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5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59화(59/497)
52. 패왕(覇王)
“내 머릿속을 본 건가.”
카릴은 알른 자비우스를 노려봤다.
[자네 생각대로 기억을 읽을 수 있는 자는 드래곤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지. 그를 만날 수만 있다면 정체를 증명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레어를 뚫는 일이겠군.]“…….”
[영체인 나 역시 완전히 볼 수 있었던 건 아냐. 자네가 내 기억과 연결된 순간 단편적인 것만 봤지. 그러니 너무 기분 나빠 하진 말게. 자네도 내 과거를 보지 않았나.]“그건 당신이 보여준 거고.”
알른 자비우스는 그렇게 말했지만 어쩐지 발가벗겨진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런데.]“음?”
[네 계획은 알겠다. 그런데 정말 회귀의 증거로 백금룡을 만나 네 기억을 보여 줄 생각인가.]“그게 무슨 의미지?”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너 정말 백금룡을 믿나? 단 한 번도 의심을 해본 적은 없었느냔 말이다.]예상치 못한 물음이었다.
카이에 에시르와 자신 중에 누가 더 나은가를 물을 줄 알았던 카릴은 그의 물음에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말 그대로야.]영체인 알른은 빙그르르 하늘을 가볍게 한 바퀴 날고는 카릴의 앞에 섰다.
[나르 디 마우그가 진짜 동료인가 묻는 거다.]“닥쳐.”
헛소리 따위를 들을 이유가 없었다.
카릴은 알른을 향해 으르렁거리듯 말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얘기를 들으면 다를 텐데. 내가 이곳에 갇힌 이유가 궁금했겠지. 안 그래?]짧은 순간의 카릴의 표정이라도 읽은 걸까 아니면 마지막 정신세계에서 그의 생각을 본 걸까.
그는 마치 알고 있다는 듯 물었다.
[너도 내가 싸우는 모습을 봤을 터. 7인의 원로회라고 불렸지만 다 같은 마법사들이 아니라는 걸. 그들도 나쁘진 않지만 사실상 나머지 여섯은 나보다 한 수 아래의 자들이지.]거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기억 속에 그가 싸우는 모습을 봤기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확실히 다른 마법사들과 달랐으니까.
[그런데 그들은 살아서 돌아가고 나는 이곳에 갇혔지. 왜일까?]“…….”
알른의 말에 카릴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
예상가는 사람은 있다.
하지만 섣불리 그 이름이 입에 나오지 않았다.
[그 날, 회색교장의 침입자가 있었다.]카릴의 표정이 재밌다는 듯 알른 자비우스는 천천히 힘을 주어 그 이름을 말했다.
[백금룡.]그리고 다시 한번 말했다.
[날 가둔 놈이 바로 네가 믿어 의심치 않는 나르 디 마우그다.]알고 있다.
저 정도의 마법사를 가둘 수 있는 존재는 드래곤이 아니면 불가능할 테니까.
“이유가 있었겠지.”
놀랍지만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7인의 원로회가 꼭 대륙을 흥하게 하는 존재라고만 말할 수 없는 것처럼. 안 그래?”
그는 시험을 하고 있는 거다.
여기서 흔들리면 지금까지의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부정하는 꼴이 되어버리니까.
[크크크, 그래. 확실히 네 말대로야. 우리는 딱히 인간이 어떻게 살아갈지는 관심 없다. 그들에게 마법을 가르친 건 하나의 유희에 불과하니까.]하지만 알른은 그 미약한 흔들림조차 놓치지 않았다.
“글쎄.”
[아닐 텐데.]그는 단번에 카릴의 대답을 부정했다.
[놈이 이곳에서 발견한 게 얼음 발톱 하나뿐이라는 것 자체부터가 거짓이니까.]“빙빙 돌리지 말고 확실하게 말해.”
그 순간.
마치 알른 자비우스는 오래된 동료처럼 카릴의 어깨에 가볍게 팔을 올렸다.
“…….”
그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카릴은 잠자코 지켜봤다.
[솔직히 좀 놀랐다. 예견된 내 죽음을 네 기억 속에서 보게 되다니 말이야. 비록 육체는 없어도 천 년을 넘게 살아왔는데. 이제 겨우 몇 년 뒤엔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걸 알게 되니 아쉬운걸.]“사는 게 아니지. 죽은 지 한참 됐잖아?”
