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6)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6화(6/497)
6. 원하는 대답
그 말을 듣기까지 6년이 걸렸다.
이제, 그 시간을 앞당길 때였다.
카릴은 자신을 바라보는 형제들을 훑었다. 저들은 절대 할 수 없는 일. 능력의 여하가 아니다.
마음가짐의 문제.
그 누구도 무인(武人)으로서 크웰을 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들에게 있어 아버지는 절대적인 존재였으니까.
그것을.
“넘어 서고 싶어서.”
부자(父子) 관계가 아닌 무인으로서의 대답을 원한 것이다.
“무엇을?”
카릴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모두.”
“……!!!”
“……!!!”
카릴의 대답을 들은 그곳의 사람들이 경악에 찬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껄껄, 그 모두에 나도 포함된다는 얘기냐.”
“…….”
크웰의 물음에 카릴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눈빛으로 이미 모든 것을 얘기하고 있었다.
“이 무례한!!”
참지 못하고 엘리엇이 카릴을 향해 소리쳤다.
이번만큼은 마르트도 티렌도 그의 행동을 저지하지 않았다.
“그러냐.”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들은 당사자는 담담한 표정이었다.
“네가 마법을 공부하고자 하는 이유를 알겠다. 하지만 그렇다면 검(劍)은? 나는 기사다. 기사에게 마력이란 결국 검을 위함이라는 걸 알 텐데. 정말로 나를 뛰어넘으려면 답은 검인 걸 너도 알겠지.”
“…….”
여전히 카릴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대신, 마르트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 행동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기에 마르트의 얼굴이 붉어졌다.
“자신 있다는 거로군.”
크웰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말했다.
“마법을 배워 마법을 파훼하고 검을 단련하여 나를 이기겠다. 검에 대한 자신감만큼은 칼리악의 아들답군.”
그를 바라보는 크웰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 당당함. 맥거번가(家)와도 어울린다.”
“여보.”
이사벨은 굳은 표정으로 그에게 말했다.
방금 그의 말은 나머지 다섯 아들에 대한 평가이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크웰은 손을 들어 올리며 알고 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카릴, 네 생각은 잘 알겠다. 하지만 어젯밤의 일과 함께 당장 너의 처우를 결정할 순 없다. 당분간 연무장의 출입을 금한다.”
“…….”
“하나.”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원한다면 아인헤리에 출입 정도는 허락하마. 그곳에 마법서가 몇 권 있으니 보도록 하거라.”
그 순간, 카릴의 눈빛이 빛났다.
아인헤리(Einheri).
250년 전 만들어진 저택의 낡은 서고(書庫).
어젯밤 봐왔던 그곳이다.
그러나 크웰의 말이 떨어지자 이사벨을 비롯하여 대부분의 사람은 크게 놀라지 않았다.
저택 뒤에 있는 창고는 오랜 세월 열린 적이 없었으니까.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았으니까.
‘확실히 그곳에 몇 권의 마법서가 있긴 하지.’
‘1, 2클래스의 마법을 공부해 봐야 시간 낭비일 뿐이겠지만.’
그들의 생각은 똑같았다.
무가의 표본이라고 할 수 있는 맥거번의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검을 익혔으니 마법에 대한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었다.
“감사합니다.”
‘계획대로다. 뭐, 거짓말을 하진 않았다. 이 몸으론 정말 마법을 배울 수 없으니까. 그리고 마법을 파훼하는 방법을 찾겠다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고.’
카릴은 크웰의 허락이 떨어지자 의미심장한 얼굴로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
대신.
‘그곳에서 배울 수 있는 몸이 될 거다.’
* * *
“후우…….”
이제 막 동이 틀려는 이른 새벽.
밤을 새운 듯 꼿꼿하게 앉아 있는 카릴의 어깨 위로 아지랑이 같은 것이 피어올랐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내며 그는 낮은 숨을 토해냈다.
‘쉽지 않군. 탑 안에서 할 때와는 전혀 달라. 하긴……. 그곳과 여긴 환경부터가 다르니까.’
그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러고는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힘이 들어가지 않고 마치 물이 흐르는 것처럼 매끄럽게 두 팔이 흔들렸다.
눈앞에 흐릿한 잔상이 보였다.
위에서 아래.
아래에서 다시 사선 위로.
날카로운 환영의 공격을 피하며 카릴이 뒤로 물러섰다.
‘늦어.’
환영이 한 템포 빠르게 카릴의 가슴에 검을 찔렀다.
파앗-!!
그와 동시에 환영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후우…….”
카릴은 조금 전 동작을 잊지 않기 위한 듯 다시 움직였다. 그의 동작은 빠른 듯 보이면서도 느리고 느린 듯 보이면서도 빨랐다.
