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1)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1화(51/497)
45. 최종전 (1)
“결승에 진출했다지?”
여관으로 돌아온 카릴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미하일과 에이단을 향해 가볍게 손짓했다.
“오셨습니까?”
처음 교도 용병단에서 만났을 때와는 달리 미하일의 태도는 변했다.
그때는 카릴을 대하는 것이 고용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면 지금은 비록 숨기고 있지만 선망이 담겨 있었다.
‘경연에 나가보고 느낀 거겠지. 마법을 쓰는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참가했기 때문에 바라고 있는 것이다.
그 역시 카릴처럼 싸워보고 싶다고.
‘나르 디 마우그의 말이 있었기 때문에 마법을 가르치긴 했지만 그도 원래는 검을 쓰던 사람이니까.’
평범한 마법사들의 전투가 아닌 카릴의 방식이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다. 두 가지를 모두 쟁취할 수 있는 인간은 흔치 않다. 괜한 욕심에 몸을 단련하느라 마법에 집중하지 못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니까.’
카릴은 미하일을 바라보며 가볍게 웃었다.
‘하지만 걱정 마라. 마법에 관해서는 내가 널 가르쳐 주지 못하지만 네 마법이 완성된다면 언제든지 뛰어난 육체로 만들어 줄 수 있다.’
카릴은 짐을 내려놓으면서 자리에 앉았다.
연녹색의 보석이 박힌 스태프는 못 보던 것이었기에 미하일은 신기한 듯 바라봤다.
“마법을 써보니 어때?”
“신기합니다. 솔직히 제가 이 정도로 올라올 수 있을 거라곤 생각도 못 했습니다.”
“그렇지? 비기너이긴 해도 말이야.”
그의 농담에 미하일은 피식 웃었지만 은근히 투쟁심을 표했다.
“저도……. 카릴 님만큼은 할 수 없을지 몰라도 가만히 서서 영창을 하는 마법사들에게 지지는 않을 겁니다.”
“자신 있나 보군.”
카릴은 예상대로라는 듯 그를 바라봤다.
‘신참이라고는 하지만 교도 용병단에서 나름대로 훈련을 받았던 가닥이 있으니까. 몸을 쓰는 전투는 자신이 있다는 거겠지.’
하지만 그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하일은 눈치채지 못했지만 카릴의 몸은 수련을 제외하고는 항상 각종 보조 마법이 걸려 있었기 때문이다.
미하일의 마력으로는 몇 개의 보조 마법을 건 것만으로도 마력이 고갈돼서 제대로 싸우지도 못할 것이다.
“그래서 널 비기너에 내보낸 거야.”
“네?”
“방금 네가 말했잖아. 나만큼은 하지 못 해도라고. 익스퍼트에 출전하면 나와 붙어야 하는데?”
“그, 그건…….”
미하일은 아차 싶은 표정이었다.
“비기너에서 우승해라. 너와 내가 이번 경연을 모두 차지하는 거야.”
카릴은 그런 그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네가 마력에 소질이 있다는 건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걸 증명하기도 했고. 안 그래?”
에이단은 자신을 바라보는 카릴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마력을 더욱 가다듬어라. 너라면 더 높은 경지에 오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언젠가 너에게 최고의 스승을 만날 기회를 주겠다.”
대륙에서 가장 뛰어난 마법사란 누구일까.
마법의 보고라고 할 수 있는 상아탑의 주인, 베르치 블라노 아니면 제국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
혹은 불멸회의 수장인 나인 다르혼이나 그것도 아니면 마탄(魔彈)이라고 불리는 루레인 공국의 데릴 하리안도 있을 것이다.
그들 모두가 대마법사에 반열에 오른 7클래스의 유저들이었으며 당대에 내로라하는 인간 마법사들이다.
그중에서도.
베르치 블라노의 마력량은 8클래스에 육박한다고 알려져 있으며 전설로만 남은 카이에 에시르의 수준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마법사라 알려져 있다.
‘그러나 데릴 하리안의 경우 4명 중 가장 어려 마력은 뒤떨어지지만, 마탄이라는 공격 마법을 새로이 창조한 전투에 특화된 워메이지(War-Mage).’
베르치 블라노와 데릴 하리안이 맞붙는다면 결과를 쉽게 점칠 순 없었다.
