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93)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93화(493/497)
외전 6화
6. 새로운 국면
“카릴!!!”
검귀의 외침에 카릴은 본능적으로 검을 그었다.
[케겍……! 칵!!!]드리워졌던 어둠은 이제 사라지고 파렐 안은 마치 또 다른 세계인 것처럼 서서히 해가 떠올랐다.
모든 것을 태워 버릴 것처럼 뜨거운 태양이 두 사람의 머리 위에 내리쬐고 있었고 어둠이 사라지고 난 뒤 카릴은 자신이 사막 한가운데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때도 이런 곳이 있었나……?’
자신을 향해 고대한 베틀 엑스를 휘두르는 몬스터의 공격을 막아내며 카릴은 생각했다.
[캬악! 크르르르……!!]공격이 막히자 놈은 으르렁거리며 그를 향해 포효를 질렀다. 놈은 드래곤의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밑은 인간의 몸처럼 두 발로 서 있는 이종족이었다.
5m에 달하는 거대한 체구와 함께 들고 있는 베틀 액스의 날엔 검붉은 피딱지가 말라붙어 있었다.
[쿠흐흐흐흐흐…….]녀석이 콧구멍을 씰룩이면서 숨을 토해내자 새하얀 김이 양 갈래로 솟구쳤다.
“드레노어라고 부르는 저놈은 드래곤의 유사종들이야. 14층의 플로어 보스답게 비늘이 단단하고 힘과 체력도 월등히 높다. 조심하는 게 좋아.”
검귀의 말에 카릴은 살짝 그를 노려봤다.
“그런 설명을 할 시간 있으면 차라리 돕는 게 어때? 언제까지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있을 거지?”
“글쎄. 약자는 뒤로 물러서라고 누가 그러더라고.”
카릴의 핀잔에 그는 장난스럽게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했다.
그의 능청스러움에 카릴은 어이가 없었지만, 한편으로는 눈앞의 적을 두고 여유로운 모습은 지금 자신이 상대하는 마물이 검귀에겐 위험한 상대가 아니라는 의미이기도 했다.
‘수많은 타락을 죽였지만 이 정도 수준의 타락은 손에 꼽히는데……. 저자의 실력을 가늠하기 어렵겠어.’
쾅-!!!!
콰가가가강—!!!!
카릴은 드레노어라 불리는 마물의 공격을 피하며 순식간에 그의 품 안으로 파고들었다.
파앗! 팟!!! 파바밧……!!
그의 모습이 사라지듯 지그재그로 공중에서 움직였고 마물은 카릴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 듯 녀석의 전신에서 아그넬의 검날이 일으키는 불꽃이 튕기듯 피어올랐다.
2번째 외뿔 자세(Unicorn Posture).
공중에서 검을 아래로 꺾으며 카릴이 드레노어의 쇄골에 검을 찔러 넣었다.
[크아아아아아—!!!]두꺼운 비늘을 뚫고 아그넬이 녀석의 살점을 파고들었고 화르륵……! 하는 소리와 함께 박힌 검날에서 폭염왕의 불꽃이 일었다.
커다란 입에서 터져 나오는 포효에는 고통이 담겨 있었고 녀석은 신경질적으로 베틀 액스를 연신 휘두르기 시작했다.
부우우우웅……!!
거대한 풍차가 돌아가는 것처럼 바람을 가르는 매서운 풍압 소리에 카릴의 몸이 휘청거렸다.
“큭?!”
그는 공중으로 뛰어오르며 드레노어의 공격을 피했다. 아슬아슬하게 도끼날이 카릴의 다리 아래로 스치듯 지나갔다.
[쿠오오오!!!]바닥에 착지한 카릴을 향해 드레노어가 머리 위로 자신의 도끼를 들어 올렸다. 마치 단두대의 날처럼 수직으로 떨어지는 거대한 도끼가 지면에 박히는 순간 사막의 모래가 사정없이 흩뿌려졌다.
그때였다.
찰나의 순간 모래 사이로 번쩍이는 빛이 일순간 나타났다 사라졌다.
“흠.”
