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화(5/497)
5. 등잔 밑이 어둡다
[나르 디 마우그다.]그것이 그와 첫 만남이었다.
바닥에 검이 떨어져 있었고 주저앉아 있던 카릴을 향해 그가 손을 뻗었다.
최초의 드래곤.
신탁이 내려졌을 때, 카릴의 나이는 열다섯이었다.
드래곤이 눈앞에 있다는 놀라움보다 더 그를 경악하게 만든 것은 이미 두 사람이 만났던 적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딱 한 번.
나르 디 마우그는 맥거번가를 방문했었다.
하지만 그의 정체는 아무도 몰랐다. 심지어 검을 섞었던 크웰 맥거번조차 말이다.
[그냥. 가벼운 호기심이었다. 네 아비를 비롯하여 대륙 3강이라 불리는 자들 중 과연 누가 가장 강할까. 정세니 뭐니 하는 말로 그치들이 직접 붙을 리는 없고……. 내가 직접 그들을 찾았었지.]대륙 3강(强).
검과 마법 그리고 무투의 정점에 도달한 3명을 칭하는 영예로운 말.
그중 하나인 검의 극의에 도달한 자가 바로 크웰 맥거번이었다.
-그래서?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현존하는 다섯 명의 소드 마스터 중에서 가장 정점에 있다는 자였는데 말이야.]신랄했다.
카릴은 그의 평가에 말했다.
-그 정도였나.
[나이가 아쉬웠지. 완벽해 보였지만 사실 그의 검은 완성되지 않았거든. 조금 더 젊었더라면 성취가 달라졌겠지만.]-그럼 난 어떻지?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에게 물었다.
첫 만남에 두 사람이 한 것은 다름 아닌 검을 섞은 일이었으니까.
[훌륭하다. 솔직히 말해서 인간이 이 정도까지 검을 쓸 수 있을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나이를 생각하면……. 곧 네 아비를 뛰어넘겠지.]용은 탐욕스러운 면모를 보이긴 하지만 절대로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너 역시 나이가 아쉽군.]-왜?
[네가 조금만 더 어렸다면……, 아니, 어렸을 때 네 아비가 너를 내게 소개했었더라면. 네 아버지가 아닌 대륙 3강과는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웠을 텐데.]나르 디 마우그는 살짝 어깨를 으쓱했다.
[하긴, 애초에 내가 정체를 숨기고 있었으니 바보 같은 욕심이로군.]-어째서?
나르 디 마우그는 말했다.
[마력(魔力).]-…….
카릴은 그 말에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놀리는 거라면 관둬. 나는 이민족이다. 가질 수 없는 것에 욕심을 부려봐야 소용없는 일. 마력이 있는 상대도 지금껏 내 힘으로 이겨왔다.
[그 말이 아니다.]-그럼?
[다른 곳도 아닌 네가 맥거번가(家)의 자식이라면……. 어쩌면 환골(換骨)의 기연을 얻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거든.]“…….”
카릴은 눈을 떴다.
한바탕의 소란을 만들었기 때문일까.
잠이 오지 않는 듯 침대에서 일어나 그는 창밖을 바라봤다.
‘내일이면 마르트의 패배가 어머니의 귀에도 들리겠지.’
아마 그녀는 무례한 이민족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자신을 부를 것이다.
계획대로였다.
그녀와의 만남이 카릴에겐 필요했으니까.
‘첫 만남이 썩 유쾌하진 않겠어.’
아직 그녀를 보지 못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녀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몇 번 되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는 양자들을 달가워하지 않아 하셨으니까. 당연한 일이지. 자신이 낳은 자식의 자리를 넘보는 것 같을 테니.’
이사벨 에시르.
크웰 맥거번의 아내이자 동부에 위치한 약소 가문의 둘째 딸.
그런 가문의 여식이 맥거번가(家)와 인연을 맺은 건 놀라운 일이지만 한때는 위용을 자랑할 만큼 대단했던 적도 있었다.
‘지금 그녀에게 남은 것이라곤 저택의 낡은 서고뿐이지만.’
카릴은 커튼을 젖혀 저 멀리 보이는 작은 건물을 바라봤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고 방치되어 있는 그곳은 형제 중 그 누구도 발길을 주지 않는 곳이었기에 을씨년스러운 느낌까지 들었다.
‘마력을 얻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
그 순간.
카릴은 나르 디 마우그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옅은 미소를 지었다.
환골(換骨).
새로운 몸을 얻는 것.
등잔 밑이 어둡다 했던가. 그 누가 알까.
‘그 방법이 저곳에 있을 줄이야.’
* * *
“마법이라……. 그 아이가 그렇게 말했나요.”
“그렇소. 솔직히 놀랐지.”
“그러네요. 마력혈도 없는 이민족의 아이가 마법을 공부하겠다니. 무슨 꿍꿍일까요.”
크웰은 자신의 옷매무새를 돕는 이사벨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하녀들이 해도 될 일을 그녀는 그가 저택에 돌아오는 날이면 이렇게 직접 했다.
