지만 의외로 신력의 밀도는 낮다. 아마도 율라가 토스카의 뼈에 의해 힘이 약해졌다는 증거겠지.]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는 잔인한 얘기겠지만 밀라아나가 만들어 줄 이 기회가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다.]“알고 있어.”
[문제는 이 안개 속에서 율라를 어떻게 찾느냐는 것인데…….]“그럴 필요 없어.”
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씁쓸한 얼굴로 말했다.
“조금 전부터 용마력이 느껴진다.”
그는 한 곳을 가리켰다.
“아마도 저곳에 그녀가 있겠지. 꼴사납지만 내가 할 일은 그녀가 있는 곳에 정확히 검을 찔러 넣는 것일 뿐이야.”
[그렇군.]화르르르륵……!!!!
폭염왕의 힘이 아그넬에 깃들자 부러진 검날이 붉은 화염을 머금으면서 마치 새것처럼 날카로운 위용을 발휘했다. 카릴은 안개 속에서 빛을 비추듯 맹렬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카릴은 그것이 폭염왕의 마지막 생명이라는 것을 잘 알았다.
“모든 것을 혼자 할 수 있을 것처럼 하더니 결국은 너희들에게 도움만을 받는군…….”
[그러기 위해서 우리가 존재하는 것이니까. 네가 없었다면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는 자들이 되었을 테지. 감사하게 생각한다.]라미느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스릉-
카릴은 검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어둠은 시야를 가렸고 안개는 그의 감각을 가두려 했지만 율라조차 막을 수 없는 용의 마력은 그를 온전히 인도하고 있었다.
[용서치 않으리라……!!!]검은 안개가 형상을 만들며 카릴을 향해 소리쳤다. 형상은 그를 잡아먹을 듯 덮쳤지만, 그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죽여 버리겠다……!!!] [감히 네가……! 네놈들이……!!] [인정할 수 없다……!!]환청은 카릴의 머릿속을 터져 버릴 듯 쏟아졌지만, 그는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오로지 느껴지는 하나의 기운에만 집중했다.
후아아악……!!!
안개들이 그의 몸을 통과할 때마다 카릴은 오장육부가 뒤틀리는 기분이 들었다.
영혼과 육체가 분리되는 것 같은 느낌은 마치 파렐 속에서 그가 시간을 거슬러 오던 그때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너는 괴물일 뿐이다……!] [정말로 네가 이 세계에서 인정받으리라 생각하느냐!] [저들은 결국 너를 두려워하게 될 것이다.]비틀-
끊임없이 쏟아지는 안개에 카릴의 다리가 휘청거리며 중심을 잃고 비틀거렸다.
[결국 또다시 홀로 남겠지……!!] [영원히 고독 속에서 고통받을 것이다!!!]검은 안개의 형상들은 카릴을 조롱하듯 그의 주변에 연신 모여들었지만 이내 곧 그는 여전히 눈을 감은 채 자리에서 일어났다.
“후…….”
뱉어내는 숨소리가 가늘게 이어졌다.
“조잘조잘 말이 많군. 허상으로 시간을 벌어야 할 만큼 급박한 상황인가?”
카릴이 눈을 떴다.
그의 한쪽 입꼬리가 올라가며 자신을 둘러싼 안개의 형상을 차갑게 비웃으며 말했다.
[네놈……!!!] [영원히 저주 받을 놈……!!] [인간이 신의 영역에 발을 들여 놓다니 그러고도 무사 할 줄 알았느냐!] [네 미래는 결국 나와 같을 것이다!]형상들은 온갖 저주를 그에게 뱉어 내기 시작했다.
“율라. 너는 모른다.”
하지만 그들의 외침을 들을수록 오히려 카릴은 더욱 더 승리를 확신하는 듯 말했다.
“내가 너희 신의 영령들이 뱉어내는 오물 같은 환청은 이미 파렐 속에서 지겹도록 들어왔다는 걸.”
그는 마치 회상을 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형상들을 향해 말했다.
“한 걸음 한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너희들은 내게 실패를 확신하고 죽음을 비웃으며 고통을 즐기며 나를 괴롭혔지. 셀 수 없을 만큼 오랜 시간이었다. 억겁과도 같은 그 외길을 나는 혼자서 걸었다.”
카릴을 바라보는 놈들의 눈빛에 불신으로 물든다.
“그때에 비한다면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지.”
본능적으로 그들은 느꼈다.
더 이상의 속임수는 무의미했고 자신의 세계가 이미 그에게 침범당했다는 것을 말이다.
화아아아악……!!
