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60)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60화(60/497)
53. 마법 검, 얼음 발톱
바스락- 바스락-
어두운 방.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조용하게 들렸다.
“신기하군. 무슨 소린지 하나도 모르겠던 마법식들이 이해가 가.”
빼곡하게 꽂힌 책들.
하나같이 고대의 물건들이었다.
마법회의 마법사들이 이것을 봤다면 군침을 흘리며 득달같이 달려들었을 것이 분명했다.
[당연하지. 너는 지금 나의 지식을 공유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여전히 네가 쓸 수 있는 마력은 한정되어 있어.]알른 자비우스는 자신이 생전에 썼던 소파에 익숙한 자세로 앉아 말했다.
“방법이 없을까? 마도 시대의 대마법사잖아.”
[나도 너 같은 몸은 처음이니까. 그때도 용의 심장을 먹은 자는 없었어. 용의 심장은 마력의 응축체. 잘못 했다간 몸이 터져 버릴 테니까.]“흐음…….”
아쉽게도 마도 시대의 마법사조차도 마력혈을 뚫는 방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
‘결국, 드래곤을 만나는 수밖에 없는 건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알른 자비우스가 했던 말이 자꾸만 떠올랐다.
‘나르 디 마우그…….’
모든 해답은 그가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를 만나는 것.
방법을 찾지 못한 것도 아니고 언젠가 만나게 될 일이기도 했으니까.
그전까지.
카릴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이야. 그 카이에 에시르란 녀석. 정말 인간인가?]“무슨 의미야? 그자가 드래곤이라도 된다는 말이야?”
[확신할 수는 없지만 정말 인간이라면 단순히 마법만으로 드래곤을 잡는 건 결코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니까. 나로서도 힘겨운 일이지.]“뭐, 당신이 있던 7인의 원로회도 인간이 아니라는 말도 있었는데.”
[소문과 진실은 결코 다르지. 그자의 싸움을 너는 봤잖아.]알른의 말에 카릴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했다.
“글쎄. 내가 본 것은 단 한 번의 전투뿐이니까.”
[마법 이외의 다른 건 없었나?]“다른 것?”
[마법 도구의 힘을 빌린 것일 수도 있고 정령술이 가미된 것 일 수도 있지. 혹은 네가 모르는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았을지도.]알른 자비우스는 용 사냥꾼에 대해 관심이 컸다.
드래곤이란 마법의 극한에 있는 존재.
그런 존재를 마법으로 사냥했다는 사실이 그에게 흥미를 돋우기에 충분했으니까.
“우리가 모르는 다른 편법을 썼을 수도 있다는 말을 하고 싶은 거야? 어지간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모양이네”
[흥……. 녀석이 뭐 남긴 말이나 그런 건 없나?]그의 물음에 카릴은 불현듯 저택을 떠나기 전 아인헤리에서 카이에 에시르가 남긴 메시지를 떠올렸다.
“그러고 보니 한 가지 있었다.”
[뭐지?]카릴은 자신의 손목에 잠긴 팔찌를 보였다.
“용의 심장과 함께 그가 남긴 물건이야. 당신 말대로 심장을 삼키면 육체가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고 놔둔 안배지.”
[이건……. 나도 처음 보는 물건이군. 마도 시대의 물건이 아니야. 그자가 살던 250년 전 시대의 물건일 수도 있겠군.]알른 자비우스는 매끈하게 세공되어 있는 탐욕의 팔찌에 박힌 보석을 바라봤다.
“그러고 보니 그가 이걸 남기면서 했던 말이 있지. 자신과 같은 빌어먹을 것들이 두 명 더 있다고.”
카릴은 떠올렸다.
역사에서는 찾을 수 없지만 카이에 에시르보다 더 이상한 것들.
[어쩌면 그건 인간이 아닐 수도 있겠군.]“음?”
[단순한 말장난이지. ‘것들’이라고 낮춰 말한 건 그저 친분을 보이기 위함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팔찌만 하더라도 그 녀석이 말하는 ‘것들’ 중 하나일지도.]알른의 말에 카릴은 뒤통수를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스스로가 인간이고 카이에 에시르가 인간이기 때문에 너무나도 당연하게 그 상대 역시 인간이라 생각했었다.
[물론 많은 경우의 수 중에 하나지만……. 네가 그렇게 생각했던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야. 보아하니 이 시대엔 유사인간들이 거의 남아 있지 않은 듯 보이니까.]“천 년 전 마도 시대는 달랐나?”
[그럼. 엘프들이 살던 엘븐하임부터 드워프의 아이언바르까지……. 귀찮은 네피림과 마족까지 있어 문제였지만 어쨌든 지금과는 많이 다르지.]“…….”
