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7)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7화(57/497)
50. 영혼 계약
[뭐……?! 뭐 이런 개 같은……!!]알른은 화들짝 놀라며 자신의 입을 가렸지만 이미 내뱉은 말을 돌린 순 없었다.
게다가 사자(死者)의 말은 육성이 아닌 뇌의 울림인데도 불구하고 그는 너무 황당한 나머지 인간이었을 때의 행동을 하고 말았다.
“…….”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며 다시 한번 비소를 날렸다.
[감히 네놈이 날…….]“능멸할 정도까진 아니지.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니 더 확신이 드는군. 똥 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는 말이 맞듯이 살아 있는 내가 굳이 죽은 자와 위험하게 계약을 할 필요는 없지. 안 그래? 나도 그런 꼴이 되면 어쩌라고.”
자신의 앞에서도 당돌하게 말하는 그를 바라보며 알른 자비우스는 뭔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다.
“뭐……. 얼음 발톱이 어디 있는 지나 얘기하면 네 제안을 들어는 보겠다. 도대체 죽고 나서 쓰지도 못할 물건은 왜 이렇게 꼭꼭 숨겨 놓은 거야?”
[허…….]갈수록 더욱 어처구니없는 모습.
알른은 할 말을 잃은 듯 잠시 그를 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곳에 잠든 지 얼마나 지났지? 천 년이 아니라 만 년이 지난 거 아냐? 무지렁이 중에서도 괴짜가 나올법하다지만 이런 놈은 처음이군…….]“그건 아닐 거야.”
이런 인간을 만날 줄은 몰랐다.
그러나 오히려 카릴은 셀 수 없을 시간이란 말에 코웃음이 나는 걸 참았다.
억겁(億劫)과도 같은 시간을 겪은 건 자신이니까.
고작 천 년?
카릴은 팔짱을 낀 채로 말했다.
“나야말로 한번 맞춰볼까?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니, 네가 왜 이렇게 내게 목을 매는지 말이야.”
[…….]“당신, 갇혀 있는 거지?”
순간,
알른 자비우스의 몸을 유지하는 영체가 흔들리는 것 같았다.
사자(死者)인 그에게도 감정은 존재하는 모양이었다.
“7인의 원로회가 아무리 대단해도 결국 인간. 다른 자들과 달리 죽지 않고 네가 오랜 시간 동안 영혼인 채로 남아 있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볼 수 있겠지.”
카릴은 그를 바라봤다.
“모임이란 언제든 분란이 존재하게 마련이지.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지만 너희들 역시 마찬가지였지 않을까? 그리고 살아남은 사람은 당신. 하지만 결국은 회색교장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채 갇힌 거지.”
[훗.]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의 추측을 듣고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다.
하지만 카릴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혹은 그 반대.”
[뭐?]“네가 그들에 의해 갇힌 것이겠지.”
그 순간,
카릴은 주변의 공기가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원혼이 내뿜는 냉기였다.
“6인의 영웅. 구스타브 경에게.”
콰가가가강……!!!
콰가강……!!
주변의 석벽들이 폭발하듯 터져나갔다.
강맹한 마력이 홀 안에 휘몰아치자 카릴은 황급히 얼굴을 가리고 뒤로 물러섰다.
[내 앞에서 그놈의 이름을 꺼내지 마라!!!]조금 전과는 달리 알른 자비우스의 분노가 담긴 마력이 휘몰아치자 카릴마저도 주춤하게 만들었다.
[영웅? 웃기지 마!! 그놈이야말로 배신자들의 주동자일 뿐이야!]‘설마 했는데……. 정말인가 본데?’
카릴은 알른의 반응에 생각했다.
7인의 원로회 자체는 역사 속 신화처럼 등장하는 이름이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알른 자비우스는 특이했다.
카릴이 찔러 볼 수 있었던 근거.
원로회 최고 장로, 비전술사 그 이명(異名) 말고도 그에게 붙은 수식어가 하나 더 있었기 때문이다.
‘배반의 알른.’
물론,
마법 도시인 아조르에서는 그것을 인정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아주 소수에 불과했지만 위대한 마법사로 추대받는 그를 바라보는 다른 시선이 마법회에 존재했었다.
‘하지만 그저 전설로만 치부돼서 사람들도 크게 관심이 없었지 왜냐면 7인의 원로회 자체가 마치 신처럼 태초에 내려와 인류에게 마법을 전해줬다고 알려졌으니까.’
혹은 위대한 마법사들 사이에 배신자가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숨긴 것일지도.
[그놈에게 경(Sir)이라는 호칭을 붙이다니. 후세에 남아 있는 자들은 모두 머저리뿐인가!]“그런 자에게 당한 당신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게다가 후손들 중 어떤 이들은 당신을 배반자라 부른다고.”
