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64)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64화(64/497)
56. 뒤처리 (2)
우든 클라우드(Wooden Cloud).
통상적으로 루레인 공국의 비밀 조직이라고 알려져 있는 이 단체가 베일에 싸인 채 신탁이 내려진 후에도 제대로 밝혀지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우두머리의 부재였다.
조직이란 그 산하를 관리하는 리더가 있게 마련이지만 조직원 서로도 알지 못한 채 그저 뿌리와 줄기 그리고 가지로 구성되어 있을 뿐이었다.
대부분 조직을 통솔하는 뿌리에서 리더가 있지 않을까 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제국은 그 뿌리를 찾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아끼지 않았다.
결과는.
실패였다.
‘우두머리가 없이 우든 클라우드가 존재할 수 있었던 이유는 공국의 통치자인 루레인 가문의 특성 때문이었다.’
카릴은 톰슨의 쪽지를 받고 난 뒤 거리를 걸으며 생각했다.
‘수백 년 공국을 이끌었던 루레인 가문의 초대 가주인 랄프 루레인은 그 당시 교황인 바이르 3세의 사생아. 그렇기 때문에 지금도 공국은 교단의 비호를 받고 있다.’
대신에 루레인 가문은 세대가 교체될 때마다 차남을 교단에 보내는 전통이 있었다.
어쩌면 바이오 3세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교단과 공국 간의 긴밀한 계약일지도 모른다.
그 이후.
수많은 세월이 흘렀고 핏줄들 역시 늘어났다.
‘그리고 그만큼 많은 루레인가의 자식이 교단에 자리를 잡게 되었고.’
우든 클라우드는 단순히 공국 안에서만 존재한 것이 아닌 대륙에 퍼져 있는 교단에 있는 자식들이 함께 운용하고 있었다.
즉.
조직의 통솔을 맡고 있는 뿌리의 수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많다는 것.
‘문제는 우든 클라우드가 아니다.’
대륙에는 원래 빛의 신 율라(Yula)를 섬기는 교단이 존재했다.
신탁의 계시를 받은 것 역시 그들이었고.
하지만 공국이 멸망하고 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은 우든 클라우드는 새로운 교단의 형태로 대륙에 나타났다.
교단의 이름은 블루 로어(Blue Roar).
그들은 파렐에서 튀어나온 괴물들.
타락(駝酪)을 세크무트(Xeck-Mut : 모신(母神)의 손길)이라 불렀다.
‘괴물들에 의한 죽음이야말로 진정한 은총이라 여기는 광신도들.’
미친 소리였다.
억겁의 시간을 되짚으면서 생각하고 또 생각해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에 기름을 붓는 것처럼 블루 로어의 열기는 대륙을 집어삼켰었고 신탁을 받았던 율라(Yula)의 교단까지 위협했다.
어쩌면 수백 년 간 교단의 영향을 받은 그들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우든 클라우드의 배후에 대한 정보는 기껏해야 교단의 교주인 ‘라엘’이라는 것 정도뿐.’
하지만 그 이름조차 가명.
언제나 가면을 쓰고 있기 때문에 진짜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확실한 것은.
‘녀석을 잡아야 한다.’
꽈악-
카릴은 톰슨이 가져온 이 정보가 전생에서는 구름을 움켜쥐는 것처럼 찾을 수 없었던 배후를 알리는 시작이 되길 바랐다.
* * *
“크하하!! 너희도 들었지? 카릴이 회색교장을 공략하고 영주에게 인정을 받은걸. 이제 우리 길드도 당당히 이름을 걸 수 있겠어.”
“그럼요. 이미 도시 내에 소문이 쫙 깔렸습니다. 건방진 4대 길드들도 찍소리 못하고 있는 걸요.”
어두운 가게 안.
바르고 시라는 즐거운 듯 콧노래를 부르며 자신의 컬렉션들을 닦으며 말했다.
“꼬맹이 녀석, 대단한 줄은 알았지만 거기서 살아 돌아올 줄이야. 진짜 괴물이군.”
탁자 위에 놓인 상자 안에 든 서약서를 바라보며 그는 히죽히죽 웃었다.
“지금부터 넌 제국에 있는 길드 협회로 가서 울카스의 이름을 올려라. A급 의뢰 중 몇 개를 추슬러서 받아와.”
“네? 협회요?”
바르고의 말에 부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좁은 아조르에만 박혀 있을 수 없지. 이참에 제대로 해야지. 4대 길드 녀석들도 못한 일을 우리가 해서 제국에 이름을 올려야지. 안 그래?”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조르 내에 명함도 내밀지 못한 그였다.
하지만 카릴의 일을 듣자마자 그는 이미 1위라도 달성을 한 것처럼 꿈에 부풀어 있었다.
