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9th Class Swordmaster: Blade of Truth RAW novel - Chapter (72)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 9클래스 소드 마스터 – 검의 구도자-72화(72/497)
61. 쌍두수리
“아무리 봐도 우리 대장은 우릴 도와줄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럼 둘이서 해봐야죠.”
“제길…….”
에이단은 뒤를 힐끔 곁눈질로 바라보면서 쓴웃음을 내뱉었다.
‘어쩌다 내가 마굴 소탕까지 하게 되다니. 주크가 들으면 놀라 기절할 일이군.’
카릴을 따라온 것이 처음은 단순한 호기심과 의심에서 시작된 일이었으나 어느새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어 그의 생각대로 움직이고 있었다.
‘일단은…….’
자신의 실력을 시험하는 것처럼 팔짱을 끼고 보고 있는 그를 보며 에이단은 단검을 고쳐 쥐고 생각했다.
‘할 수밖에 없겠지.’
에이단이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미하일.”
“네?”
“칼날 바람을 몇 번까지 쓸 수 있지?”
쌍두수리와 거리를 유지하면서 미하일은 그의 물음에 긴장된 모습으로 대답했다.
“5번까지지만 그렇게 되면 마력 고갈로 완전히 몸을 움직일 수 없으니 실질적으론 4번이 한계라고 볼 수밖에…….”
“4번이라…….”
에이단은 입술을 깨물었다.
[어이, 저거 정말 괜찮은 거야? 아무리 봐도 저 둘로는 무린데.]알른 자비우스는 불안한 듯 말했다.
하지만 카릴은 에이단의 모습을 바라보며 눈빛을 빛냈다.
‘시작하는군.’
비록 지금의 실력은 전생보다 뒤떨어질 수는 있지만 적어도 한 가지 변하지 않은 것이 있다.
그건 바로 습관이다.
‘여전하군. 녀석이 입술을 깨문다는 건 진심이 되었다는 증거니까. 더 이상 감추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한 것일지도 모르지.’
어느 쪽이 되었든 중요한 것은 에이단의 현재 실력을 제대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다.
‘너에게 거는 기대가 크다. 네가 어떻게 해주느냐에 따라 남부를 장악하는 난이도가 달라질 테니까.’
벌써 3클래스에 도달한 미하일의 재능은 뛰어나지만 마법을 시작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마법사로서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고 봐도 틀리지 않는 그와 함께 싸우려면 네가 1.5인분을 해줘야 한다.’
카릴은 자세를 잡는 에이단을 바라봤다.
‘어디 보여 봐라. 대륙 최고의 암살자인 네가 결코 미하일의 재능에 뒤떨어질 리가 없으니까.’
파아앗—!!
마치.
그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에이단의 모습이 흐릿하게 사라졌다.
“……!!”
바로 옆에 있던 미하일은 그를 찾지 못한 채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훑었다.
탁…… 타다닥……!!
벽을 밟고 달리는 에이단이 쌍두수리의 영역 안으로 질주하며 허리를 굽혔다.
파앙-!!
손을 펼쳐 복사뼈를 쓸다시피 스치자 그의 양쪽 다리에서 희미한 하늘색의 빛이 일었다 사라졌다.
‘저건…….’
풍 계열의 보조 마법 중 하나인 윙 스텝(Wing Step).
시전자의 움직임을 극대화 시켜주는 2클래스 마법이지만 오히려 너무 빨라져 반발력을 제어하지 못하는 것이 대부분이라 사장(死藏)된 마법이었다.
같은 속성을 쓰는 미하일도 익히는 것을 포기한 마법이기도 했다.
하지만 체력적으로 약한 마법사들에겐 어려운 윙 스텝이 에이단에겐 특기 중 하나였다.
“미하일!! 내가 녀석의 머리를 유인할 거야. 내 지시대로 마법을 시전해!”
순식간에 거리를 좁혀 쌍두수리의 머리 위에 나타난 그가 소리쳤다.
“네…… 넵!!”
그의 외침에 미하일은 황급히 스태프를 잡아 마력을 끓어 올렸다.
“보조가속(Auxiliary Acceleration)!”
쌍두수리의 머리 위에서 아슬아슬하게 녀석의 부리를 피하면서 에이단이 외쳤다.
미하일의 스태프가 빛을 발하면서 그의 주위에 빛 방울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그다음은 이글 아이(Eagle Eye)!”
“넵!!”
이미 머릿속에 마법 영창의 시간을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듯 에이단은 쌍두수리에 집중하면서도 미하일의 마법이 끝남과 동시에 다음 단계의 마법을 알렸다.
“헤이스트(Haste)가 끝나면 마지막으로 마력 충격(Mana Impact)!! 절대로 영창이 끊어지면 안 돼!!”
“알겠습니다!”
쉴 틈 없이 이어지는 그의 주문에도 불구하고 미하일은 곧잘 마법을 이어 연계했다.
[호오……. 저 방방 뛰는 애송이. 제법인데.]알른 자비우스는 에이단을 바라보며 흥미롭다는 듯 입맛을 다시며 말했다.