[큭……!!]“그러니 진정해. 만약 한(Han) 가문이 마법 도시의 수장이 되지 않았더라면 일곱 개의 첨탑이 아니라 여섯 개가 아조르에 세워졌을걸.”
‘물론, 파시오 한은 선조들과는 달리 마음에 들지 않지만.’
[한 가문……? 설마……. 아직까지 셀린 한의 자손이 살아 있단 말이냐.]“살아 있다 못해 그 후손이 지금 아조르의 영주인걸.”
[허…….]그의 손이 떨렸다.
셀린 한.
7인의 원로회 중에 한 명이자 유일한 여마법사.
무척이나 놀라는 모습이었지만 그녀와 알른 자비우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그리고 관심도 없고.’
카릴은 물끄러미 그를 바라봤다.
“연인이라도 되나? 드래곤이 아닐까 하는 추측까지 있는 대단하신 양반도 목석은 아닌가 보네.”
[그런 거 아니다. 그리고 드래곤? 누가 그런 소릴 했지?]“그냥. 지나가는 말이었을 뿐이다. 백금룡과 조금 관계가 있거든.”
[그놈…….]알른 자비우스는 이를 바득 갈았다.
그의 모습을 보며 카릴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화낼 사람도 많군. 천 년 동안 갇혀 있더니 원망만 쌓인 건가.”
[너는 아무것도 모른다. 구스타브, 나르 디 마우그가 어떤 짓을 했는지. 그리고 셀린 그 년까지!]‘적어도 연인은 아닌가 보군.’
카릴은 머리를 긁적이며 담담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만 항간에선 당신을 뭐라고 부르는지 알아? 배신의 알른이라 부른다고. 지금까지 발굴된 유적들에서 싸움의 흔적이 발견되었고 목표가 한 사람이라는 점. 그리고 그 안에 비전술이 보인다는 점에서 말이야.”
[그걸 그런 식으로 해석하다니. 너희들은 머저린가? 마법을 읽을 줄 아는 자라면 그 싸움이 어떤 식으로 흘러갔는지 알 수 있을 텐데!!]“이제 보니 알겠군. 배신자를 부정하기 위해 당신의 첨탑까지 세워 준 게 아냐. 당신 말대로 셀린 그년이 뭔가 수를 쓴 건지 모르겠는걸. 어차피 죽은 자니까. 당신을 기리는 방법으로 자신들의 과거를 무마한 거겠지.”
[빌어먹을…….]“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이곳에서.”
카릴은 재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알른 자비우스 쪽이 다급해진다는 것을 잘 알았다.
걱정할 일이 아니었다.
처음부터 서로의 입장이 다르니까.
당초 목적이었던 얼음 발톱이 이곳에 있다는 것은 확실한 일이었으니까.
어떻게든 찾다 보면 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도와주지 않는다면 영원히 이곳에 갇히게 된다.
앞으로 수년이 지나고 교장이 무너질 때까지.
‘지금의 마법사들이 타락을 뚫을 수는 없다. 녀석들을 상대하는 방법을 찾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
그건 알른도 잘 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잡은 카릴이란 밧줄을 쉽사리 놓을 수 없을 터.
‘그전에 얼음 발톱 이외에도 빼먹을 수 있는 것이 있는지 확인해야 하겠지.’
카릴 역시 전생(前生)과는 다른 이 기회를 최대한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어딘가 모르게 당당한 그와는 달리 알른 자비우스는 시간이 지날수록 안절부절못하는 모습이었다.
[후……. 좋다. 얼음 발톱을 꺼내는 방법을 알려주마.]“그리고 또?”
[또 라니?]“시간이 이만큼 지났잖아. 거래를 다시 해야지. 그것 말고 회색교장에 남아 있는 다른 물건들이 더 있겠지?”
[…….]알른 자비우스는 질린다는 표정으로 인상을 구겼다.
[구스타브의 마법도 못 쓰는 녀석들이 회색교장의 보물을 노려? 아서라. 그러다 죽는다.]“그게 그자의 마법인가. 뭐, 어쨌든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를걸.”
“……!!!”
그 순간.
카릴의 몸 안에 흐르는 마력을 느낀 알른 자비우스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뭐, 뭐지? 이 마력은?]끝을 알 수 없는 들끓는 마력을 보며 그는 황당하다는 얼굴로 카릴을 바라봤다.
[설마…….]“일단 얼음 발톱부터 받지.”
[너 드래곤 슬레이어라도 되는 거냐?]알른의 물음에 카릴은 속내를 들키지 않기 위해 표정을 굳혔다. 인간으로 한정했을 때 마력량만큼은 그를 이길 자가 없을 것이다.
게다가 그의 속성은 무색(無色).
