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9화(49/497)
44. 마법 경연 (3)
“그거 봤어? 어제 낙뢰가 떨어지는 거.”
“당연하지. 그것뿐이겠나. 그저께는 동쪽 숲에서 엄청난 불이 났었잖아.”
여관의 펍 안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가 시끌시끌했다.
“그런데 마법사들이 불을 끄러 갔을 땐 또 불씨조차 없는 상황이었다면서?”
“도대체 무슨 조화인지 이게…….”
그들의 대화의 주제는 한 가지뿐이었다.
“뭐……. 마법회에서 조사한 결과는…….”
며칠 동안 아조르에서는 괴소문이 돌았다.
갑자기 마른하늘에 떨어지는 번개라든지 어디서는 얼어붙고 어디서는 불이 타기도 했으며 가끔 지진처럼 땅이 흔들리기도 했다.
아조르의 영주인 파시오는 도시에 상주하고 있는 마법회의 마법사들에게 원인을 파악하길 요청했다.
하지만 여명회의 마법사도 불멸회의 마법사도 사건의 현장에서 얻은 것은 단순히 미약한 마력의 잔해뿐이었다.
“이 정도의 피해라면 최소 4클래스 이상의 마법일 겁니다.”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남아 있는 마력의 잔해는 기껏해야 1클래스를 웃도는 정도. 4클래스 이상이라면 훨씬 더 농도 짙은 마력이어야 한다.”
“자연재해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영주의 부하가 마법사들을 향해 물었지만 이내 곧 두 사람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이상 마력이 느껴질 리가 없습니다.”
“이 위력. 누군가 인위적으로 마력의 흔적을 지운 게 틀림없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흔적을 지우려면 적어도 6클래스 이상이어야 한다. 상급 마법사가 무슨 이유로 이런 짓을 하지?”
의견이 분분했다.
“애초에 모든 상급 마법사는 마법회 관할 아닌가? 지금 아조르에 상급 마법사가 있다는 보고는 듣지 못했는데. 여명회는 제대로 관리도 하지 않는가 보지?”
사건을 조사하러 온 마법사들은 어째서인지 자존심 싸움으로 번졌고 결국 두 마법회의 불화만을 조성하고 말았다.
“그럼 당신 머리야말로 정상이 아니군. 저 클래스의 마법으로 이만한 피해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뭐?”
서로 눈에 불을 켜고 쳐다보는 마법사들.
애초에 경연을 통해 실력을 뽐내기 위해 모인 자들이었다.
결국은 라이벌.
기선제압이 필요한 상황.
“그럼 이걸 뭐로 설명할 수 있는데!”
“그러는 자네야말로!! 납득이 가능한 증거를 보이란 말이야!!”
사건을 조사하기보다는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기보다는 깎아내리기 바빴다.
“후우…….”
도시의 관료는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실랑이를 벌이며 그들이 머리를 맞대고 내린 결론은 관료가 처음 말했던 자연재해였다.
‘흐음, 나름 조심한다고 했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마법회 녀석들의 성격이 저래서 말이지.’
여관에 모인 사람들의 대화를 귀담아들으며 카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자연재해라니.
마법을 탐구하고 대륙에서 가장 현명하다고 스스로를 칭하는 자들이 내린 결론이 고작 그거였다.
‘자신들이 알 수 없는 것은 그저 재해라 칭하는 건 예나 지금이나 똑같으니까.’
앞으로 있을 전쟁도 그리고 내려질 신탁도.
결국 스스로를 현자라 칭하는 마법사들은 모든 사건을 인간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 치부하고 만다.
‘그거야말로 떠넘기기 좋은 핑계지.’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여어, 어때. 준비는 잘 되던가? 자, 이게 길드의 징표일세. 이걸 달고 출전을 해주면 좋겠군.”
자신의 앞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카릴은 천천히 얼굴을 들었다.
히죽거리는 바르고 시라는 넝쿨째 들어 온 복덩이에게 온갖 기대를 하는 눈빛이었다.
속물.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릴은 비소를 지으며 그가 건넨 징표를 받았다.
“그러지. 그런데 얼마나 걸었지?”
“음?”
“우리끼리 숨기진 말지. 경연회가 끊이지 않는 이유가 단순히 마법회의 실력 경쟁 같은 순수한 목적이 아니란 건 다 아는 사실인걸.”
카릴은 징표를 가슴에 달면서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내 이름으로 얼마나 걸었냐는 말이야.”
“하, 하하하!”
그의 말에 바르고는 못 당하겠다는 호탕하게 웃었다. 그 웃음이 하도 커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그에게 쏠렸다.
“배당금 100골드. 익스퍼트 첫 경기에 이 정도로 거는 사람은 없지.”
“적군.”
하지만 카릴의 반응은 차가웠다.
“……에?”
“나도 나름 조사를 해 봤지. 첫 경기라도 최대 500골드까지 걸 수 있다고 하던데.”
그의 말에 바르고의 얼굴이 구겨졌다.