[그냥 시종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전 마법에 대해서 제법 잘 아는걸. 방금 이어서 영창한 4개의 보조 마법이 딱 칼날 바람 한 번의 마력을 소모하는 것이거든.]‘그래?’
[게다가 연결 영창이 마력 소모에 도움이 된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도 신기하지만, 그보다 놀라운 것은 보조 마법의 상성이다.]‘상성?’
카릴은 알른을 바라봤다.
[그래. 언젠가 너에게도 알려 주려고 생각하긴 했지만 말도 안 되는 마력량을 가지고 있는 너에겐 큰 의미가 없는 것이거든.]‘그게 뭐지?’
[지금 네가 몸에 걸고 있는 보조 마법들 있잖느냐. 스트랭스(Strength), 헤이스트(Haste), 덱스(Dex), 이글 아이(Eagle Eye) 게다가 팔다리에 무게를 늘리는 웨이트(Weight)까지 많이도 걸고 있군. 대마법사라도 365일 24시간 내내 걸고 있다가는 탈진할 수도 있는 일인데 말이야.]알른의 말에 카릴은 가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했다.
[어쨌든 마법이란 하급의 것이라 할지라도 서로 간의 상성이라는 것이 있다. 헤이스트와 덱스는 어떤 면에서 비슷한 효과를 가진 부분도 있기 때문에 두 개를 모두 걸고 있는 건 마력 손실이지.]‘그렇군.’
[인간의 마력은 한정되어 있으니까.]카릴은 용의 심장을 먹은 자신에게는 해당이 되지 않는 일이라는 알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단 한 번의 마법을 쓰기 전에 어떻게 하면 가장 효율적이며 동급의 마법이라 할지라도 위력을 높일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되지.]에이단이 가장 먼저 미하일에게 명했던 1클래스 보조 마법인 보조 가속(Auxiliary Acceleration)은 마법사들이라면 필수적으로 익히는 마법이었다.
마법의 시전 속도를 증가시켜주는 것.
가장 먼저 이 마법을 시전한 이유는 나머지의 보조 마법을 끊기지 않게 사용하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노련한 마법사라면 다르겠지만 초짜들은 까먹기 쉬운 마법이지.]카릴은 알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알른은 설명을 이어갔다.
[게다가 쌍두수리와 같은 빠른 움직임을 보여주는 괴물에게 마법을 정확하게 맞추기 위해선 반응 속도를 올리는 헤이스트와 이글 아이가 필수적이다.]‘…….’
[마지막으로 마법의 범위는 작아지지만 대신에 마법의 위력을 높여주는 마력 충격까지. 그런데 버프를 건 순서가 다르다면 각 마법의 유지 시간이 엉망이 된다.]‘그렇군.’
[한마디로 말해서 저 녀석. 마력은 낮아도 웬만한 마법사들보다 보조계통에 대해서는 정통하다고 할 수 있지. 생각해 봐. 마법 경연에서 저걸 쓰는 녀석이 있던가?]‘으흠…….’
카릴은 알른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익스퍼트 경연에 나온 마법사들은 적어도 마법사의 반열에 오른 4클래스 유저들이었다. 하지만 마법 경연의 출전자들을 비밀리에 처리해 버린 카릴으로서는 그들이 대회에 그 마법을 쓸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대회가 아닌 전장에서 그는 누구보다 많은 마법사의 전투를 봐왔다.
‘없군.’
[거봐. 쓸데없는 자존심만 높아서 말이야. 무턱대고 강한 마법만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머저리보다 저 녀석이 낫군.]카릴은 알른 자비우스의 말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뜨거운 기분이 들었다.
‘세리카, 네가 정립하려 했던 전투마법사의 개념이 저땐 존재했나 보군.’
마도 시대의, 그것도 가장 강한 대마법사가 저리 말하니 지금에 와서 마법이 얼마나 퇴보를 한 것인가를 보여주는 증거였다.
스스로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면서 오로지 마력의 유무만으로 이단을 결정짓는 제국인들.
답답할 정도로 무지했다.
그렇기 때문에 신탁이 내려지고 타락과의 전투 전에 그들의 생각을 깨뜨리는 것이 가장 중요했다.
‘그 방법이 제국이 이단이라 여기는 남부와 북부의 힘을 쓰는 것.’
캉……! 카캉……!!
카카카강……!!
요란한 소리와 함께 에이단의 단검이 쌍두수리의 왼쪽 머리를 날카롭게 찍었다.
촤아아악—!!
붉은 피가 분수처럼 쏟아지면서 벌어진 상처에 정확히 미하일의 칼날 바람이 꽂혔다.
[크에에에에엑……!!]“좋았어!!”
쌍두수리의 비명을 들으면서도 에이단은 공격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마력이 전이된다! 집중해!”
“아, 네넵!!”
두 사람의 모습을 보니 경험의 차이가 여실히 보였다. 공격이 성공하자 집중력이 흐트러진 미하일과 달리 에이단은 시종일관 같은 모습을 유지했다.