카릴은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만약.
알른의 말처럼 카이에 에시르가 지칭한 두 사람이 인간이 아니라면 더욱 찾기 어려울 테니까.
게다가 역사에도 남아 있지 않은 인물.
‘어렵군.’
카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잘못된 과거.
회귀 이후 그가 세웠던 무수한 계획들이 조금씩 엇나가고 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건.
단순히 과거로 돌아온 것이 아닌 다시 얻게 된 삶 속에서 베일에 감춰있던 사건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너무 심각해지지 마라. 어차피 그들은 과거의 존재. 250년 전에 남긴 말 한마디에 목숨 걸 필욘 없지.]“그런가…….”
[지금은 네가 강해져야 할 때잖나. 얼음 발톱을 얻으려고 했던 것도 그 이유고. 안 그래? 검성 나으리.]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카릴은 쓴웃음을 지었다.
“놀릴 생각이라면 그만둬.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클클클…….]카릴의 대답에 알른은 마치 연기처럼 흐릿한 잔상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회색교장 때보다 선명하진 않았다.
[네가 미하일을 나에게 맡긴 이유만큼 너 역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는 걸 알고 있겠지?]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는 자신의 모습보다 감옥 같았던 교장을 빠져나온 것만으로도 만족했다.
[나르 디 마우그의 레어 안에 어떤 괴물들이 있는지 말이야. 그걸 알고 있으니 너도 녀석이 있는 곳을 가지 못하는 것이고.]“잘 알지.”
회귀에 성공하고 난 뒤.
가장 빠르게 강해지는 방법을 꼽자면 역시 드래곤의 힘을 빌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알면서도 갈 수 없었다.
나르 디 마우그는 현재 잠들어 있었고 그가 아무리 뛰어난 검술을 가지고 있다 한들 육체적 한계가 있었으니까.
오우거와 미노타우로스 그리고 골렘까지.
드래곤의 레어는 결코 단신으로 뚫을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이유도 있지.”
알른은 가볍게 어깨를 떨었다.
[그래. 네가 강해짐으로써 나 역시 본래의 힘을 찾을 수 있으니까.]영혼 계약(靈魂 契約).
카릴과의 계약 덕분에 그는 현실에서도 어느 정도 영향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가 관여할 수 있는 수준은 기껏해야 주변의 집기를 던진다든지 탁자를 흔드는 정도였다.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기껏해야 폴터가이스트(Poltergeist) 현상 정도로 알 것이다.
세상을 뒤흔들었던 대마법사의 현재가 기껏 한낱 유령 정도일 뿐이니까.
[그런 의미로 앞으로 네겐 얼음 발톱의 사용법을 알려주마. 마법을 익히는 것보다 네겐 검이 어울리니까.]카릴은 탁자 위에 놓은 푸른 날의 검을 바라봤다.
마법검(魔法劍).
얼음 발톱(Freezing Talon).
마도 시대.
인간과 드워프 그리고 엘프가 공존하던 세월에 아주 특이한 단체 하나가 있었다.
블레이더(Blader).
오직 강한 무구만을 만들기 위해 뭉친 자들.
절대로 함께할 수 없을 것 같은 드워프와 엘프의 괴짜들과 7인의 원로회가 합쳐져 5개의 작품을 만들었었다.
불의 힘이 봉인되어 있는 차크람, 불타는 징벌(Flame Punish).
바람의 힘이 담긴 지팡이, 무한의 숨결(Infinite breath).
물의 마법검, 얼음 발톱(Freezing Talon).
이 세 개가 전생의 카릴이 보았던 무구들이다.
‘나머지 2개는 소실되어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알른 자비우스가 있는 이상 어쩌면 나머지 두 개의 무구까지 발견할 수도 있겠지.’
카릴은 회귀를 하고 난 뒤 전부터 생각했었다.
자신의 검술을 제대로 발현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검이 필요하다고.
그리고 그에 부합하는 무구가 지금 손에 들어왔다.
“사용법이라면 알고 있다.”
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네 기억 속에 있는 그 미약한 용마력을 가진 여자의 방법을 말하는 거라면 잊어라. 그건 검을 쓰는 게 아니라 검에 휘둘리는 것이니까.]“…….”
[너도 알고 있을 텐데. 네가 검의 극의에 다다랐던 자라면 말이야. 그 여자의 검술이 오히려 얼음 발톱을 망가뜨렸다는 걸. 뭐, 다른 선택지가 없으니 알면서도 어쩔 수 없었겠지만.]카릴은 침묵했다.
“당신 말을 그 녀석이 들었다면 가만있지 않았겠어. 성격은 지랄 맞아도 검술은 나쁘지 않았으니까.”
