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9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91화(491/497)
외전 4화
4. 파렐 공략 (1)
파렐(Pharel).
신이 있기 이전 태초부터 존재했던 탑이자 등대인 이 건축물은 일종의 차원 응축이라고 볼 수 있다.
일전에 천년 빙동 속 파렐을 공략했던 화린을 비롯한 열 명은 그 안에서 각 층의 보스가 재해들이라는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
즉, 파렐의 각 층은 각 차원의 신이 관장하는 재해라는 의미였고 그 파렐을 공략하고 시간을 회귀한 카릴은 모든 재해를 공략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했다.
전생에 있어서 마지막 재해를 막지 못하고 인류는 실패했고 그 결과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가 알려 준 파렐을 통해 회귀했다.
그렇기에 현생에서 그는 대전쟁의 순간에 누구보다 열 번째 신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너무나도 당연하게 여겼던 것.
한데…….
카릴은 남자의 말을 들은 순간 자신도 모르게 오싹한 기분이 들었다.
‘저자의 말대로 나는 파렐을 공략하고 시간을 넘어왔다. 파렐의 각층이 신들의 재해와 같다면 결국 열 번째 재해 역시 나는 공략한 것일 텐데…….’
어째서 열 번째 신의 공략 방법을 알지 못해 죽여야 하는 신이라 여겼을까.
“이상한 일이지?”
“…….”
남자의 물음에 카릴은 대답을 하지 않았다. 굳은 그의 얼굴을 보며 남자는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궁금증은 충분히 준 것 같고……. 해답을 원한다면 거래를 해야겠지. 내 질문에 답을 준다면 나 역시 당신의 의문을 풀어주지.”
“원하는 게 뭐지?”
“올리번은 지금 어디에 있지? 내가 기억하기로 그는 황자이자 황제가 될 자였던 것 같은데……. 너는 그의 기사인가?”
“크, 크큭-”
“황제? 가당치도 않은 말이군.”
“제국 전쟁이 끝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황제를 운운하다니. 어디 다른 세계에서라도 온 건가? 웃긴 놈이로군.”
남자의 물음에 여기저기서 그를 비웃는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흠.”
그는 살짝 고개를 꺾으며 카릴을 바라봤다.
대답을 바라는 눈빛이었다.
하지만 복면 속에 보이는 검은 눈동자는 물음과 동시에 언짢음이 섞여 있었다.
옅은 살기는 마치 잘 벼른 칼날처럼 카릴을 겨누고 있었다.
“올리번은 죽었다.”
카릴이 그를 경계하며 병력을 한 발자국 더 뒤로 물리고서는 말했다.
“올리번이 죽어? 그렇다면……. 제국은?”
“네 앞에 내가 있다는 것으로 제국의 명운은 충분히 설명될 것 같은데. 제국은 사라졌고 이제 대륙에는 자유국만이 존재한다.”
복면 속의 눈동자가 처음으로 떨렸다.
‘올리번과 무슨 관계지? 게다가 나와 만났다라니……. 저런 수상한 자는 기억에 없는데.’
카릴은 그의 변화를 놓치지 않고 유심히 살폈다.
“그가 죽었다니……. 수준 높은 마력과 백금룡의 가호를 가졌기에 가장 가능성에 근접한 자라고 생각했는데……. 재밌는걸. 언제나 예상을 벗어나는 일투성이라니. 그렇다면 자유국의 수장이 누구냐고 묻는 것은 바보 같은 질문이겠지?”
남자는 흥미롭다는 듯 카릴을 바라봤다.
“그 반대지. 백금룡은 인간을 실험해서 신좌에 오르려고 했다. 결국 우리는 그놈을 처단했고 인류를 구분 짓던 제국을 붕괴시켜 자유의 시대를 열었다.”
“백금룡이 신좌를? 음험한 놈인 건 눈치챘지만 인간을 실험 재료로 쓰다니 죽을 만한 짓을 했군. 하나 올리번 슈테안이 인류를 구분 지었다라…….”
