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49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496화(496/497)
외전 9화
9. 재회
[여기가 파렐 안이로군.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했었는데……. 보기보다 별게 없는걸.]카릴의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이 그의 등 뒤에서 서로 뭉치더니 검은 연기가 되어 하나의 형상을 이루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기에 더욱 외로웠겠군…….]카릴은 그 모습을 보며 역시나 하는 얼굴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을 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않고서는 내가 널 소멸시켜 버릴지 몰라.”
검은 연기 속 소년은 그의 으름장에 짐짓 두려운 척 자신의 양쪽 어깨를 마주 잡으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신마저 살해한 너라면 정말로 그럴지도 모르지. 이거야 원……. 오금이 다 저리는걸.]“육체도 없는 놈이 오금이 느껴지기나 해? 헛소리하지 말고 설명이나 해봐. 대답의 여하에 따라서 내가 지금 한 말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될 테니까.”
올리번은 어쩐지 그의 말에도 전혀 두려운 기색을 느낄 수 없었다. 오히려 이 모든 사실이 밝혀진 지금 약간은 즐거워 하는 것 같기도 했다.
“지금 너는 누구지? 네가 그에게 나를 회귀하라 부탁했다는 말은……. 너 대신 내가 회귀의 기회를 잡았다는 뜻인데 어떻게 해서 네가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
카릴의 물음에 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 그 미소 속에는 씁쓸함이 느껴졌다.
[나는 너와는 달리 파렐을 오르지 못했다. 오를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는 것이 맞겠지. 백금룡에게 회귀의 가능성을 듣고 한 치의 망설임 없이 탑 안으로 들어간 너와는 달리 말이야.]올리번이 그를 향해 말했다.
[하지만 네가 파렐의 끝에서 한 사람을 만났던 것처럼 나 역시 멸망하는 세계 속에서 너보다 먼저 그를 만났다. 그리고 그로 인해서 나 역시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세계로 돌아올 수 있었다.]“그럼……! 그 사실을 내게 말했다면 더 쉽게 미래를 바꿀 수 있었을 수도 있잖아!”
[어떻게?]“……뭐?”
카릴의 물음에 올리번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날 믿었을까……? 인간의 기억은 언제나 좋은 쪽으로 미화시켜버리니……. 잊어버린 거야? 나는 전생에 너를 죽이려 했다는 걸. 오히려 전생의 역사를 알고 있는 나를 가장 큰 위험요소로 보진 않았을까.]“하…….”
그의 말에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낮은 탄성을 터뜨리고 말았다. 씁쓸하면서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정말로 그가 진실을 털어놓았을 때 과연 자신이 올리번과 힘을 합칠 수 있었을까는 스스로 생각해도 알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전생에 분명 유일한 친우(親友)라 여겼던 그였지만 결과적으로 끝은 서로 죽이려던 사이가 되었으니까.
“어째서 넌 나를 죽이려 했지? 그 당시 신살의 10인들은 신탁을 이행하기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싸웠다. 비록 실패했으나 네가 우리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야.”
카릴이 파렐행을 택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올리번이 자신을 죽이려 했던 그 사건에 있었다.
[제국의 역적. 북부의 더러운 이민족이 결국 자신을 받아들여 준 황제를 죽인 사건. 확실히 큰일이었지. 안 그래?]“너…….”
올리번의 말이 이어질 때마다 카릴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런데 난 너를 죽이려 하지 않았다.]“……뭐?”
[우리 모두 속은 거야. 이 모든 일의 시작에 관여했던 한 놈에게 말이지.]“백금룡…….”
카릴은 마치 둔기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신력을 머금었던 너는 블레이더의 전설에 대해 잘 알 거다. 블레이더는 반역자 이전에 신의 기사라는 걸 말이야. 백금룡 역시 그중 하나였고 그는 내게 새로운 신탁이 내려졌다 했다.]“설마 그게 우리를 죽이라는 것이었냐.”
올리번은 쓴웃음을 지었다.
[미안하다.]그의 대답에 맥이 풀려 버리는 기분에 카릴은 주저앉고 싶었다.
[변명을 하진 않겠다. 나는 친우를 포기하더라도 고통받는 백성들을 살려야 했으니까.]“알아. 네놈은 그럴 놈이지.”
카릴의 대답은 결코 올리번을 나무라는 것이 아니었다. 단지 수많은 감정이 뒤엉킨 채로 그를 바라볼 뿐이었다.
확실히 회귀 이후 백금룡의 실체를 알게 된 그는 나르 디 마우그가 인간의 가능성을 실험하기 위해 자신을 파렐로 보냈음을 깨달았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상한 일도 아니었다.
