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68)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68화(68/497)
59. 비궁족 (2)
부우우우웅—!
후아아–!!
잔잔하던 하늘에 갑자기 돌풍이라도 일어난 것 같은 바람이 일었다. 성벽에 보초를 서고 있던 병사들은 갑작스러운 바람에 황급히 팔로 얼굴을 가렸다.
“뭐, 뭐야?”
“깃발이 날아가지 않도록 조심해!!”
댕- 댕- 댕-
보초는 빠르게 종을 쳤다.
갑작스럽게 상공에 나타난 검은 그림자를 바라보며 경계를 알리는 종소리가 사방으로 퍼졌다.
다다다다…….
다다……!
종소리에 맞추어 아래에 있던 병사들이 일사불란하게 배치되었다.
백색의 용이 그려진 깃발과 똑같은 문양이 그들의 가슴에도 새겨져 있었다. 대륙에서 오직 제국병만이 그 문양을 가슴에 달 수 있었다.
병사 하나하나의 눈빛은 날카롭게 빛나는 것이 일반병들조차 훈련이 잘되어 날이 서 있는 느낌이었다.
“모두 자리로!!”
“위치를 지켜라!! 궁수 부대 대기!”
“방패병은 앞으로!!”
백부장들의 외침에 병사들은 성벽 위로 다시 한번 커다란 타워 실드로 벽을 만들어졌다.
쿵–!!
비스듬하게 세워 놓은 실드의 앞엔 작은 구멍이 뚫려 있었는데 능숙하게 그 사이로 궁수들이 화살을 집어넣어 활대를 당겼다.
콰드드드득…….
팽팽하게 당겨진 화살의 개수만 수백 개.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그 위용은 오금이 저릴 정도일 것이다.
“…….”
“…….”
부산하게 움직이던 병사들은 처음의 혼란은 잊은 채 자신들의 머리 위로 지나가는 거대한 함선을 바라봤다.
“이만하면 됐다.”
침묵이 이는 성벽과 달리 망루에 서 있던 수비대장은 기다렸다는 듯 부관에게 말했다.
“지금 바로 황궁에 보고해라.”
“네?”
“누군지는 자네도 알 테고. 황제께서 친히 그들을 부른 것이니 경계를 늦추고 성문을 정비하라고 하게.”
대륙에서 상공을 날 수 있는 유일한 기체를 가진 곳이 누군지는 세 살배기도 알 것이다.
교도 용병단.
하지만 그들이 아무리 강력하다 하더라도 무턱대고 제국을 노리고 왔을 리가 없었다.
이미 보고를 받은 수비대장은 빠른 시일 내에 그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전시 상황처럼 사정거리 안에 비행선이 나타나자 병사들을 집결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우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그들이라 할지라도 결국 한낱 용병단에 불과하다.
쿠그그그그…….
쿠그그…….
비공정이 제국의 영역에 진입하는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머리 위를 날고 있었다.
착륙 지점을 찾는 것이겠지만 그들은 그냥 묵인한다는 것은 제국의 위상에 금이 가는 일이었다.
종이 울리고 성벽에 집결된 병사의 수만 800여 명. 그리고 성벽 뒤에 출진 준비를 마친 기마병이 500명, 보병이 1천 7백 명이었다.
도합 3천 명.
적다면 적을 수 있는 숫자였지만 그들이 집결된 시간은 고작 30분이 채 되지 않았다.
“비공정 위라면 성벽 아래의 병사들까지 볼 수 있을 테니까. 이 정도는 해두는 게 좋겠지.”
제국 기사단과 황도(皇都) 밖에 주둔하고 있는 병사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여력을 남겨 둠으로서의 압박까지.
모두가 계산된 행동이었다.
어쩌면 불필요한 겉치레로 보이지만 이런 모습이 제국의 위상을 지켜주는 것일지 몰랐다.
‘재상께서 말씀하신 대로군. 문제는 황제 폐하와의 알현이 아니겠지. 시작은 제1황자가 앞선다고 해야 할까. 과연…….’
수비 대장은 착륙을 시도하는 비공정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올리번 황자께서 어떻게 나오실지……. 두 사람 중 누가 먼저 교도 용병단과 연줄을 닿을 수 있을지가 황권 다툼에 또 다른 요소가 되겠지.’
그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황국이 소란스러워지겠군.”
* * *
“아니, 제정신이십니까?”
에이단은 노려보는 미하일의 눈초리에 입을 가렸지만 이내 곧 다시 입술을 씰룩이면서 말했다.
“이곳 부족들이 대초원을 두고 다툼이 있었던 게 수십 년도 더 되었습니다. 그런데도 여전히 그대로죠. 왜 그러겠습니까? 답이 없거든요. 어디 하나 균형이 무너지면 서로 잡아먹힌다는 걸 아니까.”