‘미친놈 아냐? 500골드가 남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아무리 마력측정기를 부숴 버렸다고 해도 내가 뭘 믿고?’
바르고의 눈에 카릴은 아직 어렸다.
나이에 비해 엄청난 마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인정하지만 명백히 실전은 다르다.
‘아무리 마력이 많아도 그걸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 소용없는 일.’
그는 나름대로 머리를 굴렸다.
대진표를 보니 마법회와 불멸회의 마법사들 중에 4클래스 유저들이 있었다.
게다가 그 둘은 바르고도 이름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처음 출전하는 것도 아니고 경험도 뛰어난 자들이라 결승은 분명 그 두 사람이 될 것이다.
‘우승은 무리.’
패배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로서는 나쁘지 않다.
‘이미 길드에 가입되어 있다. 패배를 계기로 잘 꼬드기면 더욱 내 사람으로 만들 수 있겠지.’
그렇기 때문에 바르고는 적당한 선에서 돈을 걸었다. 기대를 하고 있다는 성의를 보이면서도 잃어도 감수할 수 있을 정도의 금액.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인데 아깝군. 개인이 걸 수 있는 건 비기너 경연뿐이라서 말이야.”
“역시 자신만만한 게 마음에 들어. 그 정도 패기면 우승도 노려볼만하겠는데?”
카릴은 입에 발린 소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이런 곳에서 오래 시간을 끌 생각은 없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얻어야 하는 것 역시 많으니까.’
우승이란 단어.
모두가 꿈꾸는 것이며 정상에 도달하는 것이 얼마나 대단한 것이겠느냐마는 카릴에게 있어서 눈앞의 경연은 그저 하나의 관문에 지나지 않았다.
전생에서 그는 많은 마법사와 싸웠었다.
특히.
올리번이 황제에 즉위한 뒤.
신탁이 내려지기 이전에 대륙을 통합하기 위한 제국 전정에서 그 누구보다 그는 가장 선두에서 전장에 나섰으니까.
물론.
검의 정점에 섰던 그때와 다르다.
‘하지만 지금의 나라도 마법 없이 4클래스 마법사들을 상대하는 건 어렵지 않다.’
비록 아직 완벽하게 육체가 단련되지 않았더라도 그만큼 지금 그가 상대해야 할 적들 역시 약한 자들뿐이었다.
‘그들에 비한다면 보잘것없는 수준.’
최상급 마법사들에게 포위당했던 팔치온 대전부터 대륙의 4명뿐인 대마법사 중 한 명인 루레인 공국의 데릴 하리안과의 대결까지.
정말로 그의 목숨을 위태롭게 만들었던 기억들이 생생하게 남아 있었다.
‘그곳에서도 결국 살아 돌아온 것은 나다.’
“시작됐군.”
광장에 커다랗게 만들어진 수정구에서 비기너의 경기 영상이 나타났다.
카릴은 그것을 바라보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경기장으로 슬슬 가봐야겠군.”
“기대하고 있다고.”
바르고의 말에 피식 웃으며 그는 수정구에 나타난 한 사람을 가리키며 말했다.
“뭐, 그것보단 지금 나온 녀석에게 돈을 걸어봐. 재밌는 일이 생길 테니까.”
긴장이 역력한 얼굴로 대회장에 선 남자.
미하일이었다.
* * *
‘순조롭군.’
대기실에 앉아 있던 카릴은 비기너 경연 준결승에 진출한 선수의 명단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4명의 이름 중에 당연한 일이지만 미하일의 이름이 정확히 새겨져 있었다.
“경연회도 이제 한물갔군. 비기너 녀석들과 똑같은 경기장을 쓰다니 말이야.”
“게다가 어째서 초짜들이 먼저 경기장을 쓰는 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메인 경기 전의 들러리들이라고 생각하게.”
“흥…….”
경기장을 정돈되기를 기다리며 카릴은 선수들의 대화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들 중에 4클래스 이상의 마력이 느껴지는 자들은 없었다.
이제 막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자들.
하지만 그 정도도 대륙에서는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으니 그들의 콧대는 하늘을 찔렀다.
“젠장, 그나저나 나가기 싫어지는군. 어차피 결승은 정해져 있으니까.”
“어쩔 수 있나. 마법회 녀석들……. 언제나 접수 마지막 날에 참가 신청을 하는걸. 우리 같은 자유 마법사들은 그저 그들을 피할 수 있길 바랄 뿐이지.”
“다들 살살 하자고. 어차피 목적은 마법회의 스카우터들의 눈에 띄는 거잖아.”
로브를 눌러쓴 남자가 말했다.
“자네도? 자넨 어딜 생각하고 있는데?”
“마법회라면 역시 여명회지. 대륙에서 분파도 가장 많고 말이야. 내 스승님도 여명회 분파 중 하나에 계셨지.”
“무슨 소리. 마법회라면 불멸회지. 상아탑이 안티훔 대도서관의 방대한 마법서에 비할 바가 되겠어? 마법사라면 모름지기 마법을 탐해야 하는 법이라고.”
