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4화(54/497)
47. 승자의 보상
“자네가 익스퍼트 경연의 우승자인 카릴이로군. 이렇게 만나게 되어 반갑네.”
“아조르의 영주님을 뵙다니. 영광입니다.”
카릴은 눈앞에 있는 둥글둥글한 남자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전생에는 마력이 없어서 몰랐지만 이제는 확실히 느껴지는군.’
파시오의 뒤에는 호위를 맡고 있는 마법사들이 서 있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아우라는 그들과는 비교도 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부러 그러는 것일지 모르겠지만 신기하군.’
찌릿찌릿 피부를 찌르는 느낌이 영주관의 문을 열 때부터 느껴졌다.
파시오 한은 카릴이 마력을 얻고 난 뒤 만나본 마법사 중에 가장 상위의 마법사였다.
‘그래 봐야 늙은 너구리지만.’
그의 말로가 어땠는지는 알고 있다.
그리고 현생에서도 그다지 그를 구제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아무리 마법사가 아쉬운 상황이라지만 오히려 문제를 일으킬 자까지 놔두는 건 더 손해지.’
카릴은 그가 세력을 확장시키기 위해 미래에 우든 클라우드가 만든 교단과 손을 잡아 무고한 사람들을 학살한 자라는 것을 잊지 않고 있으니까.
“얘기는 전해 들었네. 마스터 경연에 참가하고 싶다고?”
“그렇습니다.”
파시오는 재차 확인했다.
그가 진심으로 그 말을 한 것이 맞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참가자가 없는 유명무실한 대회라는 걸 알면서도 저렇게 당당하게 말하다니……. 제정신으로 하는 소린지 아니면 그냥 미친놈인지.’
인상을 찡그리며 그가 말했다.
“자네도 알다시피 경연이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세. 자네가 원하는 것이 7인의 원로회가 남긴 유산이라면……. 적어도 그에 합당한 능력을 증명해야겠지.”
“어떻게 말입니까?”
“경연은 불가능하지만 대신 마스터 경연의 난이도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하고자 하네.”
그는 크게 인심을 쓰는 듯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마법 도시인 아조르에서 마스터 경연에 참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마법사를 구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법회의 상급 마법사들이 도시 내에 아직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굳이 이런 귀찮은 방식을 사용하는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비슷한 난이도라면……?”
“자네는 아조르가 만들어진 이력에 대해서 알고 있나. 이곳은 태초에 마법을 전파한 7인의 원로회를 기림과 동시에 그들의 유산이 있는 곳이지.”
“알고 있습니다. 이곳에 초대 마법이라 불리는 3권의 마법서가 있죠.”
“그렇다네. 하지만 그 3권의 마법서는 모두 7인의 원로회의 무덤에서 발견되었지. 그런데 최근에 새로운 곳이 발견되었다네.”
‘설마…….’
파시오의 말에 카릴의 눈썹이 씰룩거렸다.
“자네에게 그곳의 조사를 제안하고자 하네. 그곳에서 얻게 되는 것들에 대해서 1차적으로 자네에게 우선권을 주겠네. 어떤가.”
카릴은 순간 기억을 더듬었다.
그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는 하나의 장소.
회색교장(灰色敎場).
7인의 원로회가 모여 회의를 나누고 마법을 논했다고 전해지는 곳.
그리고…….
‘얼음 발톱(Freezing Talon)이 묻혀 있는 곳.’
꽈악-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곳이 지금 시기에 이미 발견됐던 건가. 조금 더 뒤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야. 놀랍군. 그 이름을 파시오에게서 들을 줄이야.’
예상치 못한 장소의 이름이었지만 그는 그제야 너구리 같은 파시오가 자신에게 왜 이런 제안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
아직 조사되지 않은 장소.
어떠한 위험이 있을지도 모르는 곳에 소중한 마법사를 파견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뿐만 아니라 조사되지 않은 곳이라는 말은 곧 아직 사람들이 알지 못하는 장소라는 점.
‘만약에 경우 나를 처리하기에도 안성맞춤이겠지. 콧대 높은 마법사들이 경연에서 날 이긴다 하더라도 목숨까지 빼앗진 못할 터.’
쉽사리 그들에게 죽어 줄 생각도 없지만.
“어떤가. 자네가 그곳을 조사하는 것으로 자신의 실력을 증명한다면……. 설령 아무것도 없다 한들 대신 고위급 마법서를 제공하겠네.”