카릴은 그의 말을 듣다가 말했다.
“잘 아네. 이런 쪽에 관심이 있나 보지?”
“아니 그런 게…….”
저번에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던 것 같은 생각에 에이단은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긁적였다.
꼭 떠보는 것 같은 기분.
하지만 그런 의심은 차치해서라도 해야 할 말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남은 3개의 부족 중에서도 특히나 투 부족이 얼마나 거친 녀석들인지 모르실 겁니다. 소문에는 인육까지 먹는다고 하던걸요.”
“그래? 남부 쪽은 알려진 게 별로 없는데. 찾아보기라도 했나 봐.”
“…….”
난처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 오히려 그게 재밌는 듯 카릴은 놀리듯 말했다.
“걱정 마. 투 부족이 인육을 먹는다는 건 뜬소문이니까. 뭐……. 자신의 허벅지살을 베어 먹는 게 부족 특유의 성인식이긴 하지만.”
“예?”
카릴의 말에 미하일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 정도는 북부에도 많이 있으니 대수로운 건 아니야.”
“그렇군요…….”
떨떠름한 표정으로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그를 보며 카릴은 옅게 웃었다.
“에이단, 네 말대로 대초원을 두고 4개의 부족이 결판을 내지 못한 이유는 어느 한 곳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왜 그럴까?”
“균형이 무너지면 안 되기 때문 아닐까요?”
“반은 맞고 반은 틀렸어. 조금 더 생각해 봐. 지리에 대해서 알고 있다면 답은 쉽지.”
“으음…….”
카릴은 마치 시험을 치르는 것처럼 두 사람에게 말했다. 질문에 고민을 하는 에이단보다 먼저 미하일이 입을 열었다.
“마물 때문입니다.”
그는 다른 때와 달리 자신 있게 말했다.
“대초원 뒤편에 크고 작은 마굴들에서 쏟아지는 몬스터들은 부족들에게도 큰 부담이니까요. 완전히 처리를 하자니 피해가 크고 뒤에 몬스터들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것도 힘든 일이구요.”
“맞아.”
“게다가 또 라후 부족은 다른 3부족에 비해 대초원의 입지가 적어서 몬스터 사냥으로 생계를 유지합니다. 그러니 완전히 토벌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죠.”
“남부에 와본 적이 있어? 어떻게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야?”
에이단은 거침없는 미하일의 대답에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면서 되물었다.
“예전에 비공정의 식량을 보충하기 위해 잠시 남부에 있었던 적이 있어서 기억하고 있습니다.”
“훌륭하군.”
카릴의 칭찬에 미하일은 괜스레 기분이 좋은 듯하지 않아도 될 설명까지 했다.
“제국도 남부를 북부에 비해 자유롭게 둔 이유도 그 때문이겠죠. 가만히 둬도 쉽게 뭉치기 어려우니까요.”
“맞아. 그렇기 때문에 이번이야말로 대초원의 주인을 결정지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기도 하지.”
“으음…….”
카릴은 대답을 기다리는 듯 에이단을 바라봤다. 생각에 잠겼었던 그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 말씀은……. 우리라는 변수를 가리키는 건가요?”
“정답.”
“마굴 때문에 움직이지 못하는 부족들을 각각 노리겠다는 말씀이신가요?”
카릴이 아무리 대단하다 하더라도 자신들은 기껏해야 3명에 불과하다.
대초원의 부족 중에 가장 세력이 약한 라후 부족만 하더라도 그 수가 800명에 가까웠으니까.
꿀꺽-
에이단은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남부의 기마 부족들은 부족원들이 모두 전투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으니 수백의 적을 고작 세 명이서 무찌른다는 건 말 그대로 목숨을 건 일이었다.
“나머지 두 부족의 숫자까지 합치면 족히 2천 명……. 그럼 한 사람당 무찔러야 할 수가…….”
미하일은 가늠이 되지 않는다는 얼굴로 손가락을 몇 번 움직이다가 고개를 저으면서 포기했다.
셈이 되지 않아서 그런 게 아니라 말이 안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모습에 카릴은 피식 웃었다.
“걱정 마. 우리가 그들을 상대할 일은 없을 테니까.”
“네? 그럼…….”
“내가 말한 변수란 그들이 움직이지 않고도, 몬스터를 해결할 수 있는 우리가 있단 의미였으니까.”
“저희가 부족들 대신 마굴 토벌을 한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지.”
에이단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렇게 되면 부족들이 자유롭게 대초원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만들어주는 것뿐이지 않습니까? 오히려 비궁족에게 안 좋은 게 아닐지…….”
