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8화(58/497)
51. 두 사람의 과거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닐세. 그래…….”
파시오는 눈앞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카릴을 바라보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늙은 너구리, 내가 고작 이틀 만에 돌아올 줄은 몰랐겠지.’
“그런데 방비를 철저히 해야 할 듯싶습니다. 오는 길에 도적 떼를 만나서 말입니다. 특이한 문양을 가지고 있던데……. 조사를 해보시죠.”
카릴은 품 안에서 작은 단추 몇 개를 꺼내었다. 단추에는 샐러맨더가 양각되어 있었다.
도적단이라니…….
그건 누가 봐도 길드 소속임을 증명하는 증거였다.
“그런 일이 있었다니……. 내 필히 명하도록 하지.”
하지만 영주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놀란 얼굴로 가증스럽게 카릴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아조르 안에 있는 길드는 아닐 테고……. 내가 들어가자마자 의뢰를 한 건가? 녀석들을 족칠 수도 있겠지만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지.’
물론.
아직까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건 회색교장에서 발견한 유물입니다. 제가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라 영주님께 드리는 것이 맞다고 사료되어 보고 드립니다.”
“오……!!”
파시오는 카릴이 꺼낸 물건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회색교장에서 발견된 유물의 권리를 카릴에게 우선으로 넘기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건 보기 좋은 구실일 뿐 원래 계획은 교장에서 나오는 그를 처리하려고 했었다.
자신의 계획이 보기 좋게 실패하고 낭패를 봤다고 생각하는 찰나 카릴이 꺼낸 유물들이 그의 근심을 싹 사라지게 만들었다.
‘어린애라 다행이다. 실력은 뛰어나다 하더라도 세상을 몰라. 순진하게 도적단이라 생각하고 말이야.’
파시오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의 뒤에 서 있던 신하들이 재빨리 카릴이 놔둔 무구들을 회수했다.
‘쓸데없이 복잡한 봉인 주문만 걸린 쓰레기라는 걸 모르겠지.’
그의 생각을 이미 알고 있다는 듯 카릴 역시 거짓 웃음을 지었다.
“자네의 공이 크네. 보상으로 초대 마법의 원서를 자네에게 줄 수는 없지만 원한다면 열람할 수 있는 기회를 주겠네. 어떤가.”
‘녀석이 회색교장의 미로를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제거보단 회유가 낫겠지. 어차피 마법회의 마법사들도 익히지 못한 마법. 보여주는 것 정도로 교장의 보물을 얻을 수 있다면 충분한 이득이지.’
파시오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또한 마법회의 상급 마법사들이 사용하는 스태프를 포상으로 주겠네. 이것은 자네의 능력을 아조르 뿐만 아니라 마법회 역시 자네를 인정했다는 뜻이니 마법회에 속하지 않아도 신분을 증명할 수 있을 걸 세.”
“감사합니다. 하지만 초대 마법은 다음에 보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감당할 수 없는 물건이니까요. 대신 나중이라도 기회를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허……. 그러겠는가?”
“네. 대신 스태프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미 얼음 발톱을 얻은 카릴에겐 스태프가 무구로서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지만 증표로서는 제법 쓸 만했다.
크웰의 증표를 받긴 했지만 좀 더 자유롭게 움직이기 위해서는 제국에 국한되어 있으면 안 된다.
그런 의미에서 마법회의 인장은 제국뿐만 아니라 다른 각국을 여행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래. 꼬마 녀석이 자신의 수준을 잘 아는군. 초대 마법이 뭐 아무나 배울 수 있는 건 줄 알아?’
카릴의 말에 영주는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무슨 잡소리가 이렇게 길어? 그리고 저 돼지가 셀린 한의 자손이라고? 나 참, 성격은 지랄 같아도 명색이 폐월(閉月)이라 불릴 정도로 아름다웠던 미녀였는데. 세월이 흐르긴 흘렀나 보군.]카릴은 귓가에 들리는 노인의 목소리에 쓴웃음을 지었다.
‘저래 보여도 실력 있는 상급 마법사다. 무시하지 말라고.’
[흥, 내가 무시하는 건 저놈의 보잘것없는 실력이 아니다. 마력 따윈 말할 가치도 없어. 구스타브의 마법 따위로 생색을 내다니. 그런 건 내 머릿속에 다 있다.]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카릴은 초대 마법을 거절했다.
더 이상 필요 없으니까.
그리고 거절한 덕분에 아조르에게 좋은 인상을 심었으니 일석이조였다.
[저 녀석 너와 함께 있는데도 날 알아보지 못하잖아? 내가 살던 때의 상급 마법사는 저렇게 잡스럽지 않아.]‘마도 시대와 지금을 똑같이 생각하면 안 되지. 당신 말대로 천 년이 훌쩍 지났는걸.’
“그럼…….”
“그래, 마법서의 열람은 처리해 두겠네. 원한다면 바로 가도 좋아.”
“감사합니다.”
카릴이 말하자 파시오는 혹여나 그의 마음이 바뀔까 황급히 말했다.
저벅- 저벅- 저벅-
카릴은 천천히 걸음을 걸으며 주위를 훑었다.