화아악……!!
카릴의 시선이 닿자 형상들이 하나둘 순식간에 연기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후우- 하아–
그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천천히 내뱉었다.
“혼자가 아니거든.”
마치 자신의 몸 안에 불꽃을 더욱 맹렬하게 태우기 위함 같았다.
“밀리아나.”
카릴은 한 곳을 응시했다.
스르릉-
그는 검을 잡은 손에 힘을 주었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그곳에 있는 힘껏 검을 베었다.
“네가 이 안에 있음을 알고 있으니까.”
쩌엉—!!!!
아그넬에 담긴 신력을 머금은 폭염의 힘이 안개를 순식간에 태우기 시작했고 마치 단단한 껍데기가 깨어지는 것처럼 어둠이 깨어졌다.
아니.
세계가 깨어졌다.
검이 베인 자리에는 공허만이 남았고 그 무(無) 속으로 깨어진 풍경의 파편들이 빨려 들어가듯 사라졌다. 그의 시야는 마치 거울 조각들을 깔아 놓은 것처럼 수십 개로 뒤엉켜 보였다.
후우-
카릴은 아그넬에 사라진 불꽃을 바라보며 숨을 토해냈다.
후우우-
검은 안개들이 날카로운 바람과 함께 그의 전신을 훑으며 달라붙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안개 저 너머에 진짜 적이 있기 때문이다.
후우우우-
다시 한번 마지막 숨을 토해낼 때 그를 부여잡는 진득한 안개에 미동조차 하기 어려워졌다. 마지막 힘을 쥐어 짜냈지만 검을 쥔 그의 팔을 들어 올리는 것조차 불가능했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카릴은 있는 힘껏 날카로운 포효를 내질렀다.
그 순간, 안개 속을 뚫고 나타난 하나의 손이 그를 잡았다.
“……!!!”
움직일 수 없었던 카릴의 팔이 안개를 뜯고 올라섰고 그의 팔을 잡은 손은 마치 그를 끌어안듯 자신 쪽으로 카릴의 팔을 잡아당겼다.
화르륵……!!
카릴의 팔을 잡은 손에서 흘러나오는 백금의 기운이 안개에 닿자 형상들은 고통에 발버둥 쳤고 순식간에 녹아내리듯 사라졌다.
카릴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동그랗게 뜬 눈으로 그 손을 바라봤다.
검이 움직였다.
그리고 검은 뭔가를 베었다.
푸욱-
섬뜩하게 살점을 파고 들어가는 관통하는 검날의 느낌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안개 속에서 그를 보호하듯 감싸는 마력은 확실히 그 마력은 용의 것이다.
찬란한 백금의 마력은 분명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오랜 세월 그와 함께했으나 지금은 존재할 수 없는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나르 디 마우그……?”
카릴은 빛 속에서 하나의 그림자를 향해 말했다.
“카릴.”
그러나 자신을 부르는 육성에 빛 속에 존재를 그는 알 수 있었다.
“……!!!”
카릴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자신과 밀리아나 이외에 용마력을 지닌 또 한 명의 존재가 있었다는 것을.
백금룡이 남겨 뒀던 최후의 안배.
전생에는 존재할 수 없었던 변화의 결과이기에 카릴은 그를 잊고 있었다.
“……아버지?”
자신의 미래가 바뀌었던 것처럼 크웰의 삶 역시 변하긴 마찬가지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였다면 전생과 달리 나르 디 마우그와의 만남이 그의 성장에 영향을 주었다는 점일 것이다.
하지만 그 성장이 단순히 검술의 진보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헤임에서 그와 격돌했던 당시 카릴은 그가 전생에는 쓰지 못했던 한 가지 힘을 얻게 되었다는 것을 알았으니까.
신력에 가장 가까운 무색의 힘.
용마력이었다.
“크……. 크아아아아!!!”
율라의 비명이 들렸다.
토스카의 뼈에 뚫린 상처 안으로 카릴에 검날을 타고 흐르는 크웰의 피가 그녀에게 닿자 율라는 몸을 부르르 떨며 고통을 참지 못했다.
검게 변한 혈맥 위로 백금룡의 피가 흐르자 남아 있던 신력과 반발을 일으키며 그녀의 육체를 갉아먹기 시작했다.
“카릴……. 크웰 경이…….”
밀리아나는 울먹이는 얼굴로 그를 향해 말했다.
“경께서 나 대신에…….”
울먹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녀가 하고자 하는 말이 무엇인지는 이미 카릴도 알고 있었다.