‘녀석이 아무리 괴물이라도 저게 있는 한 녀석은 내 말을 들을 수밖에 없지.’
철컥-
그때였다.
단단히 잠겨 있을 문이 열렸다.
“……!!”
화들짝 놀라며 바르고의 부하는 황급히 자신의 옆에 있던 검을 움켜잡았다.
“놀랄 필요 없다.”
하지만 문 앞에 서 있는 소년을 바라보며 바르고는 오히려 괴상한 웃음을 지었다.
“어이쿠, 이게 누구야. 우리 길드의 기수 아닌가. 어쩐 일로 여기까지. 회색교장에 다녀와서 피곤할 텐데. 쉬고 있으면 어련히 찾아갈 텐데 말이야.”
“의뢰가 하나 들어와서.”
안으려고 두 팔을 뻗은 바르고의 팔을 가볍게 치우면서 카릴은 말했다.
“음?”
생각지 못한 말에 바르고가 부하를 바라봤다. 그러나 그 역시 고개를 저었다.
“하하하, 뭐. 단숨에 인기가 높아지니 여기저기에서 찾을 수 있지. 하지만 말이야. 이제 자네는 평범한 위치가 아니잖나. 귀한 몸을 쉽게 쓰면 안 되지. 의뢰는 길드에서 전해주는 것만 하게.”
배려를 하는 것처럼 들리지만 결국은 자신이 정해준 일만 하라는 의도였다.
서약서에 명시된 것처럼 카릴은 분기마다 길드의 의뢰 중 3가지를 행해야 했으니까.
그리고 그 절대적인 명령은 오직 자신에게 있다고 바르고는 생각했다.
“그래, 무슨 의뢰인데 여기까지 찾아 왔지?”
“여기서 빼돌린 마법서 대부분이 교단으로 넘어갔다는 얘기가 있던데.”
순간.
두 사람의 얼굴이 굳어졌다.
“무슨 소린지 모르겠군. 어떤 새끼야? 그딴 소리를 지껄이는 놈이. 도대체 무슨 의뢰를 받아서 이러는지 모르겠지만 율라 교단과의 모든 거래는 제국과 공국의 입회하에 허가된 곳만 가능하단 말이다.”
“애초에 불법이잖아. 너희가 하는 일. 안 그래?”
“이봐……!!”
부하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카릴을 노려보며 말했다.
하지만 바르고는 뒤로 물러나라는 듯 손을 저었다.
“카릴, 이거 왜 이래. 우리도 상대를 봐가면서 한단 말이다. 제국과 공국을 척으로 돌리는 게 말이 돼?”
“되지. 그 상대가 공국가의 자식이라면.”
“…….”
툭-
“일부지만 지금까지 너희가 교단과 거래를 한 내역이다. 표면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정한 가문과 거래를 했더군.”
카릴은 톰슨이 건네줬던 쪽지를 바르고 앞에 던졌다.
“신성 교단에 불법 마법서를 판매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 정도는 넘어갈 수 있는 수준이야. 교단의 단원들 중엔 제국인도 있으니까. 문제는 교단 내에 루레인 가문과 관계된 인물들만 있다는 거지.”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군. 야, 이딴 쓰레기 당장 치워버려.”
“넵.”
쪽지를 줍고서 기분 나쁘다는 투로 카릴을 노려보며 부하는 그의 어깨를 툭 치고 지나갔다.
서걱-
그 순간.
차가운 냉기가 방 안을 채우는 기분이 들었다.
“……!!”
벽면 한쪽이 새하얗게 얼어 있었고 조금 전 도망을 치려던 부하의 몸이 시간이 멈춘 듯 굳어 있었다.
파스슥-!!
카릴이 얼음 발톱의 검날로 가볍게 남자의 몸을 긋자 산산조각이 나며 부서졌다.
언제 검을 뽑았는지도 알 수 없다.
그저 남은 것은 잘린 채로 얼어붙은 부하의 머리가 바닥에 구르는 것뿐.
“이…… 이게…….”
바늘로 찌르는 듯한 찌릿찌릿한 냉기 속에 바르고는 넋을 잃고 말았다.
쿵-
잘린 부하의 머리가 굴러떨어져 바르고의 발아래에 부딪혔다.
“대장 옆에 있으니 지가 대장인 줄 알지. 안 그래? 가지는 가지답게 굴어야 하는데 말이야.”
“……!!”
“시간 없으니 묻는 말에 답해.”
“너……. 이 미친 새끼!! 언령 서약서에 서약한 걸 잊었어!!”
“알아. 그래서 지금 이행하고 있는 거잖아.”
“뭐?”
카릴은 낮게 웃었다.