“…….”
홀 안에 서 있는 마법사들.
자신을 바라보는 눈빛이 따가웠다.
그들의 마력은 회색교장을 들어가기 전과는 확연히 다르게 느껴졌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보인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들이 두르고 있는 마력의 농도.
속성 그리고 양까지.
‘신기하군.’
카릴은 자신의 변화에 스스로 놀랐다.
고작,
이틀이었다.
그가 회색교장에 들어갔었던 시간은.
하지만 그 짧은 시간 속 경험이 카릴에게는 족히 스무날은 지난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 잡스러운 녀석들을 봐라. 어때. 이제 내게 조금은 감사함을 느끼나?]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가볍게 웃으며 이틀간의 경험을 떠올렸다.
* * *
회색교장.
이틀 전.
[너 도대체 그 몸은 뭐지?]“염룡의 심장을 먹었다.”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 없었기에 카릴은 솔직하게 말했다.
[염룡? 설마 내가 아는 그 염룡이 맞나?]“그래. 레드 드래곤 리세리아.”
“당신들이 죽고 난 뒤에 괴물 같은 마법사가 한 명 더 있었거든. 250년 전, 용 사냥꾼이라는 이명으로 불린 카이에 에시르.”
카릴의 말이 마법사의 자존심을 건드린 걸까. 알른은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그 녀석과 날 비교하면?]“글쎄. 내가 당신의 생전 모습을 아는 것도 아니고……. 영체인 지금 그와 비교를 하긴 어렵겠지.”
[그놈도 250년 전의 사람이라면서? 그런데 꼭 알고 있는 것처럼 말하는군.]“단편적이지만 그가 리세리아와 싸우는 걸 봤었거든. 그리고 염룡이 죽는 모습까지.”
[그리고 그 녀석이 남긴 용의 심장을 네가 먹었다? 정말 지지리도 운이 좋은 녀석이로군. 마력이 없는 몸에서 대마법사 저리 가라 할 정도의 마력을 얻었으니 말이지.]“내가 마력이 없다는 걸 어떻게 알았지?”
카릴의 눈썹이 씰룩였다.
[이놈아, 내게 그 정도는 일도 아니다. 그보다 네가 카이에 에시르란 놈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니 그럼 내 기억까지 보거라. 그럼 확실히 비교할 수 있겠지.]어째서 이렇게 일이 흘러간 걸까.
알른 자비우스는 여전히 지기 싫다는 얼굴로 포기하지 않은 채 카릴의 이마에 손을 가져갔다.
“……!!”
피할 새도 없이 그의 검지가 이마에 닿자 갑자기 깨질 것 같은 이명과 함께 전신에 힘이 쭉 빠지는 듯 카릴의 몸이 털썩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흐릿한 시야 밖으로 알른 자비우스가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크윽.”
‘우우웅’거리는 몽롱한 소리만이 그의 머릿속에 울릴 뿐.
용의 심장을 삼켰을 때처럼.
점차 어두워지는 시야와 함께 카릴의 의식이 심연 깊숙이 빠져들었다.
* * *
“알른, 이게 우리 원로회에서 내린 결론일세.”
어두운 창가에서 들어오는 달빛이 음산하게 느껴지는 날이었다.
기억을 여행하는 것이 처음이 아니어서일까.
카릴은 자신의 앞에 있는 여섯 명이 누구인지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자네들……. 그 결정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정녕 모르는 건가.”
그가 알고 있는 알른 자비우스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얼굴은 볼 수 없지만 생기 있는 목소리와 매끈한 손바닥 그리고 눈앞의 그들도 기껏해야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은 모습에 카릴은 생전 그의 기억 중에서도 무척이나 오래전임을 깨달았다.
“자네가 해줘야 할 일은 비전의 샘을 돌보는 것 정도겠지. 그건 우리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일세.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비전술이라는 독보적인 마법을 익힌 자네에게 부탁해야겠지.”
“내게 그런 헛소리를 지껄여 놓고 부탁을 하는 게냐.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앞으로도 부탁한다고? 서고에 틀어박혀 있더니 머리가 돌았군, 구스타브.”
핏기가 없어 보이는 창백한 얼굴.
남자는 알른의 말에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저자가 구스타브인가.’
구전으로만 들었던 전설 속의 남자를 봤지만 카릴에겐 그다지 흥미가 있진 않았다.
그저 알른이 왜 자신을 이 기억 속으로 데리고 왔는지가 궁금할 뿐.
“인류가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운 것은 맞네. 하지만 회색교장만큼은 그들에게 줄 수 없어!”
“이곳은 그들에게도 중요한 장소일세. 우리들이 빌린 것이니 당연히 돌려주어야지.”
“누가? 드래곤들조차 풀지 못했던 수식을 풀어낸 게 우리들이야! 그들이 원하는 건 교장이 아니라 교장 속에 잠들어 있는 것이겠지!!”
카릴은 알른의 말에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
‘잠들어 있는 것? 얼음 발톱 이외에 뭔가가 있을 거란 느낌이 들긴 했지만……. 드래곤이 원할 정도라고?’