그는 카릴의 말에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럼 이제 내 질문에도 답을 해줄 차례 같은데. 네놈은 누구고 어째서 나를 알고 있는 거지?”
툭-
남자는 천년 빙동에 비스듬하게 세워져 있는 파렐에 손을 얹었다.
“당신도 알다시피 파렐은 신이 소멸함과 동시에 사라진다. 네가 율라를 죽이고 인류의 자유를 되찾음으로써 이곳의 파렐이 무너진 것이 그 증거겠지.”
“그래서?”
“이상하지 않아? 신을 죽이면 사라져야 할 파렐이 아직 남아 있다는 사실이.”
카릴은 그의 말에 눈을 흘겼다.
“당신도 알다시피 카이에 에시르는 다른 차원의 신을 신살(神殺)하고 그 여파로 인해 균열 속으로 빠져 이곳에 오게 되었다. 파렐 역시 마찬가지지. 반파되긴 했으나 파렐은 사라지지 않고 이곳에 존재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검귀라 불리는 남자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카릴을 향해 말했다.
“로드(Lord)는 정말로 죽은 것인가.”
웅성- 웅성- 웅성-
남자의 말에 주위는 소란스러워졌다. 카릴은 이대로 둔다면 이야기의 주도권이 그에게 넘어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드가 죽었든 살았든 그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지? 어차피 다른 차원의 신이고 놈의 핵인 디멘션 스파이럴은 파괴되고 봉인되어 영원히 복원되지 않을 것이다.”
스캉-!!
카릴은 검을 그에게 겨누었다.
“네놈이 신을 부활시키려는 수작을 부리는 것이라면 말이 그 목을 베어 나는 이 땅을 지킬 것이다.”
남자는 그의 경고에 낮게 웃고서 자신을 향한 아그넬의 검 끝은 가볍게 눌렀다.
“……?!”
오러 블레이드를 뿜어 내고 있는 검날을 아무렇지 않게 잡자 카릴은 그의 정체에 더욱 의구심을 품을 수밖에 없었다.
“이건 서로 검을 겨눌 일이 아니다. 그래,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유언장에 신살에 대해서 어떻게 묘사되었지?”
“네놈이 유언장에 대해서 어떻게 알지?”
남자는 손가락으로 언덕 위를 가리켰다.
모두의 시선이 그가 가리킨 방향을 향했고 그곳에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 오고 있었다.
“데릴 하리안. 네놈…….”
밀라아나는 남자의 뒤에 서 있는 마탄(魔彈)을 바라보며 으르렁거리듯 말했다.
“고정하십시오. 저는 주군을 배신하지도 세계를 팔아넘기는 것도 아니니까요. 저는 여전히 주군께 충성하고 있습니다.”
“세 치 혀를 잘도 놀리는군. 잘린 팔이 너무 오래 붙어 있었지? 허튼짓을 하는 것이라면 이번 차례는 그 목이 될 거다.”
그녀의 매서운 눈초리에 데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저는 여전히 주군께 충성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이전에 황금십자회로서의 행해야 할 일을 이행할 뿐입니다.”
황금십자회.
카이에 에시르의 유지로 창립된 마법회인 그들은 확실히 이 세계에 뿌리를 둔 사도들이지만 타 차원의 파렐과 가장 밀접한 자들이라 할 수 있었다.
“너는 데릴 하리안과 어찌 만났지? 네 말대로 카이에 에시르의 유언장엔 신살에 대한 정보가 남아 있었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들도 있었다. 나로서도 확인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겠지.”
카릴은 두 사람을 바라봤다.
“아마도 그건 그가 그 책을 단지 유언을 위해 만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겠지.”
검귀의 말에 카릴은 데릴 하리안이 처음 자신에게 그 책을 줄 때 그것이 유언장이 아닌 카이에 에시르의 일기장이라고 했던 것을 떠올렸다.