“나는 바르고 시라의 의뢰가 아니라 울카스 길드의 의뢰를 하겠다고 계약했지. 그리고 지금 내가 하는 게 울카스 길드에서 수락한 의뢰다.”
“어떤 미친 새끼가 그딴 짓을 해!! 내가 길드 마스터인데!!”
“아니지. 길드 의뢰를 통과시킬 수 있는 사람은 너 말고 또 한 명 있지.”
“서…… 설마.”
“부길드 마스터.”
“톰슨……?”
바르고는 할 말을 잃은 듯 입을 뻐끔거렸다.
그의 존재에 대해서 잊고 있었다.
마력중독에 걸린 뒤로 바르고는 톰슨을 더 이상 쓸모없는 자라 여겼기 때문이다.
“불법 거래에 대한 처단. 뭐……. 과거 제국 소속의 마법사가 공국과 길드 간의 관계를 알게 되어 생긴 오래된 충심 정도로 해두지.”
그저 핑계에 불과한 말이었다.
카릴 역시 그걸 잘 알기에 어깨를 으쓱하며 묘한 웃음을 지었다.
사실.
묻고 싶은 건 다른 거니까.
이건 서약서의 규정을 파쇄하기 위한 것뿐.
“이…… 개새……!! 다 죽어 가던 병신 놈이 무슨 미친 짓을 한 거야!!”
바르고는 황급히 주위를 훑었다.
어느새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란 구멍은 모두 얼어붙어 있었다.
“지금부터 묻겠다. 네가 거래한 교단의 멤버가 우든 클라우드라는 걸 알고 있다. 지금부터 네가 알고 있는 걸 모두 말해. 단원의 명단에서부터 루레인 가문의 7형제 중에 그곳과 연결되어 있는 놈이 누구인지까지.”
“내…… 내가 그런 걸 어떻게 알아!! 너도 우든 클라우드에 대해서 안다면 알잖아! 가지 따위는 아무것도 모른다고!!”
“아닐 텐데? 베이커는 네가 전달책인 줄기 소속이라던데.”
“……뭐?”
바르고의 동공이 흔들렸다.
‘넘어왔군.’
카릴은 그 찰나의 변화를 놓치지 않았다. 사실 베이커는 그런 말을 하지 않았다. 바르고가 줄기일 것이라는 건 그저 그의 추측에 불과했다.
그러나 아껴뒀던 카드.
진짜 우든 클라우드 멤버인 베이커라는 이름을 꺼냈을 때 바르고의 반응은 카릴에게 확신을 주었다.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는군. 이봐, 이미 베이커가 모두 불었어. 녀석은 너뿐만 아니라 레디오스와 더글라스까지 알려줬는데?”
빠득-
바르고는 쐐기를 박는 카릴의 말에 이를 갈며 말했다.
“그, 그래서? 대륙에 그 이름을 가진 자들이 얼마나 될까? 네가 찾을 수 있을 것 같아?”
“찾았잖아, 너도.”
“그리고 이제 나머지 둘 중 누구라도 한 명은 알게 되겠지. 네가 말해줄 거니까. 안 그래?”
“미친…….”
카릴은 그의 몸이 움찔거린다는 걸 알았다.
“컥!!”
그 순간.
바르고의 입안으로 카릴의 손이 쑤시고 들어왔다.
“커컥……!”
그의 혓바닥을 잡아당기자 고통에 찬 얼굴로 비명도 제대로 지르지 못하고 아픔에 무릎을 꿇으며 바르고는 바닥에 기다시피 쓰러졌다.
“자살 같은 허튼 생각 하지 마. 차라리 내가 혓바닥을 잘라주지. 단번에 얼어붙어서 출혈도 없을 거야. 어차피 팔만 달려 있으면 정보를 알아내는 건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
“읍……! 으으읍……!! 읍!!”
카릴의 손에 힘이 들어가자 바르고는 미친 듯이 날뛰었다.
“오른손잡이? 아니면 왼손? 나머지는 다 잘라 버려도 괜찮겠지. 안 그래?”
순간 그는 카릴의 눈빛을 봤다.
진심이었다.
“꼭 이런 녀석들은 두 번 말하게 하지.”
절대로 꼬마가 가질 수 있는 눈빛이 아니었다. 바르고는 카릴이 정말로 자신의 혓바닥을 잡아 뽑을 수 있다고 직감했다.
그리고 나머지 팔과 다리까지.
부르르…….
바르고의 바지가 축축하게 젖었다. 카릴은 그런 그의 모습을 바라보며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 이제 대답할 마음이 생긴 거 같은데.”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우웁!! 웁!!”
고개를 끄덕일 때마다 느껴지는 통증 따위야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바르고는 혓바닥이 뽑힐 기세로 머리를 흔들고 있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