제국 그 어디에도 볼 수 없는 검형(劍形).
그는 스스로 만족스럽지 못한 듯 인상을 찡그렸다.
‘얼마나 걸릴까. 다시 완성하려면.’
시간을 거슬러 오기 위해 올랐던 탑은 말 그대로 지옥과도 같았다.
횟수를 셀 수 없을 만큼 검을 휘둘렀을 때 카릴은 스스로도 더 이상 오를 수 없다고 생각했던 자신의 검이 더욱 정교해지고 날카로워짐을 느꼈다.
그의 동작은 더욱 날렵해졌으며 빛과 함께 시간의 틈을 뚫기 바로 직전 그는 또 다른 경지를 볼 수 있었다.
검성(劍聖).
그 이상의 극의(極意).
오직 5가지의 자세로 만들어진 단조롭지만 그 안에 무한한 변화가 깃들어 있는 것.
‘그 감각을 다시 돌려야 한다.’
차라리 몰랐다면 상관없었을지 모르지만 그 경지에 도달해 보았던 그는 갈증이 나듯 목이 말랐다.
‘하지만 조급해하지 마라.’
카릴은 그때의 감각을 잊지 않기 위해 계속해서 몸을 움직였다.
마치 탑을 오르듯.
머릿속으로 상대를 만들고 한 층, 한 층 다시 오르는 기분으로 그는 심연 속의 적과 싸웠다.
분명, 자신은 성장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계속.
그의 기억 속에 있는 적들은 대륙 그 어디에도 찾을 수 없는 좋은 상대였으니까.
똑- 똑-
‘일단은 여기까진가.’
카릴이 낮게 기침을 하자 방의 문이 열렸다.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도련님.”
“그래.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아닙니다…….”
풀이 죽은 루벤의 목소리에 카릴은 피식 웃고 말았다.
“옷 입으시는 것 도와드리겠습니다.”
“됐어. 혼자서 할 수 있으니 다른 일을 보도록 해.”
“그럼 여기서 기다리겠습니다.”
루벤은 꾸벅 허리를 숙이고는 문 앞에서 두 팔을 모으고 섰다.
“…….”
카릴은 벽에 걸어 놓은 옷을 아무렇지 않게 걸쳤다.
본디 백작가의 아들이라면 매일 하인이 다려 준 옷을 입어야 하건만 아침에 그를 찾아오는 사람은 루벤이 유일했다.
“…….”
단추를 채우며 카릴은 말했다.
“그렇게 멍하니 있을 거면 차라리 나가봐.”
카릴은 불안한 듯 눈치를 살피며 다리를 떠는 루벤을 향해 말했다.
“아닙니다. 여기 있을게요.”
“거기에 서 있는 게 더 정신 사납거든?”
“그렇습니까?”
루벤은 ‘옳다구나’ 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는 조용히 문을 열었다.
“그럼……. 무슨 일이 있으면 부르세요. 당장 달려오겠습니다.”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아침에 찾아오는 것만으로도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순식간에 다섯 형제를 적으로 돌렸으니까.
분명, 나름의 배려였을 거다.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지만 걱정 마라, 루벤. 네가 생각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테니까.’
카릴은 생각했다.
‘변방이지만 훌륭한 저택. 대부분의 사람이 이 집을 백작이신 아버지의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다르다.’
카릴은 주위를 살폈다.
푸르게 자라난 나무 뒤에 있는 작은 서고를 앞에 둔 채 고개를 사선으로 돌리자 커튼으로 가려진 어머니의 방이 보였다.
‘에시르 가문.’
약소 가문이라 치부되는 그녀의 가문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사람은 없었다.
심지어 크웰의 자식들조차 맥거번가(家)에만 충실할 뿐 외가인 에시르가(家)에 대해서 그다지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소드 마스터인 아버지의 휘광(輝光)에 비해 그녀의 가문은 제대로 된 인물조차 없었으니까.
250년 전.
단 한 명을 제외하고.
제국의 기틀을 다졌던 대마도사(大魔道士).
카이에 에시르.
‘그때 수여 받은 것이 바로 이 저택이며 단순한 서고로 보이는 아인헤리는 사실 카이에 에시르의 지식이 집대성되어 있는 보고(寶庫).’
통탄할 일이다.
하지만 그건 유일한 에시르 가문의 혈육인 어머니조차 모르는 비밀이다, 아니, 대륙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250년 전에 살았던 카이에 에시르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말이다.
단, 한 사람.
‘250년 전에도 존재한 자가 있지.’
카릴은 가볍게 웃었다.
‘나도 몰랐을 거다. 그를 만나지 못했더라면 말이야.’
바로, 드래곤인 나르 디 마우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