마력량이 아무리 방대하더라도 그것을 전투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소용없는 일이니까.
‘그래서 아버지와 함께 각 분야의 최강자를 가릴 때 어떤 이들은 델리 하리안을 넣어야 한다는 말도 있으니까.’
그에 비하면 궁정마법사인 카딘 루에르는 노년이라는 나이 때문에 평가 절하되는 경향이 있었다.
‘하지만 노인네의 실력은 누구보다 내가 제일 잘 알지. 신탁이 내려지고 가장 많은 적을 섬멸한 마법사가 그 양반이니까.’
솔직히 카릴뿐만 아니라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칠순이 훌쩍 넘은 그가 현역의 젊은 마법사들 못지않게 전장을 휩쓸고 다닐 줄이야.
‘하지만.’
한 명 한 명이 대단한 마법사들이었지만 ‘가장’이라는 것에 대해 고민을 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은 없을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자들이라 하더라도 그들이 가지는 유일한 약점이 있었으니까.
‘바로 인간이라는 것.’
카릴은 피식 웃었다.
“……?”
그의 웃음의 이유를 알지 못하는 미하일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고민할 필요가 없다. 최고를 가린다면 마법에 관하여 그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유일무이한 존재가 있으니까.’
바로.
드래곤(Dragon).
“하지만 최고의 스승을 맞이하기 위해선 그만한 준비를 해야겠지. 안 그래?”
대륙에는 많은 던전이 존재하지만 그중에서도 드래곤의 레어는 모험가들이 가장 탐하고자 하는 곳이다.
하지만 그 보상만큼 난이도 역시 높았다.
아직 완성되지 않은 카릴이 단독으로 나르 디 마우그가 잠들어 있는 곳까지 뚫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미하일, 내가 너를 가장 먼저 찾은 이유는 다른 열 명과 달리 내가 알지 못하는 한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누구보다 먼저 나르 디 마우그에게 보이고 싶기도 했고…….’
카릴 그 자신이 백금룡의 레어를 공략하기 위한 수단으로 쓰기 위함이기도 했다.
동료가 될지 방패가 될지는…….
솔직히 처음 그를 만났을 때는 미지수였다.
미하일이 이런 얘기를 듣게 된다면 서운할 수도 있겠지만 카릴은 냉정했다.
과거에 도달하기 위해 억겁의 시간을 탑 속에서 투쟁한 그였다.
모습은 십 대에 불과하지만 그는 드래곤의 시간에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오랜 시간을 살았다.
‘사사로운 연민에 휘둘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하지 않을 것이다.’
그것이 어떤 결과를 만들었는지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으니까.
“알겠습니다.”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미하일은 카릴의 말에 눈을 반짝였다.
“부탁한다.”
“네!!”
카릴은 고개를 돌렸다.
“에이단, 내가 자리를 비우는 동안 마법사 한 명이 날 찾거든 네가 대신 좀 해야 할 일이 있다.”
“무슨 일입니까?”
그는 옆에 내려놓은 스태프를 가볍게 움켜쥐면서 묘한 웃음을 지었다.
“별일은 아니야. 그가 뭘 건네주면 잘 보관하고 있기만 하면 된다.”
에이단은 막연한 그의 지시에 오히려 궁금증이 더해졌지만 이제는 이런 명령이 익숙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슨 꿍꿍이지.’
어차피 그가 물어도 제대로 대답해 주지 않을 걸 알았다. 하지만 항상 카릴이 계획한 일은 나중에 가서 놀라울 정도로 착착 들어맞았으니까.
“그렇게 하죠.”
에이단은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했다.
‘언제까지 여기에 있어야 하지……. 하필 와도 아조르라니. 여긴 제국과 통신을 연결할 방법도 없는데.’
교도 용병단부터 아조르까지.
언제 다시 타투르로 돌아갈지 모르는 여정을 시작한 에이단은 지금까지 대부분의 전서를 마법구를 통해 보냈었다.
그러나 도시 전체가 실드(Shield)로 보호되고 있는 아조르는 도시에 정해진 마법구 이외에 다른 것을 쓰게 되면 바로 경보가 울리게 되어 있었다.
‘상급 마법사 정도 되면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내 위치를 알릴 방법이 없으니 미치겠네.’