그 모습을 바라보던 검귀가 살짝 눈을 흘겼다.
후드드드득.
솟아올랐던 모래들이 비처럼 땅에 떨어졌고 바닥을 내려쳤던 드래고어는 도끼의 손잡이를 잡은 채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후우…….”
카릴은 머리와 어깨에 묻은 모래를 털어 내면서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툭-
그 순간 굳은 채로 서 있던 드레노어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졌다. 매끈하게 잘린 절단면은 피조차 흐르지 않았다.
“이게 이 층의 보스라고 했던가?”
카릴은 보란 듯이 검귀를 향해 물었다.
“별거 아니군.”
“꽤나 애를 먹었던 녀석인데……. 마력이 존재하는 차원은 확실히 다른걸.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겠어.”
검귀는 그 모습에 졌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으면서 웃고 말았다.
“조금 전 그건 뭐지? 드레노어의 목을 자를 때 특이한 검술을 쓰던데.”
“눈썰미는 있는 녀석이로군. 섬격(殲擊)이라 한다.”
카릴은 극상의 속도를 자랑하는 자신의 검술을 알아차린 검귀를 보며 그 역시 다른 의미로 검귀의 실력을 가늠했다.
“마력이 있어야 쓸 수 있는 검술인가?”
“처음에는 마력을 기반으로 하였지만 지금 와서는 꼭 그렇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마력 대신 정령력을 응용할 수도 있지만 섬격은 두 개의 속성을 한꺼번에 써서 충돌시키는 반발력으로 만들어지는 것이기에 정령력이든 마력이든 검술 이외의 것이 뒷받침돼야 할 필욘 있겠지.”
“흐음…….”
그의 대답에 검귀는 가볍게 손가락을 튕겼다.
파즈즉……! 팍!
그러자 그의 손가락 사이에서 날카로운 불꽃을 머금은 스파크가 일었다.
“……?!”
“이런 식으로 하는 건가. 어렵군.”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 그의 모습에 카릴은 기가 막힐 뿐이었다.
‘섬격과는 다르지만 서로 다른 속성을 저렇게 아무런 반발 없이 동시에 제어할 수 있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놈이야?’
“속성의 제약만 해결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들도 쓸 수 있다는 말이겠지?”
“검이란 원래 사람을 가리지 않아. 하지만 검술을 익히기 위해서는 결국 재능이 필요하겠지. 그것이 뒷받침된다면 아마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군. 만약 그 검술이 알려지게 된다면 타락을 상대하는 데 꽤 도움이 되겠어.”
카릴은 진심으로 고민을 하는 그의 모습에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섬격(殲擊)은 그가 최초의 블레이더인 쥬덱스의 검술을 통해 새로이 만든 궁극기였다.
단순히 익힐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문제가 아니었는데 눈앞에 이자는 그 비기를 진심으로 다른 이에게 익힐 방법을 찾는 것 같았다.
“넌 정말로 타락과의 싸움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 같군.”
“내가 했던 말 기억해? 신살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말 말이야. 단순히 당신을 도발하려고 했던 말이 아냐. 내가 살던 세계를 주관하던 로드는 사라졌고 당신의 세계의 대전쟁 역시 끝났지만 블레이더의 싸움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비록 우리의 차원이 아니더라도 우리가 겪었던 일들은 다른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지.”
검귀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이 전쟁을 정말로 종결시키고자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만회해야 할 의무가 있지.”
“실수?”
“카이에 에시르의 유언에 있던 로드의 신살 이후 부서진 디멘션 스파이럴의 파편으로 인해 남은 신들이 힘을 얻고 로드의 아래에 있던 77차원은 이제 서로 연계되어 새로운 독립된 차원을 구성하고 스스로를 다신이라 칭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걸 당신의 실수라고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신살을 이루는 것은 인간이 인간답게 살기 위함이다. 물론 완벽한 결말이 가장 좋겠지만 그로 인한 과정에서 벌어진 어긋남은 결국 우리가 인간이기에 일어나는 것일 테니까.”
카릴의 말에 검귀는 쓴웃음을 지었다.