그러고는 한 사람을 떠올렸다.
이스트리아 삼국이 있는 남부에서 더 내려가면 북부의 이민족들처럼 제국의 영향권 밖에 사는 남부 일족이 있었다.
산세가 험한 북부와 달리 남부는 광활한 대초원으로 되어 있었기에 그들의 대부분은 기마 부족이었다.
그중에서도.
카르곤이라는 말과 비슷한 이형(異形) 동물을 길들이고 타는 일족이 있었다.
바로.
디곤(Diggon).
남부의 대부분이 소수 민족이었지만 전생에 유일하게 용마력을 가진 인간인 밀리아나가 이끄는 디곤만큼은 왕국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큼 커다란 세력을 유지하고 있었다.
[나쁘지 않았다? 바로 그게 문제다. 최강의 무구를 가지고도 마력도 없는 인간을 이기지 못했으니 말이야. 안 그래?]카릴은 그의 말에 낮게 웃었다.
[자존심만 강한 녀석들이었지. 황금룡이라 불렸던 토스카가 축복을 내려준 인간들이니까. 항간에는 그와 인간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가 디곤의 선조라는 말도 있었지만 말이야. 마도 시대에서부터 수백 년 전의 일이니 알 수 없지.]“그렇게나 오래되었나? 그 말이 사실이라면 드래곤의 피도 참으로 짙군. 그 세월이 흐른 뒤에도 유지되고 있으니 말이야.”
[나라면 얼음 발톱을 그런 식으로 쓰지 않았을 거다.]“그럼?”
아무렇지 않고 말하는 그의 모습에 카릴은 입을 다물었다.
“그거 살아 있는 사람에게 용의 피를 주입하는 저주술 말하는 거잖아. 제국 내에서 금지된 비술이다.”
[세상이 망하는데 제국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그리고 이미 사라진 술법이기도 하고.”
[사라지기 전의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바로 네 눈앞에 있는데?]“…….”
알른 자비우스는 카릴을 놀리는 것이 재밌다는 듯 키득거렸다.
“나는 절대로 인간을 제물로 쓰지 않아.”
[그 알량한 자존심 때문에 더 많은 자가 죽었지. 어차피 죽을 거라면 차라리 도움이 되는 게 낫지 않나.]“인간을 뭐라고 생각하지? 너 역시 분명 인간이었을 때가 있을 텐데.”
카릴은 단호하게 말했다.
“내려진 결말로만 선악을 구분 짓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지. 미래를 알고 있더라도 절대로 그따위 술법을 쓸 일은 없을 거다.”
그의 모습에 알른 자비우스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뭐, 선택은 네가 할 몫이겠지. 하지만 필요하면 말해. 저주술을 쓰는 불멸회 녀석들도 모두 우리가 만든 마법 체계를 따르니까.]“…….”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그런 의미로 신파를 위해서 내가 널 추억의 장소로 데리고 가려는 건 아니다.]카릴은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알고 있어. 전쟁을 떠나서 거긴 정령들이 살고 있는 신성지라 불리는 곳이니까. 하지만 7인의 원로회가 마법 이외에 정령까지 손을 대는 줄 몰랐는데.”
[딱히 정령술 때문은 아니다.]“그럼?”
[우리는 마법을 위해서 정령을 공부했을 뿐이지. 그리고 지금 내가 너에게 알려줄 것도 검술이 아니야.]알른은 더 이상 카릴의 성질을 돋우기 싫다는 듯 대화의 주제를 바꾸었다.
[억겁의 시간 동안 검을 휘둘렀다고 네가 검에 대해 모두 깨달았다고 생각하지 마라. 그 어떤 현자도 신이 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내 검술이 한계가 있다는 말인가?”
하지만 오히려 그 말이 카릴을 신경 쓰이게 만들었다. 오로지 검 하나만으로 정점에 도달했던 그에게 검을 부정했으니 말이다.
툭-
알른은 가볍게 카릴의 어깨를 두들기며 의미심장한 얼굴로 말했다.
[억겁의 시간 동안 너는 마력 ‘없이’ 검을 휘둘렀을 뿐이니까.]“…….”
[검에 마력을 담는다고 해서 끝이 아니다.]비아냥거리는 듯한 알른 자비우스의 태도에 카릴은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래? 그럼 언제부터 가르쳐 줄 건데?”
[거봐. 마력을 얻고 나서도 제대로 마력을 쓰질 못하잖아.]“뭐?”
그 순간.
카릴은 자신의 주위를 훑었다.
의식하지 못한 채.
방이었던 주변은 어둠으로 변해 있었다.
[훈련은 이미 시작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