“인간을 도구로 여기는 건 비단 신만이 아니었으니까. 놈이라면 충분히 우리 사이를 이간질할 만하지.”
[죽음 직전 나는 너의 대화를 들었다. 그리고 회귀 이후 나 역시 의문을 품었지. 어째서 나르 디 마우그는 너를 파렐 안으로 보냈을까. 그렇기에 회귀 이후 나는 너를 만나기 이전에 먼저 백금룡부터 파고들었다.]올리번은 자신을 바라보는 카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너 설마…….”
[그래. 그의 비밀은 너도 아는 그대로였어. 아마 내가 너보다 더 빨리 그의 실체를 알았겠지. 인간을 이용해서 신의 힘을 탐하던 그놈은 신의 사자라 불리던 블레이더가 아니라 반역을 꿈꿨던 블레이더를 배신한 것도 모자라 이제 신마저 집어삼키려 했으니 말이야.]“우리가 백금룡의 손에 놀아난 것이로군.”
[전생은 그러했을지 모르지만 현생은 아니지. 백금룡은 네 손에 죽고 더 나아가 우릴 신좌를 결정하는 놀잇감으로 썼던 율라 역시 소멸했으니.]올리번은 카릴을 향해 말했다.
[인간의 승리다.]“…….”
기뻐하는 그와 달리 카릴은 어쩐지 그의 말에 쉽사리 동조할 수 없었다.
[나의 죽음은 네 탓이 아니다. 내가 자초한 일이었으며 너와는 달리 파렐을 오르지도 못한 내가 기억을 가지고 회귀를 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과분한 일이니까.]올리번은 그의 생각을 읽은 듯 쓴웃음을 지었다.
[이미 육체가 죽은 사자(死者)였던 나는 시간 역행 자체가 불가능했다. 다만, 한 가지 규율을 이행하는 것을 조건으로 그가 가진 신력으로 나의 정신을 봉인하여 과거로 올 수 있었지.]“규율?”
[전생의 역사를 내가 바꾸지 않는 것.]꿈틀-
그의 말에 카릴의 뺨이 씰룩였다.
“인간의 삶은 운명이라는 이름하에 제각각 정해진 규율이 있다. 일종의 파라미터라 할 수 있는 신이 만들어 낸 변수는 수없이 다양하고 복잡하지만 어쨌든 모두 계획되고 정해져 있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정해진 규율에서 벗어난 유일한 존재인 당신은 신을 속이고 미래를 바꿀 수 있었다.”
검귀의 말에 카릴이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하지만 올리번은 달라. 그 역시 미래를 알고 있기는 마찬가지지만 그가 미래를 대비해서 미리 바꾸려고 했다면 신이 정해 놓은 그의 삶과 달라지기에 눈치챌 수 있거든.”
[뭐, 에이단 하밀, 수안 하자르……. 물론 네가 다른 이의 미래를 바꾼 것처럼 나의 미래도 네가 바꿀 가능성도 있었겠지.]카릴은 올리번에게서 두 사람의 이름이 나오자 눈빛이 떨렸다.
올리번의 기억이 온전한 것이라면 전생에 자신을 따랐던 충신들이 적이 되는 모습을 버젓이 바라볼 수밖에 없었던 것일 테니까.
[의식의 봉인이 깨어진 순간 나는 네가 시간 회귀에 성공했음을 직감했다. 내가 직접 역사를 바꿀 수 없다면 네가 역사를 바꿀 수 있도록 하겠다고.]“미친…….”
[이게 나의 결의다. 어차피 죽어야 한다면 확실하게 네가 죽여야만 할 악역이 되어야겠다고 말이야. 그리하여 네가 진정으로 적법한 왕으로서 가치를 가질 수 있도록.]“너 그게 말이라고 해?”
카릴은 올리번의 멱살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그의 두 팔은 영혼체인 올리번의 몸을 관통해 허우적거릴 뿐이었다.
[내 선택에 후회는 없다. 나는 결코 선한 사람이 아니야. 전생의 나 역시 널 이용한 것뿐이다.]그런 카릴의 뺨에 올리번은 손을 얹었다.
그의 손바닥 역시 카릴을 만질 수 없는 것이 당연했지만 가볍게 얹은 그 손은 꼭 그를 어루만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고집스럽게 나를 따라주었지. 네게 고맙다는 말도 못하고 눈을 감은 것이 전생에서 가장 후회스러운 일이었구나. 카릴.]“시끄러…….”
[비록 우리의 끝이 행복하진 않았으나 이렇게라도 끝맺음을 지을 수 있어서 다행이다.]“입 다물라고 했잖아!!!”