“어쩐지 고마운걸. 냉정한 당신이 그렇게 얘기해 주니 말이야.”
“사실을 이야기했을 뿐이다. 그렇게 따지면 나 역시 실수를 저질렀는걸.”
“흠?”
“나는 재해를 겪고 파렐에 들어 왔을 때 각 층이 다신의 힘을 상징한다는 걸 깨달았다. 그렇기에 신살(神殺)이 단순히 율라를 죽여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직감했지.”
“옳은 말이야.”
“그렇기에 치밀하게 계획을 짰다. 신을 속이고 힘을 숨기며 열 명의 신을 모조리 죽이기 위한 계획 말이지.”
꽈악-
아그넬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하지만 한 명을 놓치고 말았다. 락슈무라는 신이다.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 신이 신을 잉태하고 있을 줄이야. 열 번째 신은 죽었지만 그 안에 남아 있던 신의 씨앗은 다른 차원으로 도망쳤다. 아마……. 락슈무의 이름을 물려받을 그 신에 의해 또 다른 차원의 인류가 고통받겠지.”
“걱정하지 마. 내가 로드를 죽이고 당신이 율라를 멸하며 신살을 이루었듯 다른 차원의 인류 역시 살아남을 테니까. 인간은 그리 약하지 않아.”
검귀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우우우우웅…….
그가 손바닥을 하늘을 향해 뻗자 불투명한 탑의 모형이 나타났다.
“이 세계의 주인이었던 율라를 비롯한 10명의 신들은 과거엔 77차원의 신들 중 하나에 불과했다.”
영상은 꼭 마법처럼 보이지만 마력이 느껴지지 않아 카릴은 신기한 듯 바라봤다.
“하지만 로드의 죽음 이후 그들이 뭉쳐 차원을 새로이 만들었고 오직 로드만이 만들 수 있던 파렐까지 창조해냈지. 물론, 로드의 파렐보다 열화(劣化)된 저층(低層)의 것이지만.”
“잠깐. 그게 무슨 뜻이지? 네 말은 내가 공략한 파렐이 로드의 것보다 약한 것이란 말이야?”
“맞아.”
카릴은 그의 말에 인상을 찡그렸다.
시간을 거슬러 오르기 위해 도전했던 파렐 속에서 그가 얼마나 오랜 세월을 감내하며 고통을 이겨냈던가.
그런데 그가 오른 그 파렐이 사실은 낮은 단계라고 하니 기분이 나쁘기보단 어이가 없을 따름이었다.
“오해하지 마.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니까. 다신이 만든 것과 로드의 것은 처음부터 다른 것이라서 말이야. 당신도 이상하게 느꼈을걸. 당신이 겪은 파렐은 14층이 없었을 테니까. 하나의 신이 하나의 차원 즉, 파렐의 한 층을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니 말이야.”
검귀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파렐 안은 일종의 재해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었고 열 명의 신과 열 가지 재해와 마찬가지로 파렐의 층수 역시 10층이 끝이었기 때문이다.
“당신의 세계에서 파렐은 몇 층까지 있었지?”
“15층.”
“……할 말을 잃게 만드는군. 내가 겪었던 파렐보다 다섯 개나 더 있다니. 당신이 상대한 로드는 도대체 얼마나 강한 존재인 거야?”
“강함으로 구분 지을 수 있는 일이 아냐. 다만 그만큼 신살을 이루기 위해 우리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많은 사람이 희생됐고 때로는 죗값을 치르기도 했지. 당신도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시간을 역행했잖아.”
검귀는 그렇게 말했지만 카릴은 쉽사리 이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게다가 당신이 죽인 드레노어는 내가 있던 세계의 14층의 보스다. 그런 녀석을 쉽게 죽였잖아? 당신의 강함은 이미 신에 닿아 있다고 봐도 무방해. 실제로 신력을 사용하기도 했지?”
그는 카릴의 목덜미에 남아 있는 검은 상처를 가리켰다.
“우리는 흑혈(黑血)이라 부른다. 신력의 찌꺼기가 혈관에 남아 생기게 된 상처지. 사실 흑혈이 진행된 순간 살아남는 것은 어렵다고 봐야겠지만……. 당신은 신의 영역에 도달한 자라 가능했겠지.”