카릴은 낮게 웃었다.
‘오히려 나로서는 환영할 만한 일이군. 초대 마법을 포기한 것은 아니지만 아조르의 마법사들 중에 그 마법을 익힐 수 있는 자는 없다.’
즉.
조금 시간이 걸린다 하더라도 온전히 남아 자신을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7인의 원로회의 유적지에 잠입하는 것은 흔치 않은 기회였다.
카릴이 이 제안을 거절하더라도 결국 그들이 그곳을 그냥 둘리 없다.
마법사들의 조사가 시작되면 주위에 마력을 감지하는 실드부터 각종 귀찮은 것들이 설치될 것이다.
‘아마도 뒤를 잡을 눈이 몇 붙긴 하겠지만…….’
당당하게 들어가는 것과 몰래 들어가는 것은 영역에 있어 확연한 차이가 있는 법.
“좋습니다.”
카릴의 대답에 파시오는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아조르에서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가져가 주마. 3대 마법뿐만 아니라 얼음 발톱까지.’
* * *
“네? 7인의 원로회가 남긴 유적지요?”
과일을 베어 물며 에이단 하밀은 카릴을 바라보며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
나무에 기대어 앉아 있는 모습이 어쩐지 자연스러워 보였다.
“이제 내가 좀 익숙한가 봐?”
“아, 하하……. 아닙니다.”
카릴은 황급히 자세를 고치는 그를 바라보며 피식 웃었다.
언덕 아래에선 마법을 연습하는 미하일의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던 그도 비기너 경연에 당당히 이름을 올리고 나자 이제는 검을 쥐는 시간보다 스태프를 쥐는 시간이 더 많아졌다.
그의 만족스러운 변화에 카릴은 눈을 떼며 에이단에게 말했다.
“전에 얘기했던 건?”
“아직입니다. 찾아온 사람은 없습니다. 뭔지 여쭤봐도 괜찮을까요?”
“아냐. 아무것도.”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아직 찾지 못한 건가. 회색교장의 일이 끝나고도 연락이 없다면 직접 움직일 수밖에.’
그가 에이단에게 말해 놨던 사람은 울카스 길드의 톰슨이었다.
카릴은 그에게 바르고의 단서를 찾을 것을 명했다.
울카스 길드 내에 최고위 마법사이기도 한 그는 길드원 중에 가장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자였다.
‘자신의 목숨이 걸린 일이니 하지 않을 리는 없고……. 일단 조금 더 기다려봐야겠군.’
그는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마법 경연이라든지 회색교장은 솔직히 처음 자신의 계획엔 없었던 일이다.
아조르에 온 이유는 바르고 시라에게서 마법서를 구하고 그에게 있을 우든 클라우드의 단서를 찾기 위함이었으니까.
‘하지만 그걸 톰슨에게 맡김으로써 회색교장을 공략할 시간을 벌게 되었다.’
계획과는 다르지만 이대로 간다면 몇 달 아니 몇 해의 시간을 단축할 수 있을지 모른다.
“에이단, 네 생각에 미하일이 3클래스의 벽을 뚫으려면 얼마나 걸릴 거 같지?”
“글쎄요. 3클래스에 도달하려면 4개의 마력혈을 뚫어야 합니다. 아마 이 정도 속도라면……. 얼마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요.”
3클래스에 도달한 그였기 때문에 가늠할 수 있는 일이었지만 에이단은 어째서 이런 걸 자신에게 묻느냐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익스퍼트 경연에서 우승까지 한 사람이었으니까.
카릴의 검술을 아는 에이단의 눈에 이미 그가 소드 마스터급으로 보였으니까.
하지만 실상 마법에 관해서는 아직 무지에 가까운 카릴이었다.
클래스만 따진다면 이들 중에 가장 밑이었으니 미하일의 성장을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좋아.”
“난 지금부터 회색교장에 다녀올 거다. 내가 다녀올 이틀 안에 미하일을 3클래스로 만들어봐.”
“네? 이틀이요?”
에이단은 불가능하다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하지만 이미 불만에 대한 당근을 그는 이미 준비하고 있었다.
“그걸 성공한다면 네가 원하는 걸 주지.”
에이단은 카릴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거렸다.
그가 지금 가장 답답하게 생각하는 것.
‘올리번과의 연락.’