[크크크.]“당신 말은 당신을 죽인 자가 나르 디 마우그라는 말인가?] [아니. 그건 몰라. 내가 소멸하는 걸 너도 못 봤으니까. 나는 그저 너의 기억을 토대로 추측할 뿐이다.]
“증거를 댈 만한 게 없다는 말이군.”
[정말로 그전에 누군가에게 당했을지도 모르지. 회색교장을 공략하려는 자가 이 몇 년 사이에 나올 수도 있겠지.]알른 자비우스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있다.]“그게 뭐지?”
철컥-
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의 팔이 움직였다.
그러자 얼음 발톱이 들어 있던 관의 잠금쇠가 움직이는 소리가 들리더니 저절로 옆으로 밀렸다.
쿠그그그그…….
카가각…….
그러자 그 안에는 작은 상자 하나가 있었다.
[전생에 나르 디 마우그가 가져간 것이다. 이번엔 네가 선수를 치게 되겠지. 너와 회색교장에 왔을 때 녀석이 이걸 가져간 게 틀림없다.]카릴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작은 상자는 단단하게 잠겨 있었다.
“자신의 죽음도 확실히 모르는데 그건 어떻게 확신하지? 네 죽음처럼 이 보물도 나르 디 마우그가 오기 전에 누군가가 털었을 수도 있지.”
[아니.]카릴은 단호한 그의 대답에 살짝 인상을 찡그렸다.
[그럴 수 없다.]“어째서?”
[네가 그랬지? 초대 마법을 익힌 자가 아무도 없다고. 왜 그럴까?]“……당신들의 마법이 드래곤과 관련이 있어서?”
[맞다. 7인의 원로회 중 절반은 드래곤에게 마법을 배운 자들이지. 미약하게나마 용마력을 쓸 수도 있었고. 속성을 뛰어넘은 건 나뿐이지만.]그의 말에 카릴은 어째서 알른이 두 개의 속성을 쓸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갔다.
드래곤의 마력은 무속성이다.
그 말을 뒤집으면 모든 속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러면 원로회 중에 드래곤이 있을 거라는 추측은 틀린 건가. 그래도 관련이 없는 것은 아니니 어느 정도는 맞았군.’
그럼 과거에 나르 디 마우그가 했던 말은 그냥 흘러간 말에 불과한 걸까.
알른의 말을 듣고 나니 괜히 의심스러워졌지만 일단 카릴은 조용히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가 창조한 마법은 모두 기저(基底)에 용마력이 깔려 있다. 초대 마법은 물론이거니와 나의 비전술까지 말이지. 그렇기 때문에 평범한 마력을 가진 자들이 배울 수 없는 것이기도 하고.]“그런데?”
[생각해 봐라. 그런 우리가 보물을 아무나 찾을 수 있도록 그냥 뒀을까?]“설마…….”
카릴의 말에 알른은 고개를 끄덕였다.
[보는 것처럼 보물은 교장 안에 봉인해 뒀었다. 그리고 그 봉인을 풀기 위해선 용마력이 필요하다. 네 기억 속에서 분명히 봤지. 석벽 뒤가 열려 있는걸.]기억하지 못하지만 카릴의 무의식 속에 선명하게 남아 있는 장면을 알른 자비우스는 놓치지 않았다.
[전생의 미래에도 초대 마법을 익힌 자가 없다면……. 용마력을 가진 인간은 없다는 말이지. 그건 곧, 우리가 남긴 보물을 녀석을 제외하고 찾을 수 있을 리가 없다는 말이다.]“…….”
일말의 가능성마저 확실하게 배제하듯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주며 카릴에게 새기듯 말했다.
[나르 디 마우그, 네 마지막 동료였던 백금룡이 회색교장의 보물을 숨긴 거다.]“저게 도대체 뭔데?”
기다렸던 질문일까.
알른은 카릴을 향해 씨익 웃었다.
[이제는 정말 나와 계약을 할 마음이 생기나 보군.]코앞까지 다가왔던 그는 마치 놀리듯 가볍게 뒤로 물러섰다.