[생긴 것과 다르게 마법 전투를 잘 알고 있는 놈이야. 정체가 뭐야?]카릴은 그의 말에 피식 웃었다.
‘당신 말대로 모르긴 몰라도 보조 마법만큼은 뛰어난 녀석이지. 어때? 미하일과 함께 에이단도 키워 볼 생각은 없어?’
약간의 기대감을 가지며 카릴이 물었지만 알른은 가차 없이 고개를 저었다.
[미하일과 태생적인 신체가 달라. 저 녀석은 아무리 해도 4클래스의 벽을 넘지 못한다. 차라리 네가 단련을 시키는 게 옳다.]‘그래? 대마법사도 어떻게 할 수 없는 일인가 보군.’
[흥……. 마력이 모두 만능은 아니니까. 굳이 방법이라면 저 녀석에게 맞는 최상급 속성석을 먹이는 거겠지. 8각석이라면 벽을 뚫을 수 있겠지만 쉽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지.]‘하긴……. 풍 계열은 구하기 쉬운 게 아니지. 한두 개 정도는 구할 수 있겠지만…….’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카릴을 보며 알른 자비우스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당신 말대로 에이단에게 그걸 줘야 할지는 좀 고민해 봐야 할 일이겠어. 지금 이대로도 자기 몫은 할 녀석이니까.’
[8각석을 구할 수 있다고? 그것도 두 개나? 마도 시대에도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단 말이야? 도대체 어떻게 된 녀석이야.]‘조금 더 지켜봐야겠어. 남부에서 과연 그를 계속 쓸지 안 쓸지 결정이 나겠지.’
[무서운 녀석…….]쿠우웅–
그때였다.
마굴의 안쪽 바닥이 육중한 소리와 함께 흔들렸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피투성이가 된 에이단이 쌍두수리의 시체 안에서 걸어 나왔다.
저벅- 저벅- 저벅-
단검의 핏물을 옷에 닦아내며 에이단은 잘라 낸 쌍두수리의 반대쪽 목을 카릴에게 내밀었다.
“헉…… 헉…… 헉.”
말을 뱉어낼 여력조차 없는 듯 그는 연신 숨을 몰아쉴 뿐이었다.
어쩐지 지금까지와는 다른 사람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눌하고 허술해 보이던 남자가 아닌 카릴의 앞에 서 있는 그는 날카롭게 갈린 비수 같은 예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성공했군.”
“네.”
“성공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
기뻐해야 마땅한 상황인데 어쩐지 동굴 안에 두 사람은 싸늘한 냉기가 흘렀다.
미하일은 그런 둘을 보며 어찌할 바를 몰라 안절부절못한 모습이었다.
“어디까지 알고 계신 겁니까.”
“뭘?”
“더는 못하겠습니다. 이대로 그냥 두면 어디까지 절 부려 먹을지 가늠이 안 돼서 말이죠.”
카릴은 그의 말에 재밌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
“마물의 목을 가지고 가면 분명 그들이 가만히 있지 않을 테죠. 남부의 야만족들은 오직 힘의 논리로 움직이니까.”
“그래서?”
“또 붙이실 것 아닙니까. 그들의 수장의 목에 카릴 님의 검이 닿을 수 있기 전까지. 죽어라 싸워야겠죠.”
“죽을 만큼은 아니야. 기껏해야 3번일 텐데.”
“…….”
“아무리 생각해도 가지고 노는 기분을 감출 수 없어서 말이죠.”
하지만 에이단의 눈빛엔 더 이상 자신을 감춘 가면이 무의미하다는 걸 말하고 있었다.
“그래?”
그때였다.
카릴 역시 농담조의 목소리에서 낮게 목소리를 깔겨 말했다.
“그러는 넌? 지금껏 얼마나 죽였지? 어차피 똑같이 부려 먹는다면 사람 죽이는 것보다 마물을 죽이는 게 더 낫지 않아?”
“네?”
카릴은 피를 뒤집어쓴 에이단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겼다.
“피차일반이야. 네가 도망친 노예 같은 게 아니란 건 처음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네가 아직 그 녀석의 편에 있는 한 서로를 모두 아는 건 썩 좋은 일이 아니거든.”
“……!!”
에이단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 녀석이 제2 황제 올리번을 말하는 건가? 단순히 내가 제국 사람이라는 것 이상으로 모든 걸 알고 있다는 말인가?’
혼란스러워하는 그와는 달리 미하일은 둘의 대화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 표정이었다.
카릴은 아무렇지 않은 듯 에이단과 미하일의 어깨를 가볍게 두들기며 말했다.
“그러니 조금 더 이런 관계를 즐기자고. 천천히 생각해 봐. 하지만 이왕 피를 묻힐 거라면 당당할 수 있는 쪽에 서라.”
그 순간.
단단하게 굳어 있다고 생각했던 에이단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내가 그 길을 만들어 줄 테니.”