카릴은 검귀의 말에 대전쟁 당시 디멘션 스파이럴을 사용했던 다른 이들을 떠올렸다.
에이단과 수안 하자르, 자르카 호치와 토스카를 비롯해서 크웰까지…….
확실히 그의 말처럼 신력을 사용했던 그들은 모두 그 힘을 감당하지 못한 채 죽었다.
“당신은 실로 인간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겠지.”
“그렇게 따진다면 당신은? 내가 상대한 신보다 더 강한 신을 죽였던 당신의 검술을 남기는 게 더 확실한 방법 같은데.”
“미안하지만 내 것은 일반적이지가 않아서 말이지. 알려주고 싶어도 알려 줄 수가 없다. 아니, 정확히는 알려줘도 배울 수 없다는 게 맞겠지만.”
카릴의 물음에 검귀는 아쉽다는 듯 쓴웃음을 지었다.
“내 섬격은 일반적인 수준이란 뜻인가?”
하지만 그의 대답에 카릴은 오히려 되물었다.
“하하하, 곡해해 듣지 마라.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니까. 이 세계의 강자들이라 할지라도 당신의 검술을 배울 수 있는 자는 정말 손에 꼽힐걸. 단지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강함의 척도를 보는 시야 역시 확장시킬 필요가 있다는 것이야. 세계가 아닌 차원의 영역으로 말이지.”
“흐음…….”
“당신에게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내가 단지 흩어진 디멘션 스파이럴을 회수하기 위함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놓친 신처럼 아직 차원에는 남아 있는 신들이 있지. 놈들이 완벽하게 사라지지 않고서야 우리의 전쟁은 끝나지 않을 거야.”
“계속해서 싸울 생각이군.”
“처음부터 이 싸움은 끝난 적이 없어.”
검귀는 자신의 대검을 들고 천천히 앞으로 걸어갔다. 사막의 끝에 보이는 거대한 문이 파렐의 마지막 층을 향하는 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오른다면 결국 탑엔 정상이 있다. 우리 세계에선 파렐을 등대라 불렀지. 인류를 새로운 미래로 이끌 것이라고 말이야.”
“웃긴 소리군. 파렐은 그저 고약한 신들의 유희물에 불과해.”
“맞아. 나 역시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제 와 돌이켜보면 틀린 말도 아냐. 파렐의 등장으로 인해 결국 인류는 새로운 미래를 맞이했으니까.”
검귀는 낮은 목소리로 답했다.
“신살(神殺)의 미래.”
두근-
그 순간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크게 요동침을 느꼈다.
“저 끝이 마지막이라고 했지? 빨리 끝내고 돌아가지. 전쟁은 이제 지긋지긋하니까.”
하지만 그 고동을 애써 무시하며 그는 걸음을 옮겼다.
“글쎄. 저 끝이 마지막이 될지 또 다른 시작이 될지는 당신의 선택에 따라 달라지겠지.”
“무슨 헛소리야? 파렐을 무너뜨리면 내가 놓친 기억을 찾을 수 있다고 했잖아. 내가 바라는 것은 그뿐이다. 새로운 시작 따윈 없어. 카이에 에시르에 대한 보은은 여기까지야.”
검귀는 그런 그를 보며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이제 우리의 싸움은 단순히 하나의 세계에 국한된 것이 아니니까. 좋든 싫든 간에 모든 곳이 전장이 될 수 있다.”
“내 세계를 침범하는 놈이 있다면 가만두지 않아.”
“그러기 위한 준비다.”
자신을 노려보는 카릴을 향해 그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당신이 파렐을 넘어 미래를 바꾼 것처럼. 또다시 찾은 이 파렐에서 카릴, 당신은 새로운 각성의 순간을 맞이할 거야. 결정은 그때 가서 해도 늦지 않아.”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파렐의 마지막 층. 모든 시작이 있었던 곳.”
휘이이이잉—
뜨거운 사막을 가로 지르는 바람 소리가 마치 카릴을 부르는 것처럼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