[크크크, 그래. 용의 심장을 먹은 너라면 봉인을 풀 수 있겠지. 물론, 내가 마법식을 알려주지 않는다면 불가능하겠지만.]“거래를 하자는 건가.”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 네게 그리 말하고 있었다.]알른 자비우스는 보란 듯 카릴이 들고 있는 얼음 발톱을 가리키며 말했다.
냉기를 뿜고 있는 푸른 날의 검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저게 함정인지 진짜 보물인지 내가 널 어떻게 믿지?”
하지만 카릴은 쉽게 마음을 놓지 않았다.
거래는 언제나 신중하게.
한순간의 얄팍한 믿음이 전쟁의 승패를 가른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
[정말 의심이 많은 녀석이군. 검성이라는 자가 좀 더 대범해지는 건 어때?]그러나 알른 자비우스는 더 이상 서두르지 않겠다는 듯 느긋하게 말했다.
[미래를 바꾸는 거? 너 혼자서도 가능하겠지. 하지만 원하는 미래를 쟁취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나는 네 목표를 좀 더 앞당기고 그 확률을 높여 줄 수 있다.]“…….”
[다시 억겁의 시간을 탑에서 보내는 끔찍한 일을 하고 싶지 않을 것 아냐. 안 그래? 그 대신 넌 내가 원하는 다리가 되어 줄 수 있고 말이지.]알른은 살짝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나 나나 명백하게 원하는 건 같으니까. 나르 디 마우그, 녀석을 만나는 것.]“…….”
[난 여길 빠져나가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널 속이겠어? 그뿐이 아니다. 손을 가져와 봐. 내가 네 머릿속에 해체 공식을 주입해 줄 테니.]순간.
카릴의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그와 함께 알른 자비우스의 머릿속에 있는 수많은 공식이 읽히는 기분이었다.
[넌 운이 좋다. 나르 디 마우그보다 먼저 날 만났으니까. 마력혈이 제대로 뚫려 있지 않은 지금 저 봉인을 만졌다가는 재가 되었을걸.]“크윽……!!”
알른의 말에 카릴은 제대로 대답을 하지 못했다.
[네가 원한다면 지금 보고 있는 나의 지식까지 모두 주겠다. 네가 생각하는 모든 계획까지. 내가 좀 더 앞당겨주마.]수십, 수백, 수천 가지의 마법 공식들이 카릴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휘젓고 있었다.
[신의 미래를 바꾸기 전에 인간의 미래부터 바꿔야 하지 않겠어?]그는 속삭이듯 말했다.
“천 년 전 마법사와의 계약이라……. 생각지 못한 일인데.”
카릴은 알른이 내민 손을 바라보며 낮게 웃었다.
[손해 보는 일은 아닐 터. 지금의 마법사들? 내가 살았던 마도 시대에 비할 바가 못 되지. 억겁의 시간을 거슬러 온 너에게 천 년의 시간은 한낱 티끌에 불과할지 모른다.]알른 자비우스는 눈빛을 빛냈다.
[하지만.]연기 같았던 그의 손이 점점 짙어졌다.
[억겁의 시간 동안 찰나조차 경험해 보지 못했던 네게 마력에 대한 천 년의 지식은 죽었다 깨나도 얻을 수 없는 것이지.]“네 말이 맞다.”
알른 자비우스가 지금껏 쌓아온 천 년의 지식은 그 어떤 대마법사도 가지지 못한 것이다.
아니.
어쩌면 드래곤에 필적할지도 모른다.
위험한 도박이었다.
자칫 잘못하면 오히려 육체가 알른에게 지배당할 수도 있으니까.
“좋다.”
하지만 카릴은 망설이지 않았다.
절대로 그런 짓을 알른 자비우스가 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내가 용의 심장을 먹은 걸 알면서도 계약을 하자니. 정말 이곳을 나가고 싶긴 한가 보군.”
알른이 아무리 대단한 존재라 할지라도 결국 인간. 반면 용의 심장을 먹은 카릴의 육체는 더 이상 단순한 인간이 아니었다.
괜한 욕심을 부려 그의 마력을 집어삼키려다 오히려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영체마저 사라질지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천 년 만에 잡은 기회다. 나 역시 필사적이라고.]척-
자신의 손을 잡은 카릴을 바라보며 알른은 피식 웃었다.
[날 이용해라, 카릴 맥거번. 내가 널 대륙 전쟁의 패왕(覇王)으로 만들어주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