소리치는 카릴에도 불구하고 올리번은 여전히 옅은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의 눈엔 그저 투정을 부리는 어린 시절 그때의 카릴로 보일 뿐이었으니까.
[나는 선왕이 될 수 없다. 백성을 위해서 내가 왕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과 동생을 죽이고 아비를 끌어내려 옥좌에 오른 내가 어찌 선왕의 자격이 있겠어.]“나 역시 마찬가지야. 내가 선왕이 될 수 있을 것 같아?”
[하지만 올곧은 왕은 될 수 있겠지.]올리번은 카릴을 바라봤다.
[카릴. 아무리 우리가 전생의 기억을 함께 가지고 있다 한들 그 시절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야. 나는 내게 패배했고 너는 너를 믿는 자들을 이끌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꽈악-
카릴은 주먹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너는 잘해낼 거다.]쏟아내고 싶은 많은 할 말이 입안에 머물렀지만 쉽사리 나오지 않았다.
“올리번.”
검귀가 그를 부르자 순간 카릴의 얼굴이 굳어졌다.
“이번 생에서까지 당신이 죽을 것이라고는 솔직히 예상하지 못한 일이야. 어차피 대륙의 주인이 되는 것까진 정해졌던 미래였으니까. 그런데 제국 전쟁 자체를 패배하다니…….”
올리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애초에 당신은 회귀에 성공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카릴에게 대륙을 넘겨 줄 생각이었다는 거로군. 나로서는 아쉬운 일이야. 이 세계의 승리는 충분히 기쁜 일이지만 내가 필요한 것은 신의 힘을 다룰 수 있는 동료니까.”
“동료?”
“전에도 얘기했듯이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로드의 신살로 부서진 디멘션 스파이럴로 인해 다른 차원들 역시 고통받고 있다. 나는 그것을 끝내기 위해 마지막 전장을 준비하고 있거든.”
검귀의 말에 카릴은 그를 흘겨봤다.
“올리번의 정신을 봉인하여 회귀를 시킨 것은 이 차원에 있는 디멘션 스파이럴을 회수하고 나와 함께 싸울 동료를 찾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그가 죽어 버릴 줄이야.”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동료를 찾는 것이라면 저보다 카릴이 더 마땅한 자일 겁니다.]“그가 나를 도울 것이라 생각해?”
[물론 아니겠지만요.]올리번은 쓴웃음을 지으며 카릴을 바라봤지만 그는 묵묵부답이었다.
“나는 인간으로서 살아가기로 결정했다. 신의 영역이다 차원의 힘이다 하는 것은 이제 관여할 생각 없다. 그저 내 주위의 그들의 평온을 지키고 싶을 뿐이야.”
[너로서는 당연한 결정이겠지.]올리번은 고개를 돌려 검귀를 향했다.
[카릴의 도움은 어려울지 모르지만 이 세계에 남아 있던 디멘션 스파이럴의 회수는 해결할 수 있을 겁니다. 더불어서 동료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도움을 요청해 볼 수 있는 자가 있죠.]“차원에 관여하려면 신의 힘에 닿았던 자만이 가능한 일이다. 밀리아나를 엮으려는 생각이라면 포기해.”
[하하, 너와 함께 있어야 할 디곤의 여제에게 도움을 요청할 만치 나는 바보가 아냐.]“……흠?”
[파렐에 오기 전 내가 잠시 사라졌던 것을 기억해? 내가 어디에 다녀왔을까.]“무슨…….”
[한 명 더 있잖아. 누구보다 신력을 가장 확실하게 쓸 수 있는 존재 말이야.]카릴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
[고작 신의 힘에 발을 담근 정도가 아닌 진짜 신. 우리의 세계를 관장하는 그는 누구보다 인간적이며 괴상한 자이니까. 다른 차원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지.]“너 설마…….”
[게다가 그는 신이 되기 전에 영령(英靈)의 존재였기에 우리 같은 사자(死者)들에게까지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거든.]콰아아아아앙—!!!
그 순간,
무너지는 파렐 위로 날카로운 자줏빛의 낙뢰가 사정없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신(神)이 인간계에 강림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나 이곳은 신의 구조물인 파렐(Pharel). 신인 그 역시 자유로이 자신의 힘을 발현할 수 있는 곳이니 이곳이야말로 재회에 가장 어울리는 곳이겠지.]올리번은 카릴을 향해 나지막하게 웃었다.
“……!!!”
카릴은 번개에서 오래된 친숙한 기운을 느꼈다.
비전력(祕傳力)이었다.
일러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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