“당신이 알고 있는 대로 그는 타 차원에서 균열을 통해 이 세계로 넘어온 이방인이다. 자신의 기록을 남길 필요가 있었으며 자신의 수명이 다할 때 자신이 머물렀던 이 세계를 위해 마스터 키를 남겨 둔 것이겠지.”
카릴은 파렐을 올려다보는 검귀에게서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유언장 이전에 자신의 삶을 기록한 것이란 말이지. 외로운 이 세계에서의 삶을 언젠가……. 진짜 자신을 찾아올 이를 위해서 말이야.”
“진짜 자신…….”
카릴은 그의 말을 곱씹었다.
“뉴트 브라이언.”
그러고는 유언에 남아 있던 카이에 에시르의 진짜 이름을 읊조렸다.
“유언에 적혀 있는 대로라면 이 세계에 오기 이전, 그의 이름으로 알고 있다. 네가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이곳에 온 이유는 카이에 에시르가 아닌 뉴트 브라이언이란 남자를 찾기 위함이란 것은 알겠군.”
카릴은 검귀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네가 그 유언장에 적혀 있던 무토란 사내인가?”
카이에 에시르의 유언장에 적혀 있던 동료의 이름.
“아니. 솔직히 말해 이 세계에 온 것은 우연에 더 가깝다. 로드(Lord)가 죽고 난 뒤 부서진 신의 파편들은 당신도 겪었다시피 세계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지. 나는 신살의 임무를 수행한 자로서 그 파편을 수거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렇다면 네 말은 네가 카이에 에시르가 살았던 차원의 인간이란 말인가?”
검귀란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로 차원을 넘는 자가 있을 줄이야. 그것은 균열을 통해서만 가능한 일일진대……. 그마저 인간의 가능성이란 말인가.]라미느는 검귀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상한 일도 아니지. 애초에 우리가 도움을 받은 카이에 에시르가 타 차원의 인간이었으니까. 검귀, 네 말대로 유언장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폭염왕과 달리 카릴은 담담한 얼굴로 말했다.
“그의 적은 로드(Lord)라 불리는 차원계의 최상위 신이었고 그를 죽임으로써 그가 가지고 있던 디멘션 스파이럴이 산산조각이 나 파편이 되어 차원에 흩어졌다고 말이지. 맞나?”
검귀는 카릴의 말에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였다.
“그 과정에서 신의 파편 하나가 그의 몸 안으로 들어왔고 덕분에 그는 차원의 소용돌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군.”
“파렐과 함께 차원을 넘어온 그는 봉인된 우리 세계의 최초의 블레이더를 발견했고 신화 시대의 신에게 반기를 들었던 그들의 패배를 알았다고 했다.”
그는 말을 계속 이어갔다.
“카이에 에시르는 우리를 위해 자신의 마스터 키인 비스트(Beast)라 불리는 라이칸스로프의 힘을 남겨 두었다. 그와 동시에 나는 그가 알려준 란체포가 되어 신력을 흡수했다. 그 덕분에 신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었지.”
“란체포……? 당신이? 그는 그것까지 유언에 남겼던 건가. 하긴……. 신살을 위해서 필요한 이리지만 스스로 신의 의지가 될 수 있는 인간이라니……. 놀라운 건 그쪽이로군.”
검귀는 피식 웃었다.
“그렇다면 당신은 반신(半神)의 영역에 발을 들였겠군. 어때? 신이 된 기분이.”
“난 신 따위가 될 생각 없다. 나는 인간의 삶을 택했고 앞으로도 인간으로서 살아갈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던 디멘션 스파이럴 역시 조각이 났으니까.”
“그래.”
검귀는 아그넬을 지나 카릴에게로 다가갔다.
“내가 바라는 답이다.”
그러고는 그를 향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또한 내가 찾던 자이기도 하지.”
[그만. 언제까지 수다를 떨고 있을 거야? 이 이상 발설하는 것은 좋지 않아. 차원 간의 영향을 끼치게 될 수도 있어.]그때였다.
