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69)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69화(69/497)
60. 마굴 공략 (1)
마굴은 입구에서부터 특유의 냄새가 있었다.
공기 속에 먹물 냄새같이 묵직하고 텁텁한 향기는 침입자의 호흡을 힘들게 만들었다.
“후우…….”
가장 먼저 반응이 온 것은 미하일이었다.
용병단에 몸을 담고 있는 그였지만 어린 시절부터 암연에서 훈련을 받은 에이단이나 카릴에 비한다면 가장 약체였다.
“아조르에서 너무 마력 훈련만 했나 봅니다. 이 정도로 체력이 달릴 줄이야. 하하…….”
그것을 알기에 미하일은 어색하게 웃으면서 무거운 공기를 깨뜨리려 했다.
“체력이 아무리 좋아도 마굴은 힘들다. 당연한 일이야. 그래도 힘들어도 마력을 쓰는 일은 하지 않는 게 좋아.”
“알겠습니다.”
“마굴 안에 어떤 몬스터가 튀어나올지 모르니까.”
카릴의 말에 미하일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스태프를 지팡이 삼아 몸을 기대며 걸음을 옮겼다.
[신기하군. 동굴 안에서 암흑력이 느껴지다니. 마도 시대에도 보기 힘든 힘인데 말이야. 이게 아직도 남아 있었나?]알른 자비우스는 주위를 훑으며 중얼거렸다.
‘설마 처음 보는 건가? 당신이 살던 때엔 마굴이 없었나 보군.’
[맞아. 몬스터가 사는 던전이야 있었지만 이런 식으로 암흑력이 내려앉아 있는 마굴은 없었다.]‘암흑력이 뭐지?’
[마력과는 조금 다른 성질을 가진 힘이지. 아직도 교단은 율라(Yula)를 섬기나?]‘응.’
[그들에 반하는 힘이라고 하면 되겠군. 신성력과 완전히 반대의 성질을 가졌지. 하지만 암흑력은 마계에서나 볼 수 있는 힘인데……. 이상하군.]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살짝 인상을 찡그리며 물었다.
‘그럼 혹시 마족도 타락과 관련이 있을 수 있을까?’
[내 생각엔 어렵지 않을까 싶은데. 타락은 말 그대로 이 세계가 아닌 차원의 균열에서 만들어진 찌꺼기 같은 것이니까. 하지만 마족은 엄연히 신이 인정한 종족이고.]‘흐음…….’
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인류는 타락의 출처를 알 수 없어 마족의 수하라고 생각했으니까. 그들과 관련이 없다면 오히려 다행이군.’
[하지만 마족들의 음흉함이란 어떨지 모르니 조심해야지. 마도 시대엔 없던 마굴이 있는 것도 이상하고 말이야. 이곳은 오히려 타락보다 마족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그렇군.’
마계와 인간계가 연결되어 있던 마도 시대를 살았던 알른 자비우스가 아니었다면 암흑력에 대한 것도 알지 못했을지 모른다.
[과거에는 인간계 말고도 마족의 마계, 네피림의 천계 그리고 마계보다 더 밑바닥에 있는 악마계까지 있었으니까.]그러나 현재의 대륙은 인간계를 제외한 모든 계(界)가 닫힌 상태였다.
유일하게 연결되어 있는 정령계도 그 힘이 미약해서 정령사들은 아주 극소수만이 중급 정령을 소환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까.
‘좀 더 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는 말이군.’
[맞아. 이건 나도 알지 못하는 변화니까. 좀 더 주의를 두도록 하지.]알른의 말에 카릴은 고개를 끄덕였다.
“우아, 카릴 님. 여기 속성석들이 널려 있는데요?”
두 사람의 대화를 끊은 건 미하일이었다. 마굴의 안으로 들어가던 중 유난히 밝은 장소가 있었다.
미하일이 가리킨 벽면엔 여러 색의 빛을 뿜어내는 광물들이 박혀 있었다.
“그건 삼방석영이라고 하는 광물이야. 속성석이 아니다. 특이하게 광물인데도 식물처럼 마굴의 벽에서 자라지.”
카릴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
“저게 다 속성석이었으면 아마 대륙은 북부보다 남부가 더 발전했을걸?”
“하긴…….”
에이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빛을 띠고 있는 광물을 바라봤다.
“신기하네요. 어디에 쓸모는 없을까요? 이대로 버려지기 아까운데. 가공해서 귀족들의 귀금속으로 만들어도 잘 팔릴 거 같은데.”