카릴은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이곳의 일이 끝나면 녀석을 만나야 할 시점이기도 하니까. 에이단 널 데리고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그거거든.’
흔들리는 눈동자를 바라보며 카릴은 생각했다.
‘아조르에서처럼 생각지 못한 변수와 사건으로 내 계획이 바뀌긴 하지만 수십억 인류가 사는 대륙에는 그만큼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것도 당연한 일.’
하지만 역사를 바꿀 만큼의 큰 사건은 결국 언젠가는 일어날 것이다.
그리고 지금부터 가장 먼저 일어날 일.
‘제1황자 루온과 올리번의 황권 쟁탈전.’
전생에는 그 일에 관여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타투르와 마광산 그리고 교도 용병단까지…….
그가 움직일 수 있는 것들은 생각보다 큰 무게를 가지고 있으니까.
‘해야 할 일이 많군.’
하지만 카릴은 이번 일이 끝나면 자신이 움직일 수 있는 것의 명단 속에 아조르가 포함되어 있을 것임을 확신했다.
그리고 그의 손에 들려 있을 얼음 발톱이 자신과 올리번의 만남에서 큰 변수가 될 것 역시.
* * *
‘오랜만이군. 이 냄새.’
카릴은 자신의 주위에 떠다니는 광구들을 이리저리 주변에 흩뿌렸다.
회색교장 안은 빛 한 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칠흑 같은 어둠이었다.
대신 코를 찌르는 알싸한 이끼 냄새만이 진동할 뿐이었다.
“…….”
마력혈이 두 개 밖에 뚫려 있지 않은 카릴로서는 3개의 라이트 마법을 쓰는 것이 한계였다.
하지만 던전을 공략하고 돌아올 때까지도 그 광구들은 꺼지지 않을 것이기에 그에게 어둠은 그다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여길 공략했던 건 앞으로 수년 뒤였지. 신탁이 있고 난 뒤에서야 제대로 조사가 되었으니까.’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조사는 끝났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초대 마법과 마찬가지로 이곳에 잠들어 있는 유물들 역시 7인의 원로회의 것들이었으니까.
‘후세를 위해 일부러 남긴 마법조차 익히지 못하는 상황에서 숨겨 놓은 유물을 쓰기는커녕 찾을 수도 없는 게 당연하겠지.’
그렇다면 나중에는 어떻게 이곳을 공략할 수 있었을까.
이유는 간단했다.
신탁이 내려진 이후 자신의 레어를 벗어나 인류의 편을 들어 준 유일한 드래곤.
나르 디 마우그.
‘그가 이곳을 탐색하고 남아 있던 유물인 얼음 발톱을 찾았지.’
문제는 초대 마법과 함께 그것을 쓸 수 있는 자가 없었다는 것이지만.
‘전생에도 초대 마법은 결국 아무도 쓸 수 없었지만 얼음 발톱은 달랐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딱 한 명 그걸 쓸 수 있던 녀석이 있긴 하지.’
7인의 원로회가 남긴 물건들은 모두 드래곤과 관련되어 있었다.
그 말은.
초대 마법과 얼음 발톱 모두 용마력이 없다면 쓸 수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뭐, 그 녀석에겐 더 어울리는 물건이 있으니까. 내가 먼저 쓴다고 해도 상관없겠지.’
카릴은 한 여인을 떠올렸다.
‘만나기 싫어도 언젠가는 만나게 될 녀석이다. 물론, 그전에 다른 조치들을 취해 놔야겠지만.’
그녀는 세리카 로렌과 함께 그의 일생에서 자신의 등을 믿고 맡길 수 있었던 유일한 여자였다.
‘생각해 보니 평생 함께했던 여자라곤 전부 전우뿐이로군.’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살아남기도 바빴던 세상이었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자식을 낳고 가족을 일구는 자들은 분명 존재했을 테니까.
언제였던가…….
그 역시 자유로운 세상이 오면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리라는 꿈을 꾸기도 했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말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죽으면 모두 끝이다.
꿈이란 건 그 이후의 문제다.
전생과 다르지 않다.
살아남기 위해 미래를 바꾸려는 것이니까.
저벅- 저벅- 저벅-
그는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짙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 * *
저 멀리 어둠 속에서.
[크크크…….]카릴이 들을 수 없을 먼 곳에서 마치 쇠를 긁는 듯한 낮은 목소리가 천천히 들려왔다.
[……왔다. 드디어 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