‘흠?’
알 수 없는 전자음과 같은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빠르게 훑었지만 주위에는 별다른 마법적인 영향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검귀가 그의 귀에 손을 얹고서 대답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뿐이었다.
‘통신구 같은 건가? 확실히 마도공학은 아닌데…….’
검귀의 귀 안에는 귀마개처럼 검은색의 작은 수신기가 있었는데 조금 전 목소리가 거기서 흘러나온 것임을 카릴은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이 낯선 모습투성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자신의 앞에 있는 자가 다른 차원의 존재라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파렐을 무너뜨리는 것을 도와주지 않겠어? 로드의 유물이라 할 수 있는 이것을 부숴야 한다. 이 세계를 위해서라도 말이지.”
카릴이 그를 바라봤다.
“당신은 자신의 차원의 신인 율라를 죽이는 데 성공했지만 로드의 파렐이 있는 한 이곳은 언젠가 또 다른 신들의 전쟁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당신의 세계가 신들의 유희거리가 된 것처럼 다른 차원들 역시 똑같이 고통 받고 있는 곳들이 있을 수도 있다.”
검귀는 봉인되어 있는 파렐을 가리켰다.
“자율의지(自律意志). 당신이 외쳤던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싸워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은 저 탑은 언제 터질지 모를 시한폭탄과도 같지.”
그는 목소리에 힘을 주었다.
“인류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니야. 카릴 맥거번. 이제 세계의 확장이 필요한 때이다.”
카릴은 그런 그를 바라봤다.
“네 말이 맞다면 어쨌든 우리는 카이에 에시르에게 빚이 있다. 너를 도울 수도 있겠지.”
“그렇다면…….”
“하지만.”
반색하는 남자를 향해 카릴은 차갑게 말했다.
“내가 너를 어떻게 믿지?”
“…….”
스윽-
그때였다.
검귀는 손을 들어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복면 위에 가져갔다. 탈칵 하는 소리와 함께 복면의 연결고리가 풀렸다.
복면 속에 나타난 검귀의 얼굴.
생각보다 앳된 얼굴이었지만 그의 얼굴에는 수많은 크고 작은 상처들이 있었고 그것은 그가 얼마나 많은 사선을 넘어섰던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증거였다.
“내가 성급했군. 신살(神殺)을 염원하는 블레이더로서. 당신의 도움을 정식으로 부탁하지. 나와 파렐의 마지막 층을 공략해 주겠는가?”
“그렇다면 네 이름부터 밝혀.”
남자는 카릴을 향해 옅은 미소를 지었다.
“뉴트 브라이언과 마찬가지로 이 일이 모두 끝나면 그때 나 역시 당신에게 내 이름을 말해 줄 수 있겠지. 지금은 내 이명으로 대신하지.”
철컥-
지이이이이잉-!!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땅에 박혀 있던 두 자루의 듀얼 소드가 하나로 합쳐지며 거대한 대검의 형태로 변하였다.
“어센더(Ascender).”
남자는 대검을 등에 사선으로 꽂으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 힘은…….]라미느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피부가 저릿저릿해지는 느낌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었다. 누구보다 저 힘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카릴일 테니까.
분명, 신력(神力)이었다.
“허풍은 아닌 모양이군.”
그런 그를 향해 말했다.
“카릴 번슈타인이다.”
자신이 기억하고 있던 성과 다른 것에 검귀는 살짝 흥미로운 눈빛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전생과 다른 미래.
그렇기에 당연한 결과일지도 몰랐다.
“괜찮겠어?”
밀리아나는 걱정스러운 듯 카릴을 향해 물었다. 그런 그녀를 향해 카릴은 옅은 미소를 지었다.
“걱정 마. 신살은 더 이상 불가능 한 일이 아니야. 하물며 고작 죽은 신이 남긴 탑 하나쯤이야.”
파렐의 마지막 층.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까지.’
카릴은 또 다른 비밀이 그 안에 남아 있음을 직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