알른 자비우스는 단번에 그 마력의 내력을 꿰뚫어 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굳이 마력혈을 제대로 뚫지 못했다는 것까지 알려줄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다.
거래란.
언제나 우위를 점하는 자가 이기는 법이니까.
[좋다. 흥미가 생기는군. 먼저 내 쪽에서 패를 제시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걸. 그쪽 왼쪽 석판을 밀어봐라. 그 안에 작은 구슬 하나가 있을 거다. 그걸 가지고 다음에 저기 보이는 화로에 넣어봐.]“흠.”
카릴은 그의 말을 의심하지 않고 시키는 대로 옆에 있는 커다란 석판을 밀었다.
벼랑 끝에 몰린 그가 이런 상황에서까지 술수를 부릴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쿠르르르르…….
그러자 정말 안의 커다란 공간 속에 작은 구슬 하나가 들어 있었다. 그걸 푸른 불꽃이 일어나고 있는 작은 화로에 집어 던지자.
파직…… 파즈즉……!!!
마치,
스파크가 튀듯 구슬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빛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자, 이제 청린(靑燐)을 먹인 숯을 꺼내서 조금 전 구슬을 꺼냈던 석판 아래 구멍에다가 부어봐.]그의 말을 듣던 카릴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뭐? 조금 전에 그게 청린이라고?”
[그래. 그것도 최상급이지. 특수한 방법으로 압축한 것이라 효과는 보통 것들의 10배는 될 거다.]“허…….”
알른 자비우스가 어떤 말을 해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던 카릴이 처음으로 놀란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그의 모습에 알른은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팔짱을 끼며 말했다.
[시대가 흘러도 청린의 위상은 그대로인가 보군. 하긴, 이걸 이 정도로 다루는 건 원로회 중에서도 나뿐이니까. 이런 식으로 청린을 재련하는 것이 놀라울 수도 있지.]그는 자신의 실력을 뽐내고 싶은 마음에 말했지만 카릴이 놀라는 부분은 다른 데 있었다.
신탁이 내려진 후.
올리번은 이 청린을 구하기 위해 혈안이 되었었다.
하지만 이미 수백 년 전에 소실 된 광물을 찾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지금에선 순도 높은 청린의 원석 작은 것 하나 구하기도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섞어 만든 검은 거의 왕가에서나 쓰고 있고.’
카릴은 조금 전 자신이 던진 구슬이 주먹만 한 크기라는 걸 떠올렸다.
그것의 10배가 되는 원석이라면…….
‘이거야말로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기회가 될지 모른다.’
그가 이토록 청린에 대해서 주의 깊게 보는 이유는 이 원석이 가진 힘이 신탁의 괴물들과 싸우는데 무척이나 유효하기 때문이었다.
“이거 어디서 구했지?”
[어디서라니. 나 알른 자비우스가 훔치기라도 했다는 말이냐.]“아니, 정정하지. 당신, 청린을 더 구할 수 있나?”
[어려운 일은 아니지.]오히려 카릴의 물음에 알른이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살던 시절과 광맥이 완전히 달라졌을 텐데도?”
[무슨 소리냐. 청린이 무슨 땅속에 처박혀 있는 광물인 줄 아나? 이건 마광석 따위가 아냐.]“……?!”
‘청린이 광물이 아니라고?’
카릴은 망치로 머리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당연하게 생각했었다.
지금까지 그 누구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청린은 비전의 샘에서 만들어지는 이끼가 굳어진 거다. 내 이명은 알겠지. 그 비전의 샘을 관리하던 게 나였다. 샘이 마른 건 중요치 않다. 내가 있으면 언제든 다시 불러낼 수 있으니까.]‘광물을 얻을 수 없었던 이유가 알른 자비우스가 죽었기 때문이었다니……. 놀라워서 이건 어이가 없을 정도네.’
카릴은 살짝 입맛을 다셨다.
츠으으윽…….
새하얀 연기가 걷히고 나자 놀랍게도 석벽 아래에 푸른 날을 빛내는 검 한 자루가 놓여 있었다.
‘이런 식으로 꺼내는 거군. 나르 디 마우그, 그 녀석이 알른 자비우스와 관련이 있다면 얼음 발톱을 찾는 방법을 충분히 알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상은 말하지 않았다.
그 당시 그가 뭔가 숨기고 있었다는 말.
‘뭐지?’
무엇을 숨기려고 했던 걸까.
“…….”
[이제 내 말을 들어주겠나?]카릴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봤다.
“음?”
[이만큼 시간이 흘러도 살아 있는 자는 그자뿐이겠지. 어때, 날 백금룡에게 데려가다오. 그렇게만 해준다면 내가 널 돕겠다.]그 순간,
카릴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린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