“그럼 뭐 해? 저주술이나 배우는 족속들이 인류를 윤택하게 할 리가 없지.”
처음에는 좋게좋게 대화를 나누던 이들도 어느샌가 마치 자신들이 이미 그 마법회 소속인 것처럼 언성을 높이기 시작했다.
“…….”
카릴은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법사란 인간들은 하나같이 변한 게 없군. 저런 걸 보고 있자니 그 녀석이 생각나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인가…….’
그는 그리운 얼굴을 떠올렸다.
신탁이 내려진 뒤.
카릴은 전쟁을 위해 그가 직접 선별한 독자적인 부대를 만들었다.
자신의 등을 맡길 수 있으며 과거에도 그리고 현재에도 믿을 수 있는 유일한 열 명.
미하일의 경우는 그들과 다르다.
우연히 나르 디 마우그가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카릴에게 말해줬던 것뿐이니까.
그가 어떻게 성장을 할 것인지는 미지수.
하지만 지금 경연의 결과를 보더라도 그는 자신의 몫을 톡톡히 해낼 것이다.
‘언젠가 그들을 만나게 되겠지.’
그는 쓴웃음을 지었다.
황제를 위해, 대륙을 위해, 인류를 위해 싸웠던 자신들이 쟁취한 승리 뒤에 남은 것은 죽음뿐이었으니까.
‘이번엔 다를 것이다.’
카릴은 차가운 눈빛으로 실랑이를 하고 있는 마법사들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익스퍼트(Expert) 경연을 시작합니다!! 이번 경기의 주최자이신 여명회의 상급 마법사 타피오 경의 말씀이 있겠습니다.]대기실의 문이 열리고.
입구에서 들려오는 사회자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귀가 먹먹해질 정도의 환호성이 들렸다.
와아아아아—!!!
[태초부터 존재했다고 전해지는 7인의 원로회 이후 아조르에선 수많은 마법사가 탄생했습니다. 250년 전, 최강의 마도사라 불린 카이에 에시르 역시 아조르 경연의 우승자이기도 합니다.]확성기에서 들려오는 노마법사의 목소리가 경기장에 울렸다.
[지금 이곳의 도전자들 역시 과거의 영광을 재연할 대마법사의 제목이 있을지도 모르는 법. 각자의 재량을 마음껏 펼치도록.]경기장의 열기는 뜨거웠다.
하지만 관객의 눈동자에서는 단순히 마법에 대한 열의만이 느껴지는 것은 아니었다.
일종의 광기.
카릴은 그 눈빛 속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잘 알고 있었다.
그가 타투르의 투기장에 투사로 도전했을 때.
경기장 안의 그들을 유희거리로 바라보던 자들의 눈빛과 똑같았다.
‘저 모습을 보니 한심하군. 여기가 타투르와 뭐가 다른가. 고상한 척하지만 아조르의 사람들도 결국 매한가지야.’
그러고는 무대를 바라봤다.
승자의 포상으로 주어지는 5클래스 마법서.
이미 그것의 주인은 정해져 있다는 듯 단상에 내려오는 노마법사의 표정은 흐뭇했다.
‘딱히 관심은 없지만…….’
마법서의 표지에 박힌 푸른색의 보석을 슬쩍 바라보며 카릴은 미하일을 떠올렸다.
‘일단 받아가 볼까.’
카릴은 울카스 길드에서 빌린 싸구려 스태프를 한 바퀴 돌리면서 앞을 바라봤다.
[지금부터 익스퍼트 경연을 시작합니다!!]도박을 시작하기 전에 자신의 실력을 보기 위해서 바르고 시라가 손을 쓴 걸까.
카릴은 첫 번째 경기에 출전하게 되었다.
상대는 조금 전 수다를 떨던 마법사들 중 하나였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던 곱상하게 생긴 남자는 누가 뭐라 해도 전형적인 마법사였다.
우우우웅……!!
스체프를 움켜쥐고 긴장한 표정으로 마법을 영창하기 시작하는 남자.
주위에 생성되는 마법진이 중첩되기 시작했다.
‘적당히.’
카릴은 영창에 집중하고 있는 남자를 향해 가볍게 달렸다.
“……!!”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들고 있던 스태프를 양손으로 쥐고서 그래도 남자의 다리를 향해 후려쳤다.
우드득-!!
둔탁한 소리와 함께 스태프가 부서졌다.
동시에 남자의 다리가 기묘한 방향으로 꺾였다.
“컥……?!”
아무런 반항도 하지 못한 채 그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하고 고통에 섞인 비명을 지르며 앞으로 고꾸라졌다.
“염지(炎指).”
카릴의 손가락에서 불꽃이 일었다.
그러고는 천천히 걸음을 옮겨 쓰러진 남자의 얼굴에 작은 불꽃을 가져갔다.
“이…… 이게 무슨……!!”
그는 뭐라고 소리치려 했지만 대답 대신 카릴은 그의 뺨에 불꽃을 지졌다.
“크아아악!!!!”
경기는 어처구니없을 정도로 빠르게 끝났다.
고작.
1클래스 마법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