부인으로서의 책무.
아니, 그건 그녀 나름의 존재성을 크웰에게 알리는 행위였다.
“부인, 너무 편견을 가지고 보지 말아주면 좋겠소. 고작 열두 살의 아이일 뿐이잖소.”
“당신도 알지 않나요. 그 아이가 한 말이 얼마나 무례한 말이라는 것을. 그건 제국인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어요.”
이사벨은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었다.
크웰이 대륙 각지에서 양자들을 데리고 왔을 때도 못마땅했지만 이해했다. 몰락한 귀족에서부터 상인의 아들, 수도원에 버려진 아이까지…….
모두의 과거는 달랐지만 한 명 한 명이 뛰어난 아이들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사벨은 이해했다.
자신의 아들.
마르트 맥거번을 보좌해 가문을 더 성장해 나가게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아니다.
이민족(異民族).
발목을 잡는 것도 모자라 가문에 피해를 줄 게 틀림없었다.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요?”
“그 아이는 단순히 이민족의 아이가 아니오. 잊었소? 그 아이는 칼리악의 아들이잖소.”
“…….”
크웰은 그녀의 말을 잘랐다.
“당신과 내가 그에게 도움을 받았던 걸 잊은 건 아니겠지.”
“그런 건 아니에요……. 다만…….”
이단(異端).
이사벨라는 그 단어가 자꾸만 걸렸다.
“저는 잘 모르겠어요.”
“부인, 당신 말대로 이민족의 아이가 마법을 배울 수 있을 리 없으니. 단지 옛 친우에 대한 예의로 그 아이가 원하는 걸 해주려고 하는 것뿐이니까.”
“…….”
하지만 그녀는 그가 ‘친우’라는 단어를 쓴 것조차 껄끄러웠다.
“걱정 마시오.”
크웰은 평온한 얼굴로 이사벨의 어깨를 다독였다.
이제 곧, 일어날 파란에 대해서 예상하지 못한 채.
* * *
조용한 식사가 계속되었다.
이민족의 아이가 들어와 처음으로 모두가 함께하는 식사였다.
홀 안에는 다른 날보다 더욱 엄숙하게 숟가락이 그릇에 가볍게 부딪히는 소리만이 조심스럽게 들릴 뿐이다.
“누구에게 배우기라도 한 거니, 카릴. 제법 식기를 다루는 것이 훌륭하구나.”
그런 침묵이 깨졌다.
이사벨은 영롱한 녹색의 눈동자로 그를 살피듯 바라봤다.
“그냥…… 조금. 책에서.”
카릴은 고개를 숙인 채 얼버무렸다.
숟가락을 거꾸로 들고 말하다 보니 아직 묻어 있던 스프가 주르륵 그의 손등에 떨어졌다.
그녀는 그 미숙한 모습에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 정도가 좋았다. 너무 완벽하면 오히려 그녀에게 미움을 받을 테니까.
‘아직 얻고자 하는 것이 있으니.’
그전까지 굳이 그녀의 눈살을 찌푸리게 할 필요는 없었다.
“그런 것 치고는 제법 틀이 잡혔구나. 백작께 들었다. 마법을 공부하고 싶다고?”
“……!!!”
“……!!!”
그녀의 말에 식탁에 앉아 있던 형제들이 놀란 눈으로 카릴을 바라봤다.
‘뭐? 마법?’
‘이민족이 마법을 배우는 게 가능해?’
‘단단히 미쳤군…….’
‘이건 또 무슨 꿍꿍이지.’
시선 속에는 분노와 의심이 가득했다.
하지만 카릴은 그것을 즐기듯 담담한 표정이었다.
“배우려는 게 아니라 알고 싶을 뿐입니다.”
“왜 그런 생각을 했지?”
이사벨은 여전히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물었다.
하지만 카릴은 그녀의 속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시험(試驗).
자신의 대답에 따라 처우가 달라질 수 있음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 질문의 대답을 그녀에게 맞출 필요는 없었다.
‘결정을 내리는 것은 아버지.’
카릴은 원하는 답을 알고 있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생(前生)에서 그에게서 직접 들었으니까.
-기억하느냐. 널 처음 봤을 때 정말 길들여지지 않은 맹수 같았지.
-제가 말입니까?
-그럼, 열다섯 살이 되기까지 너는 형제들과 매일 싸우지 않았더냐. 신탁이 나타나 전장으로 불려오지 않았더라면……. 여전했겠지.
-죄송합니다.
-아니, 아니다. 무례하고 거칠지만 그때의 너야말로 칼리악의 아들이라 할 수 있었다. 나는 네가 그 기개를 포기했다면 오히려 실망했겠지.
-…….
-그리고 이제 맥거번의 아들이기도 하다.
18살.
그가 처음으로 크웰을 뛰어넘었을 때의 일이었다.
카릴은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다.
‘아버지가 나를 인정했던 이유가 무엇인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