그게 무엇인지 궁금했다.
카릴은 조용히 그들의 대화를 지켜봤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미 내려진 결정이네. 따르지 않겠다면 강제로라도 동의를 구할 수밖에.”
“동의란 단어의 뜻도 모르나 보구나, 구스타브……!!!”
그 순간.
엄청난 마력이 알른의 몸에서 번뜩였다.
섬광(閃光).
그것 말고는 설명할 길이 없었다.
마력을 운용하는 보통의 방식은 마력혈에서 끌어올려 전신의 혈맥으로 보내는 것이다.
무영창의 마법은 가능하지만 아무리 대단한 마법사라도 마력혈에서 마력을 끌어 올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알른은 달랐다.
“모두 피해!!!”
구스타브의 외침이 들렸다. 그의 뒤로 셀린 한, 웰 바하르, 판 오만 등 원로회의 마법사들이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
콰가가강……!!
콰강……!!
마치 레이저처럼 알른 자비우스의 등 뒤로 열다섯 개의 마법진이 만들어 지면서 그 안에서 날카로운 매직 애로우가 쏟아졌다.
‘저건…….’
소름이 끼치는 파공성이 교장 안에 쏟아졌다.
“어디 한번 피해 봐라.”
그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뒤에 서 있던 마법사 중 한 명.
웰 바하르가 머리통이 절반 가까이 날아간 채로 서 있었다.
툴썩-
관절 인형이 넘어지는 것처럼 팔과 다리가 따로 흔들리며 그대로 주저앉아버리는 시체.
마법사들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들 모두 하나같이 대마법사들.
하지만 마법을 막기는커녕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속도로 날아간 마법.
‘저게 매직 애로우라니…….’
경악에 찬 얼굴은 그들뿐만 아니라 카릴 역시 마찬가지였다.
2클래스 공격 마법 중에 하나.
빛 계열 마법은 다른 원소 마법에 비해 살상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잘 쓰지 않는다.
하지만 알른 자비우스의 마법은 그런 정설을 가볍게 무시하고 있었다.
‘카이에 에시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지지직…….
단순한 매직 애로우가 아니었다.
기다란 막대를 두르고 있는 전격이 번뜩일 때마다 화살은 더욱 맹렬하게 떨렸다.
타앙-!!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마치 총탄이 쏟아지는 것처럼 바람을 가르는 파공성이 들렸다.
“크아악!!”
마치 종잇장을 찢는 듯 실드를 뚫고 또다시 누군가의 팔과 어깨를 관통하는 보랏빛의 전격을 두른 애로우.
‘비전술…….’
용의 심장을 먹은 것도 아닌데 알른 자비우스는 두 가지 속성의 마법을 쓸 수 있었다.
그의 의식 안에 잠식 하고 있는 카릴은 그가 어떻게 마력을 운용하는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걸 보여주기 위함이었군.’
카릴은 낮게 웃었다.
카이에 에시르는 낮은 클래스의 마법에 강한 마력을 주입했다.
반면,
알른 자비우스는 한 발자국 더 나아가 두 개의 속성을 응축시키는 경지에까지 올랐다.
절대로 쉽지 않았을 터.
어쩌면 인류 최초일지도 모른다.
“막아!!”
“마법진은 아직인가!!”
조금 전까지 동료였던 그들에게조차 알른 자비우스는 가차 없었다.
“쓸데없는 짓.”
치열한 전투.
명예로운 결투라는 마법사들의 경연을 비웃었던 카릴이었다.
하지만 이제야 마법사들의 싸움이란 것이 저런 것인가를 새삼 느꼈다.
그중에서도 알른은 특별했다.
전투마법사, 슈프림이란 명칭을 스스로 만들었던 세리카 로렌은 마법을 보조로 하여 싸웠던 육체파 마법사였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알른 자비우스는 오직 마법 하나만으로 그들을 쓸어버렸다.
‘어쩌면 저것이야말로 진짜 전투마법사일지도…….’
카릴은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용 사냥꾼 카이에 에시르도 놀라웠지만 여태까지 그가 생각했던 마법사의 판도를 바꿔놓았으니까.
단 일격으로 대마법사를 죽였다.
검성이었던 자신도 어려운 일이었다.
게다가 지금도 그의 비전 마법에 남은 자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뿐이었다.
압도적인 힘.
젊은 알른 자비우스는 카이에 에시르보다 더 강력했다. 하지만 그런 그조차 결국 회색교장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어째서……?’
카릴은 의문이 들었다.
드래곤조차 사냥했던 카이에 에시르보다 뛰어난 마법사를 죽일 수 있는 자가 있을까?
하지만 그의 의문에 대한 해답을 찾기 전에 카릴의 의식은 다시 흐려졌다.
기억은 거기까지였다.
그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경험 뒤로 보이는 장본인인 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을 바라보고 있었다.
“당신 정말 대단한 사람이군.”
카릴은 진심으로 말했다.
[너야말로.]하지만 조금 전 광경이 무색하리만치 오히려 그에게서 나온 대답은 카릴을 놀라게 만들었다.
[회귀라니……. 말도 안 되는 짓을 저질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