미하일과 달리 현실적인 생각에 카릴은 대답했다.
“말 그대로 귀금속으로 만들 수는 있겠지만……. 지금 황궁의 귀부인들에게 인기 있는 건 금붙이나 금강석을 깎은 것들이니까. 어떨지 모르지.”
“으음…….”
“게다가 석영은 약해서 세공하는 것도 어렵다. 드워프나 노움이 아니면 힘들 테니.”
“그럼 어렵겠군요. 드워프는 자존심이 세고 노움은 노움국이 멸망했으니 만나는 것도 쉽지 않으니까.”
에이단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석영은 나중에 꼭 필요하다. 지금 쓸데없이 귀족들의 사치품으로 쓸 수 없지.’
카릴은 그런 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파렐 안에는 석영으로 만든 무기에만 타격을 입는 괴물들도 있으니까. 그대로 잘 보존해야지.’
그는 대륙 전쟁 그 이후의 역사를 알고 있다.
신탁이 내려지리라는 것.
그렇기 때문에 남부를 얻는 이유는 제국과의 대륙 전쟁을 준비하는 것이 단순히 권좌(權座)에 오르기 위함이 아닌 동시에 신탁을 준비하는 과정이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마굴 속의 석영.
이 광물은 오직 휴지기의 마굴에서는 얻을 수 없기에 주로 남부에서만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노움국이 멸망해?]두 사람의 대화를 듣던 알른 자비우스가 깜짝 놀란 듯 물었다.
[마도 시대 500년 역사 동안 수많은 전쟁이 있었고 수차례 차원 간의 싸움도 있었지만 쥐새끼처럼 땅속에서 요리조리 잘 도망치던 종족들이?]‘멸망한 이유는 모른다. 제국이 세워지기 이전에 사라졌으니까. 단지 알려진 역사에는 악마들에 의해 멸망했다고만 하더군.’
[허허……. 악마들은 차원계에서도 가장 밑바닥에 있어 모습을 드러내지도 않는데 어쩌다……. 이상하군.]알른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뭐, 그래도 완전히 멸망한 것은 아니야. 노움국의 핏줄은 아직 살아 있으니까. 게다가 아는 노움도 있고. 부활할지도 모르지.’
카릴은 타투르에 있는 칼립손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그는 준비가 되는 대로 카릴이 말해줬던 곳을 갈 거라고 했다.
‘그를 필두로 노움국이 부활할 수 있다면 석영뿐만 아니라 신탁에 필요한 물품들의 공급이 원활해질 수 있다.’
노움국까지 신경을 쓸 순 없지만 카릴은 칼립손이라면 자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리라 여겼다.
쉬이이익—!!
그때였다.
“……!!”
걸음을 걷던 카릴이 말을 멈추고 급작스럽게 얼음 발톱을 뽑아 있는 힘껏 횡으로 허공을 갈랐다.
카앙-!!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듯 보였던 어둠 속에서 단단한 뭔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들렸다.
그와 동시에 카릴의 발아래로 둥근 뭔가가 떨어졌다.
경사진 바닥을 따라 떨어진 그것이 굴러 미하일의 발에 부딪혔다.
“……!!”
미하일은 반사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잘려 나간 몬스터의 머리가 몇 바퀴 더 구르다가 멈추었다.
갑충의 것처럼 생긴 눈동자가 없는 커다란 눈과 반질거리는 피부 그리고 이빨은 마치 개미의 턱처럼 양쪽으로 낫 모양으로 나 있었다.
생전 처음 보는 괴상한 모습이었다.
“아직 안 끝났어.”
카릴의 말에 두 사람은 황급히 앞을 바라보며 무기를 들었다.
[크륵…….]어둠 속에서 들려오는 으르렁거림에 여유 있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나타난 건가?”
에이단은 품 안에서 날카로운 단검을 꺼냈다.
“…….”
긴장으로 말을 하지 못하는 걸까.
어째서인지 검을 거두지 않은 채 카릴은 바닥에 떨어진 괴물의 머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뭐지 이 녀석은?’
카릴은 전생에도 석영을 얻기 위해 쌍두수리의 둥지를 공략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의 멤버에 비한다면 한없이 초라한 구성이었지만 그 대신 그는 이곳의 지도와 몬스터의 리스폰 위치 그리고 쌍두수리의 약점까지 잘 알고 있었기에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완벽하게 마굴을 숙지하고 있기에 카릴은 이곳에 생성되는 몬스터의 종류 역시 당연히 알고 있었다.