“걱정 마. 마굴을 정리한다 하더라도 녀석들은 쉽사리 움직이지 못해. 몬스터를 잡되 잡지 않은 거니까.”
“으음…….”
여전히 두 사람의 얼굴엔 의문이 가득했다.
카릴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 * *
마굴(Dungeon).
대륙에는 오크나 리자드맨과 같은 인간들과 마찬가지로 산과 들에 서식하는 몬스터들도 있지만 그들과 달리 마굴 속의 몬스터들은 좀 더 특별하다.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필드의 몬스터들과 달리 마굴 안에는 핵이 존재하며 그 핵이 뒤틀린 공간을 만든다.
마굴의 몬스터들은 그곳에서 만들어진다.
자연을 거스르는 인위적인 탄생.
‘지금 생각해 보면 이 마굴도 일종의 파렐 같은 것일지도 모르겠는걸. 물론, 생성되는 몬스터의 차이가 급격하지만.’
과거에는 당연하게 생각했던 것들도 시간을 거슬러오자 새로이 보였다.
지금껏 그 어떤 왕국도 제대로 된 마굴 토벌을 하지 않았다.
왜냐면 남부의 마굴과 달리 북부의 마굴은 대부분 활동을 멈추었기 때문이다.
‘원래 마굴은 화산처럼 휴지기와 활동기가 번갈아가며 있다. 북부의 마굴은 이미 수백 년 동안 활동한 것이 몇 개 없어서 대부분 죽은 마굴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실제로 황제는 몇 차례 마굴을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린 적도 있었다.
아이작 자작을 필두로 한 공략대는 다섯 번에 걸쳐 대륙에 있는 마굴을 확인했고 그 안에 아무것도 없다는 보고를 올렸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
카릴은 쓴웃음을 지으며 살짝 얼굴을 굳혔다.
확실히 그 당시에 몬스터는 없었다.
그러나 신탁이 내려지고 파렐에서 쏟아져 나온 괴물들이 인간계로 진입할 때 빈 마굴들을 통로로 사용한 것이다.
‘순식간에 북부의 1/3을 멸망시키고 제국으로 돌진했던 타락들…….’
대륙에서 가장 큰 마굴은 북부 고대 유적인 트라멜의 서쪽에 있는 선혈동굴(鮮血洞窟)이다.
그곳은 추후에 타락의 최초 거점이 되기도 한다.
‘뭐, 그건 나중에 해결해야 할 일이지만.’
이번 생에서 카릴은 북부의 마굴들의 입구를 모조리 막아버리겠다는 생각을 했다.
* * *
마굴에 가까워질수록 에이단과 미하일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대초원에는 몇 개의 마굴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카릴이 향하는 곳은 두 사람도 잘 알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었다.
“이 마굴에 대해서 아는 사람?”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지만……. 이름은 많이 들어봤습니다. 저기 두 개의 바위가 마주 보고 세워져 있는걸 봐서 쌍두수리의 둥지가 아닌지요.”
미하일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그리고 그의 말에 두 사람은 역시나 하는 표정으로 낮은 한숨을 내쉬었다.
대초원의 마굴 중에 두 번째로 난이도가 높은 곳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강한 몬스터가 있는 곳은 여기서 좀 더 떨어진 쐐기덩굴 구릉이겠지만…….”
몬스터를 상대하는 부족들조차 건들지 못하는 두 개의 마굴 중 하나.
그만큼 이 안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강력했다.
“지금 상황에선 쌍두수리의 목이 구릉의 주인인 샌드 서펀트보다 더 가치 있는 거래 물품이 될 거다.”
“아……!”
에이단은 그제야 조금 전 카릴이 했던 말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몬스터를 잡되 잡지 않는 것이란 건 더 강한 것을 남겨서 그들과 거래를 하기 위함이군요.”
“맞아. 그리고 쌍두수리 역시 녀석들이 처리하지 못하는 몬스터. 여길 공략해서 목을 가져간다면 우리의 힘을 증명할 수도 있고.”
“……그렇군요.”
쌍두수리의 둥지를 공략하는 것.
그것은 일종의 경고였다.
거래가 성사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쌍두수리를 잡을 수 있을 만큼의 실력자가 비궁족의 편에 섰다는 것만으로도 대초원의 판도는 지금까지와는 완전히 달라질 것이다.
여차하면 몬스터를 향했던 검이 자신들을 향할지 모른다는 압박감.
‘마굴 하나 공략하는 것으로 대초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니…….’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수천 명의 적과 싸우는 것에 비한다면 훨씬 가능성 있는 일이었다.
그것도 고작 3명이서 말이다.
‘어째서 지금까지 우리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에이단은 새삼 카릴의 비상함에 다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카릴은 그런 그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담담한 목소리로 마굴의 입구에서 말했다.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