크웰이 밀리아나가 가지고 있던 디멘션 스파이럴을 사용하여 신력으로 율라를 붙잡고 있었던 것.
그리고 용 마력을 가진 그의 피가 율라에게 결정적인 타격을 입혔다는 것.
그리고…….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밀리아나. 너…….”
느껴지는 마력은 단 하나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카릴은 안개 속에서 그 마력이 그녀의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이 크웰의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 지금 뒤늦게 깨달았다.
“이미 용마력이 없었구나.”
마계의 유물로 눈속임을 했을 뿐 그녀는 첫 번째 디멘션 스파이럴을 사용할 때 이미 자신의 용마력을 모두 소진해 버린 지 오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파편을 쥐고 율라에게 뛰어들었다. 필시 자신의 목숨을 버릴 각오였음이 분명했다.
“크아아아아!!! 다 죽여주마! 없애 주겠어! 너희 인간도! 지긋지긋한 이 세계도……!! 이따위 것…… 파괴해 주마! 신을 따르지 않는 피조물들은 아무런 쓸모 없다!!”
크웰의 몸을 관통해 찔러 들어간 검이 심장에 박힌 율라는 미친 듯이 외쳤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그녀의 혈맥은 더욱더 빠르게 오염될 뿐이었다.
“으아아악—!!!!”
율라의 비명을 들으며 크웰은 오히려 자신의 몸을 꿰뚫은 검을 비틀었다.
율라와는 반대로 신의 힘에 잠식되어 가는 그 역시 고통스럽기는 마찬가지였지만 크웰의 얼굴은 평온하기 그지없었다.
“다행이구나. 지금까지 항상 늦어왔는데 적어도 마지막만큼은 늦지 않아서 말이야.”
“……아버지.”
카릴은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둘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만으로도 충분히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이었다.
원망도 화해도 지금에 와서는 불필요한 것이었다.
“네게 거짓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나대로 우리는 우리대로……. 그리고 너는 너대로. 이 세계를 위해 애썼던 것이니.”
크웰은 카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신살(神殺)이라……. 배덕한 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황송한 죽음이구나.”
그의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핏물은 점차 차올라 그의 입을 가득 채웠고 끝내 숨을 내쉴 때마다 끈적거리는 핏덩이가 쏟아졌다.
신력의 증거로 그의 혈맥은 순식간에 검게 변했고 핏덩이마저 더 이상 흐르지 않게 되었을 때 그는 움켜쥐고 있던 율라의 몸과 자신의 몸을 더욱더 아그넬의 검날 안으로 밀어 넣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서걱-
살이 베이는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율라는 비명을 지르며 검은 안개 속으로 흩어지듯 사라졌다.
“고개를 들어라.”
크웰은 혼신의 힘을 다해 마지막 말을 내뱉었다.
“암운의 시대는 끝났다. 저기 너를 믿고 싸우던 자들이 있다. 이제……. 그들을 보거라. 카릴.”
스아아아아악……!
강한 바람이 카릴의 얼굴을 때렸고 검은 안개가 사라지자 그의 주위에는 수많은 병사들이 있었다.
“주군……!”
“카릴 님……!!”
자신을 부르는 그들의 모습은 성한 곳이 없었다. 누군가는 팔이 잘려 나갔고 누군가는 다리를 잃었으며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 자도 있었다.
동료의 시체를 밟고 싸워야 했고 그들이 죽어가는 것을 목도해야만 했지만 그러나 그들의 얼굴에 절망은 없었다.
“결코 혼자가 아니다.”
크웰은 피곤한 듯 나른한 목소리로 카릴의 어깨에 기대며 속삭이듯 말했다.
“…….”
카릴의 팔이 머뭇거렸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밀리아나가 그의 팔을 품 안에 쓰러진 크웰의 어깨 위로 올렸다. 온기는 아직도 느껴졌지만 더 이상 그의 심장은 뛰지 않았다.
눈을 감았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크웰의 등을 카릴은 자신의 손으로 쓸었다. 마치 자신이 해야 할 일을 끝낸 듯 크웰의 얼굴은 평온했다.
“카릴.”
밀리아나가 그를 불렀다.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어.”
그녀의 말에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인간의 승리다.”
카릴의 목소리가 전장에 울려 퍼졌다.
수많은 마경들이 대륙 전역에 생겨나며 그의 승리를 알렸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아—!!
병사들의 함성이 기다렸다는 듯 그의 외침에 마치 전장이 떠나갈 듯 들렸다.
그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온몸이 저릿저릿한 전율이 느껴졌다.
카릴은 그제야 실감 할 수 있었다.
미래는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