‘왜 이런 곳에 있는 거야?’
그런데 처음이다.
마굴뿐만 아니라 파렐에서까지.
카릴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괴물의 모습에 긴장한 얼굴로 앞을 바라봤다.
[저놈, 마계의 생물이다.]그 순간.
알른 자비우스가 말을 했다.
‘마계? 알고 있는 녀석이야?’
카릴의 물음에 알른 자비우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아그마(Agma).]당연한 일이지만 처음 듣는 이름에 카릴은 그의 설명을 기다렸다.
기껏해야 쌍두수리를 제외하고 이곳에서 가장 강력한 몬스터 트롤 정도였다.
그런데 생각지도 못한 마계 생물의 등장에 카릴조차도 어리둥절할 따름이었다.
[몇 번 사냥을 한 적은 있었지. 마도 시대엔 각 차원의 게이트가 모두 열려 이따금 마계나 천계의 족속들이 인간계로 넘어왔었거든.]쿵-
단단한 발걸음 소리가 들렸다.
[크륵…… 크르륵…….]두 발로 서서 단단한 갑옷을 두른 것 같은 모습은 마치 기사처럼 보였지만 자세히 보면 머리로 보이는 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자세히 봐라. 유사 인간이 아니다. 그냥 단순한 갑충의 하나지. 마계 땅 밑에 사는 벌레 같은 놈이다.]알른 자비우스의 설명에 카릴은 인간처럼 생긴 마물이 벌레처럼 다니는 모습을 상상했다.
“…….”
썩 유쾌하지 않은 환상에 카릴은 고개를 저었다. 그 짧은 사이에 재생이라도 된 듯 조금 전 잘려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녀석의 머리는 온전하게 돋아나 있었다.
아니,
저게 머리가 아니지만.
철컥-
들고 있는 무기도 범상치 않았다.
정말 기사의 창처럼 기다란 외뿔 형태의 무기를 쥐고 반대 팔에는 커다란 카이트 실드를 잡고 있었다.
단지 무기와 방어구 모두 갈색빛이 도는 것이 두 팔과 하나로 이어져 있다는 게 다른 점이었다.
[크르르르…….]반인반괴의 녀석은 이빨을 드리우며 카릴 일행을 노려보듯 날카로운 목소리로 울었다.
“확실히 저걸 보니 인간이 아니군.”
카릴은 아그마의 가슴팍이 열리면서 그 안에서 붉은 이빨이 튀어나오는 걸 보며 기가 차듯 말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발견한 이상 그냥 둘 순 없지. 저 안에 쌍두수리의 목도 필요하고.”
그는 가볍게 눈짓을 주었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아도 그게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기에 미하일은 후방으로 에이단은 중위를 지키며 대형을 만들었다.
‘대륙의 몬스터로 따지면 어느 정도가 되지?’
[글쎄. 오우거 정도가 녀석하고 힘이 비슷하려나? 게다가 저 번들거리는 갑각. 저거 마법을 반감시키는 능력이 있다.]알른 자비우스의 설명에 카릴은 인상을 찡그렸다.
거기까지였다.
동굴 안을 걸어 나온 아그마는 더 이상 기다려주지 않았다.
콰아앙—!!
콰강–!!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마굴 안이 울렸다.
튕겨 나가듯 카릴의 몸이 휘청거렸다.
“큭?!”
녀석의 창을 막은 얼음 발톱의 날에서 새하얀 증기가 솟구쳐 올랐다.
[크르르르…….]숨을 토해내자 검은 껍질 안의 얼굴에서 유황이라도 머금은 것처럼 매캐한 열기가 느껴졌다.
“저, 저게 뭐야?!”
난생처음 보는 괴물에 놀란 것은 두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잘되었지 않으냐.]하지만 긴장한 그들과 달리 알른 자비우스는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혈맥을 뚫는 것은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 현재로서는 단숨에 네 마력을 증강시키기는 어려운 일이니 아직은 강해지기 위해선 검에 중점을 둬야겠지.]그러고는 천천히 눈앞의 괴물을 가리키며 말했다.
[네 입으로 말하지 않았느냐. 마도 검술에 실전이 필요하다고. 저 녀석이야말로 아주 좋은 상대 아닌가?] [크르르륵……!!]마치,
알른 자비우스의 말을 듣기라도 한 것처럼 으르렁거렸다.
“그렇군.”
카릴은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어느새 그의 얼굴은 조금 전 긴장감이라곤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알른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낮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