설마 그럴 리 없다고 생각하지만 에이단은 마치 카릴이 일부러 자신이 황자에게 연락을 취하지 못하는 곳만 골라서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타투르의 사정은 주크가 고했을 테니 괜찮겠지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그는 한숨이 절로 나올 것 같은 기분을 가까스로 참았다.
신분을 숨기려다 오히려 카릴을 따라오게 되어 지금은 비술까지 알려준 꼴이 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그나마 자신의 상황보다는 타투르 쪽이 낫다는 생각에 안도하고 있으니 스스로 생각해도 어처구니없을 뿐이었다.
‘스승님께서 이 일을 알게 되면 날 죽이려 하겠군.’
입술을 깨무는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카릴은 재밌다는 듯 피식 웃었다.
“내일 경연을 하려면 푹 쉬도록 해. 나는 잠시 다녀올 데가 있다.”
“또 어디를 가십니까?”
여관에 들어온 지 기껏해야 수 십분.
도대체 쉬는 모습을 본 적이 없는 카릴의 모습에 미하일은 혀를 내둘렀다.
* * *
‘왔군.’
광장의 분수대에 기대어 앉아 있던 카릴은 저 멀리서 느껴지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
‘저렇게 대놓고 나타나다니. 인비젼 마법도 쓸 수 없는 수준인가.’
아니면 사태의 심각성보다 과한 자신감을 가지고 있는 걸까.
카릴은 그들이 누군지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아니.
오히려 기다리고 있었다고 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익스퍼트 경연에 나선 마법사들, 정확히는 그들이 소속된 마법회와 길드의 사람들일 것이다.
‘내일 경연까지 가만히 둘 수 없었겠지.’
오늘 경연에서의 카릴의 모습은 가히 충격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정할 수 없었다.
그의 전투 방식을.
마법사 중에는 무기를 쓰는 자들도 분명 존재하니까. 하지만 그런 자들은 오히려 마법계에서 배척당했다.
‘무기를 쓰는 것 자체가 검사와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니까.’
마법사들은 스스로 차별화를 두고자 오히려 육체를 단련할 시간에 정신을 단련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고위 마법을 쓰기 위한 단련이야말로 정신의 수행이니까.
그렇기에 자신을 잡으러 온 것이다.
경연에서 볼 수 없는 카릴의 대범한 방식에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대놓고 올 줄은 몰랐는데.’
카릴은 모습조차 감추지 않고 자신을 향해 걸어 오는 자들을 바라보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당신까지 여기에 올 줄은 몰랐는데.”
“자네에게 제안하고자 하네. 소속된 곳이 마법회와는 연관이 없는 길드더군. 다른 이력도 없고 말이야. 제대로 된 스승이 없었으니 경연의 의미를 모를 수 있어.”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지?”
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자신의 앞에 선 노마법사를 바라봤다. 놀랍게도 그는 이번 경연을 주최한 여명회의 상급 마법사, 타피오였다.
“이번 경연을 포기해 주게.”
예상은 했지만 주최자가 직접 이런 말을 전하자 카릴은 웃음이 나올 뿐이었다.
“이런 식으로 돌려막듯이 지금껏 경연을 한 건가? 마법사라고 고고한 척은 다 하더니 마법회도 썩었군.”
“…….”
그의 신랄한 비판에 타피오의 얼굴이 굳어졌다.
카릴을 둘러싸고 있는 십수 명의 마법사가 당장에라도 그에게 달려들 듯 으르렁거렸다.
“내게 뭘 줄 거지?”
하지만 그의 말에 타피오는 가볍게 웃었다.
“그래. 길드에 있는 자라 그런지 머리가 나쁘지 않군. 우승 상품과 동급의 마법서를 자네에게 주지. 어떤가.”
“흐음…….”
익스퍼트 경연의 우승 상품은 5클래스 마법서.
마법회에 속해 있지 않은 자유 마법사라면 마법서를 얻을 수 있는 길이 한정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타피오의 제안은 나쁘지 않았다.
굳이 싸우지 않고도 원하는 것을 구할 수 있고 마법회는 제자들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목적을 달성할 수 있으니까.
물론,
그것이 일반적인 마법사라면 말이다.
카릴은 기대어 앉아 있던 분수대에서 내려와 가볍게 손목을 풀었다.
그러고는 실력이 아닌 잔꾀로 우승을 노리는 너구리 같은 노마법사에게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싫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